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아트바젤 홍콩은 '아시아적'일까?

2026년 아트바젤 홍콩이 막을 내렸다. 에디터가 보고 듣고 느낀 변화들.

프로필 by 손안나 2026.05.07

THE WAVE RE-TURNS


“아트바젤 홍콩이 열리면 이 도시는 문화의 에너지로 가득 차죠. 홍콩 전역에서 열리는 전시와 이벤트가 이번 페어를 완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거예요!” 아트바젤 홍콩의 페어 디렉터 앙젤 시양-리가 장담했던 대로였다. 한때의 위기론이 무색할 만큼 홍콩은, 홍콩이었다.



 Installation view of ‘Site-seeing’. Para Site, Hong Kong, 2026. Photo: Felix SC Wong

Installation view of ‘Site-seeing’. Para Site, Hong Kong, 2026. Photo: Felix SC Wong


Installation view of ‘Site-seeing’. Para Site, Hong Kong, 2026. Photo: Felix SC Wong

Installation view of ‘Site-seeing’. Para Site, Hong Kong, 2026. Photo: Felix SC Wong

"점점 커져가는 아시아 지역의 문화적 자신감과 자기 서사를 만들어 나가는 역량을 반영하고자 한 것”이라는 앙젤의 첨언처럼, 아트바젤 홍콩의 큐레이션 패러다임도 아시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Exhibition view: Snuggle and Stitch: Childhood Textiles of Hong Kong, CHAT (Centre for Heritage, Arts and Textile), Hong Kong, 2025.

Exhibition view: Snuggle and Stitch: Childhood Textiles of Hong Kong, CHAT (Centre for Heritage, Arts and Textile), Hong Kong, 2025.

3월 25일 VIP 오프닝 첫날, 컨벤션 센터를 나서는 갤러리스트들의 표정이 밝았다. 세일즈가 순조롭다는 신호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세계 경제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서, 세일즈에 적잖은 타격이 있을 거라는 비관적 예측과는 사뭇 다른 결과였다. 아트바젤과 UBS가 공동으로 발표한 2026년 글로벌 미술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지속적인 시장 재조정 속에 세계 미술시장 매출은 2025년에 4% 증가했다. 2년 연속 하락세였던 미술시장이 비로소 완만한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당연히 세계 3대 미술시장 중 하나인 중국도 해당되는 수치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지난 몇 년간 하락세였던 중국 미술시장은 전년 대비 1% 이상 상승하며 기지개를 펴고 있다. 이번 아트바젤 홍콩에서 판매를 이끈 것도 중국 컬렉터들이었다. 파란 눈의 유럽 VIP들은 쉽게 찾아볼 수 없었지만 중국 VIP들이 시장을 주도하며 그만큼을 상쇄한 것이다. 페어 디렉터 앙젤 시양-리 역시 미술시장이 장기간 침체 이후 안정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최고가 작품 가격은 아직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지만 거래량은 여전히 인상적”이라고 설명했다.

“점점 커져가는 아시아 지역의 문화적 자신감과 자기 서사를 만들어 나가는 역량을 반영하고자 한 것”이라는 앙젤의 첨언처럼, 큐레이션 패러다임도 아시아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아트바젤 홍콩의 시그너처이자 대형 설치·조각·퍼포먼스를 중심으로 한 큐레토리얼 섹션 ‘엔카운터스’는 호주 출신 알렉시 글라스 캔터 단일 체제에서 도쿄 모리 미술관 관장 가타오카 마미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 큐레이터 4인 그룹으로 변신했다. 아시아 자체가 이질적인 지역성으로 이루어진 매우 광범위한 범주인 만큼 큐레이터 한 명이 전체를 아우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었으리라. 공동 기획자를 통해 서로 다른 지역의 관점과 네트워크를 자연스럽게 끌어안겠다는 이들의 의지는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라는 동아시아의 오행을 출발점으로 한국의 강서경, 일본의 야스나가 마사오미, 필리핀의 제럴딘 하비에르부터 미국의 크리스틴 선 킴까지 총 11명의 작가를 호명했다. 이 같은 아시아 중심성은 올해 2월 출범한 아트바젤 카타르의 등장과 연결 지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중동을 거점으로 한 새로운 에디션의 등장은 아트페어 네트워크 안에서 각 도시의 역할을 다시 구분하는 계기가 되었다. 기존 페어의 위상을 흔들기보다는, 지역별 미술시장의 성격을 보다 분명하게 드러내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이다.


Chen Zhe, <Meeting I>, 2026 (Partial).

Chen Zhe, <Meeting I>, 2026 (Partial).

한편, 세일즈가 안정적이었던 것에 비해 도시의 분위기는 축제에 가까웠다. 그동안 시장의 침체기에도 홍콩 정부가 문화 인프라에 ‘지속적으로’ 투자했기에 가능한 흐름이다. M+와 타이퀀 컨템퍼러리가 그 증거다. M+는 중앙아시아와 남아시아 세밀화에 뿌리를 둔 아티스트 샤지아 시칸더의 영상 작업을 대형 파사드를 통해 송출했다. 인도의 농지부터 중국의 개항 도시, 영국의 해군력에 이르기까지 권력이 어떻게 구축되고 분배되고 도전받는지 드러내는 이야기였다. 타이퀀 컨템퍼러리는 올해 3회째를 맞은 ‘아티스트의 밤(Artists’ Night)’에서 신체를 표현의 장으로 선언했다. 스토리텔러이자 아티스트인 저스틴 탈플라시도 숄더가 퀴어 신화와 고대 신화를 결합한 섬뜩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나면 한국의 작가 정금형이 <화재 대피 훈련 시나리오>를 통해 아티스트와 관객이 라이브 공연 경험에 참여할 때 느끼는 흥분과 실제 위험을 드러내는 식의 흥미로운 자극이 밤새 이어졌다. 어떤 밤엔 센트럴을 중심으로 60개 이상의 갤러리 오픈 행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셰프 에드워드 리는 ‘뎀굿파티’에서 아트바젤 홍콩 14주년을 기념하며 14가지 소스를 활용한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아티스트 플로렌스 람은 아트바젤의 경쟁적 시장 구조를 경마에 비유한 대안적 퍼포먼스 <GRAND PRIX de Basel>을 통해 우리 자신을 풍자했다.

안테나 스페이스 홍콩이나 청란스 코너 등 새로운 아트 스페이스가 등장했고, 갤러리로 즐비한 H퀸즈 빌딩에는 새로운 부티크 아트페어인 ‘퍼빌리언(Pavilion)’이 들어섰다. 30주년을 맞은 파라 사이트, 25주년을 맞은 아시아 아트 아카이브는 험난한 시대를 거쳐 살아남은 자신들을 자축하는 기획전을 열었다. 그중에서도 홍콩 췬완에 있는 옛 난풍 섬유공장 건물에 자리 잡은 섬유문화센터 CHAT에서 열린 «Threading Inwards»는 홍콩의 밤에 약간 질려버린 나에게 일종의 신경안정제가 되어주었다. 아시아 전역에서 14명의 작가들을 초대해 인간의 정신세계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소재인 직물을 중심으로 삶과 죽음, 기쁨과 슬픔, 이별과 재회의 순환 속에서 우리의 내면과 일상을 부드럽게 연결하는 소박한 전시였다. 우리는 어떻게 서로를 보살피고 슬픔을 함께 나눌 수 있을까? 돈과 사교 그리고 위안이라는 이상한 조합 그러나 이 또한 결국 예술이 해줄 수 있는 대답이었다.

Credit

  • 사진/ 최용준, Para Site, Centre for Heritage, Arts and Textile
  • 디자인/ 진문주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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