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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러닝을 위한 에너지 젤 가이드와 생활 체육인들의 추천 제품 5

더 오래, 더 편하게 달리고 싶다면 꼭 알아야 할 에너지 젤의 모든 것.

프로필 by 최강선우 2025.10.23

러닝은 체력보다 에너지 관리의 싸움이다. 고갈된 연료를 언제, 어떻게 채우느냐가 완주를 결정한다. 에너지 젤은 완벽한 순간을 기다리기보다 미리 몸을 준비시키는 방법이다. 결국 중요한 건 멈추지 않는 에너지다.



사진/ @euddeume_

사진/ @euddeume_

Q1. 에너지 젤, 왜 필요할까?

길게 달리는 동안에 러너의 몸은 끊임없이 에너지를 소진한다. 근육은 운동 시 두 가지 주 에너지원, 즉 탄수화물(글리코겐)과 지방을 연소한다. 문제는 탄수화물 연료인 글리코겐의 저장량이 한정적이라는 점. 보통 성인의 근육과 간에 약 2,000 kcal 상당의 글리코겐이 저장되는데 고강도 러닝으로 따지면 32km 정도의 달리기에 소모되는 에너지와 맞먹는다. 42.195 km를 달리는 마라톤 후반에 접어들어 연료가 바닥나기 시작하고 흔히 말하는 ‘벽’에 부딪혀 속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달리기 강도가 높을수록 글리코겐 소모 비율이 높아져서 갈수록 숨이 가빠지고 다리가 무거워지는 현상은 어쩌면 단순한 체력 저하가 아닐 수 있다. 신체의 연료, 즉 탄수화물 저장량이 바닥나 에너지 대사가 한계에 도달한 상태라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체내에 부족한 탄수화물을 빠른 시간 내에 채워줘야 한다.

이때 에너지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액체 음료로 체내에 빠르게 흡수되는 탄수화물을 공급해 혈당을 유지하고, 근육과 뇌의 연료를 동시에 보충할 수 있다. 피로를 늦추고 페이스를 일정하게 유지하게 해주는 과학적 보조식이다. 실제로 1시간 넘게 지속되는 운동 중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대사 반응과 운동 수행 능력이 향상되고 글리코겐 고갈을 예방한다는 연구가 있다. 신체 에너지 공급 시스템을 실시간으로 보완하는 도구인 것이다. 에너지 젤 한 포에는 대개 약 20~30g 내외의 탄수화물(약 100 kcal)이 들어 있어, 스포츠 음료(8온스당 ~14g 탄수화물)보다도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한다. 페이스를 유지하고, 피로를 지연시키는 데에 탄수화물 젤이 효과적임을 알 수 있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점이 있다. 근육은 지방도 태울 수 있지만, 뇌는 오로지 포도당만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달리는 도중에 혈중 포도당이 떨어지면 집중력이 흐려져 페이스 유지가 힘들어지는데 혈당을 올려주면 집중력 저하를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


Q2. 섭취 타이밍은?

에너지 젤은 섭취 타이밍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대회라면 출발 5분 전 한 포, 이후 30~45분 간격으로 한 포씩 섭취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피로를 느낀 후에는 이미 늦기 때문에 당이 떨어지기 전에 미리 채워야 한다. 보통 마라톤 풀코스 42.195km 기준으로 총 7~8km 마다 섭취해 5~6포 내외로 섭취하는 것이 적당하다. 점도가 높은 제품은 물 한두 모금과 함께 삼키면 흡수가 빠르고, 위에 부담이 덜할 수 있게 급수 타이밍을 노리는 것도 방법이다. 먹는 시점이 곧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한 간격으로, 일정한 양을 규칙적으로 섭취해야 한다. 완주 전략의 절반은 체력보다 연료 관리에 달려 있다. 완주 후에는 회복을 위해 단백질과 탄수화물을 함께 섭취해, 회복을 마무리해야 한다.


사진/ @kim_uieing49

사진/ @kim_uieing49

Q3. 똑똑하게 고르는 법?

시중 에너지 젤을 이루는 주성분은 탄수화물, 전해질, 그리고 카페인이다. 포도당과 과당, 말토덱스트린이 즉각적인 에너지를 내며, 나트륨과 칼륨은 땀으로 빠져나간 미네랄을 보충해 탈수를 막는다. 카페인은 신경계를 자극해서 피로감을 줄이고 집중력을 높여준다. 하지만 최근에는 카페인 프리 제품도 많아서, 카페인에 민감하다면 무카페인 제품을 택하거나, 대회 후반부에만 전략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 흡수 속도, 카페인 함량, 위장 반응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현명하다.

점도가 높고 단맛이 강한 제품은 자칫 위를 자극할 수 있어서 주의해야 한다. 천연 성분 기반으로 흡수가 느린 젤은 혈당이 안정적으로 유지돼, 장시간 러닝에 적합하다. 반대로 페이스를 확 끌어올리거나 폭발적인 힘이 필요한 레이스 후반엔 빠른 작용을 보여주는 젤이 유리하다. 일부 에너지 젤에는 BCAA 등 아미노산이나 비타민 B군이나 C를 포함되기도 한다. 물론, 이는 근손실을 줄이고 피로 회복을 돕기 위한 부가적인 요소다. 기본은 탄수화물+전해질+카페인 조합이 러닝 퍼포먼스에 직결되는 3대 요소임을 기억하면 어렵지 않다. 대회를 앞두고 있다면 훈련 중에 다양한 젤을 테스트해보자. 미리 브랜드와 타이밍을 찾아두면 대회 당일엔 오직 달리기에만 집중할 수 있다.



먹어보고서! 추천 에너지 젤 제품 5


‘좀’ 달려본 생활 체육인들이 직접 먹어본 에너지 젤 제품 다섯. 종류도 맛도, 특색도 다양하므로 본인과 상황에 맞는 제품을 알아보려면, 직접 먹어보고 구매하는 것이 중요하다.


1. 시스 고(SIS GO) 에너지 젤

사진/ 대진 인터네셔널 제공

제품에 함유된 말토덱스트린이라는 당 성분은 먹자마자 즉각적으로 분해가 되어 소량으로도 에너지 효과를 느낄 수 있다. 물 보충 없이도 전해질과 영양분이 삼투압에 의해 체내로 빠르게 흡수될 수 있는 ‘등장성’을 활용한 고유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제품.

“나는 평소 쿠션 없는 베어 풋 슈즈를 신고 달린다. 풀코스는 3회 참여했고, 2회 완주했다. 첫 풀코스를 함께 했던 에너지젤이다. 찐득하고 단맛이 강해, 입안에 텁텁함이 남는 다른 젤들과 달리, 묽고 향과 단맛이 약해 달리는 중에도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어 좋다. 단점은, 한 포가 60g으로 큰 편인데, 탄수화물 함유량이 22g으로, 40g 정도 되는 타 제품들에 비해 적은 편이다. 다만 국내에서 구하기가 힘들고 가격대가 좀 높다.” (오호식, 개발자, 러너)


2. 아미노바이탈 퍼펙트 에너지 젤

사진/ 아지노모토 제공

일본 제품으로 소위 뚱젤이라 불리는 널리 알려진 제품. 오랜 시간 지구력을 유지시켜주는 느낌으로 LSD (느리고 길게 달리는) 훈련할 때 적합하다. 탄수화물과 함께 아미노산을 함유하고 있어, 근육 회복에 도움도 준다. 식감이 젤리 같고 알갱이가 느껴지는 편.

“올해 마라톤 대회에서 먹어보니 확실히 느낌이 달랐다. 솔직히 코스 주자가 아니라서 그동안은 에너지 젤의 필요성을 못 느꼈는데, 올봄 하프 완주를 본격 준비하면서 존재를 알게 됐다. 대회 출발 전에 한 포, 중간에 한 포 먹은 덕분에 무사히 완주할 수 있었다. 섭취한 건 처음인데 불편감이 없어서 어렵지 않게 먹을 수 있었다.” (원주희, 수파오이지 대표, 러너)


3. 크라운스포츠 뉴트리 에너지 검바

사진/ 크라운스포츠 제공

고체 젤리 형태의 에너지 젤로 스페인 브랜드다. 국내에서 생산하고 유통까지 한다. 씁쓸하면서도 달착지근한 맛이 특징이다. 탄수화물 외에도 BCAA와 다섯 종의 아미노산이 함유되어, 주 에너지 공급과 회복능력은 물론 근육경련 등도 예방할 수 있다.

“검바는 젤리 형태라 야외에서 덥거나 추워도 변형이 오지 않고 상대적으로 2부피가 작아서 좋다. 액체 형태 젤이 가끔 물리거나 목에서 잘 안 넘어가기도 한다. 맛도 다양하고, 특히 복숭아, 콜라 맛을 좋아한다. 꼭꼭 씹어서 천천히 먹을 수 있어 극한까지 치닫는 울트라 러닝에 더 적합한 것도 같다. 로드 러닝보다 트레일 러닝에서 많이 찾는 편이다. ” (김혜진, ‘모여라(모험하는 여자들의 라디오’ 팟캐스트 운영자, 산악인 & 트레일러너)


4. 요헤미티 에너지 젤

사진/ 요헤미티 제공

파리올림픽에서 ‘삐약이’ 신유빈 선수가 대회에서 먹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어 화제가 된 제품. 캐나다 산 메이플 수액과 포도당을 혼합한 레시피를 사용하여 빠른 에너지 제공과 지속력을 모두 잡은 제품. 물 없이 섭취 가능하고, 점도가 낮아서 삼키기 편하고 흡수가 빠르다. GS 25에 입점 되어 있어 구하기도 쉽다.

“달리기는 9년 차, 철인 3종을 한 지는 3년 차다. 지난달 난생처음으로 ‘철인 3종 킹코스(풀코스)’ 대회에 나갔는데 13시간 반이 걸렸다. 30분에 한 번 젤을 먹으면, 20개 이상을 먹어야 했다. 신맛이 너무 강한 제품을 많이 먹으면, 대회 후반부에 가서 헛구역질이 나거나 실제로 토를 하는 경우가 많다. 요헤미티는 신맛이 별로 강하지 않고 제형이 묽어서 계속 섭취해도 부담이 덜했다. 국제 비건 인증을 받았고 글루텐프리, 무카페인이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정인선, 기자, 생활운동인)


5. 과일과 밤양갱

달리다가 지쳤다고 무조건 에너지 젤을 섭취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손쉽게 에너지를 채울 방법이 있다.

사진/ 김상훈 제공
사진/ 크라운제과 제공

사진/ 크라운제과 제공

“마라톤과 달리, 평소 러닝 시 탄수화물보다 지방 연소가 더욱 활발한 강도로 달리기 때문에 굳이 에너지젤을 준비하지 않는다. 편의점에서 사 먹을 수 있는 ‘밤양갱;도 좋은 대체품이다. 올 여름엔 아이스박스를 자주 들고 다녔다. 친구들과 남산 북측 순환로 입구에 모여 각자 준비해 온 여름 과일을 아이스박스에 채워 넣었다. 남산 6.6km 업힐 코스를 한 바퀴 돌고 올 때, 녹초가 된 채 주저앉아 말없이 과일을 나누어 먹었다. 차갑고 달콤한 과당, 우정이 담긴 가장 완벽한 ‘에너지젤’이었다.” (김상훈, 웰니스 커뮤니티 ‘몸서관’ 오너, 러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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