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트의 유산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Art&Culture

콜레트의 유산

영화 <콜레트>로 재조명된 소설가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는 여성들에 관한 명작을 수없이 남겼다. <하퍼스 바자>와도 인연이 깊다.

BAZAAR BY BAZAAR 2019.03.11

1951년 12월 영국 <하퍼스 바자>에 실린 프랑스 소설가 콜레트의 초상. 사진가 루이즈 달-울프가 찍은 사진 속에서 그는 호화로운 담요를 두르고 쿠션에 기대어 앉아 있다. 오른손에 펜을 들고, 무릎 위에는 큰 노트를 둔 채로. 사진가가 그의 집필을 방해한 양 카메라를 향해 날카로운 눈초리를 보내고 있으며 루주를 칠한 입술은 오므라져 있고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이 얼굴을 풍성하게 감싸고 있다. 배경은 콜레트의 침실로 벽은 붉은 벨벳이며 창문을 통해 팔레 루아얄(Palais Royal)이 보인다. 80세의 나이에도 마치 배우와 같은 태도로 자신을 찾는 방문객과 마주했던 그의 매력적인 모습이 사진 한 장에 담겨 있다.

첫 소설 <클로딘(Claudine)>을 발표했을 때 그의 목소리는 뚜렷하고 사나웠지만 겉으로 드러나진 않았다. 첫 책은 남편이자 작가 ‘윌리’로 더 알려진 앙리 고티에 빌라르의 이름으로 출판되었다. 키라 나이틀리가 주연을 맡은 영화 <콜레트>는 성적으로 모험적이었던 그들의 떠들썩한 결혼 초기 모습을 보여준다.(부부가 여성 파트너를 공유했다.) 그들이 파리에서 유명했던 이유는 작품 덕도 있지만, 사회적 카리스마와 순수함이 깃든 추태 덕도 있었던 것이다. 영화는 파리의 여성들이 갑자기 머리를 샤프한 단발로 자르며 콜레트의 모습을 모방하는 장면을 통해 그가 당시 어떤 영향력을 끼쳤는지 보여준다. 콜레트가 오랜 기간 남편의 그늘에 가려진 것은 아니었다. 1910년 윌리와 이혼한 후 영화 극단과 함께 프랑스를 순회하며 <클로딘> 시리즈를 직접 연기했다. 그는 두 번 재혼했으며 여성과 남성 모두와 관계를 가졌다. 삶의 스캔들이 주의를 끌었지만 결국 남은 것은 작품들이다. 수많은 작품들이 바로 여기, 이 잡지에서 탄생되었다.

 

콜레트의 가장 유명한 소설인 <지지(Gigi)>의 몇 문장은 오직 <하퍼스 바자>만을 위해 쓰인 글이었다. 1946년 6월호 수영복과 나일론 스타킹 광고에 인용문으로 먼저 쓰인 구절은 다음과 같다. “그녀는 궁수처럼 보일 수도 판지로 만든 천사처럼 보일 수도 치마를 입은 소년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소녀로 보이지는 않았다.” 그의 창작물은 본인과 닮아 있었는데, 당시의 한계에 도전하는 매력적인 젊은 여성의 모습이 그 예였다.

수필과 회고록도 종종 발표했다. 그중 1944년 파리가 해방된 이후 쓴 ‘Paris from My Window’는 <하퍼스 바자>에 실린 가장 감동적인 글 중 하나다.

이 벽들 사이에서 4년을 산 것에 대해 아무도 동정할 필요가 없다. 전쟁의 삶은 내가 선택한 것이다. 내가 창문가에 자주 갔던 이유는 내가 원해서가 아닌 교통수단의 부재, 나의 나이, 허리의 관절염 때문이었는데, 그때부터 가난 때문에 분주한 파리 사람들을 보게 되었고 그들은 나에게 본보기가 되어주었다.”

대부분의 글이 아파트에서 관찰한 파리의 여성들에 대한 것이었다. ‘남편 없는 아내들, 형제 없는 소녀들’이 점점 더 가난해지는 상황에 직면하지만 이를 완강하게 버텨내는 모습을 기록했다. 파리 해방은 결국 군인들의 업적에만 초점을 맞췄고 욕구를 억눌러야 했던 여성들의 생존 같은 사소한 사항은 결국 잊혀질 것이기에 콜레트는 그들을 더욱 주제로 삼았다. 콜레트는 첫 번째 남편의 그늘 아래서 벗어나 홀로 스포트라이트 속으로 들어갔다. 빛을 따라가 스스로 빛나는 것이 동료 여성을 위한 일이라고 믿은 소설가였다.


 

1, 2, 3, Action!

곧 화면으로 보게 될 <보건교사 안은영>.

묘사가 머릿속에서 움직이는 연출이 되고 생생한 목소리가 더빙되는 소설이 있다. 거기서 더 몰입하면 실제 배우가 역할을 맡은 극이 마음대로 펼쳐질 때도 있다. 정세랑 작가의 소설 <보건교사 안은영>은 한 편에 20~30분 내외로 흡족한 완결을 지어버리는 웹드라마 문법을 떠올리게 한다. 주인공 안은영은 평범한 보건교사 같지만 남들이 볼 수 없는 것을 본다. 괴기스럽고 비틀린 존재가 아니고 이계의 비늘이나 씨앗, 학생들의 욕망이 만들어낸 에로의 덩어리(일종의 엑토플라즘)를 비비탄총과 장난감 칼로 퇴치한다. 안은영과 비슷한 퇴마사지만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큰돈을 벌려는 원어민 교사 메켄지, 옴을 집어 먹어 위장으로 퇴치하는 이상한 전학생 등 매 챕터마다 명랑하고 미스터리한 등장인물이 나타나 강렬한 인상을 줬다 사라진다. 넷플릭스는 자신들의 콘텐츠에 꼭 부합하는 이 소설을 재빨리 사들였다. 정세랑 작가가 오로지 쾌감을 위해 쓴 귀엽고 다정한 이야기를 정세랑 작가 본인이 괴이발랄한 플레이모션으로 선보일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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