허준호의 카리스마는 어디로부터 오는가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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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호의 카리스마는 어디로부터 오는가

시선을 제압했다 시선에 녹아드는 배우 허준호가 지닌 필연적인 힘.

BAZAAR BY BAZAAR 2022.01.28
 
 터틀넥은 Dries Van Noten by BOONTHESHOP Men. 셔츠는 Bottega Vene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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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스틸러’라는 수식어 어떠세요? 
제가 먼저 물어보고 싶어요. 그런 것 같나요? 칭찬이니까 기분이 굉장히 좋아요. 그러면서도 ‘내가 뭘 잘못했나?’라는 생각도 들어요. 작품 속에 녹아들지 않았나, 방해가 된 게 아닌가. 세상 모르고 살 때는 욕심이 참 많았어요. 연기를 잘해내겠다는 욕심이 없어진 건 아닌데 이제는 내 자리를 잘 유지하면서 주변을 돕는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많아요.
얼마 전 류승완 감독이 〈방구석1열〉에서 허준호 배우의 얼굴은 “무언가 할퀴고 지나간 얼굴”이라고 표현했어요. 오랜만에 대중 앞에 나타났을 때 우리는 그 얼굴에서 많은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어요.
신앙적인 거예요. 하나님 만나서 변한 거. 저는 광신도예요.(웃음) 내 믿음에 답하는 존재가 보여주는 사랑과 힘에 이끌린다고 할까요. 예전과 똑같은 사람일 뿐인데 가끔 작품에서 저도 놀랄 정도의 모습이 나올 때가 있어요. 다른 사람에게 믿음을 강요하려는 건 아니에요. 그저 제 경험이 그래요. 아, 옛날에는 사람을 좋아해서 놀기 바빴는데 오후 시간이 단순해지면서 대본에 파고들 시간이 아주 많이 늘어났다는 거.(웃음)
 
재킷, 팬츠는 Dior Men. 셔츠는 Fendi. 레이스업 슈즈는 Pr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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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만나면 뭔가 해결되는 느낌을 받았던 건가요?
잊어버리려고. 사회에 처음 나왔을 때의 불안함을 나도 똑같이 겪었으니까. 처음에는 상처도 많이 받았어요. 다 줄 것 같은 사람이 알고 나면 아니었고. 금전적인 거나 인기에 대해서도 조급했어요. 혈기는 왕성한데 풀 곳은 없고 사람들 만나서 맨날 술만 마셨지. 지금은 일에 더 충실해진 거죠.  
대본을 본인 것으로 만드는 능력이 〈주몽〉부터 쭉 이어져 영화 〈모가디슈〉에서 더 확고해진 것 같아요. 말투나 고증보다는 인물을 정말 그 사람답게 만들려는 집요하고 골똘한 생각요. 대본을 더 많이 보는 지금 당연한 결과일까요?
대본을 두 번 보고 세 번 보고 또 보면 그 인물이 자꾸 보여요. 〈모가디슈〉의 림용수 대사는 다른 사람들보다 이십 년 먼저 외국 생활을 한 사람이에요. 우리가 경상도, 전라도, 강원도든 고향을 떠나 어딘가에서 생활하면 말투가 변하잖아요. 그럼 기본적인 것부터 전부 달라져요. 다시 해석을 시작해요. 거기에 인물의 처지나 주변 환경을 하나하나 더해가다 보면 모순이 적어지죠. 별다른 비결은 없어요.
혹시 ‘깻잎 논쟁’을 아시나요? 식사 중에 남북한 대사 부인이 서로 도와 깻잎장아찌를 떼는 장면이 있죠. 친구가 깻잎을 못 떼고 있을 때 내 애인이 친구를 도와준다면 기분이 어떨지에 대한 답을 구하는 게 일종의 밈이 됐어요.
그걸 왜 고민해? 왜 고민해! 젊은 세대에게는 이슈가 될 수 있겠는데 우리 세대에서는 그게 친구 애인이 됐든 누가 됐든 깻잎을 못 떼고 있으면 선뜻 잡아줬어요. 못 먹고 있는데 도와줘야 하지 않겠어요?(웃음)
 
폴로 니트 톱, 재킷, 옐로 이너 쇼츠, 팬츠, 벨트는 모두 Pr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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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랫폼도 다양해지고 콘텐츠를 소비하는 세대를 종잡을 수 없는 시대이기도 해요. 젊은 세대의 반응을 경험하고 느끼는 편인가요?
저는 몰라요. 나는 집돌이예요. 처음 연기를 배울 때 절대 역할의 모습을 하고 밖에 돌아다니지 말아라, 웬만하면 실생활을 보여주지 말라는 가르침을 받았어요. 버릇처럼 울타리를 만들어요. 시간이 나면 골프장에 가는 정도인데 막 싸매고 나가요.(웃음) 소속사 식구들도 제가 어려운지 별로 그런 말을 전하지 않더라고요.
〈모가디슈〉를 사랑하게 됐다고 종종 얘기해왔는데 그 사랑이 상이 되어 돌아왔네요.
예전에는 상복이 없었어요. 그렇게 잘한 것도 아니었으니까. 이렇게 큰 상을 하나도 아니고 몇 개 받았으니 감사하고 부담이 확 왔고 더 잘해야 되겠고.(웃음) 〈모가디슈〉는 자체가 기적이에요. 팬데믹 상황에 개봉을 강행해 많은 관객을 모은 것도 그렇고. 내게도 기적이에요.
지금 촬영 중인 〈왜 오수재인가〉에서 로펌 회장 역할을 맡았어요. 욕망을 위해서라면 선과 악을 가리지 않고 경계 없이 뛰어넘는 인물이라고요.
‘세상에서 제일 나쁜 새끼’예요. 방금 표현해주신 건 시놉에 쓰인 정제된 설명이고 제 안에서는 19금으로 정했어요. 욕심이라는 키워드를 바닥에 깔아놨어요. 막 고민하면서 지금 해결하는 중이고요. 연기를 하면서도 계속 ‘뭐 이런 새끼가 다 있어’ 이러고. 첫 미팅 때는 몰랐던 큰 복선을 나중에 감독님과 작가님이 얘기해주시더라고요. 이미 계약도 다 했는데.(웃음)
트렌치코트는 Bottega Veneta. 팬츠는 Loewe. 레이스업 부츠는 Fen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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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시에 촬영 중인 〈사냥개들〉은 악한 과거를 지나 선한 현실을 사는 사람이에요.
〈사냥개들〉은 우리 회사의 압력에 의해서 하는 작품이에요. 감독님이랑 소속사 식구들이 잘 알아서.(웃음) 〈왜 오수재인가〉가 복잡한 역할이라 도망가려고 했어요. 〈사냥개들〉은 액션도 조금 있다고 해서 체력적으로도 힘들겠다 싶었는데 작품이 재미있어 보였어요. 최 사장은 젊을 때 조금 센 놈이었고 순딩이 아저씨예요.허준호 배우에게 선과 악이 모두 있다라고 하죠. 두 작품을 통해 그 면모를 보여줄 수 있겠어요. 내 자체가 그래요. 살다 보니까 다 갖고 있더라고요. 누구에게는 좋은 사람이, 누구에게는 나쁜 사람이 되고 가식적이기도 하고. 단지 절제할 뿐인 것 같아요. 진실되기 위해 노력하는 거. 작품에서도 항상 반대되는 역할을 교차해서 보여주고 있더라고요.
〈사냥개들〉의 웹툰 원작은 보셨나요?
안 봤어요. 감독님이 절대 보지 말래요.(웃음) 얼핏 그림을 봤을 때 신부 옷을 입고 있길래 “신부던데요?” 하니까 달라졌대요. 그럼 말 표현부터 다르겠구나 했어요. 웹툰 속 존재는 생각 안 하고 감독님과 작가 분의 이야기와 디렉션에 따라가려고 해요. 젊은 분들의 감각을 믿어야죠. 나는 너무 올드해요. 공백기 동안 정말 많은 게 변했어요. 요즘 좋아요. 프로덕션부터 현장의 장비까지 꿈꾸던 환경이 되어가니 너무 좋아요.
트렌치코트는 Bottega Veneta. 팬츠는 Loewe. 레이스업 부츠는 Fen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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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킹덤〉 시리즈로 OTT를 통해 콘텐츠가 세계의 시청자와 만나는 걸 누구보다 먼저 체감하셨을 텐데요. 
맞아요. 코리안 좀비! 촬영장에서 저 혼자 별명을 지었거든요. ‘지랄 좀비’로. 저것들이 왜 저렇게 빨리 뛰냐고.(웃음) 어그적거리고 무섭지도 않은 좀비를 빨리 뛰게 만들어서 해외 시청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어요. 저는 정작 시리즈 중에 두 개에만 나와서 섭섭했지만.(웃음) 안현대감의 서사가 더 많이 나오기를 바라는 아쉬움과 별개로 가상의 설정 속에서 현실의 무게를 안은 인물이라 참 좋았어요.
안현대감이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모습은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회자될 정도로 강렬한 장면이었어요.
시즌 1, 2에서 좀비 하는 친구들이 굉장히 잘해주었어요. 그런데 그 순간만큼은 똑같은 좀비가 되고 싶지 않았어요. 그 좀비들은 의식이 없는 좀비들이었고, 내가 하려는 좀비는 의식과 목적을 갖고 있었어요. 같은 스피드지만 다르게 움직이고 싶어서 그 장면만큼은 촬영 전 회의 때부터 디렉션 없이 내가 하고 싶다고 의견을 냈어요. 대학교 때 무용과를 다녔고 뮤지컬을 하면서 춤으로 표현했던 경험이 있으니 그런 것도 보여주고 싶었고요.
 터틀넥은 Dries Van Noten by BOONTHESHOP Men. 셔츠, 팬츠, 벨트, 앵클부츠는 모두 Bottega Veneta.

터틀넥은 Dries Van Noten by BOONTHESHOP Men. 셔츠, 팬츠, 벨트, 앵클부츠는 모두 Bottega Veneta.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에서 10시간 넘게 전신 문신을 해서 화제였어요. 배역 때문에 이것까지 해봤다 싶은 극한의 기억이 또 있다면요?
어렸을 때는 스턴트 안 썼다? 지금은 꼭 해달라고 해요. 그때는 제 귀 모양이랑 똑같이 생긴 사람을 못 찾았다고 핑계를 댔는데 결국 제작비 때문에 스턴트를 안 구해준 거예요.(웃음) 현장에서 턱이 빠지고 뼈가 부러져도 그대로 촬영을 강행했어요. 25일 동안 거의 잠을 안 자다시피 촬영한 적도 있네요. 그냥 현장 상황이 열악해서 생긴 해프닝이죠.
역주행했으면 좋겠다 싶은 작품을 꼽아주세요.
너무 많은데.(웃음) 놀랐던 거는 하나 있었어요. 〈주몽〉요. 당시 2회 때 시청률이 25%여서 ‘헉’ 소리를 낼 만큼 깜짝 놀랐어요. 〈보고 또 보고〉도 그렇고 시청률이 잘 나온 작품이 꽤 있어요. 하나를 꼽는다면 〈실미도〉. 사탕봉지 신을 찍을 때 소품팀에서 주먹만 한 작은 사탕 꾸러미를 가져온 거예요. 68명이 먹는데 너무 적지 않냐 현장에서 막 싸우고. 혼나면서도 결국 큰 봉지로 바꿔 달라고 요청했던 기억이 나요. 애정이 많았던 작품이에요.
니트 베스트, 팬츠는 Cos. 팔찌는 Dior Men. 벨트는 Tod’s. 더비 슈즈는 Fendi.

니트 베스트, 팬츠는 Cos. 팔찌는 Dior Men. 벨트는 Tod’s. 더비 슈즈는 Fendi.

다시 긴 머리를 해볼 생각은 없나요?
일부러 스타일을 만드는 게 아니라 작품이 없으면 그냥 길러요. 어떤 작품을 할지 모르잖아요. 제 머리카락이지만 온전히 제 머리카락이 아닌 거죠. 평소에는그냥 모자 하나 눌러쓰고 다녀요.
지금껏 살게 한 세 가지를 떠올려본다면요.
하나님. 내 식구. 좋은 작품.
지금의 허준호가 예전의 허준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정신 차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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