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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체'부터 '부산행'까지, K-좀비가 진화하는 방식

봉쇄된 공간과 무너진 시스템, 그리고 살아남은 인간들. 지금의 K-좀비는 현실을 닮아 있다.

프로필 by 서해인 2026.05.22
10초 안에 보는 요약 기사
  • 익숙한 좀비물은 이제 가장 동시대적인 장르가 됐다.
  • 학교, 아파트, 도심까지 공포의 무대도 훨씬 가까워졌다.
  • 최근 K-좀비는 생존보다 인간 군상을 더 집요하게 들여다본다.

연상호 감독이 연출한 영화 <군체>가 개봉일에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한국 좀비 장르의 시초가 된 영화 <부산행>이 2016년에 개봉했으니 K-좀비물과 함께 한 시간이 꼭 10년이 된 셈이다. 좀비물을 향한 식지 않는 인기를 살펴보기 전에, 먼저 지난 시간을 절취선을 따라 반으로 접어볼 때다. 코로나 이전의 좀비물이 다소 비현실적인 재난에 가까웠다면, 팬데믹을 겪은 인류는 봉쇄된 공간에서 자가 격리 되는 상황을 겪으며 좀비물에 한층 더 몰입하게 됐다. 그동안 우리 손 안의 스크린과 현실은 종이 한장 차이처럼, 넘실거리는 불안과 공포를 실어날랐다. 팬데믹 이후 최근 5년 내 공개되어 큰 사랑을 받은 K-좀비물을 소개한다.



영화 <군체>(2026)


사진/ ㈜쇼박스 사진/ ㈜쇼박스

<군체>는 감염 사태가 벌어진 서울의 한 폐쇄된 빌딩에서 생명공학과 교수 세정(전지현)을 비롯한 생존자들이 좀비들에 대항하며 빌런 서영철(구교환)과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지만, 연상호 감독에 따르면 사실상 처음으로 좀비가 주인공인 작품이다. 균류, 개미 페로몬 구조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좀비들의 구조적 네트워크는 미드 <라스트 오브 어스>의 균사체를 연상시키는데 중요한 건 어떻게 움직이느냐다. 현대 무용가들과 협업한 결과로 좀비를 볼 때 관객들은 군무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부산행>와 <반도>를 가로질러 ‘연니버스’를 확장해 온 연상호 감독은, 정통 좀비물로 분류되지 않는 티빙 드라마 <괴이> 공개 당시에도 “우리에게 익숙해진 ‘좀비’를 역 이용하고 싶었다”며 장르에 대한 집요한 접근 방식을 보여준 바 있다.



쿠팡플레이 드라마 <뉴토피아>(2025)


사진/ 쿠팡플레이 사진/ 쿠팡플레이

강남 초고층 타워 옥상에 있는 방공부대에서 근무하는 늦깎이 군인 이재윤(박정민)과 대기업 신입사원인 고무신 강영주(지수)는 이별을 결심한 순간 예상치 못한 좀비 사태를 마주한다. ‘강남대로 한복판이 좀비떼로 뒤덮인다’는 설정을 풀어낸 한상운 소설 <인플루엔자>을 드라마화했다. 이 소설은 일찍이 2012년에 출간된 것으로, 원작 소설가는 “좀비와 재난은 단지 외피일 뿐, 본질적으로는 청춘 시절에만 가능한 찌질하고 어설픈 사랑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한 바 있다. 드라마는 ‘좀콤’(좀비+로맨틱+ 코미디)이라는 장르적 신조어를 낳았지만 결코 가벼운 사랑 이야기는 아닌데, 좀비물로서는 타협하지 않는 수위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8부작 중 특히 6화부터는 역대급으로 잔인한 고어 장면이 펼쳐진다.



영화 <좀비딸>(2025)


사진/ (주)NEW 사진/ (주)NEW

<엑시트>는 2019년 7월, <파일럿>은 2024년 7월 개봉했다. 모두 조정석이 주연한 코미디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 극장가의 침체기 속에서 2025년 7월로 개봉을 앞두었던 <좀비딸>에 대한 사전적인 기대감은 그렇게 조성됐다. 그렇다고 해도 564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2025년 역대 한국 영화 박스 오피스 1위를 기록하는 쾌거를 이룰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 조정석은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중학생 딸 이수아(최유리)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아버지를 도맡는다. 아주 절절하게. 또 아주 웃기게. 초반 기대감은 주연 배우가 이끌어냈지만, 결국 영화에 대한 호평 중 이윤창 웹툰 <좀비가 되어버린 나의 딸>을 실감나게 고증했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넷플릭스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2022)


사진/ 넷플릭스 사진/ 넷플릭스

이재규 감독은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학교에 고립된 고등학생들이 생존을 위해 좀비와 맞서싸우는 이 이야기를 7년간 준비했다. 한때 이 기획은 시장에서 낯설다며 외면 받았지만, <부산행>의 성공 이후 추진력을 얻게 된다. 이재규 감독은 학교라는 공간을 무대로, 박지후 배우, 윤찬영 배우 같은 라이징 스타들의 말간 얼굴을 통해 누군가가 마땅히 짊어져야 할 반성과 고민을 담았다. 책임감 없는 어른들과 합리적인 시스템의 부재가 자꾸만 거대한 사회적 재난으로 이어진다. 시즌2는 2026년 2월 촬영을 마쳤고, 이번에는 고등학교를 벗어나 대학교와 서울 도심으로 확장할 예정이다.



tvN 드라마 <해피니스>(2021)


사진/ tvN 사진/ tvN

신축 아파트는 온갖 불운한 일들이 일어나는 온상이다. 드라마 <해피니스> 또한 가상의 신도시 세양시에 주민들이 하나둘 입주한 아파트에서 감염병이 퍼지면서 시작된다. 어렵사리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윤새봄(한효주)은 입주 직후, 전형적인 좀비와는 다르지만 사람을 물어뜯는 광인병 증세를 보이는 감염병자들을 마주하게 된다. 이웃간의 온정을 느낄 틈도 없이 아수라장이 펼쳐지는 순간이다. 층별로 나뉜 거주 환경과 주민들간의 계급적 차이, 서로 다른 이해관계는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쳐서 눈 인사를 할 때가 아니라 재난 상황 속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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