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아나의 모험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모아나는 홀로, 온전히 존재한다. | 모아나

“모든 것은 산호에서 태어나고, 산호는 검은 것에서 태어난다.” 하와이 신화의 시작 부분이다. 다른 많은 신화들이 하늘을, 흰빛을 출발점으로 삼는 것과 비교된다. 폴리네시아 사람들은 생명이 시작된 곳이 바다였음을 누구보다 일찍 알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디즈니의 새로운 애니메이션 는 그 오래된 신화의 가장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변주다.바다의 선택을 받은 족장의 딸 모아나가, 반인반신 마우이가 훔친 여신 테 피티의 심장을 제자리에 돌려두러 떠나는 모험 이야기 자체는 단순하다.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을 영상미와 산뜻한 유머, 매력 있는 음악은 디즈니 영화의 오래된 특징이다.그런데 는 유독 특별하게 느껴졌다. 이 특별함이 어디서 비롯되는지, 영화를 보고 한참 고민해보았다. 무엇보다 모아나의 모험이 사랑과도, 가족과도 관계없다는 점이 색달랐던 듯하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구하기 위한 모험이 아니었다. 혈통 때문에 바다에게 선택 당한 것도 아니었다. 모아나는 눈앞에 아직 닥치지 않은 쇠락을 미리 막기 위해, 그야말로 온 바다와 온 바다에 흩어진 모든 섬들을 위해 나선다. 오로지 모아나의 용기, 모아나의 소명 의식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특별한 이야기가 됐다. 모아나는 홀로, 온전히 존재한다. 또 하나, 이 영화의 창작자들이 얼마나 깊은 애정으로 폴리네시아 문화를 그렸는지도 주목할 만하다. 폴리네시아의 박물관에 가면 잃어버린 항해술에 대한 섹션이 크게 따로 있을 정도로 현지 사람들은 고대의 항해술을 그리워한다. 기원전 천 년 즈음 동남아시아 끄트머리에서 태평양 한가운데까지 나침반 하나 없이 항해해온 이주자들이 그들의 시조인데, 현대 과학으로도 어떻게 그 일을 해냈는지 완전히 밝히지 못했다. 그렇기에 모아나가 손바닥으로 해류를 느끼고 별자리를 재며 항해술을 배워나갈 때, 이 이야기가 꼭 가야 했던 궤도로 아름다운 아웃리거 카누처럼 들어선 걸 깨닫고 벅찬 마음이 되었다. 엔딩크레딧에 박물관의 이름이 있었던 것도 힌트였다.바다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눈물을 흘리게 되지 않을까 한다. 모아나의 바다와 달리 우리의 바다는 북극 심해까지 플라스틱 쓰레기로 차오르는 중이고, 생명이 바다에서 시작된 것처럼 바다에서부터 끝나게 될지도 모를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구 인구 100억이 머지 않았고, 아름다운 돌 하나를 제자리에 돌려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플라스틱 제품들을 법제적으로 줄여나가지 않으면 어떤 파멸이 성큼 다가올지 생각하고 싶지 않다. 모아나처럼 멀리 볼 수 있는 사람들이 간절히 필요한 시점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아나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가 바다를 구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