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바꿔놓은 모녀 관계

살을 빼는 일이 쉬워진 시대, 엄마와 딸 사이에는 새로운 갈등이 시작됐다. GLP-1 다이어트 열풍이 불러온 뜻밖의 변화.

프로필 by 안서경 2026.11.07

MOTHER, MAY I?


위고비, 마운자로 같은 GLP-1 계열 약물로 살을 빼는 사람이 늘면서 신체를 바라보는 시선을 두고 모녀 사이의 긴장이 어느 때보다 팽팽해지고 있다.


Becky Kolsrud, <Figures/Face II>, 2019, Oil on canvas, 40x32inch, © Becky Kolsrud. Courtesy the artist and Morán Morán, Los Angeles. Photo by Jeff Mclane.

Becky Kolsrud, <Figures/Face II>, 2019, Oil on canvas, 40x32inch, © Becky Kolsrud. Courtesy the artist and Morán Morán, Los Angeles. Photo by Jeff Mclane.

나탈리는 미국 서부에서 스테이크하우스를 운영하는 집안에서 자랐다. 아버지가 하는 레스토랑은 70년 가까이 자리를 지켜온 곳으로, 필레 스테이크에 랍스터 테일을 곁들여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성인이 된 뒤에는 컨설팅 분야에서 일을 시작했다. 7년 전, 아버지에게서 레스토랑을 맡아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처음에는 승낙한 것을 후회했다.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나 싶더라고요. 아는 게 하나도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코로나19 시기를 지나며 차츰 일에 익숙해졌고, 지금은 “정말 좋다”고 말한다. 1년 전, 서른세 살이던 나탈리는 두 번째 지점을 열기 위해 뉴욕시로 옮겨 왔다. 같은 해, 딸을 낳았고 엄마를 뉴욕으로 불렀다.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됐다. 나탈리가 두툼한 스테이크를 매만지며 대형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법을 속성으로 익히느라 분주한 동안, 수십 년간 체중 문제로 씨름해온 나탈리의 엄마는 GLP-1 약물을 사용해 옷 사이즈를 몇 사이즈나 줄여나갔다. 어느 날 갑자기 새로운 몸을 얻게 된 엄마는 타인의 몸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아졌다.

출산한 지 석 달이 지날 즈음, 가게 공사에 한창 매달리던 나탈리에게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GLP를 한번 써보는 건 어때? 새 레스토랑을 오픈할 때쯤엔 날씬해져 있도록 말이야.” 나탈리는 받아쳤다. “아니면 그냥 내 몸이 알아서 하게 둘 수도 있지.” 하지만 엄마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치… 아니면 그냥 GLP를 써보든지’라고 하더라고요.” 나탈리는 그때를 떠올린다. 심지어 나탈리의 갓난 딸을 두고도 말이 나왔다. “젖을 좀 덜 먹이는 게 좋겠다는 거예요. 애가 너무 많이 먹는 것 같다면서요. 아이를 낳고서야 GLP를 둘러싼 생각들이 얼마나 해로운지 알게 됐죠.”

오늘날 GLP-1 수용체 작용제는 어디에나 있다. 최근 갤럽에 따르면 미국인의 15%가 체중 감량을 위해 GLP-1 계열 약물(오젬픽, 위고비, 젭바운드, 마운자로, 삭센다)을 사용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하버드 의과대학 내과학 조교수이자 의사과학자인 제니퍼 마네괼러는 세계보건기구가 성인 비만 환자의 GLP 치료에 관한 지침을 만드는 데 참여했다. 그에 따르면 GLP-1 약물 사용자 다수는 3~6개월 안에 전체 체중의 5% 이상을 감량한다. 이는 그가 직접 경험한 임상 사례와 여러 연구에서 확인된 결과다. 임상시험 참가자들은 12~16개월 동안 평균 15~22%를 감량했다.

많은 이들에게 이 약은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동시에 GLP 혁명은 체중과 신체 이미지를 둘러싼 우리 문화의 깊은 불안을 건드리며, 우정을 흔들고 결혼 생활마저 바꿔 놓았다. 그중에서도 엄마와 딸 사이만큼 큰 마찰을 빚는 관계도 드물 것이다. 우리 대부분은 미의 기준은 물론 자제력과 식욕에 대한 가장 뿌리 깊은 생각을 엄마에게서 물려받았고, 엄마는 또 그 엄마에게서 얻었으니까. 평생 노력해도 해결되지 않던 일을 주사 한 대로 다스릴 수 있게 된 지금, 엄마와 딸 모두 그 의미를 곱씹으며, 그 사이에 복잡한 감정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뉴욕에서 신체 이미지 문제를 전문으로 다루는 상담사 조이 비스빙은 상담실에서 비슷한 상황을 자주 마주한다. 엄마가 일흔이나 여든의 나이에 GLP-1 약물을 사용하면서 가족 대화의 중심에 올려놓는 경우다. 그 딸들은 이미 중년이다. “할머니들이 다 그 약을 쓰면서 감량에 대한 얘기를 멈추질 않는다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어요.” 비스빙은 말한다. 젊은 성인들도 예외는 아니다. 부모가 GLP-1 약물을 사용하라고 압박하고, 때로는 비용을 대겠다고까지 나선다. 어린 시절 다이어트 프로그램인 ‘웨이트워처스’에 억지로 끌려다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방식이다. 일부 여성은 자신이 약물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엄마에게조차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 “엄마를 기쁘게 해드릴 일처럼 느끼게 되거든요. 그런데 정작 그들은 자신들의 엄마를 기쁘게 해드리고 싶지 않은 거죠.” 비스빙은 설명한다.


우리가 무엇에 주목하고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지는 우리에게 무엇이 중요한지를 보여줘요. 나 자신은 물론 친구, 동료, 아이들을 비롯해 다른 사람들의 신체 이미지를 지키는 데 가장 도움이 되는 건, 그들이 스스로 어떤 점을 소중하게 여기면 좋을지 이야기하는 거예요.


가족 중 한 사람이 갑자기 몰라보게 살이 빠지면 배신감이 클 수 있다. 소설가 레인보 로웰이 펴낸 신간 <Cherry Baby>는 네 자매가 있는 주인공 이야기다. 다섯 자매는 모두 플러스 사이즈이고, ‘몸은 있는 그대로 충분하다’는 가족들의 암묵적 합의로 끈끈하게 묶여 있다. 그런데 큰딸의 옷 사이즈가 영문도 모르게 줄어들기 시작한다. 그는 GLP-1 약물을 사용 중이지만 이를 밝히지 않는다. 나머지 자매들은 크게 흔들린다. 작가 자신은 약물을 사용하지 않는다.(앞으로 쓸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지만.) 그러나 요즘은 친구와 가족 사이에서 소설과 비슷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광경을 본다. 그중에는 그 약을 쓰는 사람도 있다. “GLP-1 약물은 예전엔 아예 없던 통제 수단이었죠. 이제 뚱뚱한 건 선택의 문제가 되었어요. 그게 아니더라도 적어도 선택처럼 보이게 됐죠. 예전에는 뚱뚱한 사람들 사이에 연대감 같은 게 있었거든요. 이 약이 우리를 갈라놓은 것 같아요.” 로웰이 말한다.

로웰은 GLP-1 약물이 한 사람의 정체성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다고 말한다. “평생 저는 뚱뚱한 몸도 괜찮다고 여기려고 애쓰며 살아왔어요. 있는 그대로의 저를 좋아하고, 제 몸에 감사하려 했고요. 그런데 이렇게 탈출구 같은 것이 생겼으니, 세상이 뒤집히는 일이죠. 그 길을 택하면, 그동안 해온 노력은 다 뭐가 되는 걸까요? 전 모두에게 거짓말을 한 걸까요? 스스로에게도 거짓말을 한 걸까요?” 로웰은 가족 중 누군가 GLP-1 약물을 사용하면서 이를 숨기려 할 때 집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직접 본 적이 있다. “‘운동을 좀 더 열심히 하게 됐어’라거나 ‘드디어 건강한 식단을 시작했어’라고 말하면, 다들 ‘웃기지 마. 우리까지 속이려고 드네’ 하는 반응이에요.”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신과 비슷한 체형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을 오랫동안 봤던 사람이라면, 그들이 갑자기 달라지는 모습에 마음이 흔들릴 수 있다. 로웰은 말한다. “스스로의 감정을 계속 다스려야 하는데, 그 감정이 다른 사람들의 감정과 부딪혀요. 비난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외롭고, 경쟁하는 기분이 들죠.”

‘아몬드 맘’을 탓하기는 쉽다. 자신의 건강하지 못한 신체 이미지를 자녀에게 투영하는 엄마를 가리키는 소셜미디어 용어다.(“배고프니? 무염 아몬드 몇 알만 먹으렴!”) 비스빙은 그런 충동이 방향은 잘못됐을지언정 선의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고 말한다. “부모에게는 자식을 지지하고 보호하려는 원초적인 욕구가 있습니다. 게다가 우리 사회가 뚱뚱한 몸을 극도로 배척하고, 몸에 따라 특권과 위계가 갈린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죠.”

“엄마는 딸이 자기 몸 때문에 괴로워하고 수치심을 느끼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지 않아요.” 감정적 섭식과 다이어트 문화에서 벗어나는 법을 주제로 11권의 책을 쓴 지니 로스의 말이다. 올해 출간한 <Love, Finally: Untangling the Knot Between Mothers, Daughters, and Food>도 그중 하나다. “문제는 딸이 엄마의 말뿐 아니라 엄마가 느끼는 감정까지 고스란히 받아들인다는 거예요. 엄마가 갖고 있는 몸과 음식에 대한 감정이 딸에게도 전해지죠.”

루시 앤슨은 볼티모어에서 신체 이미지 문제와 섭식 장애 전문 상담사로 일한다. 그는 내담자들에게서 엄마가 몰래 GLP-1 약물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는 말을 듣는다. “어느 순간부터 엄마가 저랑 추수감사절 저녁을 안 먹더라고요. 예전에 만들던 디저트도 안 만들고요.” 앤슨은 내담자들에게 들은 말을 그대로 전한다. 체중 감량 치료제를 사용한다는 이유로 엄마에게 평가받을까 봐 신경 쓰는 여성이 있는가 하면, GLP-1 약물을 쓴다는 사실을 자녀에게 선뜻 밝히지 못하는 여성도 있다. 잘못된 메시지를 심어줄까 봐 걱정하기 때문이다. “자녀가 이미 성인이 되었더라도 몸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심어주고 싶지는 않아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이 무엇을, 왜 하는지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고요.” 비스빙은 말한다.

어떻게 하면 엄마가 체중 감량 이야기를 하면서도 자녀에게 잘못된 생각을 심어주지 않을 수 있을까? 48세인 애나는 뉴잉글랜드의 유대인 가정에서 자랐다. “그곳에는 참 아이러니한 면이 있었어요. 음식을 억지로 먹이면서도 살이 찌는 건 절대 용납하지 않죠.” 애나는 말한다. 애나의 엄마는 자기 몸을 자주 흠잡았고, 다른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이를테면 사촌에게 “살이 쪘다”고 한마디씩 보태는 식이었다. 성인이 된 애나도 집안의 전통을 이어갔다. 체중을 관리하려고 먹는 양을 제한했다가 실패했고, 수치심과 좌절 속에서 같은 일을 되풀이했다. 어떻게도 해결되지 않던 문제가 GLP 약물을 사용하면서 풀렸다. 체중이 줄었을 뿐 아니라 관절 통증과 염증도 사라졌다. 끊임없이 머릿속을 맴돌던 먹을 것에 대한 생각이 잠잠해지자 정신도 한결 맑아졌다. “휴가를 떠나기 몇 주 전부터 과식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서곤 했어요.” 이제는 그런 불안도 사라졌다. 그럼에도 초등학교 고학년인 딸과 10대 아들에게 GLP-1 약물에 관한 이야기를 어떻게 꺼낼지는 고민해야 했다. 두 아이는 “할머니가 늘 자기 몸이 얼마나 싫은지 이야기한다”고 말한다. 애나는 자신의 엄마에게 아이들 앞에서는 그런 말을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저는 아이들에게 제가 다른 사람에게서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그런 식으로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어요.” 애나는 말한다.

Becky Kolsrud, <Figure/Face (Double Figure)>, 2020, Oil on canvas, 40x32inch, © Becky Kolsrud. Courtesy the artist and Morán Morán, Los Angeles, Photo by Jeff Mclane

Becky Kolsrud, <Figure/Face (Double Figure)>, 2020, Oil on canvas, 40x32inch, © Becky Kolsrud. Courtesy the artist and Morán Morán, Los Angeles, Photo by Jeff Mclane

비스빙은 애나의 대응이 적절했다고 본다. “우리가 무엇에 주목하고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지는 우리에게 무엇이 중요한지를 보여줘요. 나 자신은 물론 친구, 동료, 아이들을 비롯해 다른 사람들의 신체 이미지를 지키는 데 가장 도움이 되는 건, 그들이 스스로 어떤 점을 소중하게 여기면 좋을지 이야기하는 거예요.” 결국 애나는 GLP-1 약물을 항우울제처럼 대하기로 했다. 나약함의 표시가 아니라 의학적 치료로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아이들은 엄마가 주사를 맞는 모습을 보고, 건강 관리 계획에 대해서도 듣는다. 애나는 지금까지는 아이들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한다. 다이어트를 한다며 자기 생일에도 케이크를 마다하던 때와는 사뭇 다르다. “아이들한테는 그때 모습이 훨씬 더 강하게 남은 것 같아요. 지금은 제가 모두와 똑같은 걸 그냥 먹으니까요.” 애나는 더 이상 자신만을 위한 특별식을 만들지 않는다. 남의 몸을 평가하지 않는 집안 문화도 지켜가고 있다. “우리 딸은 자기 몸이 마음에 안 든다는 말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요. 그게 정말 기뻐요.”

한편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나탈리는 딸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고민이 많다. 이상적인 몸의 기준이 어떤 때는 완전히 달라진 듯하고, 어떤 때는 시간이 멈춘 듯 그대로인 세상이기 때문이다. 나탈리는 GLP 약물 사용 이후 체중에 집착하게 된 엄마의 모습이 자신의 육아 방식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아이가 어떻게 해야 마음씨 곱고 똑똑하고 부지런한 사람으로 자랄지만 생각했어요. 이제는 어떻게 해야 아이가 마르는 데 집착하지 않을지도 고민하게 돼요.” 그녀는 딸의 몸을 두고 하는 말에 발끈한다. 좋은 뜻으로 건넨 말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남편이나 시댁 식구들과 있을 때 ‘어머, 애가 너무 통통하다. 귀여워’라고 할 때 무의적으로 멈칫해요. 이제는 그런 말을 그만하면 어떨까요. 대신 ‘아이가 정말 행복해 보인다’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죠.”

※ 기사 속 이름은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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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글/ Izzy Grinspan
  • 번역/ 김나래
  • 사진/ Becky kolsrud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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