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학술 사이
생물 표본을 예술로 환원시킨 미술가. 이소요의 작품이 들어서자 화이트 큐브는 작은 실험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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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학술 사이
생물 표본을 예술로 환원시킨 미술가. 이소요의 작품이 들어서자 화이트 큐브는 작은 실험실이 되었다.
심리학을 전공하고 예술과 자연과학을 연구한 미술가 이소요는 10여 년 전, 미국의 어느 의학 박물관에서 객원 연구원으로 일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 의사와 의대생들이 제작한 인체 액침표본의 복원·보존 업무를 담당했고, 매일 마주하는 장면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곰팡이 핀 사람의 심장을 꺼내는 모습, 이를 표본으로 만들기 위해 물로 씻고 화학적 처리를 한 뒤 지지대를 만들어 병 속에 보관하는 과정까지도. 한때 이들은 귀중한 과학 자료였으나 2025년 현재는 구시대의 유물에 지나지 않는다. 보존사로서 신체에 담긴 지식이 훼손되거나 사라지지 않도록 붙들어두려 애썼던 작가는 쓸모를 다한 인체를 자연으로 흘려 보낸 뒤 남겨진 유리 용기와 마개, 라벨 같은 부산물을 기록했다. 이렇게 모인 사진과 표본들은 <원형보존>이라는 제목을 달고 전시장 안에 병치되어 있다.
나머지 두 개의 설치 작업 역시 같은 맥락으로 흐른다. <이종이식, P56>은 18세기 의학계에서 생물 표본이 실증적 자료가 아닌 의학사적 영광으로 가공되었던 사례를 비평한다. <『자산어보』, 그림 없는 자연사>는 조선 실학자 정약전이 온전히 활자로 쓴 해양생물학서 <자산어보>에 기반해 실제 해양생물을 가공해 표본 형식의 조형물로 만든 작품이다.
도대체 이 낯설고도 기괴한 전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당혹스러운 사람들에게 전시 제목은 길잡이가 되어준다. Annotations, 즉 주석이 해석의 가능성을 넓혀주는 텍스트라면 전시장에서는 작품이 과학적 지식이 형성되어 사회적으로 작동하는 방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시각적 주석인 셈이다. 학술과 예술, 과거와 현재,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탐색하는 실험실 안에서 생명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된다.
※ «Annotations 주 注»는 11월 7일까지 PS CENTER에서 열린다.
Credit
- 사진/ PS CENTER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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