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 쇼에서 카메라가 등장한 이유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Fashion

구찌 쇼에서 카메라가 등장한 이유

통찰력 있는 디자이너들이 불확실한 시대에서 근본으로 돌아가 영감을 찾고, 또 미래를 내다보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BAZAAR BY BAZAAR 2020.08.29

ALESSANDROMICHELE

구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HARPER’S BAZAAR(이하 HB): 사진을 찍은 집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당신에게 이 공간은 왜 중요한가요?
ALESSANDRO MICHELE(이하 AM): 거실에서 찍었어요. 요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이죠. 소파에 앉으면 머릿속이 생각으로 가득 차 올라요. 강아지들은 제 친구가 되어주고요. 물론 제 테이블도 마찬가지죠. 일거리에 필요한 모든 것을 놓아두거든요. 이 거실은 어찌 보면 제가 아끼고 사랑하는, 또 삶으로 가득 차 있는 집의 중심이에요. 하루를 마무리하고 또 격려해주거든요. 무엇보다 마음속을 여행하게 해줘요. 마치 아이들이 노는 공간 같다고 할까?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는 물건을 모아두기도 해요. 저를 어디론가 멀리 데려다 놓는 상징과 존재로 가득하죠. 이 사진은 화장실에 있던 18세기 돋보기와 함께 찍었어요. 실험실 도구인데 정말 미스터리해요. 눈에 렌즈를 가까이 대면 어떻게 보일지 궁금했어요. 이런 물체를 통해 주위의 것들에 가까이 다가가보면, 과연 2020년엔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요? 
 
이 사진은 제가 누구인지 말해주는 좋은 상징이죠. 전 항상 현재에 존재하지만, 한편으론 그것을 꿰뚫어보고 싶은 유혹 사이에 놓여 있어요. 결국 저의 집은 다른 차원으로 옮겨갈 수 있는 수단들의 은신처라 할 수 있어요. 나와 함께 있고, 또 질문하고, 서로 대화하는 물건이죠. 물론 일을 위한 실질적인 재료나 생활에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머릿속에 꼭 필요한 존재예요. 물건들은 가장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말을 걸어오거든요. 집은 제게 있어 매우 중요한 공간이에요. 회복하고 창조하고 여행하는 곳. 가만히 있을지라도 실제적으론 가장 많은 여행을 하는 공간인 거죠.
 
 
HB: 의식이란 개념은 구찌 2020 F/W 쇼의 가장 큰 영감이었죠. 무대에서 마법을 만들어낸 헤어와 메이크업 팁, 그리고 모델들 스타일링 등 퍼포먼스에 있어서 엄청난 감각이 빛났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나요?
AM: 그 쇼는 제가 꽤 오랫동안 생각해온 것을 보여준 결과물이에요. 전 항상 제가 행동하는 것에 대해 의심하고, 또 전달하는 의미에 대해 질문하곤 해요. 쇼와 패션을 통해 표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이번엔 패션은 좋은 피스들을, 쇼에 있어서는 파워풀한 의식을 지속적으로 해부해 보여줘야 할 필요성을 느꼈어요. 마치 종교적인 행위나 고대 의식에 참여하는 긴장감 같은 것이라고 해야 할까. 내면의 메커니즘과 더불어 평소 외부에서는 접근하기 힘든 활기찬 감정도 보여주고 싶었죠. 저처럼 패션을 선택한 후예들은 결국 중심이 되어 이끌어야 하잖아요. 인식을 조금만 바꾸면 가능할 거라 생각했죠. 당시를 회상해보면 정말 강렬한 순간으로 남아 있어요. 의식을 기념하는 자리를 만들었고, 그것이 제 선택의 이유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걸 느꼈어요. 
 
쇼는 그냥 옷이 오고가는 무대가 아니라 한 편의 이야기이자 서로에게 말하는 것과 시선의 신비로운 서사로 만들어낸 순환의 순간이에요. 
 
 
전 ‘의식’에 매료되어 있어요. 자연도 의식이죠. 같은 것이 반복적으로 순환되니까요. 의식이란 모든 인간과 함께 가는 존재예요. 그래서 더욱 끌리는 것 같아요.   
 
 
HB: 돌아보면 그 쇼는 이상하게 예언적이었다는 느낌이 들어요. 수공예와 핸드메이드, 패션쇼의 총체적 경험이라는 아이디어, 그리고 디지털 시대와 걸맞은 최신 요소들이 있었거든요.
AM: 쇼는 두 가지의 중요한 관습 사이에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핸드크래프트 같은 고대 기술과 지혜, 그리고 우리를 자극하고 무언가와 소통하게끔 하는 열렬한 현재 사이에서 만들어지죠. 저는 항상 그런 상징주의와 의식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어요. 또 그 의식 중심에 존재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번엔 카메라들을 쇼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끔 함으로써 사람들에게 기회를 줬어요. 일종의 현미경 아래서 이루어진 의식이죠. 그 행위는 어디서든, 또 누구든 옷의 디테일을 볼 수 있게끔 했어요. 그러니까 이번 쇼는 그것들을 잇는 다리이자 찬사, 또 과학적인 연구이자 거대한 의식에 대한 기도예요.
 
 
HB: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데 있어 쇼는 당신에게 얼마나 중요한 수단인가요?
AM: 그동안 발전하고 강화되어온 방식을 살펴보면, 우리에게 익숙한 쇼는 소통에 있어 매우 강력한 수단이었어요. 그것에 대해선 의심할 여지가 없죠. 저는 쇼의 잠재력이 가진 최대치에 보답하려고 해요. 매번 선보일 때마다 사랑을 가득 담아 고민하고, 말하고자 하는 것에 더 나은 대답을 하려고 노력해요.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이런 욕구를 전달하고자 하는 원초적이고 절박한 마음을 다른 공간과 방법에서도 찾을 수 있어요. 수단 자체를 새롭게 재탄생시킬 수도 있겠죠.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은 상상의 짐(Gym) 같은 거예요.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갈 공간이랄까. 전 제 자신이 타인에게 말하고 싶은 욕구를 만족시킬 방법을 계속해서 찾고, 또 무언가를 말할 거라는 걸 알아요. 이런 욕구는 우리가 갖고 있는 마법이기도 해요.
 
 
HB: 패션에 있어 꿈꾼다는 발상은 얼마나 중요한 거라고 생각하나요?
AM: 인류는 꿈을 꿀 필요가 있어요. 우리는 꿈의 사냥꾼이니까요. 우리는 시나 영화, 만남, 이야기 등 스스로를 표현해줄 모든 수단을 통해 꿈을 찾고 있어요. 패션도 그러한 수단 중의 하나인 거죠. 이 꿈은 가지각색의 삶을 만들어내고 죽음이란 걸 없애기 위해서도 필요해요. 우리를 어딘가로 데려가는 그 무엇이잖아요. 다른 꿈의 조각들에게 말을 거는, 준비된 꿈이라고 해야 할까요? 무언가를 입을 때 우리는 꿈을 꾸기 시작하고, 그로써 컬러나 모양, 감정적인 이동 등 다른 형태의 꿈과 연결되니까요. 패션이야말로 우리 삶의 중요한 꿈이라 믿어요.  
 
로마에 있는 자신의 집 거실에서, 구찌의 알레산드로 미켈레. 그의 파트너 지오반니 아틸리(Giovanni Attili)가 촬영했다.  
 

Keyword

Credit

    글/ Alexandra Fury
    에디터/ 윤혜영
    번역/ 이민경
    웹디자이너/ 김유진
팝업 닫기

로그인

가입한 '개인 이메일 아이디' 혹은 가입 시 사용한
'카카오톡,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이 가능합니다

'개인 이메일'로 로그인하기

OR

SNS 계정으로 허스트중앙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회원이 아니신가요? SIGN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