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F/W 오뜨 쿠튀르 컬렉션 Ep.02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지난 7월 1일부터 5일까지, 2017 F/W 오뜨 쿠튀르 컬렉션이 열렸다. | 샤넬,2017 FW,오뜨 쿠튀르,베르사체,빅터 앤 롤프

MAISON MARGIELA메종 마르지엘라 본사에서 열린 아티즈널 쇼에서는 젖은 머리에 하얀 거품을 묻히거나 블루 혹은 골드 글리터를 흩뿌린 모델들이 반짝이는 레드 립을 바르고 런웨이를 걸어 나왔다. “빨간 립스틱을 바른 여인이 트렌치코트를 걸치고 서둘러 집 밖을 나가는 모습을 상상했죠.” 갈리아노의 얘기처럼 컬렉션의 주요 피스는 트렌치코트였다. 평범했던 트렌치코트는 그의 손을 통해 왜곡되고 비틀리고 갈기갈기 찢겨 완벽하게 흥미로운 아이템으로 거듭났다. 마치 나무처럼 보였던 코르셋과 골판지 같은 질감의 벨티드 톱 또한 기억에 남는 피스.•••IRIS VAN HERPEN올해는 아이리스 반 헤르펜이 탄생 10주년을 맞는 해로 그녀는 불빛 한 점 없는(스마트폰의 불빛조차 허락되지 않은!) 암흑 속에서 쇼를 시작했다. 신비로운 음악 소리와 함께 네 개의 커다란 수조가 보이기 시작했고 그 속에서 각기 다른 악기를 연주하는 덴마크의 수중 음악 그룹 비트윈 뮤직(Between Music)의 모습은 그 자체로 시선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이윽고 등장한 룩은 물과 공기, 유동성을 테마로 한 의상들로 그녀의 장기인 3D 프린팅 과정으로 탄생한 물결무늬의 실버 드레스, 물방울을 연상케 하는 플라워 모티프의 입체적인 드레스 등 무척이나 혁신적이고 아름다운 피스였으며 쿠튀르의 판타지를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RODATE멀리비 자매의 첫 번째 파리 진출 쇼인 2018 봄 컬렉션이 오트 쿠튀르 기간 중에 열렸다. 그녀들은 로버트 올트먼 감독의 영화 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전했지만 순진하면서도 소름 끼치는 여자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영화 느낌과는 달리 컬렉션 자체는 핑크, 레몬 옐로, 스카이 블루, 마젠타 등과 같은 소녀적인 감성의 컬러 팔레트에 L.A.에서 함께 날아온 플로리스트 조셉 프리의 화려한 플라워 장식이 더해져 로맨틱하고 사랑스러운 무드를 연출했다.•••VIKTOR & ROLF 빅터 앤 롤프의 쇼 노트에는 “창의적이고 다양하며, 환경보호를 생각하는 세상을 열망하고 있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반짝이는 아이디어로 가득한 듀오 디자이너는 다양한 머리색과 피부색을 가진 커다란 머리의 인형으로 첫 번째 쇼를, 그리고 같은 룩을 새롭게 연출한 진짜 모델들로 두 번째 쇼를 연달아 선보이며 자신들의 이상을 완벽하게 실현시켰다. MA-1 보머 재킷을 드라마틱하게 변주한 아우터에 데님을 자유롭게 매치한 룩 역시 신선하고 에너제틱하게 다가왔음은 물론이고.•••ATELIER VERSACE “힘과 나약함, 그리고 그 힘과 나약함이 만났을 때 드러나는 정신력을 표현했어요.” 지난 시즌에 이어 프레젠테이션으로 아틀리에 베르사체 컬렉션을 선보인 도나텔라는 이렇게 전했다. 몽테뉴 거리에 위치한 베르사체 살롱에는 19피스의 쿠튀르 룩이 마치 조각상처럼 전시되어 있었는데, 청동과 앤티크한 골드 장식이 갑옷처럼 느껴지는 점프수트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여기에 아치형의 메탈 장식이 가미된 구조적인 실루엣의 골드 미니 드레스, 비늘을 연상케 하는 호화로운 비즈와 크리스털이 장식된 각진 어깨의 원 숄더 이브닝 가운 역시 감탄을 자아냈다.•••CHANEL쇼가 끝난 직후, 칼 라거펠트는 파리 시장 안느 이달고로부터 파리 최고 권위 훈장인 ‘그랑 베르메이(Grand Vermeil)’ 메달을 수여 받았다. 이는 전 세계에 프랑스 패션의 아름다움을 전파해온 쿠튀리에를 향한 존경과 감사의 의미를 담은 것이었다. 이번 컬렉션 또한 파리, 파리지엔을 향한 애정이 담긴 피스들로 채워졌고 이를 뒷받침하듯 그랑팔레의 중심에 파리를 대표하는 건축물이자 컬렉션의 영감이 된 에펠탑이 우뚝 솟아있었다. “파리의 여성이 되살아난 모습과도 같아요. 컷과 형태, 실루엣으로 모든 것을 말하고 있죠.” 보울러 햇에 진주 장식의 앤티크한 귀고리, 끝까지 단추를 잠근 싸이하이 부츠와 부티를 신은 모델들이 에펠탑 아래로 걸어 나왔고, 건축적이고 그래픽적인 실루엣의 의상들은 클래식함을 바탕으로 하고 있었으나 모던하게 느껴졌다. 하우스를 대표하는 트위드 재킷은 롱 튜닉 형태나 크롭트, 더블 브레스티드 재킷으로 등장했으며, 랩 어라운드 스커트, 튜블라 드레스, 점프수트에 함께 매치됐다. 그가 “퍼(Fur) 처럼 표현했다.”고 전한 깃털 장식은 수트와 드레스 곳곳을 넘나들며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낸 모습. 쇼 후반부에 등장한 새틴 소재, 블랙 실크 튤, 시폰 소재의 드레스들은 반짝이는 소재와 기하학적인 실루엣(마치 밤에 바라본 에펠탑의 모습처럼)의 이브닝 드레스들은 샤넬 쿠튀르의 정수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