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세컨핸드 빈티지 워치를 고르는 방법

전문가 네 명의 냉철한 조언.

프로필 by 윤혜연 2026.08.14

SECOND-HAND, FIRST CHOICE


오랫동안 남성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시계 시장에 기존 공식을 뒤흔드는 여성 소비자들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더 자유롭고, 더 직관적이며, 무엇보다 정보에 밝은 이들은 세컨드핸드 시계 시장에서도 자신만의 새로운 기준을 세운다. 네 명의 전문가가 이 시장을 현명하게 헤쳐나가는 법과 마침내 자신이 꿈꿔온 시계를 손에 넣기 위한 조언을 전했다.


최근 몇 년간 시계 업계 역시 빈티지, 이른바 ‘프리온드(pre-owned)’ 시계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확산됐다. 심지어 이는 SNS에서 하나의 표준 용어처럼 자리 잡았다. 2024년 글로벌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세컨드핸드 시계 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향후 10년 안에 신품 시장과 맞먹는 수준의 규모에 이를 것이라 전망됐다. 젊은 세대와 여성 소비자에게 시계 세계로 들어가는 새로운 통로가 되고 있는 게 큰 이유. 브랜드들 역시 이 시장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하고 있다. 그렇다면 수많은 선택지 속에서 어떻게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을까? 프리온드 시계를 고르기 위해서는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야 할까?


처음이라면 아이코닉한 모델부터

빈티지 워치 전문 플랫폼 ‘큐레이션(Cuuration)’의 설립자 빅투아르 장드르(Victoire Gendre)는 세컨드핸드 시계를 처음 구매한다면 인지도와 명성을 갖춘 브랜드를 선택하는 것이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저희 고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브랜드는 단연 까르띠에입니다. 주얼리를 닮아 아름답고 우아한 디자인 덕이죠. 오랜 역사가 쌓아온 명성 덕에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가치도 한몫합니다. 실제로 까르띠에 ‘버메일(Vermeil)’ 모델은 덜 알려진 브랜드의 18K 골드 워치보다 더 높은 시세를 형성하기도 합니다.” 반면 인스타그램에서 자신의 컬렉션으로 주목받고 있는 영국의 컬렉터 조지아 벤저민(Georgia Benjamin)은 조금 다른 의견을 내놓는다. “아직도 발굴되지 않은 보석 같은 시계가 정말 많습니다. 예컨대 유니버설 제네브, 부쉐론, 보메&메르시에 같은 브랜드는 울트라-신 무브먼트를 경험하기에 더없이 훌륭한 출발점이죠. 저 같은 경우엔 디자인 완성도가 뛰어난 론진을 애정합니다. 꼭 유명한 레퍼런스를 선택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시장은 소수의 대표 모델에만 관심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어요. 아름다운 시계들이 미처 주목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남다른 특별함을 찾아서

“다수의 세컨드핸드 시계가 더 이상 생산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희귀성과 독창성을 지니죠. 또 각 피스가 이미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있어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세컨드핸드 워치 플랫폼 ‘프랑수아즈 파리(Françoise Paris)’ 창립자 안 드 퐁통(Anne de Pontonx)이 말했다. 조지아 또한 이에 공감했다. “완벽하지 않은 요소가 오히려 개성이 될 수 있습니다. 트로피컬 다이얼(세월과 빛의 영향으로 색이 자연스럽게 변한 다이얼)처럼 인위적이지 않은 파티나(patina)를 품고 아름답게 에이징된 시계는 좋은 빈티지 조건이라고 할 수 있죠. 또 특정 시대 스타일을 보여주는 디자인 디테일도 눈여겨봅니다. 독특한 케이스 형태나 타이포그라피, 혹은 조금은 이례적인 레이아웃 같은 요소들이죠.” 빈티지 패션 전문가이자 인스타그램 계정 ‘Mon Vintage’의 운영자인 마리 블랑셰(Marie Blanchet) 역시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세컨드핸드 시장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다양성을 지녔어요. 희귀한 하드 스톤 다이얼부터 오늘날에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귀금속 케이스, 특히 창의적이었던 시대에 탄생한 매뉴팩처 무브먼트까지 말예요.”


시계 전체의 완성도를 살펴볼 것

빅투아르는 세컨드핸드 시계를 고를 때 전체적인 상태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컨디션은 물론, 브레이슬릿과 케이스, 버클까지 세심하게 살펴봐야 하죠.” 또 구매 전에는 몇 가지 질문을 반드시 해봐야 한다. 모든 부품이 오리지널 상태인지, 과거 폴리싱이나 오버홀 진행 이력이 있는지, 이전 소유자의 정보와 배터리 교체 등 정비 기록을 확인할 수 있는지. 신뢰할 만한 판매자라면 이러한 질문에 기꺼이 답하고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할 것이며, 반대로 답변을 회피하거나 명확한 이력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주의가 필요하다. 또 오리지널 박스와 보증서, 이른바 ‘풀 세트(full set)’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시계의 진품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 마리는 이것보다도 시계 자체의 보존 상태가 오히려 가치 평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느슨해진 브레이슬릿, 손상되거나 금이 간 다이얼, 혹은 공식 서비스 과정에서 제조사가 교체한 다이얼은 시계의 가치를 크게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아름답고 균일한 파티나를 품은 채 본래의 상태를 잘 유지한 시계, 특히 보존이 까다로운 스톤 다이얼을 갖춘 모델은 훨씬 높은 평가를 받게 되죠.”


서두르지 말고, 지나치게 좋은 조건은 의심할 것

빅투아르는 “조건이 지나치게 좋아 보인다면 오히려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하며, 진품이지만 원형이 훼손된 시계가 적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 “다이얼이나 무브먼트가 교체되는 등 오리지널 부품이 아닌 요소로 구성된 시계가 있습니다. 경험이 많지 않다면 이런 차이를 알아채기 어렵죠.” 안 드 퐁통은 구매 전엔 무엇보다 실제 시계를 직접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능하다면 구매 전에 반드시 직접 착용해보세요.” 조지아는 가격만 보고 판단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가장 저렴한 모델을 고르기보다 자신의 예산 안에서 가장 좋은 상태의 시계를 선택하세요. 지나치게 좋은 조건의 매물이라면 대개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죠. 시계의 모든 결함이 첫눈에 드러나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지보다 착용감을 우선시할 것

빅투아르는 시계를 고를 때 흔히 저지르는 또 다른 실수는 실제 착용감보다 이미지에 이끌려 구매하는 것이라고 했다. “시계는 사진만 보고 선택하기 어려운 제품입니다. 사람마다 손목의 형태가 다르고, 평평한지 둥근지에 따라서도 느낌이 달라지죠. 또 시계의 무게뿐 아니라 브레이슬릿 소재가 가죽인지 스틸인지에 따라서도 착용감은 크게 달라집니다.” 같은 맥락으로 조지아는 첫 착용 순간의 느낌을 중요하게 여긴다. “조금 과장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신데렐라의 유리구두와 비슷합니다. 오랫동안 원했던 시계를 손목에 올렸을 때는 마치 처음부터 내 손목을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자연스럽게 꼭 맞아야 합니다.”


조건이 지나치게 좋아 보인다면 오히려 경계해야 합니다. - 빅투아르 장드르


온라인 구매도 좋지만 조건은 있다

조지아는 온라인이 매장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희귀 모델을 발견하기에 더없이 좋은 공간이라면서도, 앞서 언급한 착용 경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온라인에서는 전 세계 판매자들의 매물을 한꺼번에 살펴볼 수 있습니다. 마치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듯한 기분이 들 수도 있죠. 하지만 첫 시계를 구매할 때 매장을 직접 방문하는 경험만큼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손목에 올려보는 순간, 온라인에서는 알기 어려운 많은 것을 발견하게 되니까요. 자신에게 맞는 사이즈, 다양한 금속 소재의 착용감, 무엇보다 내가 본능적으로 끌리는 요소가 무엇인지까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요. 이렇게 자신만의 기준을 쌓고 나면 온라인 쇼핑도 훨씬 목적이 분명하고 부담 없는 경험이 됩니다.”


투자가 아닌, 소유하는 기쁨을 위해

빅투아르가 강조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시계를 소유하는 즐거움입니다. 제 고객들은 승진, 아이의 탄생,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을 기념하기 위해 시계를 구매합니다.” 프랑수아즈 파리의 공동 창립자 클라라 뒤푸르(Clara Dufour)도 같은 생각이다. “사람들이 자신의 시계를 단순한 투자 대상으로 보고 장롱 속에 두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착용하면서 그 즐거움을 온전히 누리길 바라요.”


자신의 감각을 믿을 것

수많은 이미지와 트렌드가 넘쳐나는 시장에서 네 명의 전문가가 공통적으로 강조한 것은 결국 자신의 취향을 믿는 일이다. 클라라는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의 직감을 믿는 것”이라고 했다. 빅투아르가 이에 덧붙였다. “유행보다 자신의 취향을 믿으세요. 시계는 오래도록 함께할 물건이며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물려줄 수도 있는 존재니까요.” 조지아는 첫 시계를 고르는 이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첫 시계로 가장 좋은 선택은 결국 매일 손목에 차고 싶은 시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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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글/ Anthony Vincent
  • 번역/ 배해람
  • 사진/ 정원영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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