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예측불허 밴드 '봉제인간'의 새 앨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유로운 서사시를 써 내려가는 밴드의 탄생.

프로필 by BAZAAR 2023.11.17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베이스 지윤해, ‘장기하와 얼굴들’의 드럼 전일준, 그리고 혁오의 기타 임현제. 인디 음악계의 공연 강자들이 의기투합한 밴드 봉제인간이 정규 <12가지 말들>을 발표했다.
 
노련한 신인 밴드로 재데뷔했다. 세 명이 모이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임현제 처음엔 친구로 만났고 품앗이처럼 서로 공연을 도와주면서 자주 합주를 하게 됐다. 돌이켜보면 코로나가 큰 역할을 했다. 다들 심심한데 할 줄 아는 거라고는 연주하고 노는 것밖에 없으니까, 같이 연주를 하다 ‘재미있네’ 이러면서 시작하게 됐다.
정규앨범과 동명의 타이틀곡 ‘12가지 말들’은 펑키한 그루브를 풀어내다 거친 사운드의 후렴부로 이어진다. 그러다 막판에는 서정적인 템포를 한껏 어필한다. 갓난아이의 발상이 담긴 ‘BABY’, 꾸부정하게 다니지 말라는 ‘꾸부렁 할머니’도 인상적이다.
지윤해 대부분의 노래를 동화나 소설 쓰듯이 쓴다. 보통 셋이 같이 연주하고 내가 꽂힌 단어나 문장을 이야기하듯이 풀어낸다. ‘12가지 말들’은 가사 그대로 “파란 별에 내려야 하는 우주선” 같은 애니메이션을 쓰고 싶었다. 아기 시점에서 쓴 ‘BABY’나 등이 굽은 ‘꾸부렁 할머니’ 역시 여러 상황을 넣어보다 꽂힌 단어로 만들었다.
전일준 개인적으로 음악을 듣는 것보다는 하는 걸 좋아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번 앨범은 정말 하고 싶은 음악으로 잘 만들었다.
앨범에서 가장 추천하고 싶은 노래는?
임현제 나는 요즘 ‘KISS’를 많이 듣는다. 변주가 재미있다. 곡을 만든 입장이면 어느 구간에서 어떤 변화가 있는지 알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 곡은 들을 때마다 그 변화가 자연스럽게 와닿는다. 
지윤해 CD에만 있는 히든 트랙이 있다. 기존 곡들과 다르게 가족에 대한 슬픈 노래다. 온전히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하는 밴드임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다들 들어봤으면 한다.
각자의 그룹에서 공연을 수백 회 이어온 만큼 밴드를 만들고 나서 다양한 페스티벌에 참여하고 있다.  
임현제 페스티벌의 종류가 많아지면서 다양한 사람이 유입되고 있는 것 같다. 과거에는 특정 아티스트를 보려고 페스티벌에 갔다면 지금은 엔터테인먼트의 한 분야로 소비되는 경향이 있다. ‘아 그냥 놀자’ 이렇게 시간을 보내려고 오시는 것 같다. 점점 더 재미있어지지 않을까 싶다.
전일준 열심히 해야한다. 살아남으려면 열심히 해야한다.
임현제 혼자 정글이다.
앞으로 어떤 노래를 하고 싶나?
지윤해 굉장히 상투적인 말이지만 온전히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하는 밴드가 되고 싶다. 정말 조용한 음반을 할 수도 있고 재즈를 할 수도 있다. ‘나 다음에는 드럼 없이 어쿠스틱 악기로만 해보고 싶어’라는 말도 했다. 그저 다같이 ‘이렇게 해보자’ 하는 마음에서 누구 한 명이 더 이상 못 해먹겠다 싶기 전까지는 해보고 싶다.
전일준 드럼 없는 앨범이라면 둘이 2인조 활동하는 거 아니지?
지윤해 네가 다른 악기를 배워야지. 농담이다.
전일준 우리 곡은 보통 생각하는 곡 구성과 조금 다르다. 변화무쌍한 멜로디가 청자를 길거리로 보냈다 어느 순간 집으로 이동시키기도 한다. 이런 좋은 음악들이 이미 나왔지만, 그 곡을 따라가기보다는 어떻게 해도 재미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 
 
*봉제인간의 정규 1집 <12가지 말들>의 피지컬(CD) 음반은 11월 중 발매될 예정이다. 
 

Credit

  • 어시스턴트 에디터/ 허지수
  • 사진/ⓒ두루두루아티스트컴퍼니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