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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지의 부캐 총출동! 이수지의 다음 페르소나는 무엇일까?

이수지가 사랑한 네 개의 페르소나를 화보를 통해 오마주했다.

프로필 by 안서경 2025.09.25

THE SELF


이수지는 매번 다른 얼굴로 진실을 보여준다. <바자>의 카메라 앞에 본연의 이수지와 그가 사랑한 네 개의 페르소나가 등장했다.


레더 재킷은 Namilia by Empty. 랩 스커트는 Aesirs Studio by Samplas. 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슬리브리스 톱은 Gayeon Lee. 셔츠, 헤어밴드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도도, 프로페셔널, 강렬함! <바자> 화보는 이런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린쟈오밍 헤어를 준비할 땐 헤어 실장님께 ‘싸이’ 아니에요? 물었거든요, 그런데 사진을 보니 린쟈오밍이 이렇게 고급스러워 보일 수가 없는 거예요!” 몇 달 전, 빼곡한 이수지의 스케줄러에서 비어 있는 단 하루를 촬영 날로 미리 잡아두고 소속사 담당자와 몇 차례 통화를 나눴다. 우리는 이수지가 사랑한 네 개의 페르소나를 재해석해 보여주기로 정했고, 본연의 이수지 모습까지 다섯 가지 콘셉트에 따라 촬영을 시작했다. 그렇게 근래 유튜브에서 화제가 된 래퍼 햄부기, MZ 교포 제니, 슈블리 맘과 <개그콘서트> 시절 그가 가장 애착을 지닌 캐릭터인 조선족 보이스 피싱 팀장 린쟈오밍이 차례대로 소환됐다. “전에는 사진 촬영이 참 낯설고 쑥스러웠어요. 그런데 사진만이 주는 매력이 있더라고요. 그날의 분위기가 그대로 담겨 나오고, 사진가와의 호흡에 따라 결과가 너무 달라지고요. 오늘 촬영한 컷들이 다 마음에 들어서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올해는 ‘이수지의 해’라고 표현해도 과장이 아니다. 각종 브랜드 인지도 어워드의 대상을 수상했고 백상예술대상, 청룡시리즈어워즈에서 여자 예능인상도 받았다. “요즘엔 타율이 좋은 것 같아서 바빠도 참 행복하게 스케줄에 임해요. <핫이슈지> 유튜브 영상을 올리기 직전까지 반응이 좋을지, 아닐지 모르거든요. 떨리고 무섭죠. 그래도 진짜 제가 재미있어서 시도한 것들이에요.” 이수지는 종종 엄마의 말투와 행동에서 콩트 캐릭터의 특징을 잡아왔다고 밝힌 적 있다. 하지만 지난해 제니에 이어 올해 랩송 ‘SEXY FOOD’를 소화하는 햄부기까지 이수지의 페르소나들은 점점 젊어지고 있다. “저는 유행이나 밈, SNS에 좀 느린 사람이었거든요. 작년부터 좀 더 어린 친구들도 좋아할 수 있는 걸 해보면 어떨까 생각이 들어서, 항상 ‘요즘엔 뭐가 유행해?’ ‘요즘 뭐 봐?’ 물어보고 다녔어요. 코미디 연기는 지금 사람들이 공감하는 것들, 요즘 웃을 수 있는 것들을 보여주는 장르잖아요. 현재에 맞는 인물을 해야 더 좋아해주시는 걸 깨달았죠.” 실제 이수지는 워낙 낯을 가리는 탓에 어린 팬들이 적극적으로 다가올 때면 말끝을 흐리며 도망가기 일쑤라고. 자신을 캐릭터 소개처럼 한 문장으로 설명해달란 질문에도 “샤이한 사람, 그런데 장난을 치고 싶어하는 사람”이라 답하며 촬영 내내 조곤한 목소리로 계속 막내 스태프들의 특징을 따라 하며 농담을 건넸다.

그저 재능이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는 연기력으로 여러 인물들을 모사할 때마다 주목받았지만, 이수지가 선보이는 연기의 폭은 점점 깊고 넓어지고 있다. 최근 드라마 <살롱 드 홈즈>에서는 주인공 공미리(이시영)의 시누이인 박수지 역으로 배역을 소화했고, <신병> 시리즈에서는 주인공 박민석의 누나 역으로 꾸준히 드라마 현장을 경험했다. “코미디 무대가 제한된 시간에 큰 에너지 전체를 발산하는 느낌이라면, 드라마나 영화는 주변 인물과도 에너지를 맞춰가야 하니까 절제하는 느낌이 들어요. 섬세하게 상대와의 호흡을 맞춰가는 점이 재미있어요.” 쉬는 날이면 예능보다 드라마를 찾아 보며 배우들에게 감탄하는 게 취미다. 익숙지 않은 분야에 말 보태는 걸 주저했지만, 지금보다 더 나이가 들었을 때 ‘엄마’ 역할을 꼭 맡고 싶다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답했다. “아직은 지금 하는 코미디 연기에 집중하고 싶지만, 나중에는 깊은 감동을 주는 연기도 해보고 싶다는 바람이 있어요. <폭싹 속았수다>를 보고 나서 ‘어떻게 저렇게까지 연기하지’ 여운이 깊었어요. 아직 초보 엄마지만 50대쯤 되면 그 감정을 이해할 수 있을까? 궁금해지죠. 저는 어머니 세대에 대한 애정이 커요. 실례되는 말일 수 있지만 할머님들 뵈면 너무 사랑스럽고, 차 타고 가다가도 할머니들이 횡단보도에 서 계시는 걸 보면 ‘어우, 귀여워!’ 막 이렇게 반응하게 돼요. 노인이 되면서 점점 아기처럼 된다는 말이 있잖아요, 마음속에 애정이 피어오르는 것 같아요.”


재킷은 & Other Stories. 플리츠 스커트는 Moschino. 슈즈는 Onitsuka Tiger. 셔츠, 헤어밴드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베스트는 T.B.O.S. 스카프는 Surgery. 팔찌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티셔츠는 Moschino. 모자, 링, 반지, 팔찌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수지는 하루 수천 통의 DM을 하나도 빠짐없이 다 읽는다. “요즘에는 팬이라며 메시지 보내주시는 분들마다 되게 다양한 사연이 있더라고요. 마음이 아프신 분들도 있고, 경제적으로 힘드신 분도 있고, 부부 관계가 안 좋으신 분도 있는데, ‘덕분에 웃어요’라는 메시지를 받으면 그래도 내가 사회에 조금이나마 좋은 일을 하고 있는 거구나, 생각이 들어요. 또 금세 동화돼서 마음이 좀 안 좋기도 하지만요.” 그렇게 사람들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관찰하는 일은 이수지가 끊임없이 다른 인물을 보여주는 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웃음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악플은 마음 아프게 읽거든요. ‘그래, 더 잘 웃겨야지!’ 이렇게. 근데 1차원적인 비난들, 욕이나 ‘살 빼라’ 이런 건 그냥 웃겨서 막 웃어요. 흡수가 안 되는 것 같아요. 반면 ‘이러이러해서 재미없다’ 이런 피드백을 보면 그때부터 고민이 시작돼요.”

희극인으로서 요즘 이수지의 걱정은 애교가 사라지고 철이 드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 “저 원래 ‘에겐녀’인데 ‘테토녀’가 되고 있어요. 아들을 키우며 애교가 줄고 있어서 고민이죠. 참 철도 없는 편이었는데, 책을 매일 잠시라도 보려 하고요. 혼자 독서를 해야 느껴지는 것들이 있더라고요.(웃음) 아까 유튜브 촬영 때 ‘인사이드백’에서 공개한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라는 책을 읽고 메모장에 이런 문장을 써뒀어요. ‘나는 특수한 직업을 가진 사람이지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그렇기에 명예를 따르지 않고, 인간관계를 중시하자.’ 그런데 이 다짐이 하루에 열세 번 깨지거든요. 계속 되새겨야 해요. 나중에 67살쯤, 백상에서 대상 받으면 수상 소감에서 이 말을 쓸 거예요. (목소리를 깔며) ‘저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이렇게요.”

여태껏 인터뷰 때마다 이수지는 앞으로의 목표가 없다고 말해왔다. 몇 해 전 <SNL>에 합류하기 전 2년여간 긴 공백을 통해 슬럼프를 겪었고, 그렇기에 주어진 하루하루에 충실하고 싶다고 밝혀왔다. “이십 대에 데뷔할 때 ‘미니 쿠퍼를 사면 관둬야지’ 했는데 결국 물질적인 건 부질없더라고요. 그 차도 안 샀고요.(웃음) 아무리 힘들어도 저는 일로 충전되는 사람인 것 같아요. 일이 없어 쉬었던 시기를 돌이켜보면 그저 감사해요. 일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때도 있지만 결국 저는 일을 할 때 힘을 얻어요. (매니저를 향해) 잠시만요, 듣지 마시고 스케줄 더 잡지 마세요.(웃음) 여행을 좋아해서 <SNL> 한 시즌이 끝날 때면 무조건 떠났는데, 요즘은 도통 못 떠났어요. 지금 당장 포르투갈로 떠나고 싶네요.” 상상만으로 이수지의 얼굴이 환히 밝아졌다. 분주히 화보와 인터뷰를 마치고, 이수지는 다음 스케줄로 <핫이슈지> 새로운 캐릭터의 첫 촬영을 한다고 했다. 반응이 없을까봐 초조하다며, 스포를 말아달라는 부탁을 남기며. 수줍게 웃는 모습과 전혀 다른 자아로, 이수지는 언제나 우리 앞에 다시 등장할 것이다.


티셔츠는 Moschino. 선글라스는 Vain by Samplas. 팬츠, 모자, 반지, 팔찌,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Credit

  • 사진/ 이태광
  • 헤어/ 이슬아
  • 메이크업/ 박차경
  • 스타일리스트/ 현국선
  • 어시스턴트/ 정지윤
  • 디자인/ 진문주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