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좋은 삶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추천하는 책 5

저마다의 멋진 태도로 ‘잘’ 사는 방법을 모색하는 다섯 권의 책.

프로필 by 최강선우 2025.10.24

2025년이 이제 100일도 채 남지 않았다. 연말이 다가오면 누구나 한 해를 돌아보게 되고 잠깐 멈춰 서게 된다. 올 한 해 나는 괜찮았는지, 전보다 더 나아질 수는 없었는지, 조금은 다르게 살 수 있었는지를 자꾸만 되묻게 된다. 고민에 빠진다면 뻔한 자기계발이 아닌 저마다의 언어로 ‘지금 여기의 나’를 묵직하게 응시하게 만드는 을 읽어보자. 누군가는 실패를 통과하는 방법을 되짚고, 방향을 잃지 않기 위해 글을 써내려가고, 남을 신경 쓰지 않는 기술을 배우며, 또 다른 이는 집이라는 공간을 통해 자신 존재의 방향을 가늠한다. 따끈따끈한 다섯 권의 신간에서 삶의 태도를 재정비하고 싶은 이들에게 건넬 수 있는 문장을 길어 올려보았다.



<저소비 생활>, 가제노타미, RHK코리아


“적은 물건과 돈으로 살아가는 일 = 제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일이라고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이다.”

사진/ RHK코리아 제공

사진/ RHK코리아 제공

월급이 지갑에 스치는 사람을 위한 일본의 유튜버 출신 저자 가제노타미의 신간이다. 저자는 돈과 생활 이야기를 주로 다루는 라이프 스타일 유튜브 채널 '가제타미 라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도쿄 도심에서 직장을 다니며 사회생활 명목의 과소비에 대해 이야기해왔다. 한 달 생활비 70만 원으로 살아보는 실험이 책의 시작이다. 자본주의의 가속화된 소비 흐름을 정면으로 거스른 삶의 기록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지점은, 단순히 ‘돈을 아끼자’는 생활 팁이 아니라, 불필요한 소비를 제거하면 삶의 감도와 행복한 감정들이 오히려 살아난다는 명제를 반복적으로 되새긴다는 데 있다. 가짜 욕망을 걷어내고 나면, 비로소 진짜 원했던 선택이 무엇인지가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쓰는 돈을 ‘보복 소비’라 명명하고, 대신 마음을 돌보는 ‘보복 저축’으로 삶의 방향을 바꿔보자고 제안하는 그의 언어는 명랑하면서도 담담한 힘을 가진다. 넘치게 갖는 것보다 덜 갖는 것이 가볍고 자유롭다는 감각을 되찾게 한다.




<렛뎀 이론>, 멜 로빈스, 비즈니스북스


“두 단어만 있으면 된다. 내가 하자.”

사진/ 비즈니스북스 제공

사진/ 비즈니스북스 제공

놓아버리라는, 신경을 꺼버리라는 뜻의 '내버려 두라(Let Them)'는 강력한 주문에 대한 이야기. 남들이 뭐라 하든, 어떻게 행동하든, 저자는 그냥 내버려 두라고 말한다. 물론, 타인에 대한 무관심이나 포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중요한 건 역시 ‘균형’이다.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고, 타인의 생각이나 행동을 흘려보내고, 자신의 에너지를 되찾는 방법을 찾자는 것이다. 남의 시선과 기대에 지나치게 예민해지는 시대에, 이 문장은 단순하지만 강력한 방패처럼 작용한다. 소모적 관계를 멈추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기술은 결국 삶의 주도권을 다시 손에 쥐는 감각으로 이어진다. 책은 누군가를 바꾸려는 시도를 멈추는 대신, 가장 먼저 나를 더 깊이 들여다보게 만드는 일종의 내면적 전략서에 가깝다. 내버려 두기,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하기. 중요하지도 않은 사람이 내 삶을 망치게 두지 말 것. 평범한 문장 속에 담긴 실천은 간단하면서도 강력하다. 그동안 얼마나 타인의 시선에 과민하게 반응하며 살았는지를 선명히 비춘다.




<호의에 대하여>, 문형배, 김영사


“그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려면 그 사람이 누구와 만나고 무슨 책을 읽는지 말해달라.”

사진/ 김영사 제공

사진/ 김영사 제공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주문을 낭독했던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이 책을 냈다. 그가 1998년부터 블로그에 올린 1,500편이 넘는 글 중 "보통의 삶을 지키기 위해 배우고 성찰한" 120편을 골라냈다. 편견과 독선에 빠지지 않고 작고 평범한 보통의 삶을 지키기 위해 배우고 성찰해왔다는 걸 알 수 있다. 법정 밖에서의 문형배의 문장은 유난히 따뜻하고 서정적이다. ‘호의’라는 단어를 통해 세상을 읽는 그의 방식은 정의나 논리보다 감정과 인간성에 기댄 판단을 지향한다. 그러면서도 법에 있어서는 적확하고 강단 있는 태도를 견지하며 어떻게 하면 좋은 법관이 될 수 있는지 고민한 흔적이 묻어난다. 짧은 글 속에는 자연을 대하는 태도부터 삶의 균형을 되묻는 사색이 이어지는데, 단단하지만 부드러운 가치관이 녹아 있다. 요즘과 같은 말이 넘쳐나는 시대에 중심을 바로 잡아주는 듯하다. ‘어떻게 좋은 어른이 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답이 되어주기에, 곁에 오래 두고 읽고 싶은 책이다.




<실패를 통과하는 일>, 박소령, 북스톤


“하지만 어네스트 헤밍웨이가 간파한 것처럼, 우리의 인생은 이기는 방법보다 패배하는 방법에 따라 최종적인 가치가 정해지는 겁니다.”

사진/ 북스톤 제공

사진/ 북스톤 제공

10년간 콘텐츠 스타트업 퍼블리(PUBLY)의 대표로 일했던 저자는, 화려한 성공담 대신 철저한 실패의 기록을 아주 솔직하게 꺼내놓는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창업자의 불안과 자책, 회의와 후회를 10가지 장면으로 속도감 있게 풀어낸 책은 실패를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레 여러 감정을 견디고 마주하며 ‘통과하는’ 일이라고 정의한다. 10년의 창업 후 회사를 운영하는 동안 무엇이 잘못됐는지 조목조목 되짚어보는 회고의 과정 속에서, 독자는 ‘실패’라는 단어가 더는 부끄러운 과거가 아닌, 앞으로 더 나아질 자신을 위해 벼려오는 단련이 될 수 있음을 체감한다. 물론 스타트업 세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누구나 감당해야 할 삶의 여정과 불확실성에 대해서 충분히 적용해볼 수 있다.




<서울의 어느 집>, 박찬용, 에이치비 프레스


“'뭔가 지을 때부터 그냥 짓지 않고 아름답게 지어 보겠다는 욕심, 그게 건축이에요.' 김태수는 사카라의 건축을 이런 말로 표현했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며 나의 낡은 현장을 떠올렸다.”

사진/ 에이치비 프레스 제공

사진/ 에이치비 프레스 제공

매거진 에디터이자 칼럼니스트 박찬용이 서울 서대문구의 50년 된 다세대 주택을 구매해 7년간 스스로 고치고 살아보기까지의 여정을 풀어낸 책. 그의 집은 올해 김나영의 유튜브 채널 <노필터TV>에서 공개돼 화제를 모았다. 집이라는 공간에 대한 깊은 고찰을 가능하게 한다. 자재 하나, 타일 하나, 창틀의 위치까지도 신중히 고민해 수년을 걸쳐 완성한 그의 집은 삶의 태도를 담는 그릇이 된다. 천천히 손보고 오래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진짜 ‘삶의 방식’을 찾아 나가는 방식이라는 메시지가 주는 울림이 있다. 기꺼이 시행착오를 감수하며 자기만의 방식으로 집을 고친 한 사람의 기록은, 오늘을 사는 모두에게 용기를 준다. 단순한 에세이로 끝나지 않는 점도 책의 매력이다. 국민대 겸임교수이자 건축가 이희준과의 대담, 철거반장 인터뷰, 창호와 타일, 도기 가이드 등 실용적인 부록 12편이 함께 수록됐다.



이 다섯 권의 책은 우리 삶을 급진적으로 바꾸자고 말하지 않는다. 진짜 내가 원하는 삶의 방식이 무엇인지를 스스로에게 묻는 법, 남의 기대에서 한 발 떨어지는 법, 실패를 자산으로 남기는 법, 공간과 시간의 밀도를 조율하는 법을 이야기한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잠깐 멈춰서 현재를 정비하게 만드는 문장일지도 모른다. 책들은 각기 다른 목소리로 묻는다. “지금의 삶, 정말 괜찮은가요?”


Credit

  • 사진/ 각 이미지 하단 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