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연의 청춘시대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청춘의 판타지는 짧고 현실은 길다. 아이돌이라는 이름으로 청춘의 불완전한 시기를 누구보다 혹독하게 보냈던 한승연은 우리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단단하고 견고해진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지금, 5인5색의 청춘을 리얼하게 그린 드라마 <청춘시대>에서 대범함과 사랑스러움을 넘나드는 ‘정예은’으로 20대의 민낯을 리얼하게 그려내며 짙은 공감대를 만들어가고 있다. | 인터뷰,한승연,청춘시대

10년간의 걸 그룹 생활을 뒤로하고 본격적으로 연기에 뛰어들었다. 짧은 기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기분 좋게 일하는 게 어떤 건지 요즘 실감하고 있어요. 연기면 연기, 음악이면 음악 한 가지에만 집중하고 싶은데 이제까지는 이것저것 신경 써야 할 게 너무 많았거든요. 물론, 바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지만요. 지금은 연기에만 집중하고 있어요.홍종현과 호흡을 맞춘 드라마 , 팜므 파탈 최무수리로 분한 , 국민 드라마 의 가을 역 등 꽤 굵직한 작품부터 그 이전의 소소한 역할까지 출연한 작품이 제법 많다. 선택의 기준이 있다면? 작품을 까다롭게 고르기보단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일하는 편이에요. 단역, 조연이라도 작품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스토리를 탄탄하게 뒷받침할 수 있는 지지대 역할을 하는 게 때론 주인공보다도 더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하거든요. 몸에 맞지 않는 역할에 욕심 내기보단 훌륭한 선배님들이 함께하는 작품의 단역을 맡는 게 더 낫다는 주의죠. 아직 주연 자리에 연연할 기량이 아니기도 하고요.‘가수 출신 연기자’라는 수식어의 무게는? 요즘은 뉴 페이스를 찾는 추세라 대중에게 익숙하다는 건 오히려 단점이 되기도 해요. 하지만 고민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으니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혹독한 평가가 따를 땐 ‘아 내 연기가 부족했으니 흠 잡히는 건 당연하다. 다음에는 더 잘해야지.’ 하는 식으로요. 지금 하고 있는 에 이런 이야기가 나와요. “소통하지 않으면 공감은 일어나지 않는다. 공감이 없다면 치유도 없다. 치유되지 않은 상처는 곪아갈 뿐이다.” 지금 저에게 필요한 말인 것 같아요. 세상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저는 지금보다 더 나은 연기로 대중을 설득하고 소통해서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더 노력할 거예요. 그러면 어딘가에 남아 있을 제 마음속 상처도 자연스레 치유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장점도 있어요. 방송 경험이 많으니 카메라나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있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집중할 수 있어요.(웃음) 저 너무 진지했나요?스트레스를 극복하기 위해 찾은 감정의 처방전인가? 극복했다기보다는 무뎌지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화도 나고. 그런데 문득 얼굴도 모르는 그들이 쏟아내는 말을 의식하느라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대중의 평가가 그러하다면 그냥 받아들이고 나를 발전시키는 데 시간을 쏟자고. 20대의 끝자락이니 덤덤해지기도 하고, 마음의 여유가 좀 생긴 것 같아요.Obzéé, 메탈 귀고리는 Alexander Wang 제품."/>Proenza Schouler 제품."/>이번 JTBC 드라마 에서 일명 연애 호구이자 러블리의 현신인 정예은 역을 맡았다. 지금까지 맡아온 역할이 기성복이라면 지금은 마치 맞춤 재단을 한 드레스처럼 완벽하게 들어맞는 느낌이다. 마치 실제 한승연의 모습이라 착각할 만큼! 사실, 저랑 안 맞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그보다 상극에 가깝죠. 수다스럽고, 입에서 튀어나오는 말들은 온통 막말투성이에 몸싸움도 제일 많이 하는 쌈닭 기질이 있는데 남자친구 앞에서는 바보가 되요. 우울할 땐 땅끝까지 파고들죠. 그런데 그 모든 순간에도 러블리한 면모를 잃지 않아야 하는 거예요. 몸싸움과 사랑스러움이 공존해야 한다니 상상이 가나요? 결론은 착하거나 나쁘거나, 밝거나 어두운 것처럼 성격을 단순하게 단정 짓지 않기로 했어요. 대사 외우는 것 말고는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죠. 캐릭터 성격을 단정 지어버리면 그때부터 한계가 생기거든요. 여기에는 감독님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어요. 스스로를 ‘착한 아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하라고 하셨거든요. 그 말이 정말 맞아요. 조금 얄미울진 몰라도 예은에게 악의는 없어요.셰어하우스 ‘벨 에포크’에 사는 다섯 명의 여대생 이야기는 예상처럼 유치하지 않다. 수박 겉핥기처럼 청춘을 대하지 않고 묵직하게 다루고 있다. 알고 봤더니 를 썼던 박연선 작가의 신작이더라. 이 드라마에 담긴 진정한 미덕은? “소통하고 의지하며 그래도 꿋꿋하게 살아내라”는 희망 메시지요. 다양한 사람이 있는 만큼 저마다의 고민거리도 각양각색이에요. 지금 나에게 닥친 문제가 죽을 것같이 힘들다 해서 다른 사람의 문제가 가벼워지는 건 아니에요. 서로 알지 못할 뿐이죠. 또 함부로 속단하거나 판단하거나 짐작하는 것도 안 돼요.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거예요. 다만 말하지 않을 뿐이죠. 셰어하우스라는 공통분모로 모인 다섯 명의 주인공이 딱 그래요. 그런데 첫 만남에서 본 모습만으로 판단하고 단정 짓고 행동하죠. 청춘의 무게만으로도 충분히 힘든데도요.나쁜 남자 고두영(지일주)과의 이별을 겪으며 분노의 양치질, 생닭 다지기, 폭풍 오열까지 이별 연기 3종 세트를 아주 리얼하고 맛깔스럽게 표현하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리얼한 연기의 비결은? ‘척’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게 가장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앞서 말했듯이 말이나 행동은 사랑스럽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블리하게 보이려면 우선 비호감으로 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예쁜 척하며 운다거나 잠옷을 입고 분노가 폭발하는 상황에서도 풀세팅된 모습이라면 저라도 공감이 되지 않을 거예요. 이 한 끗 차이만으로도 밉상 캐릭터로 전락할 수 있으니 차라리 턱살이 접히는 모습을 리얼하게 보여주는 방법에 대해 연구했을 정도죠. 발성에도 신경 썼어요. 노래를 했으니 발성이 좋겠구나 생각할 수 있는데 실은 달라요. 가수 시절, 제 파트는 대체로 높았어요. 목소리 톤보다 높고 널리 퍼져야 하죠. 연극으로 따지면 방백처럼.상상했던 한승연은 속 정예은에 가깝다. 하지만 오늘 촬영과 인터뷰를 하고 보니 반전이다. 그런가요? 누구나 다양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도 변하죠. 숫기 없던 어린 시절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갑자기 연기학원에 보내달라며 부모님을 조르고, 사진 찍는 것을 질색했는데 지금은 이렇게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것처럼요. 한 가지 성격만 있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비교적 차분하죠. 되짚어보면 저는 표현에 서툴렀던 것 같아요. 내 감정을 드러내는 건 어른스럽지 못하다고 생각해서 힘들어도 내색하지 않으려 했거든요. 그냥 많이 웃었죠. 볼살이 많아서 무표정으로 있으면 입술이 아래로 처져서 화난 것처럼 보이는데 아이돌이 그러면 안 되잖아요. 웃는 게 더 예쁘다고도 하고요.(웃음) 의식적으로 웃으려 하다 보니 마음도 둥글둥글해진 것 같아요. 웃을 일도 더 많아지고.실제 연애 스타일은? 웬만하면 맞춰주려고 해요. 하지만 극 중 정예은 역시 마찬가지지만 근본적으로 다르죠. 예은이는 자존감이 없어요. 이 남자가 아니면 아무도 사랑해주지 않을 것 같아서 희생하는 거예요. 저라면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나 고쳐줬으면 하는 부분을 조금씩 이야기할 거예요. 오랜 시간을 두고 지켜볼 테지만 그럼에도 달라지지 않는다면, 거기서 끝이죠. 사랑은 이해와 배려가 필요한 법인데 그게 일방적이라면 그다지 행복하지 않을 것 같아요.기회가 주어진다면 도전하고 싶은 역할은? 차분하고 정적인 역할이요. 실제 성격도 그런 편이거든요. 아이돌은 명랑하고 쾌활해야 한다는 무언의 룰이 있기 때문에 실제 모습을 감추기 위해 많이 노력했어요. 그러니 자연히 제안 받는 역할들 역시 발랄하거나 엉뚱하거나 철이 없거나 하는 식이었죠.직접 화장을 하고, 요가를 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꽤 수준급으로 보이던데? 평소 뷰티에 관심이 있나? 보여지는 것이 중요한 직업이다 보니 다이어트나 피부 관리, 메이크업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겼어요. 평소에는 거의 신경 쓰지 않지만 언제 어느 순간에 무슨 일이 닥칠지 모르니 혼자서도 기본적인 것은 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거죠. 작품이 끝나고 휴식기라 하더라도 그 다음에 찾아올 일을 위해서는 관리를 게을리할 수 없어요.그중에서도 유은재(박혜수)의 첫 데이트를 위해 직접 메이크업을 해주는 장면이 기억난다. 최근에는 메이크업 혼자서 하는 거에 재미를 붙여서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있어요. 스모키처럼 강렬한 메이크업은 아니지만 은은한 립 메이크업, 눈에 그윽한 음영을 만들거나 생기 있어 보이도록 블러셔를 바르는 정도는 거뜬히 하죠. 공항 메이크업은 전부 셀프 메이크업이에요! 대신 피부가 얇고 연약해서 순한 제품을 찾아요. 특별한 일 없을 땐, 스킨케어만 간단히 하는 식으로 피부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 해요.피부가 예민하다면 평소 스킨케어는? 종류별로 여러 개를 구비해두고 그날 필요한 제품을 골라 쓰는 편이에요. 건조한 날에는 보습크림을 여러 번 레이어링하기도 하고 피부 자극이 심할 때는 진정 기능 제품 하나만 넉넉하게 발라주죠. 손댈 수 없을 만큼 피부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에는 일단 피부에 쌓인 열감을 덜어내요. 시원한 물로 패팅을 하거나 토너에 화장솜을 차갑게 해서 얼굴에 올려두는데 이렇게 해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지체하지 않고 병원에 가요. 정말 치료를 목적으로 가는 거죠.선이 가늘고 말랐는데 탄탄해 보인다. 어떤 운동을 하고 있나? 필라테스를 5년간 하면서 몸이 아주 좋아졌어요. 단순히 살이 빠졌다기보단 자세도 곧아지고 선이 예뻐졌죠. 그래도 여전히 아쉬운 부분을 채우려고 최근에는 PT를 시작했어요. 근육이 견고하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거의 매일 하고 있죠.걸 그룹의 숙명, 다이어트는 배우라고 해서 피해갈 수 없는데 식단 조절의 노하우가 있다면? 도시락을 싸는 거예요. 촬영하면서도 웬만하면 음식을 미리 준비해 가요. 밖에서 먹는 음식은 맛있지만 대부분 기름지고 간이 세서 건강에 좋지 않은 데다 대부분 밀가루, 튀긴 음식이잖아요. 그래서 현미밥에 간단한 반찬을 곁들여 먹거나 닭가슴살을 즐겨 먹어요. 요즘 1인분씩 포장해서 쉽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제품이 많더라고요. 정말 먹고 싶은 음식이 있다면 가끔은 그냥 먹기도 해요. 일종의 포상 같은 거죠. 가장 힘든 건 군것질을 끊는 거예요.군것질을 좋아한다고 보기엔 너무 말랐는데! ? 그럼요. 오늘 촬영을 위해 며칠간을 바나나로 연명했는데요!(웃음) 화보 찍으면 얼굴이 유난히 동그랗게 나와서 스트레스예요. 영상보다 사진에 유난히 볼살이 두드러져 보여서 화보 촬영을 앞두고는 항상 마음이 불안하죠. 그래서 일단 촬영이 잡히면 식단 관리를 평소보다 더 하고 있어요. 어떤 스타일링에 도전해야 할까 두렵기도 하고....향수 취향은? 프레쉬의 향수를 좋아해요. ‘시트론 빈’이나 ‘라이프’ ‘헤스페리어스’까지 각각의 매력이 달라 그날의 기분에 따라 뿌리고 있어요. 달달한 마크 제이콥스의 ‘허니’도 좋아해요.한승연이 생각하는 아름다운 여자란? 자기 주관이 명확한 사람이요.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 사랑이 있어야 하죠. 만약 내 다리 모양이 예쁘지 않다면 ‘스커트는 입지 않을 꺼야’라기보단 ‘어떻게 하면 예뻐질 수 있을까?’ 고민하고 노력하는 사람인 거죠. 외모가 됐든, 공부가 됐든 마찬가지예요. 지금보다 발전하는 방법을 생각해야지 거기에 머물러 있는 사람은 매력이 없어요.대화할수록 나이가 실감이 난다. 사실 이렇게 말해도 저 역시 어느 순간에는 동굴 속을 파고들어요. 어려움을 극복해야 하는 건 맞지만 그 과정이 쉽지는 않거든요.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소소한 특기, 취미가 있다면? 스마트한 쇼핑이요. 대신 현명한 쇼핑이어야 하죠. 부모님 덕분에 원단에 민감해요. 대충 스윽 봐도 세탁 방법이나 얼마나 오래 입을 수 있을지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죠. 바느질이나 옷의 구조, 패턴도 알고 있어서 어릴 땐 인형 옷도 직접 만들어 입혔어요. 프릴이나 레이스로 나름 디테일까지 살렸죠. 가끔은 스타일리스트 대신 옷매무새를 잡기도 해요. 웬만한 옷은 집에서 직접 수선해 입고요. 부모님은 제가 연예인을 하지 않았다면 패션에 관한 일을 했을 것 같다고 하세요. 박음질을 진짜 잘하거든요.(웃음) 혹시 또 모르죠! 이제까지의 경험을 살려 아이돌 의상을 만들고 있을지도요.하고 싶은 것도, 욕심도 많은 29살. 20대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다. 한승연의 30대를 미리 상상해본다면? 어려 보이는 외모와 실제 나이의 간극 때문에 일종의 과도기가 될 것 같아요. 30대에 학생 역할을 소화하는 일이 쉽지는 않죠. 그렇다고 커리어 우먼 같은 모습에도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시기를 유연하게 넘어가는 게 첫 번째 목표예요. 하지만 사실 30이라는 숫자가 아직은 와닿지 않아요. 마음은 이제 한 스물넷 다섯 정도 된 것 같은데.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렸다면 이제는 좀 편안하고 안정적인 모습이었으면 좋겠어요.한승연에게 청춘이란? 한계까지 도전해봐도 좋은 때라고 생각해요. 가장 열정적으로 열렬히 살아야 하는 시기죠. 덕분에 한계까지 나를 몰아세우더라도 청춘이라면 극복할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