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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사와 석굴암, 황리단길 말고 경주에서 꼭 들려야 할 곳이 있다. 바로 경주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된 국립경주박물관이다. 1975년 개관한 국립경주박물관은 과거 신라의 수도인 경주에 위치한 만큼 다양한 신라의 문화유산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곳이다. 그동안 박물관이 보유한 유물들의 역사적·문화적 가치에 비해 박물관 자체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는데, 2018년부터 시작된 리뉴얼 작업이 3년 만에 마무리되고 대중에게 공개되며 현재 아름다운 디자인과 디스플레이로 화제가 되고 있다.


국립경주박물관 내 신라역사관과 신라미술관의 로비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양태오의 설계로 완성됐다. 시선이 닿는 로비 곳곳에 그의 손길이 닿은 셈이다. 전통의 가치와 미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데 탁월한 그는 각 전시실을 연결하는 신라역사관 로비 중앙홀을 신라 시대 석탑과 금속 장신구에서 영감받은 구조물과 조명 등으로 꾸몄다. 중앙홀의 가운데에는 유리 진열장 없이 신라 시대의 토기들이 그대로 진열됐다. 본연의 색과 질감을 드러낸, 유리막 없이 마주하는 유물들이 더욱더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커다란 통창 앞에는 사자 석조물이 놓여있는데, 사자 석조물과 통창 너머의 박물관 중정, 경주 남산이 하나의 풍경으로 근사하게 어우러진다.


신라의 대표 유물들이 전시된 전시실 내부 또한 세련되고 우아해졌으며, 세심한 디스플레이에는 감탄이 나온다. 신라 흙인형은 보름달 모양의 틀과 함께 진열되었고, 국보 제318호의 포항 중성리 신라비는 신라역사관 3실에 단독으로 전시해 몰입감을 높였다. 평소 여행지에서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찾아다니는 아트 러버라면 흥미로울 디테일로 가득하다. 경주박물관은 현재 코로나 19로 인해 온라인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다. 방문 전 홈페이지(gyeongju.museum.go.kr)에 접속해 예약하고, 이 아름다운 박물관을 탐험하는 즐거움을 놓치지 말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