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제 3회 프리즈 서울에서 볼 수 있는 '프리즈 라이브'는?

예술가의 몸과 관객의 몸이 만나는 퍼포먼스의 시공간에서 느낄 수 있는 마법 같은 순간에 관하여.

프로필 by 손안나 2024.09.02
올해 3회째를 맞는 프리즈 서울이 처음으로 프리즈 라이브(Frieze Live) 프로그램을 도입한다는 소식에 아트 위크를 기다리는 마음은 설렘으로 가득하다. 퍼포먼스 기반의 예술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프리즈 라이브는 몇 년 전 처음 런던으로 프리즈 아트페어를 보러 갔을 때 가장 인상 깊은 프로그램이었다. 페어장 입구에 들어서자 마틴 소토 클라이먼트가 스타킹을 이용해 만든 거미줄 작품에 아크로바틱을 동원해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었고, 청각장애를 갖고 태어난 크리스티 선 팀은 지배적인 듣기 위주의 문화에서 자기가 마주했던 행동 양식에 대한 도전을 초록색 체육복을 맞춰 입은 퍼포머들과 함께 일상의 소음을 내는 것으로 조명했다. 이토록 다채로운 ‘소란’을 일으킨 데 대해 당시 프리즈 프로젝트의 큐레이터 라파엘 가이객스는 말했다. “아트페어는 소통의 정점이자 변화할 수 있는 사회적 상호작용의 절정이어야 해요.”
아트선재센터 프로젝트 디렉터 문지윤 큐레이터가 기획한 프리즈 서울의 첫 라이브 프로그램은 <신·경(神經): Nerve or Divine Pathway>라는 신묘한 제목을 내세웠다. 차연서, 제시 천, 홍지영 등 총 7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하여 선보이는 5개의 퍼포먼스는 시를 퍼포먼스 아트의 매체로 활용할 수 있는지, 몸과 언어, 이미지와 행동, 감성과 이성 사이의 경계를 허물며 시와 퍼포먼스의 상호작용 그 가능성을 탐구한다. 그야말로 ‘몸으로 시를 쓰는’ 것이다.
프리즈에 앞서 8월 31일과 9월 1일에는 공연예술의 언어를 다루는 이양희 작가의 «쉬머링»이 성수동 캔디 스페이스에서 열린다. 1990년대 중반 이화여대 한국무용과 재학 시절 홍대 클럽 신을 주름 잡은 클러버였던 작가는 한국 전통무용의 형식과 레이브 문화를 회화, 패션, 클럽 음악과 연동하여, 공연자와 관객 모두가 온전히 몰입하여 즐길 수 있는 ‘논 버벌(non-verbal)’ 파티 형식의 공연으로 선보인다. “격납고였던 캔디 스페이스의 거친 공간 중앙에 박민하 작가의 회화 작업이 자리하고 좌석과 무대의 거리는 매우 가까워요. 마치 패션쇼처럼 사방팔방에서 저를 포함한 12명의 무용가가 퍼포먼스를 펼칠 거예요.” ‘쉬머링(shimmering)’은 잔물결처럼 어른거리는 빛, 미광을 “혹독한 훈련의 시간 동안 스스로 춤의 형식과 완성을 깨우친 무용수의 빛나는 상태”에 은유하며 지었다. 이는 공연을 위해 모인, 발레부터 현대무용까지 다양한 전공의 무용수들이 «쉬머링»을 준비하고 공연하며 겪게 될 쾌락의 정점이자 그 과정에 있는 예술가의 몸을 오롯이 대면할 관람객의 몸이 느끼는 감각이기도 할 것이다. “제 바람은 박민하 작가의 회화 안에 관객과 무용수, 춤과 음악이 폭 쌓여 들어갔으면 하는 거예요. 진정한 쾌락을 함께 경험하면서요. 그렇지만 공연이 끝나는 순간 퍼포먼스의 시공간은 탁 하고 현실 세계로 전환됩니다. 이것이 바로 퍼포먼스 아트의 마법이고, 중요한 건 경험하려면 반드시 현장에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에요.”
한편 아트 위크 기간에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입주 작가의 예술세계를 소개하는 릴레이 프레젠테이션과 토크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오는 10월 말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에서 진행할 오픈 스튜디오의 예비 행사 격이다. 나는 입주 작가 가운데 특히 지난 20여 년 동안 퍼포먼스 아트를 계속해온 흑표범 작가를 눈여겨보고 있다. 작가는 퍼포먼스 및 드로잉, 영상 등을 통해 여성, 퀴어, 이주노동자, 유가족 등 사회적 소수자를 “현장에서 불러내고 드러내고 존재를 강화”하는 작업을 해왔다.
지난해 강릉국제아트페스티벌에서는 퍼포먼스 워크숍 <비커밍 버즈: 뱀, 물, 새의 연습>을, 올해 6월 에스더 쉬퍼에서 열린 단체전 «불타는 집»에서는 그 워크숍을 바탕으로 한 설치작 <새들도 두려움 없이 날기 위해 연습이 필요하다>를 선보였다. 작가는 조만간 이 작업에서 비롯한 새 드로잉만 모아 소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왜 새인가? 새가 되는 일은 우리에게 무엇을 생각하게 하는가? “<비커밍 버즈: 뱀, 물, 새의 연습>은 타국에서 강릉으로 이주해온 강릉해람중학교 한국어학급 청소년들을 비롯해 이을학교 어린이들과 숲에서 만나 함께한 워크숍이에요. 강릉으로 이주하는 과정에서 가족이 해체되거나 언어가 통하지 않아 고립된 친구들과 숲에 들어가서 비인간 존재를 탐구하고 새나 뱀, 물이 되어보는 작업이죠. 비언어적인 방식으로 내면을 표현하고 발화하고 소통하는 연습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처럼 비인간이 되어보는 감각의 수행으로서의 퍼포먼스라면 언젠가 참여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 앞에서 두 팔을 활짝 열고 새가 되는 일이 결코 쉬울 것 같지는 않다. “이 작업은 몇 년 전 홍이현숙 작가님을 만나 우리가 비인간 존재와의 합체를 수행하거나 매개하는 이유는 지구상의 다종다양한 생명체를 환대하는 가장 기본적인 태도이기 때문이라고 얘기 나누면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이때 우리의 목적은 잘하는 데 있지 않아요. 우리의 취약함을 인식하고 갈등을 드러내고 실패하는 데 있습니다.”

<바자 아트> 컨트리뷰팅 에디터 안동선은 지금 이 순간을 포착하고 활성화시키는 퍼포먼스 아트의 살아 있는 실천에서 실존을 본다.

Credit

  • 글/ 안동선
  • 사진/ 홍이현숙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