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

오늘 밤, 12시 전에 잠들어야 한다?

당신이 잠든 사이 피부가 하는 일

프로필 by 박경미 2025.02.08

THE SKIN NEVER SLEEPS


당신이 잠든 사이 피부는 활성화되어 낮 시간 동안 손상된 부위를 회복시킨다. 피부 재생 사이클에 맞춘 나이트 스킨케어 가이드.

토머스 에디슨(Thomas Edison), 니콜라 테슬라(Nikola Tesla),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 천재적인 사고력을 지녔던 이들은 이를 자극하기 위한 독특한 방법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물체가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순간 잠에서 깨기 위해 종종 작은 금속 물체를 손에 쥔 채 잠들었다. 깊은 잠에 들기 전 반의식 상태에서 기발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떠올랐기 때문. ‘최면 상태’라 불리는 각성과 수면 사이의 경계를 활용한 것이다. 이 상태에서는 수면 시 발생하는 세타파와 각성 상태에서 볼 수 있는 알파파가 공존하며 뇌파가 변화한다. “잠에 들기 시작하면 뇌는 점차 비활성화되면서 심장과 호흡 기능이 느려지고 신진대사 활동도 감소합니다. 그러나 의식과 관련된 인지 영역에서는 활발한 활동이 이루어집니다. 하루 동안의 기억이 환각과 뒤섞이고 사고와 행동을 관장하는 전두엽이 활성화되죠. 마치 꿈속으로 뛰어들기 전 절벽 끝에 있는 것과 같아요. 하지만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는 아직 과학적으로 완벽히 밝혀지지 않았어요.” RC-CS 신경과학연구소 신경과 전문의 주세페 플라치(Giuseppe Plazzi)의 설명.
뇌와 같이 겉으론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처럼 보이는 피부도 밤사이 활성화된다. 랑콤 스킨케어 교육팀 리아 벨로티(Lia Bellotti)는 자는 동안 피부 세포는 세 배 더 빨리 증식하며 화장품 속 유효 성분을 효과적으로 흡수한다고 말한다. “낮 동안 외부 자극에 의해 장벽이 무너지지 않도록 힘쓴 피부는 밤에는 회복하는 데 집중합니다. 이때 혈액순환이 촉진되는데 그로 인해 세포 재생이 활발해지며 독소가 제거되죠.” 화장품 화학자 베아트리스 마리니(Beatrice Marini)는 피부 재생 과정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낮에는 자외선, 흡연, 공해 등 유해한 환경으로 발생하는 산화 스트레스와 노화를 촉진하는 불안정한 분자인 자유라디칼로부터 피부를 보호해야 합니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은 오전 8시에 가장 많이 분비되죠. 반면 밤 11시가 되면 감소하고 대신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데 효과적인 멜라토닌이 증가합니다. 피부 재생에 효과적인 시간이라는 얘기예요.” 이처럼 우리 피부는 이미 재생을 위한 사이클을 탑재했다. 따라서 몇 가지 스킨케어만으로도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은 세안 단계. “사소해 보이지만 자기 전에 메이크업을 지우고 피부를 클렌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밤에는 혈액순환이 촉진되어 흡수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메이크업 잔여물과 오염 물질도 고스란히 흡수되어 버리죠.” 마리니는 클렌징의 중요성에 대해 얘기하며 낮 동안 쌓인 죽은 세포를 제거하기 위해 AHA, BHA 등의 산을 포함한 세안제를 선택할 것을 권한다.
다음은 수분과 활성성분을 더하는 단계. 건성 피부라면 세안 후 크림을 바르기 전 히알루론산 제품을 넉넉히 바르고 미스트로 수분을 공급하라고 권한다. 중성이나 복합성 피부라면 레티놀 같은 성분이 효과적이다. “레티놀은 빛에 약하기 때문에 저녁 스킨케어 단계에서 높은 농도로 바르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레티놀 입문자라면 처음에는 주 2회 정도만 사용하세요. 피부에 자극이나 트러블이 생기지 않을 때 점차적으로 사용 빈도를 늘리는 것이 좋습니다. 아무리 좋은 성분이라도 중요한 것은 내 피부 상태에 맞게 사용하는 것입니다.” 마리니는 레티놀 화장품의 주의할 점에 대해 거듭 강조한다. “민감성 피부라면 레티놀 농도가 0.1% 이하인 제품이나 캡슐에 담겨 활성성분을 서서히 방출하는 제형을 선택하세요. 또한 진정 효과가 뛰어난 병풀(센텔라아시아티카) 에센스를 전 단계에 도포한다면 자극을 완화할 수 있어요.”
마지막 단계는 밤사이 두드러지는 수분 손실과 피지 감소로 인한 탈수를 예방하는 것. 영양이 풍부하고 쫀쫀한 제형의 크림을 더해 피부에 밀폐막을 형성하자.
앞서 설명한 단계에 적절한 제품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름다운 피부를 가꾸기 위해 따라야 할 규칙은 생체 리듬을 따르는 것이다. 콜라겐이 가장 활발하게 생성되며 피부 노화의 위험을 낮추는 골든 타임, 자정부터 새벽 4시 사이에는 반드시 잠자리에 들자. 에디슨, 테슬라, 달리처럼 창의적인 반수면 상태를 실험하려는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다.

단계별 나이트 케어
Susanne Kaufmann 엔자임 엑스폴리에이터 부드러운 젤 제형의 워시오프 페이셜 스크럽. 사과, 키위 등 과일에서 추출한 AHA 성분이 죽은 세포를 제거해 피부를 고르게 정돈한다. 11만5천원.
Arial 애플사이다 휘핑 크림 팩 클렌저 사과식초가 모공 속 노폐물과 피지를 제거하고 AHA, PHA 성분이 저자극 필링을 돕는다. 소량만 사용해도 거품이 쫀쫀하게 생성돼 개운하게 마무리된다. 2만4천원.

Augustinus Bader 더 페이스 미스트 수분 충전에 효과적인 히알루론산과 진정 효능을 가진 로즈 워터를 담았다. 13만5천원대.
Dior 캡춰 토탈 레티샷 나이 들수록 떨어지는 피부 재생력을 높여 칙칙한 톤, 거친 피붓결 등 노화의 전반적인 징후를 개선한다. 고순도 레티놀을 0.1% 함유했다. 16만원대.
La Prairie 스킨 캐비아 리퀴드 리프트 탄력과 피부 재생을 활성화하는 능력이 한층 탁월해진 라프레리의 대표 세럼. 펩타이드와 히알루론산이 피부 수분 장벽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1백9만3천원대.

Swiss Perfection 퍼펙트 리프트 리치 크림 독자적으로 개발한 피부 재생 성분이 겉과 속 탄력을 집중 개선한다. 안정화한 레티놀을 담아 효능을 높였다. 79만원대.
Shiseido 퓨처 솔루션 LX 토탈 리제너레이팅 크림 엔메이 허브가 피부 탄력을 높이고 본연의 광채를 되살린다. 영양감이 느껴지는 농밀한 제형으로 건조하고 거친 피부를 유연하게 만든다. 42만원대.

Credit

  • 글/ Di Margherita Fresilli
  • 사진/ Getty Images, 최현준
  • 어시스턴트/ 박진경
  • 디자인/ 한상영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