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가 바꾼 라이프스타일. 이제 사람들은 집 밖에서 불특정 다수와 섞이는 대신 가까운 지인만 집으로 초대해 소소한 사교 모임을 연다. 미래에는 흔들림 없는 침대나 양문형 냉장고, 푹신한 소파보다 다이닝 테이블이 더 중요한 가구로 떠오를 것이다.
〈바자〉의 피처 디렉터 박의령 역시 새 집에 가구를 들이며 다이닝 테이블에 가장 신경 썼다. “인테리어에 눈이 밝은 편은 아닌데 어찌 됐든 남들과 달라야 한다는 강박이 지배적이었던 것 같아요. 당근마켓도 뒤져보고 아주 비싸고 좋은 가구를 사려는 결심도 해보았지만 결론적으로는 크게 마음에 드는 걸 찾지 못했죠. 그러던 어느 날 침대 머리맡에 있는 미니어처가 떠올랐어요. 몇 년 전 플리마켓에서 친구에게 2천원을 주고 구입한 핑크색 다이닝 테이블이었죠.” 그녀는 그길로 평소에 친분이 있던 길종상가의 가구 디자이너 박가공에게 손가락만 한 미니어처 테이블을 실사 사이즈로 복각해달라고 의뢰했다. 비용은 친구들이 부담했다. 실제로 이 테이블에 가장 자주 모이는 멤버들의 집들이 선물이다. 테이블에 대한 지분을 나눠 가진 셈이다.
“저희 집은 원래 지인들 사이에서 공식 술집으로 통했어요. 항상 사람들이 놀러 왔고 북적였죠. 코로나 시국을 거치면서 아무래도 위생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더라고요. 개인 위생을 철저히 지키는 편인데 정말 가까운 사람이 아니고서는 초대한 사람에게 그런 강요를 하기가 어렵다는 걸 느꼈고요. 그러다 보니 최근엔 밖으로 돌지 않고 적절한 거리를 지키는, 한마디로 사회적 거리가 비슷한 친구들과 주로 만난 것 같아요.”
익숙한 사람들과 익숙한 술을 마시다 보면 지루해지는 시점이 온다. 결말은 대체로 두 가지다. 서서히 와해되거나 새로운 자극을 찾아내거나. “그래서 어린 애들처럼 자꾸 새로운 일을 벌이죠. 북클럽을 열거나, 다 같이 마작을 배우죠. 멤버 중 한 명인 웹툰 작가 미깡이 신작을 내면 우리끼리 작은 출판기념회를 여는 거예요. 직접 케이터링을 준비하고 가판대를 만들고 사인회를 열어서 분위기를 내는 거죠.” 안전한 공간에서 안전한 사람들과 숨통이 트일 만한 작은 이벤트를 벌이는 건 이 시기라서 더욱 의미 있는 일이다. 일도, 관계도, 사건도, 모두 여기서 벌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