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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만화 편집자의 에세이를 읽다

프로필 by 손안나 2024.10.06
김해인의 에세이를 읽었다. 문익점이 목화씨를 들여왔듯, 만화 편집자 김해인은 와야마 야마를 한국에 소개한 위인이다. 일면식은 없지만 나는 늘 그녀에게 큰 감사를 느끼고 있다. <빠졌어, 너에게> <여학교의 별> <가라오케 가자!>를 구글 일본어 번역 돋보기가 아닌 정식 번역으로 감상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기쁨인지, ‘한국어 정발판’ 여섯 글자가 좁디 좁은 한국 출판만화 시장에서 얼마나 큰 축복인지 덕후들은 알 거다. 말하자면 작가에 대한 호감으로 이 책을 집어 들었단 얘기다. 이 책의 제목인 <펀치>는 세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단다. 1. 주먹으로 치다. 2. 만화 편집 일을 향한 박력과 기세. 3. 펀치 음료 같은 청춘의 맛. 그리고 만약 여기서 1번의 의미를 이해했다면 당신 또한 깊고 깊은 밤 만화를 보다가 벅차 올라서(다른 표현으로, 뻐렁쳐서) 가슴을 퍽퍽 치던 기억이 있는 우리의 동지다.
작가는 어느 출근길 버스정류장에서 고죠 사토루(만화 <주술회전>의 인기 캐릭터) 굿즈로 주렁주렁 ‘백꾸’한 여고생의 가방을 보고 이렇게 말한다. “요즘 친구들은 애매하게 ‘일코(일반인 코스프레)’를 하지 않는구나. 나 때는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좋아해도 관련 굿즈를 매일 들고 다니는 가방에 달 생각은 못했던지라 더욱 눈에 띄었다. 일단 만화나 애니를 본다는 사실은 주변에 좀 숨겨야 했고, 하물며 공식 굿즈는 귀해서 구하지도 못했다.” 비슷한 세대의 덕후로서(라떼는 김대중 정부가 일본대중문화 개방 조치를 천명하기 전까지 이 모든 게 불법이었다), 어쩌면 지금이 덕질하기 가장 좋은 시대가 아닐까 하는 라떼스러운(또 시작이다) 생각이 든다.
“뭔가를 너무 좋아해서 조금은 이상해져버린 사람들을 좋아한다”는 만화가 난다의 서평처럼 <펀치>는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을 좋아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뭔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이토록 발랄하고 유쾌한 것이었구나, 이 책이 나에게 잊고 있던 그 시절 ‘청춘의 맛’을 떠올리게 했다. 돈과 시간과 체력이 남아 있는데 그렇다면 뭐가 문제란 말인가. 이토록 덕질하기 좋은 시대에, 더 가열차게 달리는 수밖에!

Credit

  • 사진/ 스위밍꿀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