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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가 튼 물꼬…외딴섬부터 학교까지, 한국 땅에 스며든 K-오컬트

'모둡'·'예토'·'각성'·'손 없는 날'이 보여줄 K-오컬트의 확장

프로필 by 박현민 2026.09.26

<파묘> 이후 확실해진 게 있다. 이국적인 판타지나 정형화된 장르 공식을 그대로 답습하는 대신, 한국인의 삶과 무의식 속에 자리 잡은 토속적 금기와 현실을 정면으로 건드릴 때 공포가 가장 강력해진다는 것이다. 차기 오컬트 신작들의 시선 역시 이 익숙한 현실과 공간을 향한다. 외딴섬의 주술부터 버려진 사이비 신앙의 터, 입시 경쟁이 치열한 학교, 그리고 이사 날짜를 따지는 민간 미신까지. 한국 특유의 정서와 일상을 파고드는 신작들이 차례로 공개를 앞두고 있다.



외딴섬의 토속적 침묵, 풀리지 않는 저주의 매듭 <모둡>


영화 <파묘> 스틸

영화 <파묘> 스틸

사진 / 쇼박스·포엔터테인먼트

사진 / 쇼박스·포엔터테인먼트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쇼박스의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 <모둡>(박종현 감독)이다. '모둡'은 '매듭'을 뜻하는 옛말로, 1960년대 오랫동안 뭍과의 발길이 끊긴 외딴섬에서 기이하게 얽혀버린 인간들의 비극을 그린다. <파묘>로 오컬트 신드롬의 중심에 섰던 유해진이 외딴섬을 경계하는 어촌 마을 이장 '이도' 역으로 귀환하고, 그의 아들 '상군' 역의 임시완과 팽팽한 부자 호흡을 맞춘다. 원인 불명의 병을 치료하려 섬을 찾은 부녀(이무생·김소현)의 등장은 고요하던 갯바위에 서늘한 파문을 일으킨다. <범죄도시>, <카지노>의 강윤성 감독이 제작에 참여해 특유의 리얼한 서스펜스를 덧입혔다.



버려진 제단과 토착 광기의 잔재 <예토>


문근영 /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2> 스틸

문근영 /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2> 스틸

김시아 / 넷플릭스 시리즈 <기리고> 스틸

김시아 / 넷플릭스 시리즈 <기리고> 스틸

영화 <오피스> 스틸

영화 <오피스> 스틸

'더러운 땅(穢土)'이라는 불교 용어에서 제목을 따온 영화 <예토>는 그 이름처럼 버려진 맹목의 터를 응시한다. 연상호 감독과 신예 윤영우 감독이 공동 연출을 맡은 이 작품은 인플루언서 자매 수아(문근영)와 민아(김시아)가 캠핑을 떠났다가 1980년대 사이비 종교의 옛터에 발을 들이며 시작된다. 동생 민아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뒤, 낯선 세계에서 자매와 마주하는 미스터리한 인물 덕희(고아성)의 등장은 불길함을 증폭시킨다. 문근영에게는 2017년 <유리정원> 이후 9년 만의 스크린 주연 복귀작이자, 넷플릭스 <지옥> 시즌2 이후 연상호 감독과 다시 만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이 간다.



사학의 위선과 억압을 뚫는 엑소시즘 <각성>


한국적 현실 공간의 폐쇄성을 가장 첨예하게 겨눈 작품은 SBS 새 드라마 <각성>(2027년 방송 예정)이다. 2023년 <악귀>로 한국형 오컬트의 외연을 넓혔던 SBS가 다시 꺼내든 카드로, 입시 경쟁이 극에 달한 성령고등학교가 무대다. 성적의 압박에 쫓겨 위험한 각성제에 잠식돼 가는 학생들과, 그 이면에 똬리 튼 어둠을 걷어내기 위해 파견된 구마 사제 안토니오(이준혁)의 사투를 그린다. 오예주가 합류했고, 이준혁은 데뷔 후 첫 오컬트 장르에 도전한다.



현실과 미신의 정면 충돌 <손 없는 날>


영화 <손 없는 날> 스틸

영화 <손 없는 날> 스틸

영화 <손 없는 날> 대본리딩 현장컷

영화 <손 없는 날> 대본리딩 현장컷

마지막은 가장 일상적인 민간 신앙을 건드리는 영화 <손 없는 날>이다. '손 없는 날'이란 귀신(손)이 활동하지 않는다고 여겨져, 예로부터 이사나 개업처럼 큰일을 치르기 좋은 날로 꼽혀온 세시풍속이다. <숨바꼭질>, <장산범>의 허정 감독 신작으로, 바로 그 손 없는 날 새집으로 이사한 부부 우진(안재홍)과 희연(하윤경)이 겪는 하루를 그린다. 이성적 잣대만 믿는 변호사 우진의 눈앞에서 아내 희연에게 기이한 이상 징후가 번져가고, 신내림의 운명을 짊어진 무당 태주(변요한)가 개입하며 이성과 미신의 경계가 무너져 내린다. 거대한 악령 대신 내 집 문턱과 부적, 이삿짐 사이에 스며드는 생활 밀착형 공포다. 지난 7월 크랭크업해 후반 작업을 거쳐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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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사진 / 쇼박스·SBS·CGV 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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