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이 삼청동 갤러리에 등장했다
루이 비통 새 컬렉션을 입고, 젊은 작가들의 작업 사이를 거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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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YOND THE WAY
우아하게 살아남을 본능을 타고난 사람. 전지현이 루이 비통 2026 F/W 컬렉션을 입고 <바자> 카메라 앞에 등장했다. 혼란한 세계의 변화를 응시하며 실험하는 젊은 작가들의 작업 사이를 산뜻하고 아주 가뿐하게 거닐며.
파워 숄더 디테일 니트 톱, 레더 카프리 팬츠, 펌프스는 모두 Louis Vuitton.
김주영, <The Algae Kept Floating All Afternoon>, 2026, 항공기 창문, 스테인드글라스, LED, 131×49×30cm.
어떤 게임에서든, 전지현은 파훼법을 찾아내고야 만다. 11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 영화 <군체>에서 러닝타임 내내 그녀는 본능적으로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의 침착한 눈빛을 띤다. 수를 다 꿰뚫는 듯 계산하며 내다보는 모습이 아닌, 몸과 머리가 동기화되듯 감각이 앞서는 사람. <군체>를 만들며 연상호 감독은 인공지능 집단지성이 모든 걸 지배하는 세상에서 인간의 개별성을, 소수의견을 내는 히로인 권세정이라는 인물을 통해 내세웠다고 말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왜 전지현인가’라는 질문은 무의미해진다. 그녀는 악착같은 혈기나 낯익은 신파의 레이어를 덧씌우지 않는다. 밀폐된 창고에 고립되어 좀비 떼의 습격을 홀로 기다리는 순간에도, 상대 배우들과 정면 대립할 때도 전지현은 특유의 절제된 격정을 우아하게 보여준다. 그건 <도둑들> 속 예니콜의 매력적인 능청과도, <암살> 속 안옥윤의 서늘한 저격과도 다르다.
시간이 쌓인 전지현이라는 배우의 길에는, 페이스 조절에 실패해 고꾸라지는 법 없이 자기 속도대로 극을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가는 힘이 남아 있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라는 타이틀을 내건 전시장에서, 전지현이 루이 비통의 새 컬렉션을 입고 <바자>의 카메라 앞에 등장했다. 혼란한 세계의 변화를 응시하며 실험하는 작가들의 작업 사이를 산뜻하고 가뿐하게, 초월한 사람처럼 걸었다. 우아하게 살아남을 본능을 타고난 사람. 그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결국 우리를 구하는 사람.
하퍼스 바자 오늘 촬영을 함께한 루이 비통 2026 F/W 컬렉션은 우크라이나 아티스트 나자르 스트렐랴예프-나자르코와의 협업으로 유독 회화적인 매력이 두드러집니다. 갤러리를 채운 회화들과 의상이 조화를 이뤘죠. 직접 입어본 소감은 어땠나요?
전지현 실제로 입어보니 신선한 아름다움을 선사하더군요. 하나의 착장에 마음이 가기보다, 전체적인 의상의 드라마틱한 무드가 조화로운 게 인상적이었죠.
하퍼스 바자 오랜만에 <군체>로 영화에 복귀하면서, 칸영화제부터 시사회까지 대중 앞에 직접 서는 경험을 했죠. 전지현이라는 배우를 사람들이 어떻게 바라보는지, 되짚어볼 기회였을 것 같아요.
전지현 홍보 기간 중 마주한 많은 분들이 “앞으로도 스크린에서 자주 보고 싶다”라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새삼 ‘영화 작업을 오랜만에 했구나’를 실감했어요. 영화 이외의 시리즈 작업을 꾸준히 해온 터라 11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줄 몰랐죠. 데뷔 초부터 지금까지 이렇게 꾸준히 많은 관심과 사랑을 보내주신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고요. 그 마음을 전해주실 때마다 늘 ‘오래오래 배우로서 건강하고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되새겨요.
하퍼스 바자 극한의 상황에도 매번 정의로운 선택을 하는 <군체> 속 권세정을 두고 “과하게 의로운 인물인가 싶었지만, 그 성향이야말로 세정의 동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 적 있죠. 세정이라는 인물의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기 위해 고심한 지점은 무엇인가요?
전지현 권세정은 겉으로 봤을 때 무리 안에서 리더십을 보이는 의롭고 강인한 인물이지만, 이러한 극한의 상황을 본인 역시 처음 겪기에 당연히 공포심이 묻어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상황을 마주할 때마다 놀람, 당황스러움, 무서움, 공포 등 한 인간으로서 감정의 결이 드러나는 장면을 고민했습니다.
드레스, ‘말 드 주르’ 트렁크 백, 펌프스는 모두 Louis Vuitton.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Sauve Qui Peut)», 전시 전경 이미지, 2026.
더블 브레스트 재킷, 팬츠, ‘멀티패스 미니’ 핸드백, 펌프스는 모두 Louis Vuitton.
(좌) 안현정, <Held by the Sky 01>, 2026, 캔버스에 아크릴릭, 130.3×97cm.
(우) 안현정, <Held by the Sky 02>, 2026, 캔버스에 아크릴릭, 130.3×97cm.
미니 드레스, 펌프스는 Louis Vuitton.
(좌) 조이솝, <무제>, 2025, 캔버스에 유채, 41×32cm.
(우) 조이솝, <무제>, 2025, 캔버스에 유채, 32×41cm.
(아래) 조이솝, <R.I.P.>, 2017, 검은색 화강암, 34×21.5×14cm.
하퍼스 바자 촬영 현장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독특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사람들에게 존경심을 갖는다고 했죠. 구교환 배우는 <군체> 현장에서 최선을 다한 뒤 미련 없이 현장을 떠나는 모습을 보고 ‘프로답다’고 느꼈다더군요. 스스로는 현장에 어떤 에너지를 보태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나요? 그리고 그 ‘프로페셔널함’이란 전지현에게 무엇인가요?
전지현 현장 분위기는 한 명의 노력만으로 좋아진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현장을 이루는 인원 모두의 즐거운 에너지가 모였을 때 비로소 전체의 밝기가 올라가죠. 그 밝기가 올라갈 수 있게 저 역시 매 작품마다 현장에 집중하고, 함께 작업하는 감독님을 비롯한 스태프, 배우분들과 많이 소통하고 웃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편입니다. 하나의 작품을 위해 한 마음 한 뜻으로 모여 움직이는 일만큼 멋지고 즐거운 일이 없잖아요. 그래서 늘 행복한 마음으로 임하고 있어요. 덧붙여 촬영이 끝난 뒤에는 나 자신을 돌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프로페셔널함’인 것 같아요.
하퍼스 바자 데뷔 초부터 각인된 전지현만의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대중은 오래 아껴왔죠. 유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 같아요. 재치있는 분위기를 유지할 때와 차분해질 때의 갭이 매력적이고요. 전지현을 자주 웃게 만드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전지현 긍정적이고 밝은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과 있으면 저 역시도 잘 웃게 되죠. 정말 감사하게도 제 주변에 그런 좋은 분들이 많아요. 사람 전지현, 배우 전지현으로 살아가면서 만난 인연들이 제게는 참 소중해요.
하퍼스 바자 어떤 배우에게 연기란 괴로움을 수반하는 즐거움이고, 어떤 배우에게는 자신의 편견을 번번이 깨주는 일이기도 하죠. 데뷔 30년 차, 전지현에게 연기라는 일은 어떤 속성을 지닌 직업인가요?
전지현 연기는 저에게 배움과 성장을 주어왔고, 여전히 주고 있어요. 아주 어렸을 때 이 일을 시작해 사회생활을 배울 기회가 없었던 터라, 어쩌면 저라는 사람의 총합은 작품 속 캐릭터들을 연기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었죠.
하퍼스 바자 패션에 있어 늘 완벽한 모습을 보여왔지만, 정작 일상에서 자주 손이 가는 옷은 어떤 것들인가요?
전지현 일상 속 패션 스타일은 ‘심플 이즈 더 베스트’입니다. 편안하면서도 모던하고 깔끔한 옷을 자주 찾게 돼요.
맥시 드레스는 Louis Vuitton.
정진화, <고양이와 함께 있는 소년>, 2014, 종이에 먹, 136.5×139cm.
레더 브레이디드 장식의 베스트, 시어링 베스트, 이너로 착용한 크롭트 톱, 레더 카프리 팬츠, 펌프스는 모두 Louis Vuitton.
(좌) 한선우, <귀가>, 2026, 리넨에 유채, 200×300cm.
(우) 한선우, <낯선 빛>, 2026, 리넨에 유채, 61×41cm.
‘말 드 주르’ 트렁크 백은 Louis Vuitton.
(좌) 한선우, <귀가>, 2026, 리넨에 유채, 200×300cm.
(우) 한선우, <낯선 빛>, 2026, 리넨에 유채, 61×41cm.
파워 숄더 디테일 니트 톱, 레더 카프리 팬츠, 펌프스는 모두 Louis Vuitton.
(왼쪽부터) 박민하, <Torch (t)>, 2026, 캔버스에 아크릴릭, 비닐 페인트, 유채, 왁스, MIRAVALⓇ, 46×91.5cm.
박민하, <Susurrus>, 2026, 캔버스에 아크릴릭, 유채, 왁스, 180.5×200.5cm.
박민하, <Bleach>, 2026, 캔버스에 아크릴릭, 유채, 왁스, 120×106cm.
맥시 드레스는 Louis Vuitton.
정진화, <희미한 형상이 있는 천>, 2015, 종이에 먹, 69×40.3cm.
‘캐리 잇’ 프린팅 캔버스 백은 Louis Vuitton.
정진화, <탁자 위의 양>, 2023, 종이에 먹, 55×72.7cm.
하퍼스 바자 지나간 일에 후회 없는 듯 후련한 태도가 전지현에게서 늘 느껴져요. 쌓인 시간이 자연스레 준 선물이라고 답해온 적 있는데, 그런 시간을 통과해온 지금의 전지현은 스스로를 어떤 사람이라고 여기나요?
전지현 그런 태도는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갖게 되었어요. 일을 하면서 또는 일상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일을 경험하게 되고, 여러 사람을 만나고, 생각지 못한 상황을 마주하면서 말이죠. 그렇게 바쁘게 살아가다가 한 번씩 지치는 순간이 찾아와도 그 감정에 깊이 빠지지 않을 줄 아는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되, 그때마다 나를 온전히 들여다보고 돌보는 시간만은 잊지 않으려 했어요. 소중한 시간을 쓰면서 정작 움직이는 주체인 본인이 어떤 감정과 기분이 드는지를 외면한다면 ‘과연 건강하고 알차게 시간을 쓴 것이 맞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스스로와 잘 마주하다 보니 이제는 힘든 순간에도 그 감정의 동굴에 깊이 빠지거나 오래 머물러 있지 않지 않게 된 것 같아요.
하퍼스 바자 최근 당신의 가슴을 뛰게 하는 순간이 있다면요? 머지않은 미래에 휴가 계획도 있나요?
전지현 여전히 일할 때 가장 가슴이 뛰어요. 사실 지금 차기작 <인간X구미호> 촬영에 몰입하다 보니, 우선 현재 저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중이고, 휴가는 따로 생각해보지 못했어요. 꽤 오랜 시간 일을 해왔지만 지금도 여전히 저는 제 직업이 너무 좋고 즐거워요. 배우로서 하나의 작품을 완성해 관객, 시청자분들께 인사드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짜릿하고 행복한 일인지 몰라요.(웃음)
하퍼스 바자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요?
전지현 행복이요. 다만 거창한 행복보다는, 눈앞의 작은 것들에 집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행복이요. 일상 속 마주하는 크고 작은 것에 진심을 다하는 게, 결국 하루를 기분 좋게 살아가는 힘이 되더라고요. 제 인터뷰를 보고 계시는 여러분도 모두 그런 하루를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더블 브레스트 재킷은 Louis Vuitton.
안현정, <Held by the Sky 02>, 2026, 캔버스에 아크릴릭, 130.3×97cm.
시어링 칼라 디테일 니트 베스트, 레더 스커트, ‘멀티패스’ 핸드백은 모두 Louis Vuitton.
안현정, <Rendezvous_Warm White and White>, 2026, 캔버스에 아크릴릭, 72.7×60.6cm.
미니 드레스, 펌프스는 Louis Vuitton.
조이솝, <하얀 여인>, 2014, 목탄, 변형된 종이, 30×27cm.
‘익스프레스 PM’ 핸드백은 Louis Vuitton.
(좌) 조이솝, <그림자 선 눈>, 2025, 캔버스에 유채, 24.5×33.5cm.
(우) 조이솝, <얼굴>, 2025, 캔버스에 유채, 53×33.5cm.
※ 화보에 촬영된 제품은 모두 가격 미정.
Credit
- 에디터/ 안서경
- 사진/ 목정욱
- 헤어/ 백흥권
- 메이크업/ 최시노
- 스타일리스트/ 황정원
- 네일/ 정윤주
- 장소 협조/ 갤러리현대
- 어시스턴트/ 김진우
- 디자인/ 한상영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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