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때 읽기 좋을 책! 마음을 채우는 초여름의 책 6
유월의 긴 연휴를 지루하지 않게 보낼 수 있는 여섯 권의 신작을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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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는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진다. 비행기표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책 한 권이 주는 해방감은 때로 여행보다 깊고, 낯선 감정을 데려오기도 하니까. 조용히, 단단하게 여름을 나고 싶다면 이 책들을 주목하자.
『페른베』 신유진 지음 | 시간의흐름

‘페른베(Fernweh)’는 독일어로 가보지 않은 어딘가 먼 곳을 그리워하는 감정을 뜻한다. 332세의 짧은 생을 살다간 소설가 전혜린이 좋아했던 단어다. 이미 눈치챈 이들도 있겠지만, ‘전혜린으로부터’ 라는 구절로 여는 소설집은 다시쓰기에서 이어쓰기로 자연스레 변모하며 확장한다. 번역가이자 작가 신유진은 전혜린을 쓰려다가 실패했다고 소회를 밝힌다. 그러나 ‘이곳이 아닌 어딘가’에 대한 마음의 진동을 섬세하게 붙잡는 작가의 글을 읽으면, 정말 실패였을까를 묻게 된다. 어딘가 떠나지 않아도 이 책은 우리를 충분히 먼 과거와 미래, 한 번도 가닿지 못한 어떤 마음으로 데려갈 것이다.
밑줄 친 문장 “갔다가 돌아온다고 했잖아요. 나는 그런 사람들이 참 대단한 것 같아요. 그래도 어쨌든 가잖아요. 힘들게 갔다가 힘겹게 돌아올 줄 알면서. 타인에게 가는 길도 그런 길 같아요. 힘들게 갔다가 힘겹게 돌아오는 거.” (146p)
」 『일의 말들』 황효진 지음 | 유유

사진/ 유유 제공
건강하게 일하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뉴그라운드’ 운영자이자, 기자, 콘텐츠 디렉터, 파트타이머, 프리랜서, 파견계약직, 개인사업자를 모두 거쳐온 작가 황효진의 신간이다. ‘일의 얼굴’을 경험한 저자의 업력답게 일터에서 겪은 다양한 경험을 타인의 문장 속에서 길어올린 감정이나 진솔하게 기록한 단상과 엮어냈다. 총 100편의 글로 구성되어 있어, 일에 지쳤을 때나 노동의 의미를 찾고 싶을 때 한 꼭지씩 읽어볼 만하다. 책장을 덮어도 일의 세계를 함께 부수고 ‘함께’ 노동하기 좋은 방법을 모색해 보자고 말하는 작가의 말에는 강인한 힘이 깃들어 있다.
밑줄 친 문장 “문득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어떤 위치에서 무슨 일을 하며 세상과 관계 맺는 중인지 고찰해 본다. 내가 맺은 관계에 책임을 지는 행위로서의 일. 이것이 앞으로 어떤 일을 하는 내 기준이 될 것 같다. (95p)”
」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 강보라 지음 | 문학동네

사진/ 문학동네 제공
202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강보라 작가의 첫 소설집. 7편의 단편이 수록됐다. 에디터 출신다운 관찰력과 흡입력 있는 문장력이 맞물려 일상과 타인의 삶을 섬세하게 붙잡는다. 대체로 이야기는 조용히 흐르지만 읽다 보면 마음이 낯설고 느슨한 어딘가에 도착해 있다. 표제작은 방문자 모두 ‘게스트’로 머무는 여행지 속 게스트하우스를 배경으로 낯섦과 불쾌감과 호기심을 마구 넘나들며 부르디외의 ‘구별짓기’라는 개념과 삶을 돌아보게 한다. 2025 젊은작가상 수상작인 ‘바우어의 정원’은 세 번의 임신과 유산을 겪은 배우가 등장해 긴 여운을 남기는 이야기다. 작품마다의 독특하면서도 어딘가 익숙한 서사는 일상에서 살짝 벗어나 해방감을 준다.
밑줄 친 문장 “주위의 모든 것이 그녀가 조금 전에 행한 작은 복수와 대비되어 무정한 아름다움을 드러냈다. (중략) 어린 은화는 배우로서 그 비참함을 잘 간직하기로 마음먹었다. 그것만큼은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그녀 자신만의 것이었으므로. 작고 파란 불씨 하나가 그녀의 정원 안에서 고요히 타올랐다.” (169p)
」 『바지런한 끼니』 안아라 지음 | 안온북스

사진/ 안온북스 제공
푸드 디자이너이자 ‘아라 홈그라운드’를 운영하는 셰프 안아라가 정성스레 기록한 요리책이자 끼니를 통해 포착한 삶의 리듬에 관한 내밀한 푸드 에세이. 계절의 순환과 제철 재료, 한 끼 식사가 지닌 감각의 밀도를 세밀하게 그려낸다. 정성스럽게 곁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시작하는 이야기는 일상적이어서 따뜻하고 여운이 길게 남는다. 대충 하는 것 없고 강직하지만 수줍고 따뜻한 성품의 소유자임을 알 수 있다. 차린 식탁이 삶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는 믿음 아래 그만의 정갈한 레시피와 다정한 감각이 나란히 놓인다. 여름의 더위가 시작되기 전, 맛있는 삶을 만끽하기를 바라며 강력 추천한다. 읽다 보면 당장 부엌으로 가서 요리를 시작하게 될지도 모른다.
밑줄 친 문장 심심한 유부초밥을 마저 삼키며 다시금 살아갈 힘을 모으기 위한 태도들을 적어보았다. -안쪽이 아닌 바깥으로 향하게 사색할 것 –조급한 시선을 거두고 나누는 마음을 채울 것 -작고 따뜻한 생명에게 애정을 쏟고 매일 배울 것 -부족한 것을 채우는 것이 아닌 지금 누리는 것을 깨달을 것 (174p)
」 『여자는 왜 모래로 쓰는가』 장혜령 지음 | 은행나무

사진/ 은행나무 제공
‘영원한 아마추어 이야기 직조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시인 장혜령이 국내외 여성 작가 9명의 작품을 읽으며 쓴 비평 산문집이다. 차학경, 한강, 다와다 요코, 소피 칼, 김혜순,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등 시인이 사랑한 여성 작가와 여성 문학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조명하며, ‘여성의 삶과 말은 왜 쉽게 지워지는가’라는 질문을 거듭 던진다. 문학을 통한 여성 서사의 복원이기도 한 이 책은 자기 언어를 허락받지 못해도, 사라질 걸 알면서도 말하고 기록하는 여성들의 이야기에 천착한다. 꺼내기 어려운 감정까지도 사려 깊게 톺아보는 날카로운 시각, 유려하고 아름다운 문장들을 읽으면 뜨거운 계절도 왠지 모르게 반가워진다.
밑줄 친 문장 “나는 여자의 별자리로부터 나의 별로 돌아온다. (중략) 별들을 꼭 선으로 이어내야 할 필요는 없으리라. 별자리는 보는 이의 마음 안에서 생겨나는 사건일 테니.” (175p)
」 『오늘부터 나를 칭찬하기로 했다』 김키미 지음 | 휴머니스트

사진/ 휴머니스트 제공
전작에서 셀프 브랜딩을 이야기했던 김키미 작가가 칭찬일기 작성법을 소개하는 안내서이자 자기 인정 도움 에세이로 다시 돌아왔다. 칭찬일기와 #김키미의월간결산 이라는 이름의 월말 회고를 꾸준히 해온 저자는 더 나은 삶을 위한 노력이 노트에 한 글자 꾹꾹 눌러 칭찬할 일을 기록하는 일로부터 시작한다고 말한다. 자기 자신을 다정하게 바라보는 법과 타인과 칭찬을 주고받는 법까지, 작은 성취에도 스스로를 인정하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통해 나를 단단하게 세워 나가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이야기는 칭찬에서 함께 살아가며 실수를 솔직히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태도까지 거침없이 뻗어 나간다.
밑줄 친 문장 타인에게 공유하는 순간 취약성을 지탱하던 힘은 휘청인다. 외부 기준을 더는 신경쓰지 않겠다는 결심은 사회가 정한 표준을 이긴다. 취약성을 드러내는 사람은 취약한 사람이 아니다. 솔직한 사람이다. (206p)
」Cr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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