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클리프 아펠의 레꼴 주얼리 스쿨이 남긴
보존하는 것만으로 그 가치를 이어갈 수 있을까. 지난 6월 서울에서 열린 반클리프 아펠의 레꼴 주얼리 스쿨은 그 답을 ‘배움’에서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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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Longer Look
지난여름 북촌에서 반클리프 아펠의 레꼴 주얼리 스쿨 서울이 열렸다. 하이주얼리를 소유하기 전에 먼저 바라보는 태도. 루페를 쥐고 작업대에 앉아 원석과 그 뒤에 숨은 기술을 들여다보면 알게 되는 것들에 대하여.
레꼴 주얼리 스쿨 프로그램과 함께 3주간 열린 «에메랄드 정원 - 원석의 발견»은 지질학적 형성 과정부터 예술 작품과 하이주얼리로 탄생하기까지 에메랄드의 여정을 따라갔다.
사람은 참 변덕스러운 존재다. 어제 열광해놓고 오늘은 낡았다고 말할 정도로 인간의 마음은 수시로 바뀐다. 그래서인지 우리가 귀하다고 여기는 것들은 대체로 쉽게 변하지 않는 것들이다. 변하지 않는 것을 곁에 두고 그 물건에 깃든 오래됨을 느끼고 싶어한다. 우리가 보석에 집착하는 이유 역시 같은 맥락일지도 모른다. 수시로 흔들리는 인간이 수억 년을 견딘 원석을 몸에 걸치고 마치 눌림목처럼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아두려는 것이다.
레꼴 주얼리 스쿨 서울에서는 주얼러의 작업대에 앉아 구아슈 페인팅부터 일본 우루시 래커까지 도구와 재료를 직접 다뤄볼 수 있었다.
지난 6월 25일부터 7월 15일까지 북촌 가회동 푸투라 서울에서 ‘레꼴 주얼리 스쿨 서울’이 문을 열었다. 3주 동안 100여 개의 강의와 워크숍이 이어졌고 «에메랄드 정원 - 원석의 발견» 전시도 함께 열렸다. 미술사학자와 보석학자, 장인이 번갈아 강단에 섰고 참가자들은 왁스를 깎고 금속을 자르고 자외선 아래에서 루비의 붉은빛을 직접 확인했다. 여섯 살 아이는 리본과 깃털로 아르데코 주얼리를 만들었다. 이 주얼리 스쿨에서 가르치는 것은 우리가 귀하다고 부르는 것 안에 무엇이 쌓여 있는지를 들여다보는 방식이다.
레꼴 주얼리 스쿨 서울에서는 주얼러의 작업대에 앉아 구아슈 페인팅부터 일본 우루시 래커까지 도구와 재료를 직접 다뤄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왜 굳이 학교여야 했을까. 레꼴 주얼리 스쿨은 2012년 반클리프 아펠의 지원으로 파리에서 시작해 홍콩, 상하이, 두바이에 상설 캠퍼스를 두었고 지금은 세계를 순회하며 3주짜리 교실을 연다. 하지만 처음 문을 연 무렵의 사정은 지금과 사뭇 달랐다. “당시에는 주얼리에 대해 열려 있는 문이 거의 없었습니다. 공방들은 매우 비밀스러웠고, 주얼리의 세계 또한 대중과는 거리가 먼 것처럼 보였습니다.” 반클리프 아펠의 회장 겸 CEO 캐서린 레니에가 기억하는 그때의 풍경이다. 긴 시간 동안 귀함은 소수의 권위 안에 밀봉되어 있었다. 방돔 광장의 이름이 보증하면 그것으로 충분했고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알 방법이 없었다. 그럼에도 대중은 주얼리의 역사와 그 뒤에 숨은 장인정신을 더 알고 싶어했고 그 갈증을 해소해주기 위해 레꼴이 시작됐다.
레꼴 주얼리 스쿨 서울에서는 주얼러의 작업대에 앉아 구아슈 페인팅부터 일본 우루시 래커까지 도구와 재료를 직접 다뤄볼 수 있었다.
레꼴을 설명할 때 캐서린 레니에가 놓치지 않는 문장이 하나 있다. “저희는 ‘교육은 곧 보호’를 의미한다고 믿습니다.” 여기서 보호는 물건을 감추는 일이 아니라 그 물건을 이해하는 사람을 늘리는 일이다. 이를 가장 흥미롭게 보여준 것은 2000년 전 켈트족의 ‘몽땅 토르크’를 다시 만드는 프로젝트였다. 고고학자와 금세공 장인이 원형을 그대로 재현하며 사라진 제작 기술을 몸으로 되짚었다. 서울에서는 이 켈트 금세공을 6세기 신라의 부부총 금귀고리와 나란히 살펴보는 강연도 열렸다. 서로 다른 두 문화가 금과 인간의 손을 통해 비슷한 결론에 이른 것이다. 과거를 보호한다는 것은 과거의 물건만 남기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만들었던 눈과 손의 방식을 다시 배우는 일이다. 이런 배움은 지금처럼 모든 것에 가속도가 붙은 시대에 더 큰 의미를 지닌다. “장인정신을 마주하는 것은 우리에게 큰 위안을 주며, 오늘날 주얼리 영역에서도 여전히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만약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고 너무 빠르게 소비된다면, 우리는 다음 세대에 전승할 수 있는 사물의 의미와 과거의 고대 공예를 되돌아보게 하는 시대를 초월하는 영속성을 잃게 될 것입니다.” 반클리프 아펠이 이 폭풍의 시대에 붙잡고 싶은 것도 이런 것이다. 하이주얼리를 바라보는 몇 분은 그래서 소비를 위한 시간이 아닌, 속도에서 잠시 이탈하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수백 시간을 들여 세공한 표면을 몇 초 만에 스크롤해 넘기지 않고 멈춰 보는 것. 그것만으로도 사물을 대하는 시간의 단위는 달라진다. 어쩌면 하이주얼리의 가장 오래된 기능은 몸을 장식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붙잡는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김민정은 프리랜스 에디터다. 미술관과 서점, 슈퍼를 돌아다니며 보고, 읽고, 만지는 걸 좋아한다.
Credit
- 글/ 손안나,김민정
- 사진/ 반클리프 아펠
- 디자인/ 진문주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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