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울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이상하고 이기적이며 이해할 수 없는 엄마들을 불러본다. 미스터리 소설, 드라마, 그리고 시 속에서 만난 이토록 낯선 엄마들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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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대중매체에 혹은 실제 사건사고에 등장하는 ‘나쁜 엄마’의 예는 너무나 많다. 무수한 현실 속 그리고 픽션의 범죄자들이 어린 시절 학대와 무관심 속에 성장했고 그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죄를 저질렀다고 고백한다. 집중포화를 맞는 것은 아무래도 엄마 쪽이다. 아이를 낳았으면서 왜 행복한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했는가, 왜 아이를 지켜주지 못했고 똑바로 키우지 못했는가라는 질문이 엄마에게 쏟아진다. 여기서 드라마 <마더>에서 어린 딸 혜나를 방치하고 심지어 미워했던 젊은 엄마 자영이 “포기하고 싶어. 엄마라는 거. 애초에 선택할 수 없었는데 포기할 수도 없어?”라고 울부짖는 장면이 떠오른다. 열 달 동안 배 속에 품어 키우고 세상에 내보낸 아이에 대해 거의 무조건적인 책임감과 사랑을 갖게 된다고들 하는 모성이 결코 절대적인 보편성을 띠지 못한다는 걸 웅변하던 순간이었다.
미스터리 장르에서 엄마들은 대개 피해자의 선량한 부모거나 가해자의 무관심하고 냉혹한 부모로 재현된다. 대부분 울면서 쓰러지거나, 혹은 수사기관과 이웃들로부터 따가운 눈총과 질책과 심문을 당하거나, 혹은 자책감으로 입을 다물고 숨어버린다. 그 분류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 강력한 인장을 남긴 엄마들을 골라보자면 가장 먼저 제임스 엘로이(
두 명의 남자 고등학생은 “세상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기겠다는 목표로 무차별 총기 난사를 벌인 후 자살했다. 1999년 4월 20일,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의 일이다. 두 가해자 중 한 명인 딜런의 엄마 수 클리볼드가 쓴 책이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다. ‘정상적인’ 중산층 가정을 꾸려왔다고 자부했던 수 클리볼드는 귀여운 아들이 집단 학살의 진범임을 깨달았을 때 자신을 둘러싼 세계가 순식간에 무너지는 충격을 받았다. 피해자 가족의 아픔에 비하면 자신의 고통을 드러낼 수도 없던 가해자의 엄마. 그녀는 “대체 엄마가 어떤 사람이기에 애가 저런 괴물이 될 수 있지?”라는 질문 앞에 번번이 무너졌고, 이 책이 딜런을 감싸는 변론서가 되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했다. 자신의 아이가 어떻게 괴물이 되어갔는가를 알아내려는, 사후(事後)에 더듬는 그 탐색은 너무 늦었지만 그만큼 절실하며 도저히 멈출 수 없는 책임감이기도 하다. 이건 역전된 오이디푸스 이야기이다. 오이디푸스가 출생에 관한 끔찍한 진실을 알기 직전의 외침. “그리고 나는 듣지 않을 수 없고 그래도 기어이 들어야겠다.”
미나토 가나에의 <고백>과 애거서 크리스티의 <깨어진 거울>에선 자식을 잃은 뒤 참담한 분노를 금하지 못해 직접 응징하겠다고 결심하는 엄마들이 등장한다. <고백>의 주인공 유코는 중학교 교사다. 그녀의 어린 딸은 익사했다. 불행한 사고처럼 보였지만 사실 딸은 학생들의 ‘장난’에 의해 목숨을 잃었고, 유코는 범인의 정체를 알아낸다. 그리고 어린 살인자들에게 그 죄의 무게와 함께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고통을 똑같이 알려주기 위해 무시무시한 복수를 계획한다. <깨어진 거울>의 경우, 엄마의 비극을 자세하게 서술하는 건 중요한 스포일러이기 때문에 여기서 말할 수 없다. 다만 이 작품이 1940년대 할리우드의 유명 스타 진 티어니의 비극을 바탕으로 했다는 것만 밝혀둔다.
Credit
- 에디터|김 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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