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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성의 홍현희, 그녀의 솔직한 인터뷰

난 멋져, 난 아름다워, 난 매력적이야. 홍현희는 데뷔 이후 줄곧 이렇게 외쳐왔다. 사람들은 이제야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BYBAZAAR2020.04.25

마성의 현희

오늘 화보는 웃음기를 싹 빼는 게 목표였어요. 
와우! 어땠나요, 저. 평소에 내가 제일 어려워하는 어떤 절제와 내 안에 있던 잠재되어 있던 관능을 펼쳐보아야겠다… 아침부터 마음을 굳게 먹고 왔죠. 아하하. 제 스스로 아직 다이어트가 완성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그런데 오늘 어벤저스 팀을 만나서 제 걱정은 아주 사사로운 것이 되었어요.
‘배우의 눈’을 갖고 있더라고요. 
사실 중학교 시절에 마스크를 썼다가 헌팅을 한 번 당했어요. 겨울이었거든요. 깜짝 놀랐어요. 그 친구의 환상을 깨고 싶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끝까지 마스크를 벗지 않았죠. 저도 제 신체 중에서 눈이 가장 자신 있어요. 제가 사람의 눈을 이렇게 지그시 3초 이상 보거든요. 그런데 학창 시절엔 언니들이 뭘 ‘야리냐고’.
 
그나저나 다이어트는 꼭 해야 해요? 
다이어트는 나중에 더 찌울 걸 생각하고 빼는 거예요. 이 부분 꼭 명시해주세요. 요요가 올 것을 대비해서 빼놓는다는 거. 전 제 통통한 모습에 자신 있어요.
〈언니네 쌀롱〉 이전부터 원래 패션, 뷰티에 상당히 관심이 많았다죠? 
어렸을 때부터 친구들 머리 말고 옷 코디해주는 걸 좋아하는 아이였죠. 모델 사진들 스크랩하고요. 그런데 어느 순간 살이 찌고 개그맨이라는 제 직업에 묻히다 보니 주변에서 “야, 그렇게 관심 많다는 애가 무슨 트레이닝복만 입고 다니니?” 이런 말도 들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 저에겐 요즘이 너무 행복한 시간이죠.
2016년 〈예능인력소〉에서 ‘홍현희의 겟잇뷰티’를 희망한다며 극악의 컨투어링을 선보였죠. 몇 년 뒤 정말로 패션, 뷰티 프로그램을 하게 되었고, 홍현희표 컨투어링도 다시 화제가 됐잖아요. 신기하지 않나요? 
정말 말하는 대로 이루어졌더라고요. 식상한 얘기지만 내가 내 꿈을 긍정적으로 연출해야 하는 것 같아요. 내뱉는 말에는 힘이 있다고들 하잖아요.
방송에서나 평소 스타일링을 보면 본인에게 어떤 게 어울리는지 굉장히 잘 안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연애할 때도 제이쓴 씨가 그런 얘길 했어요. “누나는 다 커버하시네요”. 그게 옷을 소화한다는 뜻인지 살을 커버한다는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랬죠. 저는 어렸을 때부터 책상 위 거울을 뚫어지게 보는 게 취미였어요. 그만큼 저 자신에 대해 관심이 많았단 거죠.
세상의 모든 포켓걸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요? 
노출을 즐기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SNS로 문의가 자주 와요. “언니, 그런 재킷은 어떻게 입어야 해요?” 저는 제가 작다고 옷을 작은 사이즈로 고르지 않고 오버사이즈를 자주 입고요. 거기에 목걸이 하나만 해도 멋스럽게 연출이 되잖아요. 옷가게에 가도 남성복 코너에 먼저 들러요. 남자 니트를 입고 중간에 벨트만 해도 원피스가 돼요, 우리한테는. 원피스와 니트 두 가지 옵션이 주어진다. 이게 포인트인 것 같아요. 포켓걸들이여, 남자 옷을 잘라라! 원단이 남는 걸 고마워하라!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자신감인 것 같아요. 아무리 예쁜 옷을 입어도 자기 스스로 자신이 없으면 보는 사람도 불편하거든요. 그래서 저도 아까 준비해주신 보디수트를 과감하게 포기했잖아요?
 
드레스는 Eenk. 초커는 Tohum. 스트랩 힐은 Giuseppe Zanotti.

드레스는 Eenk. 초커는 Tohum. 스트랩 힐은 Giuseppe Zanotti.

요즘의 인기는 실감하나요? 
주로 집에서 실감해요. 분리수거하러 가면 아이들이 그렇게 뒤에서 쫓아와요. 오늘도 아침에 음식물 쓰레기를 세 번 갖다 버렸는데 초등학생 네 명이 따라오더라고요. 사실 그런 모습 별로 보여주고 싶지 않잖아요. 김치를 쏟고 있는 모습요. “좀 가라 얘들아. 제발 가.” 이랬더니 그 말조차 재미있어 하더라고요. 가끔 사인해달라고 사진 찍어 달라고 집에도 찾아오는데 그게 귀찮고 싫은 게 아니라 즐거워요. 사실 사인을 해주면서도 불안해서 “너네 이 사인 버리는 거 아니야?” 물어봐요. “누나 저를 믿으세요.” “언니 영원히 함께해요.” 이런 얘기 들으면 힘이 나죠.
일이 없었던 시간을 생각하면 지금 같은 관심이 더 소중하겠어요. 
〈개그투나잇〉에서 ‘더 레드’라는 코너를 했을 때 꽤 주목을 받았어요. 그때 이효리 언니와도 같이 무대에 서고. 나중엔 내가 마치 이효리인 양 기분에 젖어서 공개 코미디도 열심히 안 하고 그랬던 것 같아요. 그것도 잠시이고 나중엔 모든 일이 끊길 정도로 심각했죠. 요즘 제이쓴 씨한테도 이런 얘길 해요. “살아보니 이렇게 큰 사랑을 받는 건 정말 흔치 않은 기회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말자 이런 의미가 아니라 이 기회가 있을 때 다 표현하고 감사하자”고요. 제이쓴 씨가 저보고 이럴 땐 진짜 누나 같대요.
 
드레스는 Molly Goddard.

드레스는 Molly Goddard.

지금 홍현희 캐릭터의 코어는 ‘더 레드’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때 이미 시뻘건 립스틱을 바르고 “난 너무 섹시해” “난 너무 당당해”를 외쳤으니까요. 안 그래도 요즘 SBS에서 그 당시 영상을 재편집해서 유튜브에 올려주고 있거든요. 그땐 과하다, 세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오히려 요즘 반응이 더 좋아요. 최근에 달린 댓글들도 봤는데 “홍현희는 저때부터 풍자 코미디를 했구나.” “홍현희의 매력은 저때부터였구나.”라고 하셔서 기분이 좋았어요.
제약회사에 다니다가 공채 개그맨에 도전했죠. 제때제때 월급이 나오는 회사원에서 프리랜서와 다름없는 개그맨으로 전향하고 나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저는 연극영화과 출신도 아니었고 주변에 개그하는 친구가 한 명도 없었어요. 그냥 어릴 때부터 저 혼자 간직하던 꿈이었는데 뒤늦게 도전한 거죠. 뽑히고 나서 1~2년은 너무 힘들었어요. 원래 받던 월급이 있잖아요. 스물여섯 살 한창 꾸미는 거 좋아하고 남들 하는 건 다 하고 싶은 나이인데 여행을 가고, 적금을 들고 이런 계획들이 마치 내가 이 꿈을 선택한 대가처럼 무너지니까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그만둔다고 했죠. 당시 양세찬, 이용진, 이진호, 컬투 선배님들이 넌 무조건 개그해야 된다고 말렸어요. 그런데 당장 밥 사 먹을 돈이 없는데, 의식주를 해결해야 하는데 어쩌겠어요. 거절하고 다시 다니던 회사에 계약직으로 돌아갔죠.
 
재킷은 Low Classic. 브라 톱, 팬츠는 모두 Zara. 목걸이는 H&M.

재킷은 Low Classic. 브라 톱, 팬츠는 모두 Zara. 목걸이는 H&M.

그때 겪은 계약직의 설움을 나중에 ‘더 레드’에서 풍자한 거고요? 
제가 겪은 실화예요. 정규직에서 계약직으로 처우가 바뀌고 나서 겪은 일들을 나중에 개그로 녹인 게 그 코너예요. 어제는 동등한 동료였는데 오늘은 차별을 당하는구나. 나도 인간인지라 출근하는 지하철에서 눈물이 났죠. 한번은 같이 일하던 동료들이 포상휴가로 괌에 갔어요. 저만 못 갔어요. 계약직이라서요. 텅 빈 사무실에 홀로 앉아 있는데 너무 서러운 거예요. 그때 다짐했죠. ‘그래, 너희가 회사에서 승진할 때 나는 개그맨으로 성공하겠다.’ 그때 잠깐 회사로 돌아간 게 저한텐 중요한 자극이 됐죠. 쭉 개그만 했다면 이런 간절함은 몰랐을 거예요.
얼마나 간절했는데요? 
나이 서른에 처음 알바를 시작하고 열심히 꿈 자금을 모았죠. 그래서 부모님도 차마 반대를 못했어요. 처음 개그맨이 됐을 땐 엄마 카드를 썼는데 다시 개그맨이 되고 나선 애가 달라진 거죠.
현실을 너무 잘 알기에 다시 업계로 돌아가는 데 큰 용기가 필요했겠어요.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하는 것과 비슷한 것 마음인 것 같아요. 인생이 두 번이면 한 번은 포기하고 돌아서겠는데 그게 아니니까요. 인생 한 번뿐이니까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 고백하는 거잖아요. 성공하든 실패하든 나 편하자고요. 마찬가지예요. 개그를 다시 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았어요. 인생 한 번뿐인데. 내가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서 개그를 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는데. 기준이 딱 서고 나선 흔들리지도 않았어요. ‘더 레드’ 의상만 해도 구하느라 3개월 동안 평화시장을 뒤졌어요. 누가 입을 거냐고 물어서 제가 입을 거라고 답하면 언니한테는 안 팔 거라고 하시고. 아하하.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때 마침 남자친구한테도 차였거든요. 만약 그 남자친구랑 안정적으로 결혼까지 갔다면 또 모르죠. 다시 개그하러 돌아가지 않았을 수도요. 근데 또 마침 차인 거야. 지금은 그 친구한테 고마워요. 어찌 보면 제 인생에서 가장 우울했던 시기지만 그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이 있는 거겠죠.
 
원 숄더 톱은 H&M, 귀고리는 Fruta.

원 숄더 톱은 H&M, 귀고리는 Fruta.

궁극적으로 왜 코미디언이 되고 싶었어요? 
일단 저는 거울만 봐도 터지니까요. 내가 나를 보고 기분이 좋아지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요? 얼굴을 떠나서 중·고등학교 때는 개그 아이디어를 짜서 1분단부터 쪽지를 돌렸죠. 재미있으면 바를 정 자로 표시해달라고요. 어렸을 때부터 남한테 웃음을 주면 내가 더 에너지를 받는다는 건 확실히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공채에 뽑히고 나서 작가님들이 저를 신이 빚은 개그맨이라고 불렀거든요. 신이 개그하라고 빚은 외모와 정신과 성격을 갖고 있대요.
예능인이자 희극배우이자 유튜버이자 쇼호스트이자 라디오 DJ이자 기획자죠. 이 중에서 본인이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역할은 무엇인가요? 
리얼리티 예능이 가장 애착이 가긴 해요. 많은 분들이 그걸로 저의 진짜 모습을 알아주셨고 사실 저도 촬영하면서 어려운 게 없어요. 연출을 거의 안 하거든요. 처음엔 “신혼집이 너무 작은 거 아니냐” “어떻게 저런 민낯으로 방송에 나오냐” 이런 반응도 많았는데 그게 제 스타일인 걸요. 인간 심리가 밥 먹으면 자고 싶고 집에 있을 때 민낯으로 있고 싶고 그렇잖아요. 요즘엔 그걸 제가 대변해주는 것 같아 좋다고들 하시더라고요. 무엇보다 리얼리티 예능에는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가 중요하잖아요. 그때 가장 저다운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것 같아요.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매력을 어필한다는 측면에선 누구보다 남편 제이쓴이 큰 역할을 했고요. 
저에게도 귀여운 부분이 있고 사랑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그건 누구와 함께 있을 때 발산되는 거잖아요. 그동안 상대가 없었죠. 결혼하고 나서 제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준 게 제이쓴 씨예요. 실제로 방송작가들도 제이쓴 씨 인스타그램에서 저를 보고 이미지가 바뀌었다고 하더라고요. 그 친구가 마케팅을 전공했어요. 아하하. 소속사 사장님은 따로 있지만 제 마음속에 회장님으로 모시고 있습니다. 개그맨들이 케미가 잘 맞는 동료들과 뭉쳐서 코너를 짜잖아요. 그러다가 그 코너가 막을 내리면 그 동료들과도 헤어져야 하고요. 그런데 저는 평생 헤어지지 않아도 되는 파트너가 있는 거잖아요. 이렇게 케미가 잘 맞는 파트너가 내 남편이라는 점에 감사해요.
 
귀고리는 Vintage Hollywood.

귀고리는 Vintage Hollywood.

자신감, 자존감, 자기애가 건강하게 흘러 넘치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 
한번은 연애 프로그램에서 섭외가 왔어요. 왜 저를 찾으시냐고 물으니까 “결과물이 있잖아요.” 하시더라고요. 그전엔 허언증인 줄 알았는데 이제는 결혼이라는 결과가 있다고요. “언니처럼 자신 있게 살고 싶어요. 언니는 어떻게 그렇게 자존감이 높아요?” 이런 쪽지도 많이 받아요.
비결이 뭔가요? 
저희 부모님은 제가 어릴 때 “키 작아서 어떡해?”보다 “가방이 큰 거다.” 하셨어요. 그렇게 자라다 보니 제가 제 스스로를 하찮다고 여긴 적 없고요. 누가 저를 깎아내리면 속으로 ‘아닌데? 할머니가 나 귀엽다고 했는데?’ 이렇게 생각하죠. 자존감 없는 친구들을 보면 늘 남한테 갇혀 있더라고요. 누구한테 잘 보이려고 하고, 누구에게 맞추려고 하고. 그러다 보면 자기 자신이 사라지잖아요. 제이쓴 씨가 늘 그래요. “현희야 미안한데 나는 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소중해.” 같이 살아보니까 맞는 말이란 걸 느껴요. 자기를 사랑하다 보니까 남한테 피해 안 주려고 하고요. 자기를 사랑하는 만큼 자기 부모님한테 잘하고 자기 부모님한테 잘하는 만큼 우리 부모님한테 잘하고요. 결국 모든 시작은 내가 나를 사랑하는 것부터라는 걸 실감해요.
 
재킷, 티어드 드레스는 모두 Romanchic. 귀고리는 Magda Butrym.

재킷, 티어드 드레스는 모두 Romanchic. 귀고리는 Magda Butrym.

몇 년 사이 개그우먼의 위상이 높아졌고 활동 영역이 넓어졌어요. 이런 흐름이 누구보다 반가울 테고요. 
‘드립걸즈’라고 개그우먼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거쳐가는 공연이 있거든요. 저도 과거에 그걸 하면서 박나래 씨, 김지민 씨, 안영미 선배 등과 친해졌어요. 나중에 그 친구들이 잘되니까 부럽기도 하고 내 처지와 비교가 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나도 될 수 있겠다는 희망도 생겼었거든요. 그걸로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어떤 케이스가 나오니까. 사실 지금의 흐름을 누가 일부러 만든 건 아니잖아요. 성별의 문제가 아니라 그 친구들이 그만큼 재미있으니까 많이 찾아주시는 거겠죠. 다들 10년 이상 된 베테랑이고요. 여물다가 이제 꽃이 필 시기가 된 거죠. 가끔 보면 꽃들도 몰아 필 때가 있잖아요.
본인만의 개그 철학은 뭔가요? 
보세요. 저는 몸까지 웃겨요. 옷을 입혀 놓으면 몸의 비율까지 웃기거든요. 그말인즉슨 숨길 수 없다는 거예요. 그게 제 개그 철학 같아요. 연기하지 않고 거짓말하지 않고 솔직하게 웃길 것.
그래서 지금의 관찰 예능 트렌드와 잘 맞는 것이기도 하고요. 
저는 있는 그대로를 보여줘야 즐거운 사람인데 운이 좋게 지금의 방송 흐름과 잘 맞아떨어진 거죠. 때마침 좋은 파트너가 옆에 있고요.
이 봄날을 즐기세요. 
제가 사람들을 만나면 늘 하던 명언이 있어요. 용기와 행복은 저축되지 않는다고요. 그러니까 여러분. 우리, 지금을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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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손안나,윤혜영
  • 사진/ 김영준
  • 헤어/ 백흥권
  • 메이크업/ 이나겸
  • 어시스턴트/ 문혜준,김경후
  • 웹디자이너/ 김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