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포먼스 아트의 진행형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최근 대형 미술관에서 앞다투어 열리고 있는 퍼포먼스 아트 전시는 아트페어에서도 분리된 섹션이 만들어질 정도로 예전과 달리 접근하기 쉬운 미술 장르가 되었다. | 아트페어,퍼포먼스 아트 전시,퍼포먼스

‘오늘’은 지나고 나면 어제가 되고 과거가 되지만, 이에 반해 예술작품 속 시간은 영원하다. 그러나 행위예술은 통상적인 예술작품의 ‘영원함’과는 반대로 지금 행위의 순간과 공간이 중심이 되는 예술이다. 퍼포먼스 아트는 순간의 허무함에 집중하며 모든 것은 영원하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퍼포머의 손짓은 관객이 지켜보는 순간 다음 동작으로 넘어간다. 퍼포먼스 아트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당신은 이브 클라인(Yves Klein)의 ‘인체 측정: 헬레나 왕녀(Anthropometry: Princess Helena)’를 비롯하여 오노 요코의 ‘컷 피스(Cut Piece)’와 같은 퍼포먼스를 떠올릴 것이다. 1960년대와 70년대 당시 퍼포먼스 아트는 가장 아방가르드하고 직접적이고 반자본주의적인 장르였다. 흔히 퍼포먼스 아트는 개념적이고 물리적인 오브제를 지양하며, 가장 반시장적이고 반제도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1백여 년의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가진 퍼포먼스 아트가 최근 들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는 미술시장 과잉에 대한 반응으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크게 조명받기 시작했다. 1960년대와 70년대의 폭력적이고 과장된 몸짓 위주였던 기존의 행위예술과는 달리 최근 작품들은 주로 감정이 절제된 모습을 보인다. 동시에 미술 애호가들에게 행위예술은 예술작품에 대한 투기적 속성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최근 퍼포먼스 아트 전시는 대형 미술관에서 앞다투어 열리고 있으며, 아트페어에서도 분리된 섹션이 만들어질 정도로 예전과 달리 접근하기 쉬운 미술 장르가 되었다. 지난 6월 아트바젤에서는 도나 후안카(Donna Huanca)의 ‘블리스(Bliss)’를 비롯하여 상당수의 갤러리가 퍼포먼스 아트를 대표 작품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특히 지난 2014년 아트바젤에서는 가장 영향력 있는 큐레이터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와 모마 큐레이터 클라우스 비젠바흐가 함께 기획한 전시가 큰 화제가 되었다. 비록 판매를 위한 전시는 아니었지만 방문객들에게 하이라이트가 되었던 이 전시는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전 세계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준 걸작 퍼포먼스와 당시 가장 유명한 행위예술을 배우들의 재현으로 감상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프리즈 아트페어 역시 라이브 아트 섹션을 마련하여 크리스틴 선 킴(Christine Sun Kim)의 ‘냅 퍼포먼스(Nap Performance)’를 선보이는 등 이제 퍼포먼스는 아트페어에서 빠질 수 없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해마다 런던 로열아카데미(왕립미술아카데미)에서 열리는 ‘서머 익스비션(Summer Exhibition)’은 1769년부터 올해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열리는 일종의 공모전이다. 이 전시는 아카데미 회원들을 중심으로 아카데미 위원회가 심사하고 최종적으로 선정된 작품을 전시한다. 올해 전시에는 역대 최초로 세 점의 퍼포먼스 아트가 소개되었다. 전시된 작품이 판매로 이어지기도 하는 서머 익스비션에서 사상 처음으로 퍼포먼스 아트가 등장했다는 점은 큰 화제가 되었다. 비록 이 퍼포먼스 작품들은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두 달의 전시 기간 동안 매주 정해진 시간에 관객과 만나며 주목을 받았다. 듀오 아티스트 그룹으로 작업한 인디아 맥키(India Mackie)와 디클랜 젠킨스(Declan Jenkins)는 ‘캔티리버 키스(Cantilever Kiss)’라는 작품을 소개했다. 2개의 A자 모양 프레임에 묶인 퍼포머가 그네처럼 흔들리며 공중에서 입을 맞추는 퍼포먼스를 진행한 것이다. 또 다른 퍼포먼스 작가 알래나 프란시스(Alana Francis)는 전시장을 돌아다니며 관객들에게 그녀의 은밀한 사생활을 귓속말로 전했다.전시나 페어에서 이렇게 행위예술을 빼놓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순간의 미학에 집중하는 ‘라이브’ 퍼포먼스 아트가 미술관에 영구소장되는 것은 여전히 논쟁 중이다. 순간의 예술을 어떻게 보존하는 것이 옳은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해답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행위예술은 비교적 역사가 짧은 장르인 동시에 기존의 미술작품의 보존이라는 개념에 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퍼포먼스 아트의 소장과 보존’이라는 주제는 2008년 뉴욕 모마에서 다루어진 바 있다. 작가와 작품 관리자, 큐레이터들이 모인 가운데 이를 연구하기 위한 장기 워크숍이 열렸다. 런던의 테이트와 암스테르담의 스테델릭 미술관도 같은 주제로 워크숍을 갖는 등, 여러 미술관들이 이에 대한 연구와 리서치 프로젝트, 워크숍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이는 아트페어의 포럼에서도 끊임없이 다루는 주제로, 이를 통해 행위예술을 소장하고자 하는 컬렉터들에게 퍼포먼스 아트 수집에 대한 조언을 하고 있다.그중 주목할 만한 것은 뉴욕의 퍼포마라는 단체의 설립과 2009년 모마 PS1에서 열렸던 전시 다. 뉴욕의 퍼포마는 행위예술 전문 큐레이터 로즈리 골드버그가 2004년 설립한 단체로, 2년마다 뉴욕 시 60여 개 이상의 공간에서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이 보여주는 1백여 개의 라이브 퍼포먼스와 영상 상영, 전시, 강연, 심포지엄을 진행하는 행위예술 비엔날레를 진행하고 있다. 20세기 예술의 역사에서 라이브 퍼포먼스 역할의 중요성을 탐구하고, 21세기 전반 공연예술의 새로운 방향 제시를 한 퍼포마는 큐레이팅에 새로운 트렌드를 일으켰다.모마는 퍼포먼스 1백 년 역사 기념전을 열어 아직까지 대중에게 생소하고 어려운 퍼포먼스의 기록과 보존에 대한 연구를 전시로 엮어냈다. 전시는 한 세기의 역사를 가진 퍼포먼스를 영상, 사진, 기록물, 오디오 등의 기록으로 보여줌으로써 퍼포먼스 당시 상황을 전달했다. 약 2백여점이 전시되었던 이 전시는 퍼포먼스 아트를 되새기는 아카이브를 소개하며 퍼포먼스 아트에 대한 개념을 확립했다.약 1백여 년간의 행위예술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작가들은 순간적인 퍼포먼스를 ‘물질'로 만들어 ‘비물질’인 퍼포먼스를 기록해왔다. 그중, 사진은 가장 쉽고 빠르게 퍼포먼스를 기록한 매체다. 몇 십 년 전 실행되고 사라진 행위예술을 우리가 이미지로 떠올릴 수 있는 데에는 퍼포먼스의 찰나를 기록한 사진의 역할이 가장 크다. 이브 클라인이 ‘인체 측정’ 퍼포먼스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순간은 여러 장의 사진으로 오늘까지 그대로 남아 있다. 또 다른 퍼포먼스 작가 마리아 아브라모비치도 퍼포먼스를 사진으로 기록하여 피그먼트 프린트를 제작한다. 이와 같이 대부분의 미술관과 컬렉터들은 퍼포먼스의 기록물을 사진으로 소장해왔다.반면, 티노 세갈(Tino Sehgal)은 물질을 거부하는 퍼포먼스 작가다. 지난 2010년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열린 세갈의 개인전은 일반적인 전시의 개념을 깨는 퍼포먼스 전시였다. 그의 개인전에 배포된 보도자료에는 작품 사진뿐만 아니라 작가의 얼굴이 담긴 사진도 없었으며, 전시 카탈로그조차 출판되지 않았다. 미술관에 들어선 관객이 볼 수 있었던 것은 단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디자인한 구겐하임 미술관 건물이었다. 그의 전시 기간 동안 그곳의 빈 공간에서 키스를 나누는 한 쌍의 남녀가 눈길을 끌 뿐이었다. 작가는 모든 매체를 통한 기록을 거부했지만, 그의 ‘연출된 상황’은 마치 판화나 사진작업처럼 4~6개 에디션으로 한정된 채 작가의 입을 통해 구두로 전달되고 판매되었다. 실제로 티노 세갈의 ‘키스(Kiss)’가 모마 디렉터와의 대화 후 7만 달러에 거래가 된 일화는 미술계에 큰 화제가 되었다. 세갈은 그의 퍼포먼스가 어떤 형태나 물질로도 남길 원치 않기 때문에 모든 작품의 상황은 기억으로만 저장된다. 구매한 작품은 기억 형태로 소장되고 일반 작품과 마찬가지로 다른 기관의 전시에 대여할 수도 있다. 이때도 작품은 구두로만 전달된다.대중이 접할 기회는 많아졌지만 아직도 행위예술을 컬렉팅하고 전시하는 일은 제한적이다. 일부 컬렉터들은 퍼포먼스를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기록물을 통해 행위예술가들의 작품을 소장하기를 원하지만 이는 작품의 일부일 뿐이다. 동시에 이를 보존하고 전시하는 것 또한 쉽지만은 않다. 캐나다 컬렉터 밥 레니는 지난 2011년 마틴 크리드(Martin Creed)의 ‘Work No. 850 (Runners)’를 개인 미술관에 전시하는 3개월 동안 모두 2백79명의 육상선수를 섭외해야 했다고 말했다. 티노 세갈과 같이 기록 없이 남기는 작품 활동은 퍼포먼스 아트의 보존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에 다시 한 번 커다란 물음표를 던졌다. 이처럼 기록 없이 전해져야 하는 작품의 소장까지 고려한다면 앞으로 작가와 큐레이터, 컬렉터, 미술관과의 관계는 물리적으로 더욱 긴밀해야 하는 동시에 제도적인 보완 또한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생각된다.이제 당신은 퍼포먼스 아트를 소장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퍼포마 설립자 로즈리 골드버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전했다. “미술관이 가진 현재성을 고려했을 때, 퍼포먼스 예술의 소장은 결코 충격적인 일이 아니며, 미술관이 퍼포먼스를 관객에게 소개하는 것과 그들을 위해 장소를 제공하는 역할은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예술과 흥미로운 관계를 갖고 싶어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