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궤적을 그리며 나는 김선호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그의 연기를 보고 그의 이름을 알고 나면 그의 작품을 좇게 된다. 가장 큰 궤적을 그리며 나는 그는 김선호다. | 김선호,배우 김선호,문근영,유령을잡아라,로코

니트는 Kenzo. 이른 시간부터 인터뷰하자는 사람은 드물더라. 아침형 인간인가?  드라마를 찍으면서 몸 관리의 중요성을 느꼈다. 한번은 촬영하다가 말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때부터 영양제도 먹고 아침을 운동으로 시작한다. 인터뷰 덕분에 하루 쉬는 날을 얻은 거라 빨리 시작하고 싶었다. 하루가 길어지니 얼마나 좋나.   얼마 만에 쉬는 건가?  한 달 동안 휴일이 없었다. 잠도 두세 시간씩만 자고.   인터뷰 마치고 난 후의 시간이 정말 소중하겠다.  끝나고 스태프들과 북경오리 먹으러 가기로 했다.(웃음)   개인적인 시간도 필요하지 않나?  필요하긴 한데, 작품 중이니까. 대본이 나왔고 또 숙지해야 하니까 저녁엔 그걸로 시간을 보낼 거다. 대본 볼 시간도 없어서 틈틈이 봤는데 카페에 앉아서 여유롭게 대본 볼 생각하니까 벌써부터 좋다.   <유령을 잡아라>. 원래는 한창 방송됐어야 했다.  더 좋은 작품으로 만들기 위해서 모두가 상의한 다음에 일정을 미뤘다. 이미 예정되어 있던 일이라 불안한 생각은 안 든다. 내가 고민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니까 촬영장에서 밝은 에너지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로맨틱수사소동극? 어떤 드라마인가?  문근영 배우와의 로맨틱코미디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내가 맡은 역할은 원래 거친 인생을 살다가 어떤 계기로 안정적인 생활을 추구하는 형사다. 지하철 경찰대에서 일하는데 사복을 입고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다. 드라마를 하면서 처음 알았는데, 우리가 실생활에서 자주 이용하는 지하철에 실제로 이런 분들이 일하고 계시더라. 소매치기나 불법 촬영 범죄자를 잡는다. 강력 사건을 맡지는 않으니까 어떤 면에서는 안정적인 거다. 그렇게 지내다가 동료 경찰인 문근영 배우를 만나 다시 한 번 정말로 자신이 원하는 게 뭔지 생각도 하고 사랑에도 빠지는 이야기다.   셔츠, 팬츠는 모두 Beyond Closet Collection. 재킷은 YCH. 슈즈는 Alden by Unipair. 터틀넥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내내 제복을 입는 건 아닌가 보다. 제복에 대한 선망이 조금은 있었을 텐데.  경찰들이 제복을 갖춰 입을 때는 윗사람한테 혼날 때라는 이야기를 듣고 많이 웃었다. 촬영 중 가끔 경찰 제복을 입었을 때 나도 모르게 몸에 힘이 들어가더라. 자세와 마음가짐을 변하게 한다. 제복 하면 무조건 경찰 제복을 떠올렸었다. 이번 드라마에서 맘껏 입어봤다.   옴니버스처럼 한 편에 하나의 사건이 일어난다. 신선했을 것 같다. 각 사건이 결국 하나의 큰 틀로 향해 가는 것이 이 드라마의 가장 흥미로운 점이다. 로맨틱 코미디로 흘러가는 와중에도 이 기둥을 따라가면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지 않을까? 반전의 반전도 거듭된다. 여기까지만 말하겠다.(웃음)   콤비극이다. 상대 배우와 합을 맞추는 김선호만의 방식이 있나? 문근영 배우의 오랜 연기 경험에서 배울 점이 많다. 언제나 정직하고 열심히 해서 눈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따라가게 된다. 내가 충분히 넘치게 준비를 많이 하면 상대가 어떤 경우의 수를 던져도 함께 좋은 연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많은 상황을 떠올려본다.   친구 따라 오디션을 보고 연기학원에 다니다 예술대학에서 전공을 한 다음 오랫동안 연극을 했다. 정통파다.(웃음) 좀 무거운 이야기인데, 어릴 때 큰일을 겪었다. 집에 강도가 들어 어머니를 칼로 찔렀고 나는 침대 밑에 있었다. 그 트라우마로 뒤에 누가 서 있기만 해도 사고가 멈추고 사람들 많은 곳에 가면 숨도 제대로 못 쉬었다. 그러다 친구 따라 오디션장에 갔을 때 많은 게 변했다. 주목받는 느낌이 무섭지 않고 다른 사람의 시선이 따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안 거다. 그 느낌이 좋아서 연기학원을 다녔다. 정말 너무 형편없었다. 주변 아무도 내가 연기를 오래 할 거라고 생각을 못했다더라.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누가 나한테 시키는 게 두려워서 먼저 나서서 했다. 왜? 다른 사람이 하는 걸 보면 더 떨리고 아무 생각도 안 난다.(웃음) 부딪히고 깨지고 그러면 고민하고 수정하고. 그래서 남들보다 느렸다. 천천히 차근차근 지금까지 왔다.   배우 김선호에 대한 한결같은 평가는 ‘연기를 잘한다’인 것 같다.  그런 이야길 들으면 너무 고맙다. 에이, 아닌 거 같기도 하고. 장점이 있지만 단점도 있으니까 못하는 부분을 되뇐다. 나는 부족한 사람이라 발전하는 데 의의를 둔다. 이번 드라마 역시 부족한 점을 깨우치고 발전하는 데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좋은 평가나 응원은 기분 좋고 힘이 나지만 취하지 않도록 더 고삐를 쥐고 만다.   장점이 확실한 배우 아닌가? 입덕을 부르는 배우.  한 번 보면 팬이 되고야 마는. 일단 편하게 생겼다.(웃음) 화려하고 멋진 배우 속에서 역할에 맞게 담백하게 연기하다 보니 부담 없이 봐주는 것 같다. 재미있는 걸 하면 온전히 재미있게 봐주고 슬픈 걸 하면 조금 어설퍼도 동감해주는 게 아닐까?   <최강 배달꾼>의 배달꾼, <투깝스>의 사기꾼, <미치겠다, 너땜에!>의 사랑꾼 등등. 지난 2년 동안 해볼 연기는 거의 해본 것 같다.  연기 전공을 하면서 목표가 다음 작품도 같이 하고 싶은 배우가 되는 거였다. 그러려면 연기 외의 다른 면도 괜찮아야 한다. 감독과 동료 배우, 스태프가 편안하게 생각하는 배우, 시청자들이 부담 없이 보는 배우. 처음에는 나를 부르면 무조건 감사하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더 나아져야 한다는 마음을 먹었다. 그러고보니 새로운 역할이 찾아왔고 자연스럽게 다양한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무대에 선 지 10년이 되어간다.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 10년 후의 모습을 그려봤었나?  친구들이 꿈이 뭐냐고 물어보면 반짝스타라고 답했었다. 높이 뜨는 별이 되었다 지고 싶다고.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거지. 그러다 금세 맘을 고쳐먹고 현실적인 배우가 되길 꿈꿨다. 막연하게 스크린의 기회가 세 번만 주어진다면 누구보다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천천히 좋아지지만 어떤 환경을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건 빠른 편이었으니까. 실제로 드라마를 세 편하고 나니 배우 생활에 현실감이 생겼다. 작품을 이어서 할 수 있는 배우. 연기를 시작할 때의 목표와 각오가 이뤄진 것 같아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셔츠, 니트는 모두 Jil Sander. 가죽 재킷과 팬츠는 모두 Cos. 스니커즈는 Converse. 드라마만 찍었다. 다른 데도 욕심이 생길 법한데.  친구들이랑 얘기할 때는 거짓말도 해가면서 농담을 하는데 방송이나 인터뷰에서는 거짓말을 못하겠다. 그래서 숨기지 못하고 너무 솔직해진다. 거기다 개그 욕심까지 있어서…. 예능 프로그램을 생각해봤지만 오래 연기하고 싶어서 자제하는 중이다.(웃음)   연기 외에는 정말 잘 모르겠다. 뭘 좋아하는지?  인스타그램에서 피시방에 앉아 있는 사진 한장을 봤다. 만화책이나 영화 보는 걸 좋아한다. 어떤 감독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영화 자체가 좋다. 동네 영화관에 혼자 앉을 수 있는 관이 있어서 자주 가서 영화 보고 생각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사람들이 보면 재미없게 산다고 할 정도로. 그래도 연기가 막힐 때 다른 배우들의 좋은 연기를 보면 풀릴 때가 있다. 유튜브에 명장면도 많이 올라와 있어 백 번씩 보기도 한다.   결국 또 연기 이야기로 빠졌다.(웃음) 백 번씩 볼 정도로 좋아하다니.  국어사전, 지침서처럼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들이 있다. 어떻게 호흡하고 어떻게 쉬어가고 카메라 앞에서 어떤 눈빛과 여유를 보이는지. 그들에게는 몸에 밴 것이다. 나는 공부하듯 그걸 보고 체화시켜서 상황에 맞게 꺼내 쓰려고 한다.   팬서비스 공부도 해야 할 것 같다.  셀카를 못 찍어서 엄청 연습하고 있다. 이번에 좋은 카메라도 하나 장만했다. 나름대로 열심히 찍어서 보여주면 다들 손사래를 친다. 그 피시방 사진도 지워야 하는데.(웃음) 어설퍼서 반쯤 포기했고 대신 내가 좋아하는 풍경이나 영화 포스터처럼 내 모습이 아니더라도 나에 대해 보여줄 수 있는 것,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을 나눌 생각이다.   김선호는 어떤 사람인가?  다른 사람들이 그런다. 다가가기 굉장히 쉽고 편한데 그 이상은 없다고. 기분을 바로 내색하는 걸 꺼려한다. 시간이 지나 정리하고 싶어하는 편이다. 같이 웃고 울고를 잘 안 하니까 주변에서 섭섭해한다. 연락을 두루두루 하고 지내면 좋을 텐데 그것도 잘 못하는 편이다. 문자 보낼 때 엄지손가락이 너무 커서 오타가 많이 난다.(웃음)   연극 8년, 드라마 2년. 김선호는 지금 어디에 있나?  신인상도 받고 방송 데뷔는 2년 차니까 ‘나는 신인이다’ 합리화시켰던 것 같다. 언제까지 멈춰 있을 순 없다. <유령을 잡아라>를 하면서 작품에서 연기를 못해 아쉬울지언정 순간에 할 수 있는 걸 못해서 아쉬우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지체되더라도 다시 한 번 가자는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다행히 이런 모습을 좋게 봐줘서 신나게 촬영하고 있다. 열정 넘치는 시기다. 열정이 무조건 다 좋은 건 아니지만 한번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바로 지금이다. 되게 뜨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