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일본이 들린다? 튜이드가 소환한 '시부야케이'
재즈와 하우스, 보사노바를 넘나들던 시부야케이부터 그루비룸의 프로듀싱까지. 튜이드의 데뷔 앨범을 더 재미있게 듣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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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브 신규 레이블 ABD의 첫 걸그룹 튜이드가 데뷔 앨범 <TUNE & PLAY>를 발표했다.
- ‘소울트로닉’ 사운드를 두고 몬도 그로소, FPM, 토와 테이 등 시부야케이가 떠오른다는 반응.
- 힙합·R&B 신에서 활약해온 그루비룸이 프로듀싱을 맡아 색다른 걸그룹 사운드를 완성했다.
사진/ @tuide_abd
2026년 8월 24일, 하이브뮤직그룹 신규 레이블 ABD의 첫 걸그룹인 튜이드의 데뷔앨범 'TUNE & PLAY'가 발매됐다. 세대와 문화, 언어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운드로 글로벌 시장에 새로운 흐름을 제시할 수 있을까. 그런데 앨범을 들은 일부 리스너들 사이에서 예상치 못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튜이드의 사운드가 몬도그로소, FPM, 토와 테이, 하바드 같은 이름들을 떠올리게 한다는 것. 모두 1990년대부터 2000년대에 걸친 일본 시부야케이 아티스트들이다.
물론 소속사나 프로듀서 측이 시부야케이를 공식 언급한 적은 없다. 다만 아이돌 신에서 좀처럼 소환되지 않던 장르가 뜻밖의 지점에서 발견됐다는 것 자체가, 마니아층 사이에서는 튜이드 앨범의 숨은 재미로 꼽힌다.
왜 지금 시부야케이인가
사진/ 유튜브 TUIDE 캡처
사진/ 유튜브 TUIDE 캡처
튜이드 앨범에서 시부야케이가 소환된 건 예견된 재발견에 가깝다. 일본 음악사를 살펴보면 시티팝이 저물고 그 자리를 이어받은 게 90년대 시부야케이였다. 공교롭게도 한국에서는 불과 몇 년 전 시티팝 붐이 크게 일었다. 2010년대 후반 뉴트로 열풍을 타고 일본 시티팝 LP가 재조명받는가하면 국내에서도 '한국식 시티팝'이 재발견됐다. 김현철의 1989년 1집 수록곡 ‘춘천 가는 기차’, ‘오랜만에’가 30년 만에 태연, 죠지 등 후배 세대에 의해 리메이크됐고, 김현철 또한 죠지와 함께 ‘Drive’를 내며 이 흐름에 올라탔다. 빛과 소금, 장필순의 곡들도 함께 재발견되며 젊은 리스너들 사이에서 새 인기를 얻었다.
시티팝이 도시의 낭만을 노래한 세련된 사운드였다면, 시부야케이는 그 위에 재즈, 하우스, 보사노바 등 더 다양한 장르를 자유롭게 얹은 음악이었다. 하나의 유행이 자연스럽게 다음 유행으로 이어지는 흐름과 맞닿아 있는 셈이다.
여기에 더해, 시부야케이는 한국 대중음악과 이미 한 차례 접점이 있었다. 2000년대 초중반 이 장르가 국내에 유입되면서 허밍어반스테레오, 클래지콰이 같은 그룹들이 애시드 재즈, 라운지 사운드로 인기를 끌었다. 유희열이 진행한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FPM, 토와 테이, 몬도그로소, 피치카토 파이브가 국내에 소개되며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튜이드와 시부야케이, 무엇이 닮았나
사진/ @tuide_abd
“유행은 30년 주기로 돈다”는 말을 인용하며 2026년 하이브 걸그룹이 90년대 시부야케이를 가져왔다는 반응이 재미있는 발견으로 회자되는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튜이드가 내세우는 ‘소울트로닉’ 콘셉트는 “소울의 따뜻한 감성과 일렉트로닉의 세련미를 결합한다”로 시부야케이가 추구했던 방향성과 상당 부분 겹친다. 한국어, 영어, 일본어, 프랑스어를 넘나드는 다국적 사운드 역시, 특정 국가의 색깔에 얽매이지 않고 여러 장르를 자유롭게 편집하고 조합했던 시부야케이의 탈경계적 감각과 맞닿아 있다.
튜이드의 사운드가 왜 이 장르를 떠올리게 하는지 궁금하다면, 다음 세 곡으로 시부야케이의 결을 가늠해볼 수 있다.
Fantastic Plastic Machine - Days and Days(2003)
」MONDO GROSSO -LIFE (feat.bird)(2000)
」TowaTei - Technova(1994)
」 그루비룸, 힙합과 R&B 신에서 걸그룹 프로듀싱으로
앨범 전곡을 프로듀싱한 그루비룸(GroovyRoom)은 힙합, R&B 신에서 잔뼈가 굵은 팀이다. 박규정, 이휘민 두 사람으로 구성된 프로듀싱 듀오로, 다이나믹 듀오, 박재범, 도끼, 저스디스 등의 앨범에 참여해왔다. 2017년부터 2년 연속 한국 힙합 어워즈 '올해의 프로듀서상'을 받았고, 대중적으로는 Mnet '고등래퍼2'에서 우승자를 배출한 멘토 프로듀서로 가장 널리 알려졌다. 최근엔 H1ghr Music과 함께 자체 레이블 AREA를 운영하며 제미나이, 미란이 등을 프로듀싱하고 있다.
르세라핌 허윤진과 크러쉬가 피처링한 'Yes or No' 작업에 참여한 이력이 있긴 하나, 이런 궤적을 밟아 온 프로듀서가 ‘소울트로닉’ 콘셉트의 걸그룹 앨범 전곡을 맡았다는 건 그 자체로 이례적이다. 힙합에서 다져온 리드미컬한 그루브감과 샘플링 감각이 튜이드 사운드에 어떻게 녹아들었을지가 이번 앨범의 핵심 관전 포인트였다. 타이틀곡 ‘SUN KISS’을 향한 “와일드하고 리드미컬한 비트”라는 반응은 이런 그루비룸 특유의 색깔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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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각 이미지 하단 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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