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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의 신곡이 나왔다?

비틀스가 신곡 ‘Now and Then’을 발매했다. AI 기술로 복원한 존 레넌이 노래한다.

프로필 by BAZAAR 2023.11.28
1994년 오노 요코는 폴 매카트니에게 데모 테이프를 하나 건넨다. ‘For Paul’이라고 적힌 테이프 안엔 1980년 존 레넌이 사망하기 전 녹음한 미공개 곡들이 들어 있었다.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는 그 중에서 괜찮은 노래 셋을 골라서 작업했고 그렇게 탄생한 것이 1995년과 1996년에 발표한 ‘Free as A Bird’와 ‘Real Love’다. “내 인생이 어디로 흘러갈지/ 이 순간이 되어서야 정확히 알겠어/ 내가 정말로 하고 있었던 것/ 그건 사랑을 기다리던 거였나봐”. 감히 비틀마니아라 할 수도 없는 내가 ‘Real Love’의 후렴구에 울컥한 건 이 노랫말이 오래된 예언 같기도 희망의 회상 같기도 해서.
하지만 나머지 한 곡은 끝끝내 발표되지 않았다. 조지 해리슨이 그 곡을 너무 싫어해서 작업을 거부했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분명한 사실은 피아노 반주에 존 레넌의 목소리가 거의 묻혀버려서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는 거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이미 세상에 없었다. 2021년, 피터 잭슨이 다큐멘터리 <비틀스: 겟  백>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오디오 복원 방법(디믹싱)을 찾게 된 것은 뜻밖의 수확이었다. 마침내 남은 두 멤버 폴 매카트니와 링고 스타는 ‘제5의 비틀’로 불린 프로듀서 조지 마틴의 아들 자일스 마틴과 함께 다시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두 사람은 또렷하게 들리는 존 레넌의 노래에 맞추어 새로운 베이스와 드럼을 연주했고 여기에 조지 해리슨이 세상을 떠나기 전 녹음한 기타 선율을 더했다.
 
존 레넌은 AI의 도움으로 부활한 자신의 목소리를 좋아할까, 싫어할까. 마틴 스코세이지가 연출한 < 조지 해리슨: 물질 세계에서의 삶>으로 미루어 짐작하자면 조지 해리슨에 대해선 확신할 수 없지만, 적어도 존 레넌만큼은 이 프로젝트를 반가워했을 것이다. 그는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시도에 주저함이 없었던 예술가이자 순수하고 아름다운 멜로디를 만들어내는 대중음악 작곡가였으니까. ‘I Am The Walrus’와 ‘Imagine’ 사이의 간극이 증명하듯 말이다. 그리고 그들이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았든 30대인 존 레넌과 80대인 폴 매카트니의 하모니를 들을 수 있음은 AI 시대를 사는 인류만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호사다. “음악을 만든다는 건 사랑을 퍼뜨리고자 노력하는 일입니다. 이 곡은 존이 우리에게 ‘보고 싶다’고 말하는 거예요.” 폴 매카트니의 이 말을 내식대로 해석해본다. 만약 음악을 듣는 행위 역시 사랑을 퍼뜨리고자 노력하는 일이라면, 우리도 이 곡을 감상하는 것으로 존 레논에게 말 걸 수 있을 것이다. 보고 싶다고.  

Credit

  • 에디터/ 손안나
  • 사진/ Apple Corps Ltd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