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스마라와 휘트니 미술관이 협업하면?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창조를 재창조하고 끊임없이 메시지를 재생산하는 일은 모든 창작자들이 추구하는 목표이다. 막스마라와 휘트니 미술관, 건축가 렌초 피아노는 ‘휘트니 백’으로 그 목표를 이뤄가고 있다.


 Florine Stettheimer(1871-1944), 〈Sun〉, 1931.

Florine Stettheimer(1871-1944), 〈Sun〉, 1931.

1930년, 조각가이자 예술 후원가인 거트루드 밴더빌트 휘트니(Gertrude Vanderbilt Whitney)는 자신의 이름을 딴 휘트니 미술관(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을 개관했다. 85년이 흐른 2015년, 하이라인 파크를 마주보고 있는 갠즈보트가 99번지에 미래적인 건물이 섰고, 휘트니 미술관 신관은 뉴욕 다운타운의 문화 중심지로 떠올랐다.
이 상징적인 건물의 탄생에는 패션 하우스인 막스마라의 후원이 뒷받침되었다. 이탈리아의 건축 거장인 렌초 피아노가 설립한 렌초 피아노 빌딩 워크숍(RPBW, Renzo Piano Building Workshop)과의 협업으로 건물과 함께 ‘휘트니 백(Whitney Bag)’도 세상에 나왔다. 휘트니 미술관 외관의 강철 타이 빔을 상기시키는 견고한 모양의 가방은 예술품에 가까운 어딘가쯤에 독특한 위치를 지키고 있다.
그리고 지금, 신관 오픈 5주년을 기념하며 휘트니 미술관에서 중요한 존재감을 지닌 화가 플로린 스테트하이머(Florine Stettheimer)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휘트니 백 5주년 기념 스페셜 에디션’을 선보인다. 막스마라와 휘트니 미술관, 렌초 피아노 빌딩 워크숍이 새로운 영역을 보여줄 기념작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MAXMARA

막스마라는 다양한 방법으로 예술과의 협업을 펼친다. 휘트니 백은 손에 잡히는 직접적인 결과물이다. 이 프로젝트가 막스마라 안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 같다.
막스마라와 휘트니 미술관 사이에는 큰 연관성이 존재하는데, 이는 각 설립자의 예술에 접근하는 방식의 유사성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한다. 거트루드 밴더빌트 휘트니는 현대미술 커뮤니티를 지지하기 위해 휘트니 미술관을 설립하였고, 막스마라의 창립자인 아킬레 마라모티 역시 이와 비슷한 목적을 가지고 콜레치오네 마라모티를 조성하였으며 항상 신진 아티스트의 직접적인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휘트니 미술관 신관 오프닝 이벤트는 이 둘 사이의 연결성을 기념하기 위한 최상의 기회로 보였기에 막스마라는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막스마라의 디자인 철학이 종종 건축학적 요소에 견주어 묘사되는 사실에 영감을 얻어 휘트니 미술관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탁월한 퀄리티와 특징을 지닌 렌초 피아노의 건물을 기념하는 제품을 제작하고자 하였다. 건물 형태의 재현을 위해서는 가방처럼 스스로 서 있을 수 있는 피스가 제격이라고 생각했고, 그 결과 휘트니 백이 탄생하게 되었다.
패션 하우스 막스마라와 미술관인 휘트니의 유사성을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 막스마라가 가진 철학이 어떤 식으로 후원되는지도.
휘트니 미술관은 신진 아티스트의 작품에 주력하기 때문에 어느 시대에서든 그 시대의 전위적인 예술 장면의 청사진을 컬렉션에 담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막스마라 아트 프라이즈 포 우먼’도 아직 개인전 경험이 없는 신진 여성 아티스트에게 집중하고 있으며 ‘막스마라 우먼 인 필름 페이스 오브 더 퓨처 어워드’ 역시 신예 여배우에게 초점을 맞춘다. 이 모든 활동은 발전 초기 단계에 있는 인재를 지원하기 위함이며 이는 막스마라의 디자인 철학과 맥을 같이한다. 어떤 분야에서든 자신의 이름을 떨치고 성공하고자 마음먹은 여성들에게 신선하면서 동시에 클래식한 것을 제공한다는 개념을 전제로 삼고 있다.
5주년 기념 스페셜 에디션은 어떤 기획 과정을 통해 완성되었나? 완성에 앞서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점은 무엇인가?
휘트니 백은 휘트니 미술관 건축에 사용된 렌초 피아노 건축 워크숍 디자인의 형태와 세부사항을 재현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가방의 두드러지는 특징인 늑골 형태의 디자인은 전체적인 형태를 감싸안는 곡선의 셸을 연상시킨다. 이번 5주년 기념 에디션을 위하여 미술관 소장품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을 재해석하는 흥미로운 시도를 했다. 개인적으로 예술가이자 한 여성으로서의 플로린 스테트하이머를 항상 존경해왔다. 그녀는 단호하고 용기가 넘치며 관습에 저항하는 데 두려움이 없었다. 여성 예술가가 등한시되던 시절 그녀는 미국에서 그리고 더 나아가 전 세계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만약 그녀가 현시대를 살고 있었다면 막스마라의 여성상에 완벽히 부합했을 것이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휘트니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그녀의 작품을 하나하나 검토하였고, 그중 하나인 〈Sun〉을 발견한 순간 작품에서 뿜어져 나오는 생동감과 에너지 그리고 주체할 수 없는 낙관적인 인상에 전율을 느꼈다. 작품 속 5가지의 꽃의 음영을 그대로 가져와 가방 안감에 플라워 프린팅 작업을 하였고 이를 통해 스테트하이머의 작품을 담고자 하였다. 이 결과물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렌초 피아노 건축 워크숍이 추구하는 합리적인 구조와 스테트하이머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풍부하면서 거의 폭발적인 개인화의 대비를 보여주는 것이다.
매번 빠르게 변화하는 패션 시장에서 휘트니 백은 어떻게 본연의 자리를 지키나? 또한 어떻게 발맞추어 나아가나?
막스마라의 코트나 렌초 피아노 건축 워크숍의 마스터 피스인 휘트니 미술관과 마찬가지로 휘트니 백은 훌륭한 디자인의 전형이며 변치 않는 클래식한 디자인의 아이콘이다. 휘트니 미술관 건물이나 막스마라 코트와 같은 디자인은 시간을 초월한다. 패션 업계가 빠르게 변화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지만 그 안에서 막스마라는 변치 않는 가치와 원칙을 추구한다.
휘트니 백이 구매자들에게 작은 예술 소장품을 갖는 경험을 준다고 생각하는지?
휘트니 백은 세계 최고의 건축가, 현존했던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예술가,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의류 브랜드의 합작으로 탄생한 보물과도 같다. 이 특별한 조합만으로도 휘트니 백의 소장 가치는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이안 그리피스(막스마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왼쪽부터) 휘트니 뮤지엄 외관. 다섯 가지 컬러의 ‘휘트니 백 5주년 기념 스페셜 에디션’.

(왼쪽부터) 휘트니 뮤지엄 외관. 다섯 가지 컬러의 ‘휘트니 백 5주년 기념 스페셜 에디션’.

RENZO PIANO BUILDING WORKSHOP

먼저 렌초 피아노가 휘트니 미술관을 지을 때의 정수를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다.
건축가에게 있어 오랜 시간 동안 공을 들여 작업하고 머릿속으로 그려왔던 건물을 완성해서 그 안에 사람들로 가득 찬 모습을 보는 것이 프로젝트 진행 과정 중 가장 흥분되는 순간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건물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표정과 반응을 보는 일은 매우 흥미롭다. 특히 휘트니 미술관은 방문객뿐만 아니라 미술관에서 근무하는 사람들 그리고 주변 커뮤니티까지 관찰할 기회가 주어져 더욱 특별했다. 휘트니 미술관은 준공 직후 바로 인근 지역에 통합되며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휘트니 미술관의 유전자를 어떻게 휘트니 백 디자인에 접목시켰나?
시작부터 우리는 건물의 외관 디테일을 강조한 디자인의 가방을 만들고 싶다는 명확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다. 막스마라와의 환상적인 협업을 통해 이 브랜드가 지닌 이탤리언 DNA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우아하고 시대를 초월한, 피스를 완성하고자 했다.
5년 전 처음 휘트니 백을 제작했을 때 “이것은 우리의 최초의 경험이고, 앞으로도 하나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휘트니 백을 탄생시킨 경험은 지금까지도 렌초 피아노 빌딩 워크숍에게 특별함으로 남아 있을 것 같다.
휘트니 백의 실현은 다양한 단계의 많은 경험을 통해 이뤄졌다. 처음 미술관이 우리에게 이 아이디어를 제안했을 때 우리는 이탈리아 장인정신에 대한 조예가 깊고 정확한 지식을 가진 막스마라가 이 프로젝트를 함께 할 수 있는 최고의 파트너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그 확신은 시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다.
휘트니 백은 마치 건축과도 같은 견고함이 돋보인다. 제작 공정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
이 프로젝트의 원동력은 완벽한 협업에서 비롯됐다. 첫날부터 우리는 한 팀이 되어 일하였고 환상적인 호흡을 선보였다. 특히 우리가 제안한 아이디어를 즉각 반영하여 결과물을 신속하게 확인할 수는 상황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막스마라의 소재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작은 디테일 하나도 놓치지 않는 능력은 매번 우리가 제안한 아이디어를 실현시키기에 충분했다.
여러 가지를 기념하는 휘트니 백이 나오고 있다. 이번 5주년 기념 스페셜 에디션에서 가장 기대하는 점이 있다면?
개인적으로는 건물의 색감을 그대로 반영한 가장 초반에 선보였던 휘트닉 백을 좋아하지만 예술품 그 자체가 가방에 담겨 있는 새로운 버전의 디자인도 저마다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엘리자베스 트레차니(렌초 피아노 빌딩 워크숍 파트너)



렌초 피아노 빌딩 워크숍의 휘트니 백 제작 공정.

렌초 피아노 빌딩 워크숍의 휘트니 백 제작 공정.

WHITNEY MUSEUM

미술관의 이름을 가진 백 라인이 있다는 건 드문 일이다. 거리에서 휘트니 백을 마주칠 때 재미있는 생각이 들 것 같기도 하다.
휘트니 미술관과 막스마라 휘트니 백의 핵심에는 플로린 스테트하이머와 같은 중요한 미국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기반으로 한 실험정신을 담고 있다. 막스마라는 10년에 달하는 시간 동안 휘트니 미술관의 훌륭한 파트너로서 다양한 이벤트와 전시를 후원해왔으며 2015년에는 미술관 신관 오프닝을 기념하며 이 가방을 선보였다. 휘트니 백에는 우리의 역사가 담겨 있다. 그런 피스를 사람들이 애용하는 것이다.
작가 플로린 스테트하이머는 어떤 기질의 예술가인가? 이번 프로젝트의 작가로 선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스테트하이머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미국 현대주의에 대한 그의 고유한 비전을 들여다볼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미국 현대주의는 그의 작품 세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당시 벌어지던 추상적 개념과 초현실주의에 관한 논의 또한 담고 있다. 스테트하이머는 화가이며 시인이자 무대 의상과 세트 디자이너로서도 적극적인 활동을 이어나갔다. 그녀가 남긴 가장 오래된 유산 중 하나가 바로 협업 정신인데 당시에 그녀는 이미 자신의 삶과 커리어를 비주얼 아트, 공연, 문학과 연결 지은, 오늘날 보여지는 현대적인 방식의 협업을 이뤄냈다.
가장 화려한 컬러 플레이를 보여준다. 〈Sun〉의 작품 세계가 이번 5주년 기념 스페셜 에디션에 어떻게 적용되었는지 궁금하다.
〈Sun〉은 작품에 담긴 색채 팔레트뿐만 아니라 주로 전통적인 정물화에서 보이는 현실적인 표현으로 이목을 끄는 작품이며 그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문학적 요소까지 담고 있다. 그의 작품에서 주목할 만한 또 다른 특징은 자신의 작품에 직접 만든 화려한 프레임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는 작품 활동에 필수적인 요소로 그의 연극 무대에서의 경력을 설명해준다 이를 통해 그가 그림을 하나의 무대 세트로 여겼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나는 이 그림의 열렬한 팬이다. 1931년에 만들어진 작품이라고는 여겨지지 않을 정도로 신선하고 진취적인 색채 팔레트에 매번 감동한다.
이런 협업들이 예술계에 어떤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는가?
전반적으로 현대미술과 패션계의 협업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우리에게도 막스마라와의 작업은 이후 유사한 개념의 활동을 늘려가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2018년 패션 디자이너 에크하우스 라타(Eckhaus Latta)의 전시처럼 예술가와 디자이너 사이의 긴밀한 만남을 좀 더 명확하게 다뤄나가고 있다.
제인 파네타(휘트니 미술관 컬렉션 디렉터 겸 큐레이터)


박의령은 〈바자〉의 피처 디렉터이다. 패션과 예술의 열렬한 팬이며, 이 둘의 만남에 두 손으로 야광봉을 흔드는 편.




창조를 재창조하고 끊임없이 메시지를 재생산하는 일은 모든 창작자들이 추구하는 목표이다. 막스마라와 휘트니 미술관, 건축가 렌초 피아노는 ‘휘트니 백’으로 그 목표를 이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