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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가영과 캘빈 클라인의 파격적인 조우!
이제부터 문가영을 정의하는 수식어에 ‘파격’이라는 키워드를 추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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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촬영이 끝난 후 짧은 내레이션을 녹음했어요. “I certainly feel that an adult woman has a right to determine what happens to her life and body(나는 성인 여성이 자신의 삶과 몸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느낀다)”라는 문장이었죠. 내 삶과 몸이 나의 것이라는 자의식, 자기효능감, 자기결정권은 이 시대에 중요한 감각입니다. 오늘 화보도 그런 맥락을 표현하고자 했던 것이고요.
저뿐만 아니라 여성이라면 모두가 공감할 만한 문장이죠. 내레이션도 화보도 제가 지금껏 보여준 적 없는 새로운 모습이기에 촬영 전부터 기대가 컸어요. 패션이 트렌드에 민감하다 보니 이런 흐름에 가장 먼저 반응한다고 생각해요. 대중문화에서 여성 서사의 작품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겠죠.
자기결정권은 당신이 여성이면서 또 배우이기 때문에 더 와닿는 주제일 거예요. 배우는 소위 말해 선택받는 직업이고, 많은 배우들이 그 결정권이 진정 자신에게 있는지 고민해온 역사가 있죠.
인터뷰에서 종종 ”나를 잘 알아가고 있어요”라고 말하곤 했는데 어떻게 보면 그게 제 안의 ‘자기결정권’을 다지는 시기였던 것 같아요. 자신 있어요. 그 누구보다, 내가 나를 가장 잘 다뤄요. 살짝 기분이 울적할 땐 내가 행복해지려면 우선적으로 무얼 해야 하는지 고민하죠. 저는 이게 자기결정권이라고 생각해요. 조금 무서운 말인데 자아를 여러 개로 나눈달까요? 남들이 아무리 저를 흔들어도 마음속 스위치를 켜고 끌 수 있는 건 저뿐이라는 걸 알고 있어요.
2006년 아역으로 데뷔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활동했더라고요. 이렇게 긴 휴식은 처음일 텐데 요즘은 어떻게 지내요?
시간을 낭비하는 일에 너그러워지려고 애쓰고 있어요. 나중을 위해서도 예열의 시기가 필요하겠더라고요. 요즘 저를 설명하는 단어는 허비, 정리, 비워냄, 유연함인 것 같아요.
문가영이란 배우는 오래전부터 우리 곁에 있었는데 낡은 느낌이 하나도 없다는 게 신기해요. 오히려 미스터리한 편이죠. 이 ‘알 수 없음’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사람들이 저를 아는 순간 배우로서의 수명은 끝났다고 생각해요. 제가 아역 출신인 걸 모르는 분들이 꽤 많아요. 비슷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는데 웃으면서 “아역 시절 작품 중에 시청률 대박 난 게 없어서 그런가봐요”라고 이야기했어요. 어린 나이엔 조급하게 느껴졌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감사한 일이더라고요. 크게 각인된 이미지가 없다는 게 말이죠. 그러면서도 경험만큼은 충분히 쌓았어요. 하고 싶은 작업은 다 해봤거든요. 그게 저의 무기가 됐어요.





저에겐 <사랑의 이해>가 배우 문가영을 제대로 알게 만든 작품이었어요. 과거 스타니스랍스키의 <배우수업>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작품 선정 기준을 이렇게 메모해놓은 적 있죠. “1. 작가가 이 작품을 쓴 의도는? 2. 내가 이 작품에 왜 필요한가? 3. 나의 역할로서 전할 메시지는?” 이 세 가지 질문을 적용시켜본다면 <사랑의 이해>는 어떤 작품으로 해석할 수 있나요?
세 가지에 부합되면서도 모호한 한 겹이 겹쳐져 있는 작품이죠. 이 작품의 의도는 누가 봐도 ‘상수(유연석)의 사랑 이야기’고, 오로지 그의 시선으로 수영(문가영)을 바라보죠. 저는 그 명확하지 않음이 좋았어요. 우리도 누군가를 사랑할 때 그 사람을 다 알진 못하잖아요. 자기가 보고 싶은 방향으로만 볼 뿐이죠. 그 모호한 한 겹 덕분에 시청자들은 수영을 통해서 기억 속 누군가를 떠올릴 테고요. 작품이 끝나고 저에게 수영은 도대체 왜 그렇게 도망만 친 건지 묻는 분들이 있었어요. 오늘 처음 밝히는 건데 사실은 그걸 끝까지 답하지 않는 게 저의 의도였어요. 이 작품을 찍으면서 도망친다는 게 엄청난 용기라는 것도 배웠어요. 그걸 전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보통 용기가 없으면 상황에 떠밀려서 잘못된 ‘선택’을 하지, 수영처럼 그 판을 떠나기는 쉽지 않죠. 말 그대로 ‘도망칠 용기’네요.
또는 자기결정권이고요.
<사랑의 이해>를 통해 어떤 점이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수영이에게 미안할 정도로 수영의 얼굴을 하고 원 없이 제 한풀이를 했죠. 그전까지는 밝은 역할을 주로 연기했는데 저도 사람인지라 여러 가지 모습이 있잖아요. ‘마침 잘 만났다’라는 마음으로 수영을 이용했어요. 아직도 기억나는 게, <사랑의 이해> 촬영에 들어갔는데 감독님이 그러시더라고요. “가영 씨, 그렇게 많이 안 웃어도 돼요.” 제가 그랬어요. “아, 정말 그래도 돼요?” 초반 일주일은 어색했어요. 그러다 카메라 앞에서 웃지 않는 모습으로 연기한다는 데서 해방감을 느꼈어요. 이게 제가 쉬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해요. 평소에는 감정 기복이 없거든요. 참는 걸 잘해요. 일상의 감정은 잘 묵혀 놨다 연기로 풀어요. 소리치거나 엉엉 우는 연기를 하면 기분이 좋아요. 심지어 안 좋은 일이 생겨도 마음 한편에선 ‘언젠가 이거 연기에 써먹어야지’ 생각하고 있더라고요.
소설가든 음악가든 아티스트들은 자신의 비극을 영감의 도구로 쓰더라고요. 자기 자신을 징그럽다고 느끼면서도 꽤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웃음)
내 인생에 이보다 더 충격적인 일은 없을 거야. 내가 정말 슬플 때는 이렇게 반응하는구나. 제가 저를 관찰해요. 배우들도 그래요. 다들 울다가 거울 한 번씩은 봤을걸요.
연기는 본인한테 직업에 더 가까운가요, 소명에 가까운가요?
나뉘지는 않아요. 자아가 생기기 전에 이미 연기를 시작해버려서 순서가 뒤바뀌었달까요. 이제와 직업 의식을 가지려고 해도 그 이상으로 익숙한 일이죠. 사실 저에게 가장 쉬운 건 저를 숨기는 일이거든요. 굳이 우선순위를 정하라면 배우가 먼저겠죠.
<논어> 위령공편 ‘중오지 필찰언 중호지 필찰언’을 마음에 품고 산다죠? 저는 <논어>가 향상심의 잠언이라 생각해요. 완벽해 보이는 당신에게 나아진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어렸을 때 제 별명이 ‘예스걸’이었어요. 타인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대신 저 자신에겐 혹독했죠. 누가 칭찬을 하면 “아니에요”가 기본이었어요. 그렇게 사회생활을 배웠고 그게 예의고 겸손이라고 생각했죠. 이제는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졌어요. ‘나 오늘 고생했으니 피자 좀 먹어야겠다’ 정도의 작은 상을 나에게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나은 삶이라고 생각해요.




밀란 쿤데라의 팬이죠. 쿤데라는 강아지의 시간이 직선이 아니라 원으로 간다고 했어요. 생활계획표처럼 규칙적으로 먹고 자고 산책하고 놀고 또 먹고 자고. 과거 현재 미래로 가지 않고 매일 새롭게 주어지는 것에만 집중하면 우리 삶이 더 행복해진다고요. 행복은 반복의 욕구죠. 당신은 어떤 원 안에서 행복을 느끼나요?
어린 시절 예스걸이었던 것도,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도 방어막 없이 사회 속에 너무 단단히 섞여있어서 그랬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타인과 분리될 때 자유를 느껴요. 먹고 싶은 거 먹고, 산책하고 싶으면 산책하고. 좋아하는 카페에서 좋아하는 책을 읽고. 누구도 나의 감정을 해치지 않고 나의 계획을 망치지 않는 그런 상태, 내가 하고 싶은 걸 지금 당장 해낼 수 있는 그런 상태요.
내가 나의 하루를 통제할 수 있다는 감각이 사람에게 안정감을 주는 것 같아요. 우리에게 주말이 소중한 것도 그런 이유겠죠.
정말, 그래요.
“인간은 우연한 사건을 하나의 모티브로 변형시킨다(<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어떤 에피소드도 영원히 에피소드로 남도록 선험적으로 예정되지는 않았다. 아무리 하찮을지라도 모든 사건은 나중에 다른 사건의 원인이 된다(<불멸>)”는 쿤데라의 말처럼 당신을 지금에 이르게 한 우연한 사건 혹은 하찮은 에피소드는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나요?
10살에 독일에서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온 에피소드죠. 마지막 날 교문 앞에서 친구들과 헤어지면서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나요. 그 당시엔 잠깐 갔다가 다시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던 것도 같아요. 비행기 한번 탔을 뿐이지만 모든 게 달라졌어요. 저도 그 뒤에 벌어진 모든 일에 책임을 다했고요.
“그는 아직 자신의 인생이 하나의 주제를 내포하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개인적으로 <불멸>에서 좋아하는 구절인데요. 만약 문가영이라는 소설이 쓰인다고 가정해볼까요. 당신의 인생이 어떤 하나의 주제를 내포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비밀’요. 사실 어느 인터뷰에서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나 플레이리스트는 공개하지 않았죠. 전 비밀을 모아두는 게 좋아요. 어느 때, 그 비밀들이 저를 지켜줄 거라고 믿어요.

※ 가격이 표기되지 않은 제품은 모두 가격 미정.
Credit
- 에디터/ 이진선 ,손안나
- 사진/ 박종하
- 헤어/ 백흥권
- 메이크업/ 이윤영
- 페디큐어/ 김나혜
- 스타일리스트/ 강윤주
- 세트 스타일리스트/ 유혜원(BLANK)
- 어시스턴트/ 정민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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