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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만의 정규 앨범에 담은 존박의 고백

존박이 다시 노래를 한다. 11년 만에, 직접 만들고 쓴 11개의 곡을 갖고서. 그간의 과정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봐온 메인 프로듀서 홍소진은 작업의 소회를 묻는 물음에 편지 같은 답을 보내왔다. 그 진득한 애정의 근거는 이어지는 존박과의 대화에서 찾을 수 있다.

프로필 by 고영진 2024.09.29
“음악을 사랑해?” 이번 앨범을 위해 처음 만난 날 존박에게 던진 질문이다. 11년 만이라는 정규 앨범이 어디로 향할지는 몰라도 만들기로 한 이상 사랑해야만 괜찮은 무언가가 나올 거라 생각했다. 갑자기 웬 사랑 타령인가 싶었을 존박은 분명 대답을 망설였다. 작업 초반에는 일보다 사적인 대화를 많이 나눴다. 가끔씩 그는 휴대폰 노트에다 우리가 주고받은 말에서 느낀 감정이나 생각을 적기도 했다. 의미 없이 버려지는 것 같았던 몇 날 며칠의 시간들이 좋은 초석이 되었다는 건, 몇 주 뒤 함께 순댓국을 먹다가 깨달았다. 존박은 대뜸 앨범을 만들면서 음악을 점점 사랑하게 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 말을 꺼낸 뒤로 존박의 목소리는 훨씬 자유로워졌다. 각자의 바쁜 스케줄 탓에 앨범은 예정보다 많이 밀렸지만 어쩐지 늘어난 시간만큼 애정도 커진 것 같다. 모든 마스터링을 마친 지금은 단순명료한 문장만이 남아 있다. <PSST!>는 다른 어떤 것도 아닌, 음악을 향한 존박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앨범이다. ‐ 홍소진(음악 프로듀서)

2013년 이후 정규 앨범 단위의 컴백은 처음이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던 건가?
정규 앨범으로만 담을 수 있는 음악의 세계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난 이제서야 그 크기와 깊이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다. 11곡의 작사·작곡에 참여했고, 오래 걸린 만큼 내 색을 완벽히 담았다. 지금껏 앨범을 준비하면서 이번만큼 준비가 다 됐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얼른 들려주고 싶어 무척 신이 나 있는 상태다. 존박이 이렇게 다양한 음악을 할 수 있구나, 하고 어떤 편견도 없이 즐겨줬으면 한다.
지난 8월 선공개 된 곡 ‘VISTA’에는 뮤지션 개코와 THAMA가 피처링으로 함께했다. 두 뮤지션과의 만남은 어떻게 성사된 것인가?
벌스만큼은 한국어로 풀어주되 내용이 확실히 전달되길 바랐다. 데모 작업 때부터 개코 형을 떠올린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THAMA는 담당 A&R의 추천이었다. 저스틴 비버의 ‘Peaches(Feat. Daniel Caesar, Giveon)’ 느낌으로 셋이 함께하는 그림을 제안해줬는데 구미가 확 당기더라.
10월 중 선공개 될 ‘BLUFF’를 먼저 들어봤다. 역시나 재즈를 만나니 존박 특유의 그루브가 훨씬 매력적으로 들리더라.
잊지 못했지만 잊었다며 센 척하는 허풍 있는 남자를 그려봤다. 위트 있는 곡이 하나쯤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
타이틀 곡 ‘꿈처럼’의 느낌은 또 다르다. 시티팝 분위기의 경쾌한 멜로디와는 달리 어딘가 씁쓸한 분위기도 느껴지고.
공연 무대 위를 상상하며 관객들이 다 함께 따라 부르기 좋을 노래를 생각하며 작업했다. 가장 마지막에 완성된 곡이기도 하다. 앨범 대부분이 영어 가사인데, 이 곡은 한글로만 썼다. 아주 특별한 아티스트가 작사에 참여했으니 기대해도 좋다.
앨범의 대미를 장식하는 ‘SILVERLINE’도 무척 궁금하다. 앨범을 만드는 시간이 음악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실버라인’을 찾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고 회고했는데. 작업하며 지난 11년을 종종 돌이켜보기도 했나?
앨범을 작업하며 몸과 마음이 지치는 순간이 많았다. 그런데 돌아보니 그저 좋은 과정으로 남아 있더라. 가사가 끝까지 나오지 않아 고민하던 곡이 타이틀 곡이 됐고, 편곡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던 곡은 시간이 지나 훨씬 재미있게 풀렸다. 위기마다 빛나는 순간이 있었고 오히려 더 잘된 경우가 많다. 이번 기회로 어떤 상황에서든 배우는 것은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Every dark cloud has a silver lining. 해석하면 “어떤 먹구름에도 빛나는 가장자리가 있다”는 뜻이다. ‘Sliverline’이라는 단어는 물론, “Stumble and we’ll grow(넘어지고 우리는 자란다)”라는 가사에서 그 과정이 잘 표현된 것 같다.
최근 유튜브 채널 <존이냐박이냐>도 개설했다. 올해는 그동안 미뤄두고 하지 못했던 걸 모두 해보리라 마음먹은 것인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팀이 먼저 해보자고 연락을 주셨다. 처음에는 현타도 살짝 오고, 멘탈이 무너질 때도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같이 준비하는 사람들과 손발이 맞아 어느 정도 즐기는 것이 가능해졌다. 앞으로는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들은 물론이고, 음악적으로 풀 수 있는 콘텐츠까지 다양하게 보여줄 생각이다.

※ 존박의 <PSST!>는 오는 10월 발매한다.

Credit

  • 사진/ 뮤직팜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