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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사노바 1세대 피아니스트가 실종됐다

잊혀진 피아니스트를 좇는 애니메이션 영화,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

프로필 by 안서경 2025.01.27

보사노바의 기억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는 보사노바 황금기를 기억하기 위한 기록이자 한 예술가를 향한 헌정이다.

스페인 영화계에서 40여 년 동안 왕성히 활동해온 감독 페르난도 트루에바와 일러스트레이터 하비에르 마리스칼이 또다시 의기투합한 신작이라는 소식을 듣고 찾아 보게 된 영화,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 쿠바 재즈와 사랑 이야기가 조화로운 전작 <치코와 리타>를 상상하며 나른한 재즈 리듬을 내내 듣고자 했던 예측은 영화 시작과 동시에 빗나갔다. 이번 신작에서 페르난도 트루에바는 마치 탐사보도 기자가 된 듯 한 사건을 집요하게 파헤친다. 1960년대 보사노바의 황금기 활동한 피아니스트 ‘테노리오 주니어’의 실종사건. 감독은 팩션의 형식을 빌려, 주인공으로 뉴욕의 한 음악 저널리스트 제프 해리스를 등장시킨다. 그는 리우데자네이루로 날아가 테노리오 주니어의 가족, 친구, 동료 수십여 명의 인터뷰와 증언을 꼬리에 꼬리를 물듯 엮어내며 잊혀진 사건을 추적한다. 그 인터뷰 속에는 1950년대 삼바와 재즈를 결합한 웨스트 코스 재즈의 대가 버드 섕크부터, 카에타노 벨로주, 미우통 나시멘투 같은 보사노바 대표 아티스트들, 그리고 무엇보다 브라질 보사노바의 바이블 같은 곡 ‘슬픔이여 안녕(Chega de Saudade)’을 부른 주앙 지우베르투의 이야기도 담겨 있다. 선명한 색채로 재현한 장면들은 감독이 왜 필연적으로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지 납득하게 만든다. 나아가 사건의 이면에 남미 전역 도처에서 군사독재정권으로 인해 예술가와 망명가들을 향한 탄압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영화는 한 시대의 참혹한 현실을 비춘다. 무엇보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 영화의 매력은 드문드문 흘러나올 때마다 순식간에 빠져드는 테노리오의 유연하고 아름다운 연주. 영화를 보기 전이든, 보고 나서든 그가 남긴 단 한 장의 앨범 <Nebulosa>를 꼭 함께 들어보길.
※ 영화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는 2025년 1월 29일 개봉 예정이다.

Credit

  • 사진/ 민음사, 영화사 찬란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