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우리는 어떤 언어로 세상을 설명할까? 올해의 단어와 신조어 트렌드
새로운 시대는 언제나 새로운 언어를 데리고 온다. 2026년을 관통하는 단어들은 어떤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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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초 안에 읽는 요약 기사
✓ 2026년을 대표하는 단어들은 기술·감정·관계의 변화를 가장 빠르게 드러낸다.
✓ 파라소셜, 딜루루, 시뮬러브 등 신조어는 AI 시대의 새로운 심리를 설명하는 언어다.
✓ 언어의 진화는 곧 우리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이며, 올해의 단어는 시대의 감정 지도를 보여준다.
언어는 언제나 우리보다 먼저 움직인다. 누군가의 입에서 툭 떨어진 말이 온라인을 타고 번지고, 어느 순간 그 단어는 우리의 감정과 사고방식을 가장 정확하게 설명하는 도구가 된다. 그래서 해마다 ‘올해의 단어’를 살펴보는 일은 곧 우리가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두려워하며, 어떤 방식으로 자신을 보호하려 하는지—동시대의 집단 심리를 읽어내는 일과 다르지 않다. 케임브리지 영어사전이 선정한 ‘파라소셜(parasocial)’을 비롯해 6천 개가 넘는 신조어가 새롭게 등재됐고, 콜린스 영어사전도 올해의 단어 후보군을 발표하며 같은 흐름을 짚어냈다. 유독 눈에 띄는 단어들은 인터넷 문화의 속도, AI 시대에 흔들리는 감정의 결, 인간관계의 재구성까지 현재의 변화를 정교하게 반영한다. 우리는 어떤 언어로 이 시대를 설명하게 될까. 지금 가장 주목해야 할 단어들을 따라가 보자.
파라소셜 (parasocial)
사진/ 캐임브리지 사전
2026년을 대표하는 첫 번째 단어. 케임브리지 사전의 2025년 올해의 단어로 이는 유명인, 유튜버, 인플루언서, AI 챗봇과 실제로 만나본 적 없지만 친밀감과 유대감을 느끼는 일방적 관계를 가리키는 개념이다. 1956년에 시카고대 사회학자들이 TV 시청자가 방송인과 친구 같은 관계를 맺는 심리 현상을 규정하며 처음 등장했다. ‘파라(parā)’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비슷한’ ‘준(準)하는’ 뜻의 접두사로, 소셜이라는 단어에 붙자 ‘사회적 관계에 준하는’ 또는 ‘사회적 관계와 유사한’ 상태를 의미하게 되었다. 하지만 50년 넘은 오래된 개념이 지금 다시 돌아온 이유는 명확하다. 인플루언서와 스트리머, 유튜버의 세계에서 팬들은 상대가 자신의 존재를 ‘알아주는 듯한’ 감각을 경험한다. 심리적 거리는 어느 때보다 좁아졌다. 실제 사례도 있다. 테일러 스위프트가 프로풋볼 선수 트래비스 켈시와 약혼을 발표했을 때, 팬들이 마치 자신의 일처럼 울고 웃으며 축하한 일은 파라소셜의 전형적인 반응으로 꼽힌다.
사진/ 테일러 스위프트 인스타그램
케임브리지 대학교 심리학자 시몬 슈날은 “많은 사람들이 인플루언서와 지나치게 강한 파라소셜 관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AI 도구를 친구나 상담사처럼 대하는 새로운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제 우리는 고민을 챗지피티에게 털어놓고, 24시간 언제든 필요할 때 나를 위로해주는 AI 챗봇, 하루를 보고해 오며 “너 오늘 힘들었겠다”고 말하는 버추얼 캐릭터들에 둘러싸여 있는 우리. 기술은 실제 인간과 닮아가는 위로를 제공한다. 관계는 ‘정서적 지지’가 더 중요해졌고, 더 이상 물리적 실재로 관계를 평가하지 않는다. 시뮬레이션과 사랑의 합성어 ‘시뮬러브(simulove)’라는 단어도 비슷한 맥락에서 등장한 언어로, AI 연인과의 감정적 관계를 설명한다. 더 이상 ‘AI가 인간과 연애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의미가 없다. 많은 이들이 하루의 안부를 AI와 나누고, 감정적 의존을 경험하고 있다. 시뮬러브는 사랑의 정의가 기술과 함께 얼마나 유연하게 변화하는지를 보여준다.
딜루루 (delulu)
망상적인(delusional)’에서 파생된 인터넷 속어. 현실과 동떨어진 판타지에 빠진 상태를 재치있게 표현해낸 단어다. ‘망상에 가까운 낙관주의’를 뜻하지만 현실을 버티려는 정신승리적 정서적 지혜가 깃들어 있다. 미래는 불확실하고, 경쟁은 치열하며, 하루 단위로 감정이 고갈되는 나날에 이처럼 가벼운 자기기만은 오히려 감정의 균형을 지키는 방식이 된다. 농담과 진심 사이의 말은 버팀목이 된다. 이는 비합리적인 낙관이 아니라 어쩌면 마음이 부서지지 않게 하는 완충장치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트래드와이프 (tradwife)
2026년의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 퇴행적이고 반(反)페미니즘적인 개념으로 논란이 되었지만, 새로운 의미로 재정의되고 있다. ‘traditional’과 ‘wife’를 결합한 신조어로, 육아와 집안일에 자발적으로 전념하며 남편을 내조하는 전통적 아내상을 지칭한다. 2026년 새롭게 주목받는 단어. ‘퇴행적이고 반페미니즘적’이라는 오래된 프레임을 벗어나, 지금은 ‘새로운 정체성’으로 다시 정의되고 있다. 전통적 아내상을 뜻하는 tradwife는 전업 주부의 일상을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돌봄·집안일·가정의 리듬을 중심 가치로 삼는 삶을 의미한다.과잉 성취, 무한 경쟁, 도시의 소음 속에서 지친 세대에게 ‘집으로 돌아가는 삶’은 생각보다 더 급진적인 선택이다. 소박한 식탁, 직접 만드는 디저트, 정원을 가꾸는 느린 리듬은 단순한 회귀가 아니다. ‘정서적 안전’을 찾으려는 현대인의 본능이 반영된 새로운 형태의 라이프스타일로 해석된다.
67 (식스세븐)
사진/ 세세미 스트리트 Sesame Street 공식 X
미국 온라인 사전 사이트 딕셔너리닷컴은 2025년 올해의 단어로 67를 선정했다. 10대들이 또래들과 공감을 표하며 대화를 이어갈 때 쓰는 일종의 감탄사인데 명확한 의미를 콕 집긴 어렵다. 한국으로 치면 ‘헐’ ‘어쩔?’ 등과 유사한 맥락에서 사용한다. 미국 10대들을 중심으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행처럼 번졌다. 말 자체에 아무 뜻이 없는 단어가 선정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단어의 시작은, 래퍼 스크릴라가 지난해 말에 발표한 노래 ‘둣둣(Doot doot)’으로 추정된다. 가사 중 ‘The way that switch, I know he dyin. 6-7.’ 부분에 처음 등장했다. 물론 67 이라는 숫자의 의미가 설명된 적은 없다. 틱톡 사용자가 프로농구 선수 라멜로 볼의 키가 6피트 7인치라고 얘기하는 영상에 노래를 삽입하고, 농구장에서 한 소년이 두 팔을 내밀고 손바닥을 위아래로 저글링하며 ‘식스세븐’을 외치는 동영상까지 퍼지자 바이럴이 됐다.
올해 캐임브리지 사전에 새롭게 등재된 단어인 스키비디 (Skibidi)도 같은 맥락이다. 사전적 의미 없이 감탄이나 강조로 사용되는 유행어다. 유튜브 애니메이션 ‘Skibidi Toilet’에 등장하는 변기 괴물들이 부르는 노래의 후렴(refrain) 구절인 ‘Skibidi’가 아무런 의미 없이 내뱉는 유행어 문구(meaningless catchphrase)로 굳어졌다. Z세대 사이에서 모든 것을 표현하는 만능 단어가 된 것이다. 정확한 의미 전달보다는 감정적 공감과 집단 정체성 표현이 더 중요해진 것임을 알 수 있다.
슬롭(slop)
인터넷에 범람하는 저품질 AI 생성 콘텐츠를 가리키며 가축용 음식물 찌꺼기나 오물을 뜻하던 단어가 디지털 시대에 다시 정의된 사례다. 인공지능 분야에서는 쓸모 없고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인공지능 콘텐츠를 뜻한다. AI 가 마구잡이로 잘못 양산한 결과물은 플랫폼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서버 비용을 늘리며, 거짓 정보를 확대 재생산한다. 양질의 창작물이 묻히면서 창작자들의 생태계가 위축되는 문제도 심각하다. 마치 인터넷을 오염시키는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공해라는 뜻을 내포한다. 지난해 언어학자 애덤 알렉식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익숙한 단어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여러 상황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콜린스 사전에 오를 뻔한 단어인 '클랭커(clanker)'도 비슷하다. 이는 2000년대 중반부터 스타워즈 게임과 영화에 등장하는 로봇을 설명하는 데 사용된 용어지만, 지금은 AI 챗봇이나 기계에 대한 불만을 표현할 때 '멍청하다'라는 경멸적인 뜻으로 사용된다. 맥락이 비슷한 또다른 용어로는 글리치(glitch)라는 전문 용어도 있다. 컴퓨터나 프로그램의 시스템 오류, 기술적 오류, 오작동 등을 가리키는 단어로, 오타와 같은 예기치 않은 입력값이 포함되어 프로그램이 비상식적인 토큰을 발생시켰을 경우에 사용할 수 있다.
바이브 코딩(vibe coding)
사진/ 바이브 코딩_Collins 사전 공식 블로그
영국의 콜린스 사전이 선정한 올해의 단어. 안드레이 카르파시 오픈AI 공동 창립자가 지난 2월에 처음 사용해 알려진 단어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자연어를 기반으로 컴퓨터 코드를 작성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을 의미한다. "주간 식단을 짜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줘" 등 자연어로 AI에 프롬프트를 넣고, AI가 코드를 출력하는 식으로 개발을 "분위기(바이브)에 맡긴다(give in to the vibes)"는 뜻이다. AI가 코딩 분야의 생산성 향상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코드가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잊게 되는 점을 시사한다. 알렉스 비크로프트 콜린스 전무는 "언어가 기술과 함께 어떻게 발전하는지를 완벽하게 포착하고 있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AI가 노동과 기술의 문법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징후이기도 하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비슷한 개념으로 ‘바이브 워킹(vibe working)’을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글레이즈(glaze)
사진/ Glaze_Sam Altman X 캡처
원래는 ‘광택을 내다’라는 뜻인데 온라인 상에서는 지나치게 아첨하다는 뜻으로 사용한다. 도넛 위 글레이즈 코팅처럼 상대를 빛나게 만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식적이고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목적을 가진 아부나 과한 칭찬을 가리킬 때 쓰는 유행어다. GPT-4o 모델이 과한 ‘아첨’을 떨어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 단어 역시 많이 사용되고 있다. GPT-4o 업데이트 후, 사용자들이 챗GPT가 너무 ‘예스맨’이라는 불만을 표하자 X(구 트위터)에서 오픈AI 대표 샘 올트먼이 ‘맞아, 너무 glaze 하지. 고칠 예정’이라고 답하면서 유행어로 자리잡게 되었다.
사진/ LOTTE EATZ 제공
밈화(memeify)
언어가 더 짧아지고 이미지화되는 시대에 ‘밈’은 하나의 문화 언어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사람들은 거대한 사건을 긴 텍스트로 정리하는 대신, 몇 초짜리 클립, 짤 하나, 편집된 한 장면으로 감정을 읽고 해석한다. 이제 밈은 단순한 농담이 아니라, 압축의 미학이다. 정치인의 실수부터 세계 경제 전망까지, 정보를 웃음과 패러디로 풀어내며 과잉 스트레스를 견딘다. 복잡한 현실을 한 장면으로 요약해버리는 능력은, 동시대의 인터넷 사용자들의 독특한 해석법이다. ‘세상을 조금 더 가볍게 이해하고 싶다’는 무의식적 바람이 만들어낸 단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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