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 산촌편>의 PD를 만나다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삼시세끼 산촌편>을 만든 양슬기 PD는 처음 연출한 프로그램을 통해 비로소 언니라는 로망을 실현했다.


언니라는 로망
벌써 여덟 번째 <삼시세끼>인 <삼시세끼 산촌편>은 전작들과 달리 여성 멤버로 꾸려진 첫 <삼시세끼>란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제작 논의는 언제 시작됐나?
<삼시세끼 고창편> 촬영현장을 경험한 이후로 <삼시세끼> 촬영장의 독특한 여유가 좋았다. 고향 같은 아련함이 느껴진다고 할까. 그래서 올해 초 처음 연출할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가장 먼저 <삼시세끼>를 생각하게 됐고, 조심스럽게 다시 만들어보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렇게 결국 하고 싶은 걸 하게 됐다. 다만 오랜만에 돌아오는 만큼 처음의 설렘을 되찾고자 새로운 멤버와 함께 자급자족의 초심을 찾아보기로 했다.
염정아, 윤세아, 박소담, 이렇게 세 사람을 섭외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염정아 씨가 섭외 1순위였다. 이서진 씨와 유해진 씨가 하는 이야기에 자주 등장해 익숙했고, 나영석 선배님의 <1박 2일>에 출연한 인연도 있어서 나름 기대가 있었는데 흔쾌히 결정해주셨다. 그리고 나서 염정아 씨와 잘 어울릴 세끼 멤버를 찾았다. 염정아 씨와 드라마 에 함께 출연한 ‘현실 절친’ 윤세아 씨 그리고 염정아 씨가 편하게 느낀다는 박소담 씨에게 출연을 제안했고, 순조롭게 진행됐다. 사실 이렇게까지 출연자에게 빠져든 촬영은 처음이었다. 종도 뛰어넘는 따뜻한 마음씨의 ‘꼬꼬 언니’ 윤세아 씨와 의젓함과 강한 근력에 반한 박소담 씨 그리고 우리의 ‘염 대장’ 염정아 씨도 너무 사랑스러웠다. 제작진을 빠져들게 만든 춤 솜씨와 줄넘기 실력에 눈물 콧물 흘리며 웃었다. 세 분 모두 진심으로 사랑한다.
촬영장 분위기는 어땠을까? 지난 <삼시세끼>와 다른 느낌은 없었나?
초반에 인상적이라 생각한 건 ‘오디오’ 때문이었다. 편하게 자주 만나는 사이라 끊임없이 두런두런 대화가 이어지니까 오디오가 빌 틈이 없었다. 게다가 다들 너무 부지런해서 텃밭 채소를 알뜰살뜰 챙겨 먹으면서도 설거지 쌓일 틈 없이 세끼하우스가 깔끔했다. 한편으론 성격 급한 염(정아) 셰프님 쫓느라 유난히 분주했던 촬영장 분위기도 기억에 남는다.
지난 <삼시세끼>와 달리 요리를 주도하는 사람 없이 모두가 열심히 참여하고 고르게 어울리는 느낌이라 인상적이었다.
사실 사전미팅 때부터 세 분 모두 요리에는 자신이 없고, 정리는 자신 있다고 해서 제작진 입장에서는 과연 누가 요리를 주도하게 될지 몹시 궁금했다. 공식적인 메인 셰프가 정해진 건 세 분이 처음 한자리에 모인 날이었다. 누가 요리를 잘하는지 서로 따져보더니 가장 오랜 요리 경력을 가진 염정아 씨가 ‘염 셰프’로 추앙됐다. 염 셰프님은 자신이 없다며 불안해했는데 그래서 더 노력한 것 같다. 다른 두 분도 부지런히 도와줬고. 촬영 전부터 의견을 나누며 메뉴를 고민하고, 레시피를 열심히 검색해 왔다. 첫 식사 때는 밥을 태우기도 했지만, 갈수록 솜씨가 노련해지는 게 보였다. 현장에서 먹어본 모든 요리가 맛있었다. 특히 가지밥!(웃음) 제작진이 맛있게 먹으니까 자신감이 붙는 게 보였다. 염정아 씨는 <삼시세끼 산촌편> 이후로 자기가 하는 음식을 가족들이 맛있게 먹어서 뿌듯하다고 했다. 나도 실제로 집에서 따라 해 먹은 요리가 많다.
출연자 성별의 변화가 제작과정에 미친 영향은 없었을까?
불필요하게 성별이 부각되지 않도록 노력했다. 그녀 혹은 여성으로서가 아니라 염정아, 윤세아, 박소담이라는 개개인으로 인지되도록 내용이나 자막에 많은 신경을 썼다. 그리고 인물의 변화 외에도 새로운 풍경과 일상, 음식 등을 통해 다양한 즐거움을 드리고자 노력했다.
<삼시세끼 산촌편>이 처음 연출한 프로그램이라 들었는데 프로그램을 끝낸 소감은 어떤가?
첫 촬영 날 마루에 나란히 앉은 세 출연자 분들을 보며 코가 찡해진 게 기억난다. 물론 걱정도 많았는데 끝내고 보니 고생했던 기억보단 좋았던 기억이 많이 남는다. PD로서 시리고 추운 길을 간다고 느껴질 때 떠올릴 수 있는 핫팩 같은 기억이 될 것 같다. 무엇보다도 ‘언니’라고 친근하게 불러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전까진 <알쓸신잡> 현장에 주로 있었는데 선생님, 교수님, 박사님, 이렇게 부를 수밖에 없는 분들만 뵙다 보니 언젠가 언니라고 마음 편하게 부를 수 있는 출연자를 만나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그런 로망을 실현할 수 있어서 정말 기뻤다.
<삼시세끼 산촌편>을 만든 양슬기 PD는 처음 연출한 프로그램을 통해 비로소 언니라는 로망을 실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