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공개된 불가리 파빌리온
2026 베니스 비엔날레 독점 파트너, 불가리가 걸어온 예술적 여정과 파빌리온에서 전시를 여는 작가 로터스 강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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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리가 베니스 비엔날레의 독점 파트너로 나선다. 불가리 파빌리온의 첫 번째 작가로 한국계 캐나다 작가 로터스 강이 선정됐다. 하이주얼리 메종과 현대미술 작가의 만남이 갑작스럽지 않은 이유는, 둘 다 이 시대가 흘려보내는 것을 붙잡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A key visual image announcing the partnership between Bvlgari and the Venice Biennale. Courtesy Bvlgari.
세상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멈춰 서는 사람들이 있다. 하이주얼리 메종과 현대미술 작가가 그렇다. 모두가 효율과 수익을 향해 움직이는 시대에 혼자 다른 방향을 바라보며, 당연하게 여기던 것을 낯설게 만들고 쉽게 지나쳐버릴 것에서 의미를 길어 올리는 일을 한다. 그들이 몰두하는 건 무엇을 귀한 것으로 바라볼지에 대한 감각이다. 귀한 것을 귀하다고 알아보는 눈과 그것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환경이 있을 때 비로소 새로운 창작이 가능해진다. 창작을 지원하는 일은 곧 그 자유를 지지하는 것이라는 신념 아래, 불가리는 오랜 시간에 걸쳐 고대와 동시대를 아우르는 문화적 행보를 이어왔다. 럭셔리 브랜드의 예술 후원이 하나의 전략으로 읽히는 시대지만, 불가리의 행보는 결이 다르다. 1884년 로마에서 시작한 메종은 역사적 유산의 보존을 영감의 원천으로, 과거의 지식과 현재의 혁신을 결합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아왔고, 그 신념이 지금까지의 모든 문화적 행보를 하나로 꿰어왔다.
문화와 예술을 지키는 일을 메종의 소명으로 삼아온 불가리의 역사는, 언제나 과거의 유산을 현재와 잇는 작업과 나란히 흘러왔다. 베니스 두칼레 궁전의 스칼라 도로(황금 계단), 무라노 산 피에트로 마르티레 성당의 베로네세 회화, 로마 스페인 계단 등 도시 곳곳에 새겨진 시간의 흔적들이 불가리의 손을 거쳐 다음 세대로 이어졌다. 또한 카라칼라 욕장의 다채색 모자이크 바닥과 토를로니아 컬렉션의 고대 대리석 조각 역시 같은 맥락 속에서 보호되고 연구되었다. 이러한 프로젝트는 마케팅의 언어가 아니라 철학의 언어로 읽힌다. 역사적 유산을 지키는 일은 곧 브랜드 자신이 서 있는 시간의 층위를 이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불가리가 축적해온 문화적 행보는 결국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하나의 연속된 이야기로 바라보려는 태도에서 출발한다. 동시대 예술에 대한 지원도 그 연장선에 있다. 2024년 설립된 폰다치오네 불가리(Fondazione Bvlgari)는 로마 국립 21세기 현대미술관 (MAXXI-National Museum of 21st Century Art)과 협력해 ‘막시 불가리 프라이즈’를 운영하며 지금 이 시대의 작가들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또한 뉴욕 휘트니 비엔날레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동시대 미술의 주요 무대에도 함께 섰다.
Matteo Morbidi, Managing Director of Fondazione Bvlgari with Pietrangelo Buttafuoco, President of the Venice Biennale.
한국과의 인연도 자연스럽게 이어왔다. 불가리 코리아는 2023년부터 프리즈 서울 아티스트 어워드의 공식 파트너로 참여하며 한국 동시대 미술을 지원해왔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들이 새로운 작업을 제작하고 프리즈 서울 현장에서 그 결과를 선보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첫 해에는 우한나가 선정되어 신작을 발표했고, 2024년에는 최고은이, 2025년에는 임영주가 뒤를 이으며 프로그램의 흐름을 이어갔다. 세 작가의 이름은 불가리의 후원이 한국 동시대 미술의 씨앗을 키워온 방식을 고스란히 보여주며, 최고은은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참여 작가로도 이름을 올렸으니 후원의 씨앗이 어디까지 닿는지를 이보다 더 잘 보여주는 장면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여정이 이번에는 베니스 비엔날레로 이어졌다. 불가리는 2030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미술전의 독점 파트너로 참여한다고 발표했다. 자르디니 공원 내 스파치오 에세드라에 새롭게 탄생하는 불가리 파빌리온의 첫 번째 작가로 한국계 캐나다 작가 로터스 강(Lotus L. Kang)이 선정됐다. 1985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태어나 현재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그녀는 사진과 조각, 설치를 넘나드는 작업을 통해 재료와 이미지가 시간 속에서 어떻게 변하고 사라지는지를 탐구해왔다. 그녀의 작품에는 빛에 반응하는 필름, 금속, 유리처럼 서로 다른 물성을 지닌 재료가 등장하는데, 이들은 고정된 형태로 존재하기보다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끊임없이 변하는 상태를 만들어낸다. 로터스 강의 작업은 종종 개인적 기억과 문화적 유산, 그리고 그것들이 다른 맥락으로 이동하며 변형되는 과정에 주목한다. 이미지는 단순히 재현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시간과 감각을 지나며 다시 번역된다. 이러한 접근은 그의 설치 작업에서 특히 두드러지는데, 공간 속에서 빛과 물질이 겹겹이 작용하며 하나의 고정된 형태보다는 변화하는 상태 자체를 드러낸다. 그의 작품은 뉴욕 현대미술관(MoMA), 휘트니 미술관, 온타리오 미술관 등 주요 기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2024년 휘트니 비엔날레와 제15회 상하이 비엔날레에 참여하고 국제 무대에서도 꾸준히 주목받고 있다.
Lotus L. Kang, Molt (Woodridge-New York-Berlin-), 2024~2025, Tanned and unfixed film (continually sensitive), spherical magnets, cast aluminum kelp knots, photograph, tape, steel wire and steel tubes, 304,8x309,9x127cm. Courtesy the artist. Photo © Andrea Rossetti.
이번 베니스에서 불가리의 존재감은 로터스 강의 파빌리온에 그치지 않는다. 비엔날레 장외 전시(Collateral Events)로, 1468년에 설립된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공공 도서관 중 하나인 산 마르코 광장의 비블리오테카 나치오날레 마르치아나에서는 폰다치오네 불가리가 처음으로 주최하는 전시도 함께 열린다. 이탈리아 출신 설치 작가 라라 파바레토(Lara Favaretto)는 연작 <Momentary Monument – The Library>를, 막시 불가리 프라이즈 제4회 수상 작가 모니아 벤 하무다(Monia Ben Hamouda)는 <Fragments of Fire Worship>을 선보인다. 수백 년의 기억을 품은 공간 안에서 불가리가 시간을 대하는 태도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하이주얼리가 이 시대 새로운 예술의 형식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수천 년의 세공 기술, 희귀한 원석이 품고 있는 지구의 시간, 그것을 빛나게 하는 장인의 손끝. 불가리가 로터스 강과 만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재료가 품고 있는 시간에 귀 기울이는 방식, 선형이 아닌 겹겹의 지층으로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 이 두 존재는 결국 같은 차원에서 ‘귀한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 만남이 베니스에서 어떤 공간을 만들어낼지, 전시 전 작가의 말을 미리 들어보았다.
Portrait Lotus L. Kang. © Carolyne Loreé Teston
불가리 파빌리온을 위한 이번 신작은 어떤 작품인지 소개해 주세요. 작업의 출발점은 어디였나요?
전시 제목은 «The Face of Desire is Loss»입니다. 번역하자면, ‘욕망의 얼굴에는 언제나 상실이 드리워져 있다’ 정도겠죠. 라라 미모사 몬테스의 시집 <Thresholes>에 수록된 한 구절이 저에게 영감을 줬어요. 이 한 문장 안에 많은 질문과 도발적인 감수성이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감광 필름, 주조 알루미늄, 유리, 실리콘 등 본질적으로 불안정하거나 변형하는 재료로 작업해 왔습니다. 재료를 선택할 때 어떤 직관이나 기준이 작동하나요?
저는 양극을 동시에 품고 있는 재료에 끌립니다. 가볍고 무거운 것, 유기적인 것과 무기적인 것, 부드러운 것과 단단한 것, 내부적인 것과 외부적인 것, 불투명한 것과 투명한 것처럼요. 그 재료들이 고정되지 않은 필름처럼 본질적으로 가변적인 건 아닐 수 있지만, 저는 서로 다른 재료와 오브제를 콜라주처럼 조합할 때 그 새로운 관계 속에서 각 요소의 고정성이 흔들리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번 작업에서 재료와의 관계가 새롭게 열린 지점이 있었나요?
35mm 필름을 동시적으로 제시하는 방식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고 있어요. 프로젝터나 전통적인 움직이는 이미지가 아닌, 명시적인 물질로서 필름을 다루는 것, 그래서 그 투사와 이미지가 확산되고 질감이 되도록 하는 방식이죠. 또한 제가 촬영한 기존 영상 위에 이미지를 겹쳐가고 있는데, 이 레이어들은 뮤지션 에나예트(Enayet)가 작곡한 사운드 작업을 번역한 것입니다. 그 사운드 자체도 2023년 제가 방문한 한국의 갯벌에서 들은 새끼 새들의 울음소리와 특정 조류의 소리를 번역한 것이고요. 파빌리온의 안과 밖이 서로 연루되면서 층층이 쌓이는 밀도 높은 시공간, 그것이 제가 줄곧 매혹되어온 것이고 이번 작업도 그 연장선에 있습니다.
Lotus L. Kang, Tract XXIV, 2025, Cast aluminum anchovies, cast bronze lotus root, metallic twist ties, nylon, Approx. 305x13x13cm, Installation dimensions variable. Courtesy the artist. Photo © Paul Salveson
불가리 파빌리온이 처음 문을 여는 역사적 순간입니다. 건축과 공간에 밀착하는 장소 특정적 설치로 알려진 작가로서, 처음 이 파빌리온을 마주했을 때 어떤 인상을 받으셨나요?
불가리 파빌리온은 유리가 많고 빛이 풍부하게 들어오는 공간이라, 뉴욕 업스테이트 데니스턴 힐에 있는 제 온실이 바로 떠올랐어요. 그 온실은 제 설치 작업에 자주 등장하는 필름 작업을 하는 곳이기도 해요. 투과성과 시간의 순환 사이의 관계는 제가 오래전부터 관심을 가져온 개념이며, 지금도 제 작업에 이어지고 있습니다.
베니스 비엔날레 무대에서 작업을 선보인 이후, 앞으로 탐구하고 싶은 새로운 방향이나 도전하고 싶은 부분이 있나요?
저는 일본어로 ‘붓이 가는 대로’를 뜻하는 ‘즈이히츠(随筆)’라는 표현을 좋아해요. 지켜봐 주세요.
Credit
- 글/ 김민정
- 디자인/ 이예슬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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