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Culture

루이 비통 트래블 북에 담긴 일러스트 작가의 여행 일지

봄이 생동한다.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는 일러스트 작가 3인이 바르셀로나, 상트페테르부르크, 모로코의 건축과 빛, 도시의 삶을 <루이 비통 트래블 북> 컬렉션에 담았다. 영화의 장면처럼 펼쳐지는 세 개의 ‘여행 일지’는 화사한 봄의 색채와 닮았다.

BYBAZAAR2020.05.10

ART TRAVELOG 

Carrer d’Avinyo, The Ladies of Avignon by Pablo Picasso.

Carrer d’Avinyo, The Ladies of Avignon by Pablo Picasso.

BARCELONA

프랑스 리옹에 사는 마크 데그랑샹이 바르셀로나를 시선에 담아내고자 했을 때 가장 처음 한 일은 체계적으로 문화를 기술하고 포착하는 작업이었다. 그는 카메라를 들고 도시 곳곳을 걸어 다니며 바르셀로나가 지닌 복합적인 문화적 정체성을 보다 깊이 파악하고자 탐구에 나섰다. 자신이 바라보는 대상을 해석하려는 시도에 앞서 무엇보다 그 대상에 몰입하는 데 주안점을 둔 것이다.
“바르셀로나는 방문객에게 수많은 시각, 청각 및 감각적 자극 요소를 퍼붓는 매우 강렬한 곳이에요. 회화적인 접근을 통해 눈에 보이진 않지만 그래픽으로 표현할 수 있는 많은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다면적이고 활동적이며 국제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대도시 바르셀로나에서 그가 마주한 거리나 광장은 다수의 이미지와 연상되는 것을 떠올리게 했다. 예컨대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오래된 거리인 아비뇨 거리(Carrer d’Aviny´o)를 보자마자 그는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의 새로운 버전을 떠올렸다. 이 작품은 당시 피카소가 아비뇨 거리에 있던 사창가의 매춘부들을 보고 영감을 받아 그렸다고 알려져 있다. 조지 오웰 광장(Placa George Orwell)을 묘사할 때는 조지 오웰의 초상을 집어넣기도 했다. 조지 오웰은 1936년 말에 바르셀로나에 도착하여 내전으로 비탄에 빠져 극심한 고통을 겪는 한 국가의 분위기를 그의 책 〈카탈로니아 찬가(Homage to Catalonia)〉에서 묘사했다. 데그랑샹은 현장에서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생각의 연상을 멈추지 않았다.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장소를 여러 기법을 활용해 색다르게 시각화한 데그랑샹의 바르셀로나는 새롭게 아름답다.
 
Platja del Bogatell, Vila Olimpica del Poblenou.Rooftop terrace, Fundacio Joan Miro, Montjuic.Catedral de la Santa Creu, view from Carrer del Paradis.Placa Reial.
MARC DESGRANDCHAMPS
1970년대 말 파리 에콜 데 보자르(École des Beaux-Arts)에서 공부를 마치고 회화와 소묘 작품에 집중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니콜라 푸생(Nicolas Poussin), 카지미르 말레비치(Kazimir Malevich) 같은 대가가 이룬 위대한 회화적 전통의 고전성을 유지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동시대성을 작품에 구현할 수 있을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며 여러 요소를 뒤죽박죽 섞어 작업하는 것을 즐긴다. 





Businessmen, Bolshaya Morskaya Street.

Businessmen, Bolshaya Morskaya Street.

SAINT PETERSBURG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대해 미리 알아보지 않고 여행을 떠났어요. 선입견 없이 그저 그곳에서 독특한 경험을 하고 싶었거든요. 저는 평소 여행할 때 마음을 완전히 열고 다니는 것을 좋아해요. 주변에 펼쳐진 모든 것에 주의를 기울이고, 내면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바라보려고 해요. 내 안에서 떠오르는 모든 것에 귀를 기울여보기도 하고요. 풍경이나 도시 경관, 다양한 장면을 포착하는 일은 예술적인 측면에서도 상당히 흥미로운 도전이라고 생각해요.”
켈리 비맨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한 후 3주 동안 극장에서부터 무용학교, 원색의 궁전, 황금색 양파형 돔 모양 교회에 이르기까지 곳곳을 쉼 없이 돌아다녔다. 특히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폰탄카(Fontanka)의 산책로와 안개 낀 운하를 즐겨 찾곤 했다. 네바(Neva) 강 위에 난 도개교를 건너 겨울궁전(Winter Palace)과 피터 폴 요새(Peter and Paul Fortress)를 지나쳐 거대한 출입문을 밀어젖히며 고요함이 내려앉은 숨은 안뜰을 구석구석 탐방했다. 여행을 마치고 자신의 브루클린 스튜디오로 돌아와 기억 속 노트를 들췄다. 호쿠사이의 판화와 펜과 잉크를 사용해 그린 앤디 워홀의 초창기 일러스트 작품에서 영감을 끌어내 책에 담았다.
비맨이 그린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젊고 생기 넘치면서도 우아하다. 도시의 파스텔 톤과 선명한 붉은색으로 칠한 외벽의 강렬함이 어우러진다. 이러한 색조의 대비와 서로 상충하는 건축 양식과 이데올로기 사이의 충돌은 긴장감을 자아낸다.
“한편에는 화려하고 웅장한 겨울궁전이, 반대편에는 소련시대의 거대한 조립식 아파트 단지가 서 있어요. 이데올로기적으로 완전히 반대인 두 장소가 사실은 무척 닮았다는 점이 흥미로웠고 말 그대로 압도적인 느낌을 주었어요.” 비맨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사는 사람들이 겪은 극단적인 사회적, 정치적 변화를 반영하고 과거와 현재의 분명한 긴장감을 담아내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찬양한다.
 
Mother and daughter, Saint George?s (Yuriev) Monastery.Wonderful Beach.
KELLY BEEMAN
오클라호마 시티에서 태어나 일상 속 미술과 음악을 향유하는 가정에서 세 명의 자매와 함께 성장했다. 어린 시절 추억은 물론, ‘전통적인 조각과 일본 목판화, 신즉물주의(New Objectivity)부터 비엔나 공방(Wiener Werkstatte)’에 이르는 미학적 편애 대상에서 두루 영감을 얻어 깔끔한 검은색 라인, 다채로운 색감, 평평한 원근법, 극도로 간소화되어 보이지만 곳곳에 숨겨져 있는 정교한 디테일을 작품에 풀어낸다. 
 

 
AGAFAY Donkey and travelers at night in the desert.

AGAFAY Donkey and travelers at night in the desert.

MOROCCO

미국에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하는 마르셀 드자마는 일곱 차례의 여행을 통해 모로코를 마주하였다. 이 여정에서 포착한 일상은 정갈한 연필 선으로, 색상과 풍경이 가진 힘에 대한 경외심은 수채화로 표현했다. 그는 손에 스케치북을 들고 목에 카메라를 둘러맨 전형적인 이방인, 외국인 여행객의 보잘것없는 역할을 자청하고 나섰다. 현지 시장의 매력에 푹 빠져드는가 하면 뱀 부리는 사람의 익살스러운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보고 속아넘어가기까지 한다. 유서 깊은 항구 도시 탕헤르(Tangiers)부터 에사우이라(Essaouira) 지역을 거쳐 리프 산맥(Rif Mountains)에 둘러싸인 셰프샤우엔(Chefchaouen), 무질서한 에너지가 느껴지는 페스(Fez)와 베르베르족(Berber) 문화가 깃든 베니 멜랄(Beni Mellal), 현지 장인을 마주한 마라케시(Marrakech)와 장엄한 아가페이 사막(Agafay Desert)까지 고루 아우른 그는 활자를 통해 이 모든 곳을 그저 피상적으로 발견하는 것보다는 직접 찾아다니며 자신의 감정이 내는 목소리에 충실하고자 했다.
(왼쪽부터) 마크 데그랑샹이 그린 〈트래블 북 바르셀로나〉 편은 프랑스어, 영어, 스페인어로, 마르셀 드자마가 그린 〈트래블 북 모로코〉 편은 프랑스어, 영어, 아랍어로, 켈리 비맨이 그린 〈트래블 북 상트페테르부르크〉 편은 프랑스어, 영어, 러시아어로 제작되었다. 봄을 맞아 새롭게 출간된 세 권의 컬렉션은 루이 비통 매장과 루이 비통 공식 홈페이지 louisvuitton.com에서 구매할 수 있다.

(왼쪽부터) 마크 데그랑샹이 그린 〈트래블 북 바르셀로나〉 편은 프랑스어, 영어, 스페인어로, 마르셀 드자마가 그린 〈트래블 북 모로코〉 편은 프랑스어, 영어, 아랍어로, 켈리 비맨이 그린 〈트래블 북 상트페테르부르크〉 편은 프랑스어, 영어, 러시아어로 제작되었다. 봄을 맞아 새롭게 출간된 세 권의 컬렉션은 루이 비통 매장과 루이 비통 공식 홈페이지 louisvuitton.com에서 구매할 수 있다.

“현장에서 수많은 스케치를 했고, 이는 모두 즉흥적으로 이뤄졌습니다. 미국으로 돌아와 그 스케치를 작품에 활용했고요. 모로코의 긴 역사에 스스로 부담을 느끼고 싶지 않았어요. 제 작품의 모티프나 의상에 대해, 매력적인 원단이나 러그에 사용된 장식을 돌아와서도 제대로 기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는 모로코, 특히 탕헤르가 윌리엄 버로스의 고향이자, 잭 케루악(Jack Kerouac), 앨런 긴즈버그를 비롯한 시인과 작가들이 자주 거쳐갔던 1950년대 비트 세대의 구심점일 뿐만 아니라, 이후 발생한 혁명적 운동의 발원지였음을 완벽하게 숙지하고 있었다. 평범한 거리 풍경과 표정을 매우 자세하게 묘사하기도 하지만 미술과 공예에 대한 깊은 조예 또한 녹아 있다.
 
FEZ Market in Fez. ESSAOUIRA Putting up a sail.
MARCEL DZAMA
미술사를 전공한 후 광활한 평원에 둘러싸인 겨울의 고장 위니펙에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뉴욕시로 이주한 2000년대 초부터 사람들과 나눈 심미적 대화와 주고받은 다양한 영향을 뿌리 삼아 작업을 펼친다. 창작 과정은 주로 드로잉 작품들로 귀결되지만, 드로잉 작업을 거듭하는 동시에 스스로 다른 아티스트를 연구하며 교훈을 얻어 콜라주, 회화, 설치미술, 영상미술까지 다룬다. 
 
박의령은 〈바자〉의 피처 디렉터이다. 그린 것보다는 찍은 것, 보는 것보다 사는 것을 선호한다. 언젠가 좋은 작가들의 작품을 소유해 응원할 수 있길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