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컬렉터의 시선 1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Art&Culture

영 컬렉터의 시선 1

새로 이사간 아파트의 흰 벽을 채우기 위해서, 모더니즘 가구를 모으다가, 어떤 작품에 반해서 미술품 수집을 시작한 영 컬렉터들. 이제는 자신의 인생이 그 자체로 컬렉션이 되었다는 이들에게 아트를 구입하는 일에 대해 물었다.

BAZAAR BY BAZAAR 2018.04.08

클라우스 리스비

Claus Risvig

코펜하겐, 덴마크 @buschrisvig

코펜하겐, 덴마크 @buschrisvig

미술품을 수집하기 시작했던 때를 기억하는가? 여자친구 스틴과 만나면서부터다. 여자친구의 부모님이 미술 컬렉터였고 그들로 인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스틴과 내가 새 아파트로 이사했을 때 흰 벽을 채울 그림을 하나 사기로 했는데, 그게 컬렉터로서의 여정의 첫걸음이었다. 덴마크 출신 스트리트 아티스트인 허스크밋나운(HuskMit Navn)의 리토그래피였다. 동네 갤러리에서 샀는데, 이해하기 쉽고 유머러스한 작품이었다.

클라우스 리스비의 아파트 한 벽면. 검은 페인팅은 모르텐 누드센(Morten Knudsen)의 Untitled’(2014).

왼쪽의 노란 페인팅은 마르틴 루칵(Martin Lukac)의 ‘Untitled’(2016).

토마스 반 리스(Thomas Van Rijs), ‘Zonder Titel’(2017).

미술품을 구입하는 특별한 이유나 기준이 있는지? 내 일상을 풍요롭게 해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제는 마치 중독된 것처럼 멈출 수 없어서 산다. 어느덧 미술이 내 삶의 큰 부분이 되었으며, 나는 미술을 통해서 살아간다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특별한 기준이 있다기보다는, 내 느낌이 가장 중요할 뿐이다. 내가 사려는 작품은 좋은 방향이든 싫은 방향이든, 어떻게든 내 기분을 움직인다. 물론 취향도 배제할 수는 없다. 나는 추상미술과 개념미술에 특별히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내 컬렉션은 대부분 그런 작품이다. 그러나 꼭 특별한 스타일만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얀 한센(Jan S. Hansen)의 ‘Remember And Now Forget’(2012) 설치 전경.

소셜미디어가 미술의 지형을 바꾸어놓았다는 의견도 있다. 내게 인스타그램은 시각적인 일기에 가깝다. 나의 감정을 깨워준 작품을 저장해놓고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스스로 꾸밀 수 있는 플랫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내 컬렉션에 좀 더 다른 차원과 가능성을 열어준다고도 할 수 있다. 또한 미술품을 구입할 때 인스타그램이나 아트랜드 앱을 많이 사용한다. 새 작가와 미술을 발견하는 데 가장 간편한 방법이니까. 디지털 플랫폼은 클릭 한 번에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손쉽게 알게 해주지 않나? 인스타그램은 많은 흥미로운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열린 창구라고도 할 수 있다. 내가 항상 체크하는 계정은 다음과 같다. @torsten_butzen, @antoinedewerd, @hanswaege.

덴마크의 미술 신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달라. 지난 10년 동안 덴마크의 미술은 눈부실 정도로 성장을 거듭했다. 특히 코펜하겐이 그렇다. 댄 보(Danh Vo), 세르게이 옌센(Sergej Jensen),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 등의 초거대 작가들이 코펜하겐의 미술을 여러 방면으로 홍보하고 있다. 또한 게더 컨템퍼러리(Gether Contemporary)처럼 신진 작가들와 일하고 있는 젊은 갤러리나 비영리 아티스트 스페이스가 그동안 많이 생겨서 미술계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코펜하겐은 스칸디나비아 미술의 중심지라고 생각한다.

토브 스토치(Tove Storch)의 ‘Untitled’(2010) 설치 전경. Courtesy the artist and BechRisvig Collection

미술 컬렉터가 되려는 사람들에게 팁을 알려준다면? 무엇보다 전시를 많이 보는 게 중요하다. 열린 눈으로 감상하고, 재방문해서 다시 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또한 미술사 관련 책을 읽어보면 어떤 타입의 작품에 자신이 끌리는지, 좀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다. 만약 어떤 작품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면, 반드시 리서치를 해야 한다. 그 작가에 대해 알 수 있는 모든 것을 알아내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야만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본능을 믿고 따라가라는 것이다. 작품을 소유하고 함께 살아가야 하는 사람은 결국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수시 케냐

Susi Kenna

뉴욕, 미국 Nail Art History 설립자, 소셜미디어 전략가 @susikenna

수시 케냐 Susi Kenna

가장 처음 구입한 미술품은 무엇인가? 평생 미술을 사랑해왔지만, 대학에 가기 전까지 미술품을 구입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친구를 만나러 간 로드아일랜드에서 ‘파이어하우스 13(Firehouse 13)’이라는, 지금은 문을 닫은 갤러리에 들렀는데, 아만다의 페인팅을 보고는 너무나 아름다워서 압도되었다. 마치 마술 같았고 그렇게 첫 컬렉팅을 했다. 아만다 시우호(Amanda Sciullo)의 ‘해파리처럼 느린 비(Slow Rain Like Jellyfish)’(2005)와 ‘검은 바다(Black Sea Scum)’(2004)라는 이면화가 바로 그것이다.

바바라 크루거(Barbara Kruger)의 ‘Untitled (Go/Stay)’(2006), 샨텔 마틴(Shantell Martin)의 ‘Here and There’(2014) 설치 전경. ⒸSusi Kenna

카르마(Karma)에서 열린 (2018) 전시 전경. ⒸKatherine Kims

주로 어떤 방식으로 미술품을 구입하는가? 여러 방식으로 구입한다. 아트페어, 갤러리, 작가의 스튜디오 방문, 옥션, 온라인, 심지어는 이메일을 통해서도 구입한다. 내 컬렉션에 있는 작품 중에 어떤 것은 바로 결정해서 구입한 것이지만, 어떤 건 몇 주, 몇 달에 걸려서 고민한 후 구입했다. 당신이 어떻게 미술품을 구입하건, 반드시 작품과 작가, 딜러 등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 그 단계를 서둘러 마치지 말고, 다른 이가 당신에게 작품을 사도록 강요하게 하지도 마라. 만약에 당신이 작품에 대해 사랑을 느끼지 못하고, 작가를 존경하지 못하고, 작품의 배경이 믿음직하지 못한다면, 구입하지 않는 게 좋다.

미술품을 고르는 특별한 기준이 있는가? 내가 첫 번째로 생각하는 것은 그 작품과 내가 정말로 사랑에 빠졌느냐 하는 것이다. 내 컬렉션 중 몇 작품은 구입 이후로 조금 가격이 올랐지만, 나는 한 번도 투자 목적으로 작품을 구입한 적이 없다. 만약에 투자 목적으로 작품을 고른다면 나는 미술시장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믿음직한 미술계 인물과 함께 일하라고 추천하고 싶다. 왜냐하면 전문가의 조언 없이 미술품을 사면 매우 비싼 실수를 저지르기 쉽기 때문이다.

미술을 사랑하는 데 꼭 컬렉팅이 필요한가? 이렇게 답을 하고 싶다. 만약에 당신이 미술이나 옷이나, 자동차 등을 수집하는 사람이라면, 당신은 엄청난 열정을 가졌을 테고, 당신을 고무시키는 특별한 사물에 대해 흔들리지 않는 신념을 가졌을 것이다. 마침 내게는 그것이 미술이었다. 미술은 다른 어떤 것들보다도 내게 즐거움을 가져다준다. 나는 재능 있는 미술가와 신뢰가 쌓인 갤러리를 후원하는 것을 사랑한다. 미술품을 발견해나가는 과정뿐 아니라 작품과 함께 살아가는 것 역시 사랑한다. 또한 적은 수의 미술가만이 알려지고 성공하는 현실에서, 나는 미술의 후견인이 되고자 했다.

솔 르윗(Sol LeWitt)의 월 드로잉을 배경으로. ⒸBob Cuk

SNS 시대를 살아가면서 인스타그램을 많이 쓰는가? 추천하는 계정이 있다면? 나는 소셜미디어 전략가로 일하고 있다. 그러므로 매일 직업으로서,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소셜미디어를 사용한다. @SusiKenna 라는 내 계정에서 그러한 경험을 큐레이팅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은 @KAWS, @TheCultivist, @ArtBasel, @ClaesJuhlin, @LizNY3, @HahnFineArt, @KarenRobinovitz 등이다. 확인해보라!

최근에 본 전시 중에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는 것은? 우선 페이스 갤러리의 가 가장 혁신적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파크 애비뉴 아모리에서 열렸던 마틴 크리드(Martin Creed)의 <뒷문(The Back Door)>은 굉장히 재미있었다. 크리스 마틴이 스튜디오 론디노네에서 열었던 전시도 설치가 굉장히 멋졌다.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솔 르윗의 벽 드로잉 회고전 이 가장 아이코닉했고, 카르마의 는 상상력이 넘쳤다.

신홍규

Shin Hong Gyu

뉴욕, 미국 Shin Gallery 대표 @theartshin

신홍규 Shin Hong Gyu

어떻게 미술을 수집하게 되었나? 중학교 1학년 때부터 프라모델 만드는 것을 좋아했고 특히 2차 세계대전 탱크에 관심이 많았다. 자연스럽게 2차 대전 군용품과 사진을 수집하다가 우연히 헤르만 괴링과 나치가 수집했던 유럽에 있는 거장들의 작품을 보게 되었고, 거기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페기 구겐하임의 스토리를 접하고 컬렉터로 본격적으로 입문하였다. 처음 7년 정도는 과거의 거장이나 후기 인상파 그리고 에도시대 작품에 주로 중점을 두었지만, 최근 5년간은 현대미술과 젊은 작가에 중점을 두고 있다.

우타가와 구니요시(Utagawa Kuniyoshi)의 판화 ’보석 캐는 잠수부’(circa 1845).

미술품을 구입하는 일이 곧 미술가를 후원하는 일인가?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은 작가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고 항상 새로운 것에 갈증을 느낀다.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은 미켈란젤로, 다빈치 등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작가들을 후원하였고, 거의 450년이란 시간이 흐른 지금도 그들의 작품은 그 나라를 대표할 정도로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모나리자’를 보기 위해서 전 세계에서 얼만큼 많은 사람들이 프랑스에 여행을 오는지 생각해보면 누군가는 작가를 후원해줘야 하지 않을까?

조지프 스텔라(Joseph Stella)의 인체 드로잉(1898).

요즘 관심을 두고 있는 작가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스웨덴 작가 안드레아스 에메니우스(Andreas Emenius)의 작품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광주비엔날레에서 작품을 선보인 적이 있는 그는 퍼포먼스, 조각, 페인팅뿐만 아니라 패션, 춤을 통해서 자신의 예술적 본능을 표출해낸다. 패션 디자이너인 헨릭 빕스코브와 안드레아스는 아주 절친한 친구인데, 협업한 결과물을 보면 현대미술과 패션을 잘 조합하여 뛰어난 작품을 창조해내고 있다.

미술에 관한 최고의 도시는 어디라고 생각하는지? 독일의 뮌헨(Munchen)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알테 피나코테크에서 다빈치, 뒤러, 루벤스 등을 볼 수 있고, 노이에 피나코테크에서 제임스 앙소르(James Ensor), 아놀드 보클린(Arnold Bocklin), 피나코테크 데어 모데르네에서 요셉 보이스, 프랜시스 베이컨, 사이 톰블리까지 그들의 최고작을 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집트와 그리스 고대미술까지 한 도시에서 전부 볼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놀라웠던 기억이 있다. 작품 디스플레이와 큐레이션 또한 매우 훌륭했다.

안드레아스 에메니우스의 작품 설치 전경.

모리미술관에서 현경 작가의 작품을 배경으로 현경 작가와 함께.

최근 본 인상 깊은 전시는 무엇이었나?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MAPFRE 파운데이션에서 열었던 드랭(Derain), 발튀스(Balthus), 자코메티(Giacometti)의 그룹전이 아주 신선하고 훌륭했다.(2018년 5월 6일까지.) 드랭의 영향을 받은 발튀스와 자코메티의 초기작, 특히 드랭과 발튀스의 무대 장치와 코스튬을 표현한 드로잉을 볼 수 있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 프랑스의 극작가 앙토냉 아르토(Antonin Artaud)의 작품을 좋아하는데, 책으로만 접했던 발튀스의 아르토를 위한 무대의상과 무대 디자인을 실제로 보니 그 감동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

아트 컬렉터가 되고 싶은 독자를 위한 팁이 있다면? 자신이 아직 무엇을 구입해야 할지 모른다면, 우선 미술관에 가서 전시를 꼼꼼히 보길 추천한다. 미술사에 관심을 갖고, 소셜네트워크를 통해서 작가나 미술인들과 직접 대화를 해보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그러한 사전 지식을 바탕으로 유명한 작가들의 다큐멘터리 비디오를 보면서 자기만의 위시리스트를 만들어보는 것도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파셴

Fashen

L.A, 미국 DJ @fashen

파셴 Fashen

미술품을 모으는 일에 관심을 둔 건 언제부터인가? 1990년대 중반이었다. 20세기 중반의 모더니즘 가구를 모으다가 미술품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공간이 모자라게 되고 나만의 미술품 창고를 마련했다. 내가 처음에 산 작품은 20세기 중반 모더니즘 집에 걸려 있던 사인되지 않은 페인팅이었다. 팜스프링스 플리마켓에서 구입했다. 애당초 나는 커스(KAWS) 등의 장난감을 수집하는 것으로 시작했다가 D-페이스나 뱅크시, 넥페이스 같은 스트리트 아티스트의 작품을 구입하게 되었다. 2010년이 되어 현대미술 작품을 처음으로 구입했고, 이후로는 꾸준히 현대미술에 관심을 두고 있다.

오데사 스트라우브(Odessa Straub)의 페인팅 ‘Hot Pangs from the Peelt Pinky’(2016)와 우고 론디노네(Ugo Rondinone)의 입체 작품 ‘Small Blue Mountain’(2016).

샤이엔 쥘리앵(Cheyenne Julien)의 페인팅 ‘Picking Flowers’(2017).

작품을 사는 방법은 어떤가? 아트페어에서도 사고 옥션에서도 산다. 직접 작가에게 사기도 한다. 그렇지만 주로 그 미술가가 일하는 갤러리에서 산다. 충동적으로도 엄청 사 모으지만, 리서치도 꽤 많이 한다. 그동안 실수가 좀 있었지만, 대체로 행복한 경험이었다. 인스타그램은 굉장히 유용한 도구다. 내가 관심 있는 작가의 작품을 보고 싶을 때, 먼저 해시태그를 검색해본다. 또 갤러리의 포스팅이나 다른 컬렉터의 포스팅도 관찰한다. 특히 갤러리는 전문 사진가가 촬영한 이미지를 제공하기도 하기 때문에 반드시 확인해본다. 작품들은 항상 실제로 보면 다르기 때문이다.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무엇인가? 내가 좋아하는 걸 산다. 사람들은 그들이 산 작품의 가격이 오르길 바라는 모양인데, 만약에 가격 걱정을 하면서 작품을 즐기지 못할 거라면, 안 사는 게 맞다. 내 의견은 그렇다. 나는 주로 유망 작가의 작품을 사는데, 왜냐하면 그게 내 가격 기준에 맞기 때문이다. 비싼 작품들은 화집으로 보고, 나는 작품을 보는 순간을 좋아할 뿐이다. 마치 어떤 음식을 처음 먹는 것처럼, 이 작품을 좋아할지 아닐지는 즉각적으로 알 수 있다. 게다가 어떤 작가는 처음에는 좋지 않다가 나중에는 내가 좋아하는 작품을 제작하기도 한다.

월터 프라이스(Walter Price)의 페인팅 ‘Olmencian’(2016).

왜 미술품을 수집하는가? 그건 그 사람들이 엄청난 것을 만들기 때문이다. 손으로 만든 사물이나 페인팅은 항상 내 눈을 사로잡는다. 당연히 스니커즈를 좋아하는 것처럼 미술품도 좋아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유일무이한 작품을 갖는 것은 대량생산된 다른 것을 구입하는 것보다 더 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부동산에 투자하거나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것은, 단순히 수익을 얻고자 한다면 나쁜 선택이 아니겠지만, 미술과 함께 인생을 꾸려나가는 것이 내게는 훨씬 더 중요하다.

최근 급성장한 L.A 아트 신에 대해 설명해달라. 현대미술의 수도는 역시 뉴욕이지만, L.A에도 최근 3~4년 동안 갤러리와 뮤지엄이 많이 생겨났다. 몇몇 뉴욕의 갤러리가 지점을 내거나 아예 이사를 오기도 했다. 내 생각에 지금은 L.A가 가장 핫한 곳이다. 모란 모란, 나이트 갤러리, 그리스 벤치 같은 갤러리뿐 아니라, 더 브로드나 마르시아노 파운데이션 뮤지엄 같은 곳은 그림을 사거나 감상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그중 브로드에서 재스퍼 존스의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2018년 5월 13일까지.) 미술사 책이나 개인 컬렉션에서 볼 수 있었던 작품들이 역사적인 맥락을 갖춰 전시되었고, 엄청난 경험이었다. 존스는 미술사의 줄기를 모던아트에서 팝아트로 바꾼 인물로 추앙받는 몇 안 되는 작가잖나.

에번 홀러웨이(Evan Holloway)의 입체 ‘Head-Lamp’(2013).

아트 컬렉터는 부자여야만 하나? 많은 사람들이 미술품을 구입하려면 부자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세상에는 저마다 다른 가격을 가진 미술품이 존재한다. 당신이 관심이 가는 작가의 소셜미디어를 팔로하고 연락을 취해보라. 갤러리와 뮤지엄에 방문해봐라. 그리고 만약 작품을 사기로 마음먹었다면, 당신이 그걸 정말 좋아하는지 확신을 가져라야 한다.

당신에게 미술이란 무엇인가? 미술은 우리 주변에 항상 있다. 내게 미술은 가치를 매길 수 없는 것이다. 미술은 옷에도, 간판에도, 레스토랑에도, 갤러리나 미술관에도 있다. 심지어 빌딩 벽이나 터널에도 있다. 아름다운 것을 볼 수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나? 나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카일 디우디

Kyle DeWoody

뉴욕, 미국 Projectart 보드 멤버 @kyledewoody

카일 디우디 Kyle DeWoody

미술품 수집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운 좋게도 나는 미술에 둘러싸여 자라왔다. 아버지는 작가로 꾸준히 드로잉과 창작을 해왔고, 어머니는 미술과 큐레이팅의 열렬한 지지자였다. 동생은 음악과 미술 디자인을 병행한다. 우리 가족은 창작하는 것을 좋아하고 또 그만큼 미술품, 가구 등 흥미로운 사물을 모으는 걸 좋아했다.

수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가진 모든 작품을 좋아한다. 그러나 나의 아버지의 작품이 유난히 각별하다. 나와 함께 자라왔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점점 영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작품에 관심이 간다. 호세 알바레스(Jose Albarez)의 작품 역시 힘 있고 영적인 감응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우리가 벽에 거는 작품은 매일 함께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에, 당연히 우리에게 영향을 준다. 그러한 작품들은 내게 조용히 용기를 준다.

앤서니 제임스(Anthony James)의 작품 ‘Spaziale Shield’(2016).

2018년 4월 6일에 열리는 프로젝트아트 전시에 출품되는 젠 도니케(Jen DeNike)의 사진 ‘Swing’(1989).

최근에 본 전시 중에 인상 깊었던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방금 휘트니 미술관에서 보고 온 가 인상적이었다. 휘트니의 소장품 중 1900년부터 1960년까지의 작품을 선보이는 것이었다. 전시는 미국인의 조건에 따라 가족, 커뮤니티, 직장, 집, 그리고 종교적인 것, 국가로 구분되어 있다. 미술사 책에서 보던 많은 작품을 직접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웠다. 한편 언더그라운드 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도 매우 독창적이고 힘이 있었다. 색의 미술가라는 제목으로 색면화를 그리는 여러 미술가들을 세대, 국적, 인종, 성 구별 없이 선보이고 있는데, 노아 데이비스와 캐런 데이비스 부부에 의해 큐레이팅된 전시는 모카의 컬렉션을 모으면서 고급 미술뿐 아니라 도심지에 있는 커뮤니티의 습성을 반영하고 있었다.

카일의 아버지 제임스 디우디(James DeWoody)의 콜라주 작품.

미술의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미술은 어떤 이의 특별한 생각일 뿐더러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은 종종 복잡하고 어려운데, 미술은 다른 이들의 관점을 경험하게 해주고 우리를 연결되게, 혹은 갈라지게도 한다. 그러나 두 경우 다 소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미술은 우리의 생각, 욕망 등 감춰진 부분을 서로 연결시켜준다. 그러나 미술 교육이 미국에서 기본적인 권리로 여겨지지 않는 현실을 생각해보면 큰 우려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아이들 세대가 그들의 창의성을 기르지 못한 채로 자라나게 방치하는 것이다. 우리가 그들의 본능과 자각력을 끊어버리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당신이 하는 프로젝트아트에 대해 말해준다면? 미술가를 후원하는 일인가? 미술을 후원하는 일은 재단, 기관, 후원자, 작가, 그리고 대중으로 이루어져 있다. 내가 이사로 속해 있는 프로젝트아트는 비영리 재단으로 공공도서관에서 아이들에게 무료로 미술 수업을 진행하는 일을 주로 한다. 4월 6일에 열리는 로스앤젤레스 베네핏 행사에서 우리는 에드 루샤, 캐시 오피에, 알렉스 이스라엘, 조너스 우드가 어린 시절 제작한 약 60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의 제목은 이다. 그들은 모두 현재의 미술 교육이 위기에 봉착해 있음에 공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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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안 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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