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박진아가 그려낸 백스테이지의 사람들

막후의 장면은 이토록 흥미롭다. 찰나와 찰나 사이 사람들과 공기를 포착하는 박진아의 회화.

프로필 by 안서경 2024.12.28
<분홍 방의 조명>, 2023, Oil on linen, 220x190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분홍 방의 조명>, 2023, Oil on linen, 220x190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한 발짝 떨어져 무언가에 열중하는 이들을 바라보는 건 언제나 재미있는 일이다. 에디터인 내가 마감 때 본 광경만 해도 그렇다. 촬영용 세트를 위해 벽에 유리 파편을 붙이는 스타일리스트 팀, 카메라 선 정리를 하고 있는 포토그래퍼 어시스턴트들, 회사 건물 외벽에 대형 광고 이미지를 부착하는 기술자들. 자기만의 템포로, 규율로 숙련된 일상의 노동을 하는 이들을 보는 일은 그 자체로 숭고하다.
회화 작가 박진아의 회화는 여기에서 한 발 나아가 집중하는 사람들과 그들이 있는 장소를 유일한 장면으로 변모시킨다. 그는 습관처럼 일상에서 스냅 사진을 찍거나 부러 특정한 장소를 찾아가 사진을 찍은 다음, 여러 사진을 재조합해 그림을 그린다. 박진아의 개인전 «돌과 연기와 피아노»는 작가가 지난 3년간 세 가지 장소에서 탐구한 신작을 선보이는 자리다. ‘돌’은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작품이 설치되는 순간을, 연기는 갤러리 레스토랑의 주방을, 피아노는 현재 작가의 작업실이 있는 뉘른베르크 슈타인그레버 피아노 공장을 응시한 결과물이다.

<돌 포장을 벗기고 03>, 2024, Oil on linen, 130x170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돌 포장을 벗기고 03>, 2024, Oil on linen, 130x170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무언가에 집중한 채 자신을 의식하지 못한 상태의 인물들의 모습을 특별히 좋아하는 것 같다. 그 인물들의 모습이 만드는 특유의 조용하고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 같은 분위기를.” 차분한 색채의 인물들과 대조되는 채도 높은 색으로 메운 장소들은, 앞면과 다른 시간을 흐르며 고유한 공기를 만들어낸다.
※ 박진아 개인전 «돌과 연기와 피아노»는 1월 26일까지 국제갤러리 K2, 한옥에서 열린다.

Credit

  • 사진/ 국제갤러리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