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머리 위에 펼쳐지는 새로운 세상, 레전더리 모자 디자이너 '스티븐 존스'가 전한 이야기
“저는 모자를 만들고, 착용해요.” 런던 클럽 신에서 파리 런웨이 무대까지. 스티븐 존스(Stephen Jones)는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대담하면서도 실용적인 작품으로 스타일을 완성하고 실루엣에 의미를 부여해왔다. 이 세계적인 모자 디자이너가 팔레 갈리에라에서 열리는 대규모 전시회 «예술가의 모자들(Chapeaux d’artiste)»을 앞두고 자신의 이야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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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존스의 ‘XYZ’ 컬렉션 ‘뱅(Bang!)’ 모자.
모자는 착용하는 이가 원하는 이미지로 탈바꿈시키는 능력을 갖고 있어요. 제가 모자에 매료된 점이 바로 이거예요.
“모자가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생각을 버려야 해요.” 모자 디자이너 스티븐 존스가 말했다. 그는 파리 팔레 갈리에라(Palais Galliera)에서 열리는 대규모 개인전, 즉 40년 만에 처음으로 액세서리에만 전적으로 집중한 전시회 «예술가의 모자들(Chapeaux d’artiste)»을 지난 10월 19일부터 내년 3월 16일까지 연다. “모자는 단지 애스컷(Ascot, 영국의 유명한 경마장에서 열리는 행사로 왕실과 고위 인사가 참석한다. 이 행사는 화려하고 독특한 의상을 입고 가야 하는데, 이때 모자가 중요한 패션 아이템으로 여겨진다)이나 고상한 결혼식에서 착용하는 화려하고 기이한 발명품이 아닙니다. 캐널가(Canal Street)에서 구입한 5달러짜리 비니나 볼캡을 봐도 알 수 있어요. 모자는 대중적인 미학이에요. 가장 현대적인 것 중 하나죠.” 스티븐 존스의 작품은 대중성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대담하게, 그러나 너무 과하거나 소심하지 않고 독창적이다. 섬세한 균형감이 돋보인다고 할 수 있겠다. 열정적인 상상력에서 비롯한 작품이지만 다른 작가들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매력적이지만 불필요하게 과장한 요소가 없다. 존스는 모자 장인이라는 타이틀에 얽매이지 않고 오히려 자신을 액세서리 디자이너로 소개한다. 그는 “클럽 문화를 통해 모자 세계에 입문했어요. 1980년대 초 런던, 패션과 음악이 아주 밀접하게 연결됐던 시기였죠. 그때 사람들은 ‘블리츠(Blitz)’와 ‘터부(Taboo)’ 같은 클럽에서 밤문화를 만끽하며 패션과 음악을 자연스럽게 표현했어요. 저 또한 마찬가지였고요. 그때의 변화가 지금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거죠”라고 설명했다. “춤추러 갈 때 쓸 모자를 디자인하려다 보니 처음부터 두 가지를 고려하게 됐어요. 하나는 눈길이 가는, 즉 스타일이었고 다른 하나는 기능성이었죠. 몇 시간 동안 방방 뛰며 춤춰도 모자가 벗겨지거나 계속 손볼 필요 없는 방법을 모색했어요. 이 두 가지는 당시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중시하는 부분이에요.”
스티븐 존스를 잘 이해하려면 그의 일대기를 간략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1957년 영국에서 태어난 그는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했다. 학교는 물론 런던이라는 도시를 유명하게 만든 선구 세대의 일원인 셈이다. 1980년 그는 코벤트 가든에 모자 살롱을 열었는데, 당시 일어난 ‘포스트펑크(Post-punk)’ 운동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스타일로 평가받는 ‘뉴 로맨틱(New Romantic)’의 핵심 일원으로 즉시 환영받았다. 보이 조지(Boy George), 스티브 스트레인지(Steve Strange), 스팬도 발레(Spandau Ballet), 줄리아(Giulia) 공주, 그리고 그에게 처음으로 모자를 의뢰한 잔드라 로즈(Zandra Rhodes)와 친구로 지냈고, 이들과 함께 뉴 로맨틱 운동의 상징적이고 창의적인 스타일을 적극적으로 만들어냈다. 그 시절은 외모나 스타일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그 자체가 곧 정체성을 나타내던 때였다. 그만큼 기존 규범이나 제한을 넘어서는 상상력이 중요했다. 오늘날 만연한 상업적이고 소비지향적인 개념과 거리가 먼 사고방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존스는 뛰어난 디자이너들과 함께하며 역사를 만든 컬렉션에 핵심적으로 기여해왔다.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왕관, 존 갈리아노의 클로슈, 장 폴 고티에의 드레이프 페즈, 꼼데가르송의 토끼 귀 모티프 캡 등이 그 예다. “창의적인 대화란 타협과 협업이 뒤섞인 과정입니다. 제 역할은 실루엣을 보완하고 완벽하게 해주는 액세서리를 제작하는 것이에요. 마치 문장에 들어가는 구두점처럼요. 창작자의 개성과 의도에 절대 간섭해서는 안 됩니다. 다만 이 과정은 서로에게 다양한 영감을 주는 데 필수예요. 갈리아노가 자주 말하듯, 실루엣에 진정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바로 머리와 손발처럼 끝부분이니까요.”
차분한 어조로 말하지만 그 속에는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이 뚜렷하게 느껴진다. 그 열정은 불타오르지만 괴물 같은 자기중심주의가 없다. 오히려 가볍고 유쾌하게 춤추는 듯하다. 스티븐 존스와의 대화는 모자로 돌아가 마무리됐다. 모자가 지닌 의미와 가치. “제가 정말 매료된 것은 모자가 사람을 원하는 모습으로 변모시킬 힘이에요. 공주가 되고 싶다면 티아라 하나로 충분하고, 래퍼가 되고 싶다면 캡을 거꾸로 쓰면 되죠. 저는 모자를 무대의상이라고 정의해요. 연극적 요소가 있지만 휴대성이 좋고 가벼워 효과적이죠.” 그는 뉴스보이 캡을 쓰고 미소 지으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모자를 쓰지 않는 날이 단 하루도 없어요. 피부를 위해 화장은 안 하고 스킨케어 제품만 바르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있다던데, 이해가 안 돼요. 저는 모자를 만들고 직접 쓰고 다니니까요.”
Credit
- 글/ Angelo Flaccavento
- 번역/ 이율라
- 사진/ © Ben Toms, Palais Galliera, Stephen JonesPeter Ashworth/Palais Galliera
- 디자인/ 진문주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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