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STORY
OF
FOUNDATION


아모레퍼시픽의 전신인 태평양화학에서 국산 파우더 ‘ABC 분백분’을 만들었다. 이후에 코티사와 기술 제휴를 통해 만든 ‘코티 분백분’이 오랫동안 엄청난 히트를 쳤다. 하지만, 가루가 잘 뭉쳐서 바르기가 쉽지는 않았다고. 어린 시절, 운동회 날 엄마가 코티분을 바르고 왔는데 얼굴이 얼룩덜룩해서 부끄러웠다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의 추억담도 있었다.


“여러분을 언제나 매력 있는 아름다움으로 이끌어드리는 아모레 화장품. 분연히 풍기는 이 매혹적인 향기. 부드러운 감촉. 아모레~ 아모레 화장품.” 1964년에 태평양화학이 론칭한 브랜드 아모레의 CF 카피다. 이 광고에 등장하는 리퀴드 파운데이션이 ‘아모레 화운데이숀’. 컬러가 노란 컬러톤 한 가지인 데다 입자가 굵었기 때문에 두껍게 발리는 제품이었다.

고급 브랜드이자 인기 브랜드였던 시세이도 ‘디 럭스(De Luxe)’. 당시엔 드 룩스라고 불렀는데 ‘모단걸’이라면 비싼 드 룩스 제품을 갖기 위해 끼니를 굶는 경우도 많았다고. 이런 분위기 속에서 태평양화학이 1964년 시세이도와 기술 제휴를 통해 부루버드라는 브랜드를 론칭했다. 이때 출시한 ‘부루버드 화운데당’은 파우더에 오일 성분을 더해 압축한 콤팩트 제품이다. 오일 덕분에 피부에 균일하게 밀착돼 당시엔 큰 혁신이었지만 지금 본다면 사실 두껍고 숨막히는 메이크업이다.


트윈케이크 제품인 아모레하이톤 ‘화인타치’. 케이스를 열면 고체 타입의 제형과 퍼프가 나눠져 있었다.


80년대에 일본에서 출시된 시세이도의 ‘스포츠커버 화운데이션’은 엄마들 사이에 유명세를 타며 수입상가에서 핫한 제품으로 급부상했다. 국내에서는 커버력이 좋아 컨실러나 파운데이션으로 인기였지만 일본에서는 피부 질환이나 화상 환자들의 상처를 가리기 위한 치료용 제품이었다고. 크림처럼 동그란 단지에 담겨 있어 손끝으로 문질러 사용했다. 스포츠커버란 이름이 붙은 것은 탁월한 밀착력으로 땀과 물에 강했기 때문. 워낙 인기가 좋아서 2004년 한국시세이도에서 출시해 현재까지도 판매되는 스테디셀러다.

“나그랑-그 신비한 색채의 언어”라는 카피처럼 광고 비주얼 역시 컬러풀하다. 황신혜의 메이크업을 보면 광대뼈와 콧대에 강한 셰이딩이 들어가 있는데, 블러셔로 보이는 ‘훼이셜타치’의 어두운 컬러를 사용한 것으로 보여진다.


노란 피부톤을 보정하기 좋은 그린 컬러 메이크업베이스.

‘구슬 파우더’로 잘 알려진 겔랑 ‘메테오리트 파우더’는 해외여행을 가면 선물로 사 오거나 부탁을 해야 가질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단일 색상의 파우더밖에 없던 시절이라, 다양한 색상이 혼합한 구슬 형태의 파우더는 센세이션이었다. 비슷한 제품으로 인기가 있었던 건 지방시 ‘프리즘 비사지’. 4가지 다른 색의 파우더를 브러시로 섞거나 따로 사용하는 획기적인 제품인 데다 케이스가 패셔너블해 갖고 싶어하는 여성들이 많았다. 구슬 파우더는 국내에는 92년에 정식으로 출시돼 90년대 후반에 인기를 끌었다. 지금도 매년 리미티드 에디션이 나올 만큼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라네즈는 95년부터 97년까지 짧은 머리와 활동적인 이미지의 김지호를 모델로 발탁해 ‘영화처럼 사는 여자’ 광고 캠페인을 진행했다. 〈티파니에서 아침을〉 〈프렌치 키스〉 〈사랑과 영혼〉 등 영화를 패러디한 광고로 큰 성공을 거뒀다. 라네즈 ‘EX-UV 트윈케이크’ 광고는 영화 〈연인〉을 패러디한 것. 광고 문구를 보면 한 듯 안 한 듯 자연스럽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어 당시 선호하는 피부 표현을 알 수 있다.

2000년대 화장대 한구석에 놓여 있던 화려한 양각의 까만 단지형 파우더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거다. 주로 해외여행을 갈 때 비행기나 면세점에서 구매했던 추억이! 당시 이 제품을 썼던 이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포슬포슬하고 두툼한 보라색 퍼프를 팡팡 두드려야 화장이 마무리된 느낌이었다고. 양 조절이 관건이었는데 입자가 작아 얇게 바르면 일반 파우더 콤팩트보다 청순한 피부 표현을 할 수 있었다.

1998년~ 마몽드 브라이트닝 파우더 팩트
당시에 한가인이 모델로 활동하며 ‘한가인 팩트’라 불렸다. 출시는 98년에 했지만 2010년 초반까지 10년 이상 사랑받으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제품. 몇 번의 리뉴얼로 케이스가 계속 바뀌었는데 에디터가 기억하는 건 핑크색의 꽃잎 모양 케이스다. 과장을 조금만 보태자면 내가 아는 모든 여자 사람이 가방에 이 팩트를 들고 다녔다. 브라이트닝 제품인 만큼 피부톤이 화사해 보이는 것은 물론 적당히 커버될 정도의 두께로 발리는 데다 밀착력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