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블핑'의 리사와 지수가 선택한 업사이클 쿠튀르

길가에 버려진 매트리스로 세상에 하나뿐인 재킷을 만든다. 업사이클 쿠튀르를 제작하는 파리 베이스 브랜드 세발리(Sevali). 그리고 이 지속가능한 브랜드를 이끄는 남미(南美) 태생의 열정 넘치는 디자이너 세바스티안 A. 데 루프라이(Sebastian A. de Ruffray)와 나눈 긍정적인 이야기.

BYBAZAAR2021.03.04
 

UP-CYCLING 

COUTURE

 
업사이클로 쿠튀르를 제작하는 방식이 매우 흥미롭다. 브랜드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파리에 온 이후 고전적인 패션계에 새롭고 특별한 무언가를 제안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만의 브랜드를 시작하게 되었다. 미학적으로 해체하는 것을 좋아해 자연스럽게 업사이클링을 브랜드의 정체성으로 하여 출발했다. 제한이 많지만 창의적인 소재로 트렌드에 대안을 제공하고 싶었달까. 그래서 보다 자유로운 쿠튀르 제작 방식을 선택했다. 세발리의 의상은 거의 대부분 수공예로 제작된다.
 
세발리(Sevali)에 담긴 뜻은 무엇인가?
세바스티안 아킬레스 알보르노즈 릴로(Sebastian Aquiles Albornoz Lillo), 결혼 전 이름의 이니셜을 배치하다 정했다. Seb, A, A, Li... Sebali. 여러 언어로 발음하기도 쉽고 기억하기도 좋다.
 
브랜드 앞에는 항상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 붙는다.
지금은 환경에 관한 이슈를 배제하고는 패션 브랜드를 만들 수 없다. 또 환경은 나에게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문제다. 아름다운 것들이 쉽게 잊히고 버려지는 일들이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
 
오래된 매트리스가 재킷으로, 지하철 시트 커버와 티켓이 드레스로 변화하는 과정이 궁금하다.
일반적인 소재가 아니기에 각 피스마다의 특성을 고려해 디자인한다. 주로 드레이핑과 해체 작업, 핸드메이드 자수 등을 많이 사용한다. 기존 재료들의 본질을 변형시키지 않으면서 새로운 형태로 재탄생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매트리스 재킷의 탄생 일화를 소개하면, 이른 새벽 공항을 가기 위해 택시를 타려던 중 집 앞에 버려진 매트리스를 발견했다. 난 택시를 잠시 정차시킨 후 매트리스를 집 안으로 들여놓고서야 비행기를 타러 떠났다. 이런 일이 다반사다. 바로 챙겨 놓지 않으면 없어지니까. 이 매트리스 재킷은 가장 정교한 의상 중 하나인데, 매트리스를 손으로 일일이 해체하고 세탁한 후 퀼팅을 넣은 패턴으로 다시 만들었다. 이 소재를 발견한 순간부터 마지막 스티칭까지, 대략 3주의 시간이 걸렸다. 최근에는 우리 스튜디오 근처에 폐차장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마치 판도라의 박스를 연 것 같았다.(웃음) 자동차 부품, 카시트, 가죽 등 나에게는 모두 너무 완벽한 소재들이다.
2021 S/S 시즌에 관해 설명해달라. 갤러리 공간에서 선보인 프레젠테이션도 흥미로웠다.
이번 컬렉션은 ‘입을 수 있는 예술’에 관한 실험이다. 패션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버려진 옷들이 업사이클을 통해 변화하는 ‘변천’에 관한 내용을 담았다. 파리의 가장 핫한 컨템퍼러리 갤러리 중 하나인 라파예트 안티시페이션(Lafayette Anticipations)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선보였다. 특히 내 영감의 원천이 되는 2000년대의 패션과 문화를 컬렉션에 녹였다. 어린 시절 누나들 방에 즐비하던 패션 잡지, 베르수스와 베르사체, 돌체앤가바나 등 당시의 강렬했던 광고 이미지들이 많은 영감을 주었다.
 
블랙핑크부터 스페인의 싱어송라이터 로살리아(Rosalia)까지, 유독 팝스타들의 사랑을 받는다.
아마도 다른 사람들이 우리 브랜드를 사랑해주는 이유와 같지 않을까? 일상적인 부분에서 영감을 받고, 그냥 지나치기 쉬운 풍요로움을 다른 시각으로 보는 것. 그래서 디자인에 녹아든 메시지가 입는 사람들에게 매력을 주는 것 같다. 여기에 쿠튀르적인 터치도 남들과 다름을 원하는 MZ세대에게 희소성으로 느껴질 듯하다.
 
블랙핑크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인연이 시작되었나?
어느 날 블랙핑크의 스타일리스트가 ‘아이스크림’(셀레나 고메즈와 함께한) 뮤직비디오 촬영을 위해 협업을 제안했다. 우리가 추구하는 부분과 그녀들의 미적 관점이 비슷하다고 느꼈고, 이후 ‘러브식 걸즈(Lovesick Girls)’ 뮤직비디오에서 리사와 지수가 우리 옷을 입었다. 그녀들과 좋은 관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어 행복하다. 협업을 떠나 나 역시 블랙핑크의 팬이다.
 
한국 문화와 패션에도 관심이 있는가?
당연하다! 한국 사람들의 스타일과 패션은 매우 다채롭고 실험적이다. 다른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부분이 많다. 독특하고 자극적이다. 팬데믹 사태가 잦아지면 한국을 찾아 직접 눈으로 보고 싶다.
 
세발리의 레트로한 웹사이트도 인상적이다. 어떻게 기획되었나?
세발리 컬렉션에는 언제나 디지털에 대한 언급이 함께한다. 2000년대 유년기를 거치며 당시의 사회가 ‘버추얼(컴퓨터를 이용한 가상의)’로 옮겨가는 것을 경험했다. 자아가 성립되던 그때의 나는 웹서핑을 즐겨 했는데, 이 시기를 브랜드의 웹사이트에서 다시 재현하고 싶었다.
 
지금까지 컬렉션 중 세발리를 대표하는 룩과 가장 애착이 가는 룩을 꼽자면?
모든 룩에 스토리와 애정을 담아 한 가지만 꼽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중 파리의 지하철 시스템을 모티프로 선보인 ‘메트로 프린트’ 컬렉션이 떠오른다. 지하철의 시트 커버로 제작한 룩과 지하철 티켓을 체인으로 연결한 드레스인데 당시 파리 교통공사가 SNS에 컬렉션을 홍보해주기도 했다. 오래된 빈티지 가죽 가방으로 제작한 가죽 드레스 시리즈도 특별히 기억에 남는다.
 
현재 세발리의 옷은 어디에서 구입이 가능한가?
브랜드의 패션 모토인 지속가능성을 위해 제작 의뢰가 들어오면 클라이언트를 위해 특별히 제작하는 방식이다. ‘studio@sevali.net’으로 연락하면 당신도 세발리의 쿠튀르를 구입할 수 있다.
 
디자인 외에 가장 큰 관심사는?
탄자니아의 세렝게티와 잔지바르, 볼리비아의 우유니 살라르 등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곳으로의 여행을 즐긴다. 그곳에서 낯선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문화로부터 배움을 얻는 것이 흥미롭다. 다른 창조적인 작업도 즐기는데, 얼마 전 내 첫 업사이클 페인팅 시리즈를 끝냈다. 굉장히 특별한 경험이었다.
 
매트리스로 제작한 오트 쿠튀르 재킷.

매트리스로 제작한 오트 쿠튀르 재킷.

앞으로 어떤 프로젝트가 기다리고 있나? 새로운 컬렉션도 궁금하다.
다섯 번째 컬렉션을 준비하고 있는데, 그동안 우리가 해오던 ‘업사이클링’ 프로젝트의 연장선이다. 다양한 분야와의 흥미로운 협업도 계속하고 싶다. 그리고 개인적인 페인팅 작업과 더불어 미술 분야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해볼 생각이다. 목표가 있다면? 세상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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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서동범
  • 사진/ Sevali Paris
  • 인터뷰/ 이승연(파리 통신원)
  • 웹디자이너/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