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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터스 체어 #7, 옥자연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을 보여준 배우를 조명하는 프로젝트 '액터스 체어(Actor's Chair)' 의 일곱 번째 주인공, 배우 옥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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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스 바자 요즘 어떻게 보냈어요?
옥자연 간혹 촬영을 하고, 봄맞이 분갈이를 했고, 어깨와 발목 재활치료 하면서 지내고 있었어요.
하퍼스 바자 운동하다가 다친 거죠?
옥자연 정말 속상한 게 운동을 시작하면 꼭 다쳐요. 농구 할 때는 오른쪽 어깨, 클라이밍 할 때는 왼쪽 어깨, 최근 풋살을 시작하자마자 오른쪽 발목을 다쳤어요. 다친 것보다 운동을 당장 못하게 되는 게 속상했어요. 역시 뭘 하든 기본 근력이 받춰줘야 한다는 걸 되새기고 있어요. 그래서 기초 체력을 보강 중이에요. 베이식으로 돌아간 거죠.
하퍼스 바자 연기는 매체 이전에 연극 무대에서 시작했죠. 2012년 <손님>이라는 작품이에요.
옥자연 맞아요. 국립극단에서 올렸고, 황석영 소설가의 <손님>이라는 작품을 각색한 연극이에요.
하퍼스 바자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로 쪽으로 집을 옮기고 나서 본격적으로 연극을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옥자연 2학년까지 다니다가 1년 휴학을 했고, 3학년 말쯤 연기해야겠다고 결심했던 것 같아요. 꽤 늦게 마음을 먹은 거죠.
하퍼스 바자 휴학 때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었어요?
옥자연 아뇨. 그때 몸이 좀 안 좋아서 그냥 쉬었던 건데 1년을 쉬다 보니 복학하면 진짜 열심히 공부해야지 다짐하게 됐어요. 복학해보니 친구들은 막 고시 준비를 시작했더라고요. 아니면 로스쿨이나 전문대학원 같은 진로를 생각하고. 그런데 그게 내 길은 아닌 것 같았어요. 중고등학교 때 연극반을 했는데, 배우가 될 생각은 꿈에도 해본 적 없지만 뒤돌아보니 그거 할 때가 참 행복했다 싶었어요. 그래서 연기의 길을 걸어야겠다 결심했죠. 참았다가 1년 열심히 공부하고 졸업한 뒤 연기를 시작했어요.
하퍼스 바자 뭐든 올인하는 편인가요? 일단은 학업을 마무리하고 연기에 뛰어들겠다고 결심한 것 보면.
옥자연 그랬던 것 같아요. 주변에서는 서울대 나와서 연기한다고 하니까 안정적인 어떤 직업을 보험처럼 가지고 있으라는 조언을 많이 했는데, 저는 무조건 올인이었어요.
하퍼스 바자 그런 조언은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나요?
옥자연 부모님, 선배들도 그랬고. 대학로 나와서도 몇 년간 계속 들었어요. 그때는 그게 듣기 싫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저도 후배들에게 그렇게 말할 것 같아요. 왜냐하면 배우로 사는 게 너무 힘드니까. 이제 그 뜻이 뭐였는지 알 것 같아요.
하퍼스 바자 재정적인 이유인가요?
옥자연 그렇기도 하고 마음의 여유와 관련된 부분이기도 한 것 같아요. 그 여유가 없어서 결국 그만두는 친구들이 많으니까.
하퍼스 바자 진로를 정할 때 누구나 헷갈리게 되는 선택의 문제인 것 같아요. 돌아갈 다리를 끊어버리고 올인해야 잘될 것 같기도 하잖아요. 배우라는 일을 통해 먹고살 수 있게 되었다고 느낀 때는 언제인가요?
옥자연 얼마 안 됐죠. 재작년 정도. 그런데 지금 또 위기라서.(웃음) 이 일은 줄곧 불안한 일이라는 걸 새삼 깨닫고 있어요.
하퍼스 바자 그런 불안함이 거듭돼 이 길을 포기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 운명이든 우연이든 그런 시기마다 어떤 전환점이 생기는 사람도 있을 거고요. 내가 걸어온 이 길이 맞나, 하는 고민도 당연히 있었을 텐데 그때마다 어떤 것들이 나를 붙들었나요?
옥자연 오기일 수도 있고요. 이 판을 떠나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지만, 여기가 힘들어서 떠난 친구들을 보면 계속 엄청난 갈망을 품고 있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내가 여길 떠나도 어차피 다시 돌아오게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끝까지 해봤다는 느낌이 아직은 없으니까요.
하퍼스 바자 언제가 됐다고 한들 끝까지 해봤다고 느낄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기도 해요.
옥자연 그럴 것 같아요. 그런데 또 아닌 분들도 있더라고요. 성격이나 성향의 차이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제 연기에 항상 아쉬움을 느끼고 후회와 미련이 있는데, 한번 그 일이 지나가면 아쉬움을 느끼지 않는 분들도 있어요. 저는 항상 제 최선을 의심해요. 더 잘할 수 있지 않았나, 더 할 수 있었을 텐데.
하퍼스 바자 지금 질적인 문제를 얘기했는데, 양적인 문제도 관여할 수 있죠. 절대적으로 내게 주어진 기회의 양이 적다고 느낄 때도 갈망이 클 것 같아요. 어때요? 지금의 상태는.
옥자연 둘 다인 것 같아요. 양적으로도 분명히 더 욕심이 있죠. 아까 촬영 전에 루카 구아다니노의 영화 <챌린저스> 얘기했잖아요. 거기서 그리는 삼각관계는 너무 기운이 소진돼서 힘들었는데(웃음), 테니스를 향한 세 사람의 집착과 사랑은 참 공감됐어요. 그 남편 역할 이름이 뭐였죠?
하퍼스 바자 ‘아트’요. 마이크 파이스트가 연기한.
옥자연 맞아요. 아트. 아트가 커리어를 잘 쌓다가 뭔가 번민이 많은 상태잖아요. 그게 이해가 되거든요. 왠지 불안하고 늘 쫓기는 것 같고, 테니스보다 다른 것들에 신경이 더 많이 쓰이고. 분명 테니스를 좋아했는데 그 좋아하는 마음이 없어져버린 것 같은. 그런 시기가 제게도 있었던 것 같아요. 내 연기가 불안하고 자꾸 도망가고 싶고요. 이건 그만두고 싶은 마음과는 달라요. 연기가 무서웠던 거죠. 그런데 영화 막바지에 그 순수한 즐거움을 되찾잖아요. 연기도 그렇게 순수한 즐거움으로 다가올 때가 있거든요. 그런데 그 순간이 아주 적어요. 아직 너무 적고, 미약하고.
하퍼스 바자 <챌린저스>에서는 좋은 상대가 있었기 때문에 그 마음을 회복할 수 있었던 거잖아요. 진공 상태에서 불현듯 깨닫는 게 아니라. 연기도 혼자 하는 게 아니고요.
옥자연 맞아요. 저도 그런 걸 많이 느껴요. 무대에서는 상대 배우와 주고받으면서 어떤 즐거움을 느끼는데, 카메라 연기할 때는 그것에 또 너무 기대면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제 연기 스타일이 상대방에 좀 기대는 편이거든요. 커리어를 연극으로 시작해서 그런 것 같아요. 활동하는 매체가 달라지면서 차근차근 배우는 중이에요.

하퍼스 바자 스크린 너머의 관객이든 현장의 스태프든 많은 사람 앞에서 증명해야 되는 순간들로 이루어진 일이잖아요. 긴장과 부담감을 피할 수 없죠. 어떤 식으로 극복하고 있나요?
옥자연 요즘의 마인드 트레이닝은 이거예요. 여기 감독과 나만 있다. 현장에는 스태프들이 정말 많잖아요. 이 생각이 도움이 돼요. 제가 카메라 공포증이 심하거든요. 무대는 올라가서 5분 정도 있으면 긴장이 사라지는데 카메라 앞에서는 유독 긴장도가 높아요. 이걸 극복할 또 하나의 방법은 연기 구간을 세밀하고 작게 설정해서 접근하는 거예요.
하퍼스 바자 무대에 섰을 때는 왜 긴장감이 덜할까요?
옥자연 시공간의 흐름이 끊기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닐까요. 영화나 드라마는 컷을 끊어가잖아요.
하퍼스 바자 최근 몇 년간 쌓은 필모그래피가 정말 많아요. 본격적으로 매체 연기에 발을 담근 것 같다고 느낀 건 어떤 작품부터인가요?
옥자연 <마인>이라는 드라마요. <경이로운 소문>에서도 큰 역할이었지만, 그땐 처음이라 오히려 자각을 못했던 것 같아요.
하퍼스 바자 <마인> 때 어떤 부담감이 있었나요?
옥자연 지금 생각하면 쓸데없는 것일 수도 있지만, 내연녀라는 역할의 특성상 예뻐 보여야 된다는 부담감도 있었고, 연기도 그만큼 잘해내야 되니까 자의식이 계속 건드려진 것 같아요. <경이로운 소문> 때는 그저 즐거운 상상을 했거든요. 도전해보고 싶은 게 있으면 해보고, 틀리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마인> 때는 연기를 하면서도 이거 아닌 것 같은데 어떡하지? 너무 나빠 보이나? 너무 약해 보이나? 자의식이 자꾸 끼어들었던 것 같아요.
하퍼스 바자 내 연기의 방향이 괜찮았다는 걸 어떻게 알죠? 방영 후 대중의 피드백을 통해서?
옥자연 저는 그런 걸 잘 못 보는데 주변에서 많이 찾아보고 좋은 반응만 전달해줘서 괜찮았다고 착각하고 있을 수 있죠. 사실 현장에서 이미 느껴요. 그게 큰 것 같아요. 물론 내 느낌이 틀릴 수도 있지만, 본인이 느끼고는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 느낌은 중요해요. 내가 ‘진짜 연기했다 아니다’를 스스로 아는 거니까.
하퍼스 바자 그 진짜라는 건 순간의 감정에 진실했다에 가까운 건가요, 아니면 정확했다에 가까운 건가요?
옥자연 그건 작품마다, 신마다 다른 것 같아요. 그런데 내가 여기 들어와 있다고 느껴질 때가 있어요. 내가 조금은 그 사람이 됐다. 여기가 정말 내 집 같다. 그런데 그런 걸 느끼는 순간이 너무 적죠.
하퍼스 바자 10년 넘게 직업으로 연기를 해왔는데, 배우에게 중요한 자질은 뭐라고 느껴요?
옥자연 제가 못 가진 거라서 더 많이 느끼게 되는데 집중력요. 다른 사람들 혹은 주변의 환경에 퓨즈를 끌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솔직한 마음.
하퍼스 바자 그건 어떤 거죠?
옥자연 최근에 연기에 관해 들었던 말 중 와닿았던 게 있어요. “내가 그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내가 되는 것이다.” 이게 좀 모호하긴 한데 내 걸 잘 꺼내는 사람이 결국 좋은 배우가 될 수 있지 않나, 하는 뜻으로 받아들였어요. 제가 커리어 초기에 연기에 매료됐던 순간들은 내 걸 꺼낼 때보다 나를 잊을 때였거든요. 연기에서는 내 걸 꺼내는 것과 나를 잠시 잊어버리는 것 둘 다 필요한데, 저는 잊는 게 좋았어요. 왜냐하면 현재 내 걱정거리나 현실이 사라지니까. 어찌 보면 도피일 수도 있죠. 그런데 결국 자기를 잊는 것도 자기를 잘 들여다보는 사람이 잘할 것 같아요. 저는 줄곧 그 작업을 피해온 것 같고 이제야 시작하게 된 거고요.
하퍼스 바자 시네필이잖아요. 최근 인상적으로 본 영화가 뭔가요?
옥자연 최신작은 아니에요. 이정홍 감독의 <반달곰>(2013)과 박근영 감독의 <정말 먼 곳>(2021). <반달곰>은 주인공이 나 같아서 이입됐어요. 주인공 누나까지도 나 같더라고요. 한심하고 취약하고. 어떻게 설명해야 될지 모르겠지만, 사람의 마음을 정말 잘 보여준 것 같아요. 이건 어디서 들은 표현인데, 주인공일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거나 현실에서 주인공 취급을 못 받는 사람들을 보여주는 영화가 좋아요. 그들을 미화하거나 동정하는 태도는 싫고, 그 사람 자체로 와닿게 하는 영화요.
하퍼스 바자 <정말 먼 곳>은 어떤 점에 끌렸나요?
옥자연 혹시 나중에 연출을 한다면 저렇게 찍고 싶다고 생각했던 장면이 많았어요. 모든 장면에 애정과 정성이 크더라고요.
하퍼스 바자 영화를 만들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옥자연 마음 깊숙한 곳에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퍼스 바자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 마음이 없을 수 없죠. 좋아하는 배우가 있다면요?
옥자연 염혜란 선배님. 저 선배처럼 되고 싶다라기보다 그냥 너무 잘하세요. 롤모델이라고 말하기에도 부끄럽죠. 그분은 너무 잘하시니까.
하퍼스 바자 본인이 가진 배우로서의 이미지는 어떤 것 같아요?
옥자연 상대적으로 센 역할을 많이 한 것 같아요. 부드럽고 즐거워하는 저의 표정을 화면에 더 많이 담고 싶다고 생각해요.
하퍼스 바자 <LTNS>의 민수 캐릭터가 그랬잖아요.
옥자연 맞아요. 찍으면서 정말 재밌었고, 아주 반가운 작품이었어요. 예전부터 너드 캐릭터를 하고 싶었거든요.
하퍼스 바자 똑똑한 사람으로서 살아와서 그런 걸까요? 스스로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 것 같아요?
옥자연 음… 편안한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최근에는 이 기질을 좀 깨야겠다고 생각해요.
하퍼스 바자 왜요?
옥자연 느슨해지는 것 같아서요. 사람이 계속 도전하며 살아야 하는데 자꾸 안전한 곳에 저를 두려는 것 같아요. 저는 소박하고 꾸미는 것도 안 좋아하고, 나무 보는 거나 좋아하고 그러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살면 좀 안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요즘 자꾸 드네요.(웃음)
하퍼스 바자 이럴 땐 뭘 해야 다이내믹해질 것 같아요?
옥자연 아까 제가 저를 들여다보려 한다고 했잖아요. 나를 깊게 들여다보는 일도 저한텐 다이내믹이에요.
하퍼스 바자 그것만 한 역동도 없죠. 배우가 된 후 좀 더 나은 사람이 된 것 같은가요?
옥자연 연기를 해서인지 나이가 들어서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사방팔방 다 이해가 돼요. 무뎌지는 것일 수도 있고 어떤 기준이 흐려지는 게 단점이 될 수도 있지만,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좋은 현상인 것 같아요.
하퍼스 바자 몇 년 뒤의 나한테 기대하는 모습이 있다면요?
옥자연 더 솔직하고 당당하고 나를 보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배우. 배우가 되고 나서 힘들었던 게 사람 옥자연이 자꾸 노출된다는 점이었어요. 그게 꽤 두렵고 무서운 일이거든요. 그런 상황을 의연하게 받아들이고 세상과의 소통을 덜 걱정하게 되면 좋겠어요.
Credit
- 사진/ 김영준
- 프리랜스 에디터/ 김현민
- 헤어/ 한지선
- 메이크업/ 홍현정
- 스타일리스트/ 김경선
- 어시스턴트/ 조혜원
- 디자인/ 이진미
Celeb's BIG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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