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아트 트립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프리즈 위크를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은 런던 지도 곳곳에 발로 점을 찍으며 미로 같은 아트 세계에서 취향의 연결 고리를 만들어보는 것. | 아트,프리즈 아트페어,아트페어,프리즈 위크,런던

Day 1런던의 모든 길은 아트로 통한다. 9월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을 시작으로 10월엔 ‘프리즈 아트페어’와 올해 4회째를 맞이한 ‘1:54 컨템퍼러리 아프리칸 아트페어’가 맞물려 열리고 파리 ‘뉘 블랑슈’의 런던 버전이라 할 수 있는 ‘아트 나이트’도 올해 여름 처음으로 선을 보였다.사방이 예술로 울타리 쳐진 이 도시의 축제 틈 사이로 아트 트립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1천여 개가 넘는 갤러리와 미술관 가운데 주요 지점이 표시된 지도를 펴고서 족집게 기출 문제집을 받아 든 수험생의 마음으로 리스트를 추려본 결과, 처음 목적지는 왕립 미술 아카데미로 결정했다.지금 여기서 잭슨 폴록, 마크 로스코, 빌럼 데 쿠닝, 바넷 뉴먼, 클리포드 스틸 등 1950년대 즉흥적이고 적극적으로 뉴욕 아트 신을 진동시켰던 작가들이 한데 모인 ‘추상표현주의‘ 전시회가 내년 1월 2일까지 열린다.‘미국 아트의 빅맨을 방에 잔뜩 몰아넣었다’는 지의 제목처럼 이른 오전부터 위대한 작가의 거대한 그림 앞을 인파가 가로막았다. 미동하지 않는 수많은 인간 조각상을 피해 예상보다 서둘러 지하에 있는 ‘RA 그랜드 카페’로 도망쳐야 했다. 그곳에 가면 길버트 스펜서의 벽화로 둘러싸인 고풍스러운 공간에서 영국 히드로 공항에 떨어진 이래로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윤기 도는 수프와 샐러드를 먹을 수 있다.오전에 블록버스터급 전시를 봤다면 오후엔 호숫가에 백조가 노닐고 커플이 빗속에서 웨딩 화보를 찍고 있는, 하이드 파크에 위치한 서펜타인 갤러리에 가서 숨을 돌린다. 이곳은 매해 여름마다 건축 프로젝트인 서펜타인 파빌리온을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비가 그친 뒤 천장에서 물방울이 맺혀 똑똑 떨어지는 야외 파빌리온 카페에 앉아 따뜻한 티를 마시다 보면 구조물에 쳐진 거미줄마저 건축의 일부로 느껴질 만큼 자연친화적 순간을 맞이한다.다시 도심으로 회귀해 파인 다이닝으로 그날을 마무리하고 싶다면 호크니와 호킨스 작품을 보유한 갤러리와 같은 뿌리에서 만들어진 보넘(Bonhams) 레스토랑으로 가볼 것. 예술경매재단에서 작년에 문 연 곳으로 올해 9월 미쉐린 별 하나를 달았다. 음식은 리뷰처럼 “아름답고 단순하며 깔끔하다.” 자리가 없을 시엔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폴른 스트리트 소셜’이나 딱 이름 같은 요리를 보여주는 ‘텍스처’의 문을 두드려보는 것도 훌륭한 차선책이 된다.Day 2프리즈 위크 기간 동안 한낮에 런던 주요 갤러리가 모여 있는 메이페어 구역을 걷다 보면 ‘Frieze Art Fair’라고 프린트된 천가방을 들고 신호등을 건너는 사람을 심심치 않게 마주치게 된다. 페어에 참가한 런던 주요 갤러리들의 히든 카드를 보기 위해 사람들은 부지런히 움직인다.세계적인 아트 웹진 가 선정한 2016년 톱 갤러리 중 한 곳인 사디 콜스 HQ(Sadie Coles HQ)의 사디 콜스는 올여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 20년간 런던 아트 신에 거대한 팽창이 있었어요. 지금 런던은 비할 데 없는 시기를 맞이했죠. 테이트 모던, 프리즈, 영국 젊은 작가들(yBa) 세대까지, 모든 것이 전 세계 아트를 이끌어나가는 데 기여하고 있어요. 런던은 이제 명백하게 뉴욕의 뒤를 이어 제2의 아트 플레이스가 된 거죠. 메이페어에도 이제는 갤러리가 넘쳐나요. 10년 전만 해도 조용했는데 말이죠.”마크 제이콥스가 영감을 주는 페이버릿 장소로 꼽은 그녀의 갤러리에서는 지금 프리즈 위크 기간에 맞춰 두 명의 미국 작가를 소개하고 있다. 소호에 있는 갤러리에선 로라 오웬스(Laura Owens), 메이페어 지점에서는 보르나 사막(Borna Sammak)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사디 콜스가 회화에 대한 새로운 담론을 밀고 나가는 급진적이고 놀라운 작가로 소개한 로라 오웬스는 그 어떤 특징으로도 정의하기 어려울 만큼 하이브리드적인 작업을 한다. 전날 본 추상표현주의 작가들의 작품을 유아 버전으로 풀어낸 것 같은 천진하고도 순수한 느낌이랄까.이런 곳에 정말 갤러리가 있을까 싶은 순간 창고 형태 공간이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데, 거기에 보르나 사막의 설치작품이 놓여 있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31살의 이 작가는 영화, TV, 유튜브와 같은 대중매체를 마치 패브릭 다루듯 분해하고 압축한다. 길거리 표지판, 스티커, 티셔츠에 프린팅된 슬로건 등 일상 속 사물의 텍스트와 이미지를 재조합한다. 허공을 바라보는 사슴 위로 ‘나의 남편에겐 끝내주는 마누라가 있죠’라는 글자가 흐르거나 ‘발이 아파도 난 살 수 있어. 근데 내가 왜 그래야 하지?’라고 쓰인 작품이 걸려 있다.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고 우스꽝스럽다.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가고시안에서 가장 최근에 오픈한 최고의 규모를 자랑하는 세 번째 갤러리가 있다. 한적한 동네 골목길로 접어들면 커다란 유리창 너머 사람의 키를 훌쩍 넘는 에드 루샤 작품 앞을 지키는 보디가드가 보인다. 내림차순으로 글씨가 점점 작아지는 작품의 가장 하단에 놓인 티끌만 한 글자는 돋보기가 필요할 정도로 일부러 못 보게 하려는 느낌마저 들었다.‘우주-미국-플로리다 템파’, ‘은하계-지구-미국’ 이렇게 공간감 단위로 단어 크기가 축소된다. 2016년 신작인 일련의 스무고개 같은 작품을 통해 그가 말하고 싶은 건 뭐였을까? “단어는 크기가 없는 세상에서 살고 있죠. 그 어떤 크기로도 단어를 만들 수 있어요. 실제 사이즈라는 게 뭔데요? 그건 아무도 몰라요.” 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답했다.어지러운 상태로 갤러리를 빠져나와 길을 잘못 들었는데 거기에 얼마 전 새롭게 둥지를 튼 알마인 레시(Almine Rech) 갤러리가 있었다. 길을 잃어도 제프 쿤스 신작을 만나는 도시가 바로 런던이다. 그가 고대 작품으로부터 영감 받아 제작한 레디메이드 발레리나가 슈즈 뒤축을 고쳐 신고 있었다.길을 잃었다는 건 당이 떨어졌음을 의미하는 바, 애프터눈 티세트로 떨어진 게이지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메이페어 근처에 있는 ‘포트넘 & 메이슨’ ‘리츠칼튼 호텔’ ‘호텔 카페 로얄’을 베스트 3로 리스트업 해둘 것.근방에 있는 스카스테드(Skarstedt) 갤러리 역시 얼마 전 새롭게 오픈했다. 신디 셔먼의 초상화 작업과 데이비드 살르의 태피스트리 페인팅으로 구성된 공동 전시회가 막 시작됐다. 가발, 인조유방, 의료용 보철 코와 같은 소도구로 분장한 채 스스로가 고전적인 초상화의 주인공이 된 신디 셔먼과 페미니즘적인 요소가 다분한 데이비드 살르의 작품은 서로가 탁구 하듯 핑퐁거리며 케미스트리를 만들어낸다.해가 저물어 갈 때 쯤 스카스테드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위치한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에 가서 네오 라우흐의 그림을 봤다. 라우흐(Rauch)는 독일어로 연기를 뜻하는데, 할머니가 늦은 밤 불을 끄고 들려주는 무서운 이야기처럼 미스터리하고 시리어스한 그의 작품과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훤칠한 56세 꽃중년 네오 라우흐는 이런 이미지들이 어디로부터 나오냐는 영국 일간지 기자의 질문에 “누가 알겠어요? 모르는 게 나을 텐데요.”라고 눙치다가도 “회화는 제게 있어 제2의 피부와도 같습니다. 제가 표현하고 싶은 것은 모두 이 두 번째 피부로부터 나오죠.”라는 그림만큼 멋진 말을 남겼다.금요일 밤이 되면 입구부터 리드미컬한 디제잉이 펼쳐지고 그 옆에서 프로세코와 칵테일을 파는 힙한 무드의 V&A 뮤지엄으로 향할 것. 속옷의 역사에 관한 전시장엔 커플이 다정하게 데이트를 즐기고 있고 드높은 조각상 앞에선 미술 학도가 크로키에 여념 없다.천천히 취향에 맞는 방을 둘러보다 그레이슨 페리가 페이버릿 플레이스로 꼽은 V&A 뮤지엄 카페에서 간단한 요리에 와인을 즐기며 정열적으로 건반을 두드리는 어느 연주가의 피아노 선율에 빠져 있다 보면, 폐장 시간인 밤 10시가 빠르게 느껴진다.Day 3둘째 날 방문했던 메이페어가 런던 아트 신의 화려한 면면을 보여주는 중심지라면 이스트 런던은 그와는 상반된 런던의 얼굴을 보여준다. 한낮에 가도 어딘지 모르게 서늘하고 한적하다. 1960년대 폐쇄되었던 슬럼가 공간과 건물을 예술의 현장으로 개조하여 보다 진보적이고 실험적인 전시를 선보이는 갤러리가 모여 있다.대표적인 두 곳만 뽑자면 빅토리아 미로와 화이트채플 갤러리로 둘 다 쇼디치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어 디자인, 음식, 위치 등 모든 면에서 별 5개를 줘도 아깝지 않다며 호평 받는 타운홀 호텔에 거점을 두고 다녀오기에 좋다.가구 공장으로 사용되던 건물을 현대적으로 개조한 빅토리아 미로에서는 지금 라는 흥미로운 그룹 전시가 열리고 있다. 사회 구조가 만든 부조리를 향해 의문을 제기한 17명 작가의 작품을 큐레이션했다. 더그 에이트킨의 산산이 부서져 조각난 ‘FREE’ 거울에 나의 일그러진 모습을 비춰보는 것을 시작으로 엘름그린 & 드라그셋의 설치작품 ‘감옥 탈출’이 공간 전체를 압도하고, 부서진 벽 사이로 물방울 무늬 작가 구사마 야요이의 설치작품 ‘죄수의 문’이 관람객을 옥죈다. 날것의 청춘 모습을 기록해온 볼프강 틸먼스의 사진 속에선 사람들이 ‘FREE Gender-Expression Worldwide’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고 있으며 카라 워커의 흑백 드로잉 속 흑인 여성은 ‘Don’t Touch My Hair’라며 남자를 향해 저항한다.유럽에서 처음 열리는 나이지리아 출신 화가 니데카 아쿠닐리 크로스비(Njideka Akunyili Crosby)의 개인전도 동시에 시작됐다. L.A.에서 활동해온 1983년생 작가는 개인적, 정치적 경험을 바탕으로 작업을 이어왔다.페인팅과 드로잉에 뼈대를 두고 있지만 사진과 그래픽적인 패턴이 캔버스 안에 이식되어 있어 콜라주처럼도 보이는 신묘한 대형 작품들이 소개됐다.빅토리아 미로에 가면 테라스로 꼭 나가봐야 한다. 작품인지 모르고 그냥 지나칠 법한 영국 출신 작가 알렉스 하틀리의 야외 설치작품 ‘A Gentle Collapsing II’가 부식되어 변질된 채로 정글처럼 우거진 연못과 물아일체되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작가와 함께 열댓 명의 스태프가 한 달 동안 작은 보트를 타고 폐허처럼 보이는 구조물을 설치하기 위해 애를 썼다”는 뒷이야기를 듣고 나니 달리 보였다.시공간이 낯설게 느껴지는 경험은 화이트채플 갤러리 가는 길에서도 느낄 수 있다. 무슬림 전통 모자 왓치를 쓰고 있는 우버 기사가 차를 좁은 골목으로 이리저리 모는 동안 창밖으로 이슬람 사원이 보였다. 길거리 상점 유리창으로 보이는 팔뚝만 한 꼬치요리나 이국적인 향신료를 품은 음식을 바라보며, 화이트채플은 짠맛과 무맛이란 극과 극을 오가는 영국의 무심한 음식을 더 이상 못 참을 때 가면 좋을 동네라는 생각이 들었다.(가던 길 멈추고 들어간 아무 식당에서 4파운드짜리 매운 커리에 길쭉한 쌀을 비벼 먹으며 그 모든 것이 해장되는 것을 경험했다!)화이트채플 갤러리에서는 남아공 출신 작가 윌리엄 켄트리지의 이란 타이틀의 전시가 내년 1월 15일까지 열린다. 지에 미술 비평을 쓰는 조나단 존스는 이 전시를 두고 “윌리엄 켄트리지의 멜랑콜리한 카니발은 지난 역사상 가장 가장 설득력 있는 시도였다”며 별 5개를 주었다.전시에 공개된 거대한 설치영상작품은 음악, 퍼포먼스, 드로잉, 우드그래프트 등 서로 다른 분야의 것들이 한데 뒤섞여 웅장한 스펙터클과 균제미를 보여줬다. 이런 장관을 만들기 위해 작가와 함께 작곡가, 비디오 디자인 전문가, 무용가, 과학자가 협업했다.윌리엄 켄트리지의 초현실적 동굴을 빠져나와 ‘게릴라 걸스’라는 전설적인 페미니스트 집단의 이란 다소 도발적인 타이틀의 전시장에도 들렀다. 미술계 권력을 비꼬는 온갖 질문과 함께 그들의 설문에 응해주지 않은 전 세계 유력 미술관 리스트를 발로 밟아보는 독특한 경험을 내년 3월 5일까지 해볼 수 있다.어느덧 런던의 하늘이 페이드아웃 된다. 본격적으로 런던의 예술적인 밤을 즐겨보라는 신호다. 빨간 이층버스 맨 앞 좌석을 사수해 템스 강 건너 야경을 바라보는 것은 뻔하긴 하지만 나름의 낭만이 있다. 특히 토요일엔 테이트 모던과 뉴포트 스트리트 갤러리가 저녁 10시까지 문을 활짝 열어둔다. 테이트 모던은 거대한 실내예술공원 혹은 종합몰 같은 인상을 줬다. 올해의 현대 커미션 프로젝트 작가로 선정된 필립 파레노가 만든 생선 모양 애드벌룬이 천장에 숨어 있는 걸 봤을 땐 어드벤처 같기도 했다.세세한 주제로 나뉜 서점의 아트북 컬렉션과 매달 업데이트되는 퍼포먼스가 테이트 모던의 ‘플러스’라면 인간 바리케이드로 발 디딜 틈이 없었던 스위치 하우스 10층 테라스는 ‘마이너스’라 생각했다.(맞은편 건물 거주민의 사생활 보호 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는 뉴스는 33만 개의 벽돌로 쌓아 올린 이곳까지 도달할 수 없었나 보다.) 오히려 런던의 아름다운 파노라마 샷은 9층 레스토랑에서 모든 음식 메뉴마다 페어링 와인이 정해져 있는 ‘테이트 마리아주’를 즐기며 감상하는 편이 훨씬 우아해 보였다.클래식보다 펑키한 밤을 원한다면 데미언 허스트가 자신의 작품을 팔아서 번 돈 11만 파운드를 쏟아부은 뉴포트 스트리트 갤러리로 가볼 것. 버스에서 내리자 죽어 있는 비둘기 시체와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나를 반긴 스산한 동네지만 코너를 돌면 제프 쿤스 전시를 보러 온 사람들로 활기가 돈다.갤러리 2층에 있는 ‘파머시 2’에 가면 뒤로 발라당 넘어갈 것 같은 알약 의자에 앉아 바의 테이블 유리판 아래 들어 있는 주사바늘, 시험관, 메스 등 식욕감퇴용 의료기구를 감상하며 인생 최악의 문어샐러드와 최고의 프렌치 프라이를 경험할 수 있다. 바텐더가 처방해주는 영국 스파클링 와인, 서머싯 사이더 브랜디, 포트 와인까지 홀짝이다 보면 미술관을 나서다 어둑한 골목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게이 커플의 진한 키스 장면마저 낸 골딘의 사진처럼 보이는 그런 밤으로 런던을 기억하게 된다.Day 4런던에서 자동차로 세 시간을 꼬박 달려야 모습을 드러내는 하우저 & 워스 서머싯은 브루톤(Bruton) 지역에 있다. 세계문화유산 스톤 헨지 앞에 개미만 한 크기의 사람들이 와글와글거리는 풍경 말고는 좀처럼 별 볼일 없는 장거리 탑승을 보상해줄 만큼 아름다운 풍경이 등장한다. 줄리엣 비노슈 주연의 영화 의 촬영지가 되었던 동네이기도 하다.스위스 취리히에 거점을 두고 있는 대형 갤러리 하우저 & 워스에서 농장을 사서 만든 자연 속 갤러리다. 런던에 있는 갤러리에서는 현재 브라질 작가 리지아 파페(Lygia Pape)의 몽환적인 설치작품과 마이크 켈리(Mike Kelley)의 컬트적인 모뉴멘탈 작품이 전시 중이다.엄숙한 메이페어 지점과는 달리 이곳은 한결 따뜻하고 여유로웠다. 10월 첫째 주부터 시작된 란 타이틀의 루이즈 부르주아 기획전이 내년 1월 1일까지 이어진다. 알렉스 반 겔더가 작가의 인생 마지막 가운데 찍은 초상화도 함께 전시 중이다.전시장에 들어서면 건물 벽을 뚫고 들어온 듯한, 육면체 실내 공간에 꽉 들어맞는 청동 거미가 다리로 관객을 옴짝달싹 못하게 움킨다. 포옹처럼 느껴진 그 방을 통과하면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작가의 동판화 작품 38점이 파노라마로 하나씩 펼쳐진다. 나뭇잎, 꽃, 여성의 신체 일부, 뒤얽힌 혈관 등 작가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몰두했던 작품을 천천히 감상하다 보면 잔잔한 울림을 얻게 된다.외부 정원으로 통하는 문을 열고 나가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조경가 피에트 우돌프가 디자인한 정원으로부터 시원한 바람이 전해진다. ‘로스 바 & 그릴’에서는 텃밭에서 직접 가꾼 채소, 이 지역에서 윤리적으로 관리된 소와 닭고기, 치즈 등 재료에 대한 설명이 칠판 가득 적혀 있다. 그 재료로 만든 푸근하고 소박한 음식이 주는 즐거움을 한가득 만끽할 수 있다. ‘트래블스 어워드’가 선정한 2016년 올해의 아트 호텔로 선정된 팜하우스에 하루 이틀 머무르며 이곳의 평온함을 온전히 누려봐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