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서랍에 있던 가능한 사랑, 베니스의 선택을 받기까지
10년 넘게 세상에 나오지 못했던 영화가 베니스의 선택을 받기까지. 〈가능한 사랑〉을 둘러싼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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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동 감독의 8년 만의 신작 <가능한 사랑>, 베니스국제영화제 한국 영화 최초 심사위원대상 수상.
- 10년 넘게 제작되지 못했던 영화가 넷플릭스의 전액 투자로 완성돼 극장과 글로벌 공개를 앞두고 있다.
- 전도연·설경구·조여정·조인성이 그려낸 관계와 노동, 계급 그리고 영화의 주요 관전 포인트까지.
한국 영화 최초, 그리고 24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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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2일 이탈리아 리도 섬. 이창동 감독이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폐막식 무대에 올라 심사위원대상 트로피를 들었다. 한국 영화가 이 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국제비평가연맹 상도 함께 받았다. 이창동 감독 개인으로 보면 24년만의 영예로운 귀환이다. 2002년<오아시스>로 감독상에 해당하는 은사자상을 받은 이후 베니스 경쟁 부문에 초청된 것이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 올해 심사위원장은 배우이자 감독인 매기 질렌할이 맡았다. <가능한 사랑>은 시상식 전까지 경쟁작 중 최고 평점을 기록하며 황금사자상의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혔고, 결과적으로 예상보단 아쉽게 한 계단 아래에 머물렀지만 심사위원대상은 심사위원단이 가장 널리 인정한 작품에 돌아가는 상이기에 수상의 의미가 깊다.
외신은 이렇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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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수상은 예고돼 있었다. 9월 6일 월드 프리미어 직후 객석에서 6분간 기립박수가 이어졌고, 미국 영화 전문 매체 데드라인은 이 영화가 “영화제에서 지금까지 가장 만장일치로 찬사를 받은 작품”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평들을 모아 보면 한 단어가 반복된다. 소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별 다섯 중 넷을 주며 작품을 두고 “정교하게 조율되고, 아름답게 연기된, 상당히 소설적인 작품”이라 평했다. 미국의 매체 인디와이어는 “현대 영화에서 가장 문학적인 작가(modern cinema’s most literary auteur)”가 또 하나의 걸작을 내놓았다고 썼다. 그러면서 괄호를 열어 감독이 소설가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덧붙였다. 실제로 이창동은 소설을 쓰다 마흔 무렵 영화로 넘어온 이력이 있다. 영국 영화 매체 리틀 화이트 라이즈는 “이토록 많은 서사의 갈래를 통제력을 잃지 않고 담아낸 것은 놀라운 성취”라 봤는데, 이 역시 긴 소설을 읽는 감각에 가깝다는 뜻으로 읽힌다. 미국 영화 전문지 버라이어티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서사를 아름답게 성숙하면서도 조용히 거대한 관계성이 담긴 드라마”라고 평했다. ‘데드라인’의 평론가 피트 해먼드는 “이 저명한 감독의 이력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감탄할 지점이 많은 작품”이라고 평했다. 예술영화의 문법을 지키면서도 문턱을 낮췄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런데 이렇게 호평받은 영화가,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만들어지지 못 할 뻔했다는 사실은 가히 충격이다.
서랍 속 10년, 그리고 넷플릭스
“감사합니다(Grazie)! 수많은 사람의 기다림이 없었다면 영화는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겁니다.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믿어준 넷플릭스에 감사를 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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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서 그가 한 말이 영화의 지난 10년을 요약한다. 수상 소감의 감사 인사가 넷플릭스로 향한 데는 이유가 있다. <가능한 사랑>의 시나리오는 10년 넘게 빛을 보지 못했다. 국내 투자가 성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영화진흥위원회의 중예산 한국 영화 제작지원사업에 선정돼 15억 원의 국고지원금을 확보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추가 투자를 구하지 못했다. 이 감독의 영화를 제작해온 파인 하우스 필름 이준동 대표의 설명은 솔직했다. 완성도는 높더라도 상업성이 보장된 영화는 아니었고, 국내 투자자들이 관심은 있었으나 용기를 내지 못했다고. 코로나 19 이후로 지금까지는 극장 관객이 줄고 한국 영화의 흥행 실패가 이어지면서 투자 시장이 극도로 경색된 시기가 이어지는 배경도 한몫한 듯하다. 충무로를 대표하는 감독의 신작마저 표류한다는 소식은 영화계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극적인 전환점은 올해 초였다. 넷플릭스가 제작비 전액 투자를 제안했고, 이창동 감독과 이준동 대표는 영진위 지원금을 자진 반납한 뒤 넷플릭스 행을 택했다. 대가도 있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이 되면서 칸 영화제 공식 부문 출품 자격을 잃은 것. 그래서 베니스로 향해야 했다.
넷플릭스 행의 두 얼굴
최근 한국 영화가 넷플릭스로 향하는 일은 드물지 않다. 다만 방향이 정반대인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후퇴다. 극장에서 성적이 나오지 않은 영화가 손익분기점이라도 맞추기 위해 플랫폼으로 옮겨 가는 경우다. 지난해 마동석 주연의 한 작품은 관객 77만 명에 그쳐 손익분기점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뒤 개봉 두 달 만에 넷플릭스로 향했다. 한 매체는 이런 흐름을 두고, 넷플릭스가 흥행에 실패한 영화들의 마지막 피난처라는 표현을 썼다. 다른 하나는 출구 전략이다. 애초에 만들어지기 어려웠던 영화가 세상에 나오는 통로가 되는 경우도 있다. 생각보다 희귀하다. 넷플릭스가 제작한 한국 영화 대부분은 OTT 독점 공개를 택해왔고, 극장 개봉을 병행한 사례는 2017년 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사실상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9년 만에 두 번째 사례가 나온 셈이다. 넷플릭스 입장에서도 명민한 계산이 있다. 플랫폼은 오랫동안 영화제를 통해 제작사로서의 정통성을 확보해왔다. 2018년 알폰소 쿠아론의 <로마>가 베니스 황금사자상을 받았고, 지난해에는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프랑켄슈타인>과 노아 바움백의 <제이 캘리>, 캐서린 비글로의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가 나란히 경쟁 부문에 올랐다. 극장에 먼저 걸고, 플랫폼에 공개하는 방식도 <로마>와 <아이리시맨>, <글래스 어니언>에서 이미 써온 전략이다.
왜 극장과 넷플릭스, 둘 다일까
한국 9월 23일 전국 개봉, 호주 10월 22일, 미국과 영국 10월 23일, 11월 6일 전 세계 넷플릭스 공개. 배급 일정이 조금 독특하고 복잡하다. 이렇게 된 이유는 아카데미에 있다. <가능한 사랑>은 제99회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 장편영화 부문 한국 출품작으로 선정됐는데, 아카데미는 출품작에 조건을 건다. 제작국에서 최초 공개돼야 하고, 상업 영화관에서 7일 이상 연속 상영해야 한다는 것. 또한 베니스에 이어 토론토와 뉴욕 영화제 상영도 예정돼 있다. 국내 개봉이 미국보다 한 달 빠른 이유다. 스트리밍 영화가 영화제 출품 자격을 갖추려 일부 극장에서 단기 제한 상영만 하는 관행과 달리, 이번에는 전국 개봉 형태로 걸린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 감독은 넷플릭스가 극장 개봉 약속을 지켜주고 제작의 독립성을 인정해준 덕분에 편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의 계획은 국제 장편 부문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여자주연상까지 밀어붙일 것으로 알려졌다. 각본상은 <버닝>을 함께 쓴 오정미 작가와의 공동 수상이 된다. 이런 배경 덕분에 오히려 관객에게 두 가지 선택지가 생겼다. 9월 23일 극장에 가거나, 11월 6일까지 기다리거나. 러닝타임이 2시간 44분으로 짧지 않고 이창동 특유의 느린 호흡이 그대로이기에, 일시 정지를 누르지 않고 극에 몰입할 수 있는 영화관을 권한다.
두 부부와 카메라 한 대
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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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영화는 어떤 이야기일까. 첫 장면은 장례식장에서 시작한다. 호석(설경구)이 일하던 공장의 동료가 세상을 떠났고, 그와 아내 미옥(전도연)은 장례식으로 향한다. 호석은 사모펀드가 경영권을 인수한 뒤 이어진 구조조정으로 해고된 상태이고, 미옥은 마스크 공장에서 일하며 생계를 떠맡고 있다. 대량 해고 소식이 사회적 관심을 끌면서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조여정)가 등장한다. 해고 노동자들의 삶을 기록하겠다는 것. 예지와 사업가인 남편 상우(조인성)는 미옥과 호석과는 정반대 편에 서 있는 사람들이다. 미옥이 촬영에 응하면서 두 부부의 삶이 얽히기 시작하고, 그 과정에서 각자가 감추고 싶었던 것들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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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과 배우들의 인연도 눈여겨볼 만하다. 전도연이 이창동 감독과 다시 만나는 건 2007년 <밀양> 이후 19년 만이다. 그는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미옥을 두고 가슴에 시한폭탄을 품고 사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흥미로운 건 해석의 변화다. 시나리오를 읽을 때는 미옥이 상우에게 끌리는 감정을 욕망으로 읽었는데, 촬영을 시작한 뒤에는 호기심에 가깝다고 생각을 바꿨다고. 어려움 앞에서 무너지지 않고 희망을 놓지 않는 인물이라는 점에도 공감했다고 밝혔다. 개봉 전에 무언가를 복습하고 싶다면 그 <밀양>을 권한다. 고통을 다루는 이 감독의 방식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영화이기도 하다. 설경구 역시 이창동 감독의 데뷔작 <초록 물고기>와 <박하사탕>,<오아시스>에 모두 출연했던 배우다. 반면 조여정과 조인성은 이 감독과는 첫 작업이다.
관전 포인트 셋
1 다큐멘터리라는 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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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감독인 예지의 카메라는 선의에서 출발한다. 노동자의 삶을 기록하겠다는 것. 그러나 해외 평단이 공통적으로 짚은 지점이 여기다. 이야기를 듣겠다는 행위가 어떻게 착취가 되는지, 특권을 가진 쪽이 타인의 고통을 소비하면서 아무것도 바꾸지 않는 구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 영화가 집요하게 들여다본다는 것. 시상식 예측 매체 ‘어워즈워치’는 이 작품을 “인간관계를 착취하는 방식에 대한 통렬한 논고(a searing treatise on exploiting human connection)”라 평했다. 흥미로운 건 감독의 태도다. 베니스 기자회견에서 이창동 감독은 자신 역시 똑같이 특권을 가진 사람이며, 왜 이 소재로 영화를 만들기로 했는지 스스로에게 묻는다는 취지로 말했다. 예지라는 인물을 감독 자신을 비추는 거울로 읽어볼 수 있는 이유다. 누가 누구의 고통을 이야기할 자격이 있는가. 질문은 카메라 뒤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영화를 만든 사람에게도 겨눠져 있는 셈이다.
2 전도연의 연기력
」
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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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평이 가장 뜨거운 대목이다. ‘인디와이어’는 “또 한 번의, 세기에 한 번 나올 연기(another once-a-century performance)”라 썼고, 시상식 전문 매체 넥스트 베스트 픽처는 네 배우 모두 압도적이지만 그중 전도연이 최고라고 평했다. ‘버라이어티’ 역시 전도연의 중심 연기가 눈부시다고 표현했다. 베니스 여우주연상 후보로도 거론됐을 정도. 특히 영화 후반, 인물들 사이의 역학이 흔들리는 지점에서 그의 연기가 화면을 장악한다는 평이 많다.
3 실제 사건의 그림자
」영화 중심에 놓인 대량 해고 사건은 2009년 한국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70일간의 파업과 공권력의 강경 진압이 뒤따랐던 그 시기. 다만 감독은 선을 그었다. 국내 기자간담회에서 쌍용차나 대우차 같은 특정 기업의 해고 사건과 관련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이창동 감독은 “어떤 특정한 기업의 사건으로 받아들이지 말아 달라”고 답했다. 그가 주목한 것은 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 사건이 예고하는 미래였음을 알 수 있다. “노동자가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앞으로 피할 수 없는 사태를 미리 보여주는 사건이라 생각했다”는 것. 여기에 한 가지가 더해진다. 사람은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느냐에 따라 정체성을 갖는데, 기술이 발전하면서 노동 자체가 소멸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는 인식이다. 그래서 처음 이 주제를 다루려고 했을 때보다 이야기를 해야 할 필연성이 점점 더 강해졌다고 그는 말했다. 10년 넘게 서랍에 있던 시나리오가 지금 빛을 본 이유이기도 하다. 이 관점은 해외 평단의 독법과도 맞물린다. 영국 영화지 ‘사이트 앤 사운드’는 “기업의 폭력이 남긴 트라우마가 가족과 공동체로 번져가는 방식을 영화가 냉정하게 보여준다”고 평했고, 미국 ‘슬랜트 매거진’은 “계급과 젠더, 노동의 경계를 따라 끓어오르는 한국 사회의 분열에 대한 예리한 시선”이라고 썼다.
영화의 비하인드 스토리
영화가 시작되면 자막 한 줄이 뜬다. “네 이웃의 재물을 탐내지 말라.” 성경의 십계명 중 열 번째 계명이다. 이 문장이 거기 있는 이유를 알면 영화가 조금 다르게 보인다. 이 문장은 폴란드 거장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를 향한 인사다. 엔딩 크레딧에도 키에슬로프스키와 그의 오랜 공동 각본가 크쥐시토프 피에시에비츠의 이름이 올라간다. 영화는 폴란드 거장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의 프로젝트 ‘데칼로그’와 긴밀히 연결돼 있어서다. <십계>는 1989년 폴란드 텔레비전을 위해 만들어진 열 편짜리 연작으로, 십계명을 하나씩 가져와 바르샤바의 한 아파트 단지에 사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옮긴 작품. 이 연작을 각국의 감독들이 열 편의 장편으로 다시 만드는 국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첫 편은 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의 <패럴렐 테일스>로, 파리를 배경으로 이자벨 위페르와 뱅상 카셀, 카트린 드뇌브 등이 출연해 올해 칸에서 공개됐다. <가능한 사랑>은 두 번째 작품이었다. 다만 사정이 조금 복잡하다. 영화는 원래 이창동 감독 혼자서 구상했다가, 사전 제작 단계에서 이 프로젝트에 편입됐고, 이후 넷플릭스와 손을 잡게 되며 초기 리메이크 계획과는 다른 별개의 영화가 되었다고 한다. 다만 십계명 중 하나의 계명과 관련이 있는 결과물이 나왔다고 하며 초기 계획과 달라졌음에도 마치에이 무시아우와 데칼로그 원작자가 제작 총괄로 이름을 올렸다. 그렇다면 원작 <십계>는 어떤 이야기일까. 열 편 중 유일한 블랙 코미디다. 중산층 사업가인 형과 데스메탈 밴드에서 노래하는 동생이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른 뒤 유품을 정리하다, 아버지가 모아둔 우표 컬렉션이 엄청난 값어치를 지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뒤로 두 형제가 시기와 경쟁에 사로잡히는 과정을 익살스럽게 따라간다. 두 영화의 줄거리가 겹치는 부분은 없다.
한국 영화는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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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와 계급을 다루는 영화에 왜 사랑이라는 제목을 붙였을까. 감독의 답은 이렇다. “우리 삶을 지배하는 힘이 점점 강해질 때, 그럴수록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묻게 되는데 그때 삶을 지탱하는 것은 결국 사랑이라고 생각했다”는 것. “남녀 사이의 사랑만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도 본질은 사랑이며, 사람의 삶을 변함없이 이어가게 하는 것도 그 관계가 아닐까 생각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럼에도 영화 제목은 여전히 아리송하고 묘하다. 가능한 사랑이라니, 불가능을 먼저 떠올리게 하는 말이 아닌가. 영화 속 두 부부가 서로에게 다가가는 방식도 그렇다. 선의처럼 보이는 것이 실은 소비일 수 있고, 이해처럼 보이는 것이 실은 거리일 수 있다는 것을 이 영화는 천천히 드러낸다.
영화 밖의 이야기도 제목과 어느 정도 맞닿아 있다. 10년 넘게 서랍에 있던 시나리오가 가능성을 인정받아, 해외 스트리밍 플랫폼의 투자로 완성됐고, 그 영화가 베니스에서 한국 영화 최초의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는 서사. 이 감독은 지난 7일 프랑스 국빈 방문 중이던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 독립·중저예산 영화 투자에 세제 혜택을 주는 프랑스의 소피카 제도를 국내에 도입해볼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 자리에 깔린 위기의식이 무엇이었을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어찌됐든 중요한 건 이 영화가 결국 세상에 나왔다는 사실이다. 9월 23일, 극장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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