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누군가의 책장

집이나 서재, 작업실, 그 중에서도 책장은 그 인물을 설명하는 꽤 합리적인 단서가 된다.

프로필 by BAZAAR 2023.11.07
 

에리카팕  

텍스트 셰프


당신은 누구인가?  
텍스트 셰프. 콘텐츠 에디팅, 카피라이팅을 하며 글을 요리한다. 요리와 게더링을 기반으로 한 여러 가지 모임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요리먹구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요즘은 넷플연가에서 애니메이션 쿠킹 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애니에 나온 요리를 함께 만들어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게더링 프로그램이다.
테이블 옆 창틀을 책장으로 활용하게 된 계기는?  
복층 계단 아래 책장부터 채우다 책이 너무 많아져 여기까지 영역이 넓어졌다. 원래 이 자리에 있던 TV도 팔아버렸다. 책에 밑줄을 치면서 읽는 편인 데다 독립 출판물의 비중도 많아 중고로 팔 수도 없다. 사인 받은 책도 많고. 하나둘 보관을 하다 보니 이렇게 됐다. 맥시멀리스트로서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테이블에서 일하다 손을 뻗으면 바로 책에 닿는 거리다. 당신의 독서 스타일은?  
일단 책을 많이 사서 곁에 둔다. 제목이 곁에 있으면 내가 완벽하지 않아도 이 지식을 안다는 착각이 든다. 매일 행운 뽑기 하듯 그날 그날 마음에 드는 책을 아무데나 펼쳐 문장이 마음에 들면 읽는다. 한 번에 많이 먹지 않고 그때 그때 뿌려서 먹는 소금처럼. 제목이 잘 보이게끔 책을 배치한 이유다.
책장 속 카테고리별 비율은?  
음식 관련된 책 25%, 독립출판물 30% 이상, 그 다음은 에세이와 인터뷰집.
최근 책장에 입고된 책은?  
<사라져가는 음식들>. 갖고 싶었는데 생일선물로 받았다. 점점 사라져가는 음식에 관심을 가져보려고 한다.
책장에 별명을 붙여준다면?  
클라우드. 그때 그때 쓸 수 있는 지식이 다 머릿속에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으므로.
요즘 나의 마음을 뒤흔드는 주제는?  
최근 연애를 시작해서 사랑, 마음에 관해 깊이 알고 싶다. 그동안은 관심이 전혀 없던 분야라 이 주제의 책이 없었다.
 
 
 

콩과하

프로젝트 듀오 


콩과하는 어떤 팀인가?   
클라이언트의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들으려 한다. 마치 그 사람의 머리에서 나온 것처럼 느낄 정도의 공간을 제안하는 걸 목표로 한다. 클라이언트에 빙의했다 할 정도로 말이다.
책장이 보라색이다. 컬러풀한 아이템도 많고.   
저렴한 기성 제품에 우리가 원하는 컬러로 도장을 했다. 원래는 흰색, 국방색, 진회색 정도만 있다. 그게 너무 심심해 도장을 책장 값만큼 내고 했는데 재미있는 요소가 된 것 같다. 색깔이 있으면 공간이 활발해진다. 독특한 컬러와 특이한 아이템이 굉장히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그 방향을 추구하는 건 아니다. 보라색은 클라이언트가 시도하기엔 주저하는 색이다. 우리가 먼저 해야 사람들도 와서 보고 이런 색을 써도 안 질리고 귀엽다 생각할 수 있으니 우리 공간을 꾸밀 땐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된다.
세상의 많은 색 중 보라색을 택한 이유는?   
분홍, 보라를 많이 쓰는데 처음부터 염두에 둔 건 아니었다. 맨 처음 콩과하의 상징으로 핑크색 테니스공을 한 것이 시작으로 핑크와 연보라가 잘 어울리다 보니 저절로 이렇게 흘러간 것 같다.
책과 함께 기발한 소품이 놓여있는 책장이 콩과하를 대변하는 듯 보인다. 책장에는 어떤 물건들이 있나?   
맨 위 있는 것은 명함이다. 판촉물 만드는 곳에서 제작했는데 실제로 휴지가 들어있다. 카드 형식이 아닌 명함을 만들고 싶었거든. 가장 애착이 가는 물건이다. 아래쪽 부채 모양의 소품은 우리의 두 번째 명함이다. 책장에는 여행 가서 주워 온 소금 봉지, 선물로 받은 핑크색 전화기 등 중구난방이다. 귀여운 건 모으려고 한다. 반짝이는 게 보이면 다 주워오는 까마귀처럼. 책은 버섯종균기능사부터 요리책, 인문학까지 다양하다. 뷔페식이다.
책장이 생긴 후 생긴 변화가 있다면?   
처음에는 책장이 거의 비어 있었다. 쇼룸에 있는 것처럼 많은 여백을 두고 식물과 장식품을 곳곳에 배치했다. 지금은 빽빽하다. 그만큼 일을 많이 하고 그렇게 번 돈으로 책을 잔뜩 사 3년 동안 다 채운 것 같다. 좋아하는 걸로 무엇이든 채우다 보면 언젠가는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책장에 더 채우고 싶은 것은?   
콩과하의 브랜드북.
책장에 대해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   
디자이너 입장에서 소비자들이 구매할 수 있는 좋은 책장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우리가 이 선반을 택한 이유는 기존에 가지고 있는 다양한 수납함들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원하는 높이 조절과 컬러 선택이 가능한 다용도의 책장을 원해서다. 사람들이 원하는 기능을 충족하면서도 무난하게 쓸 수 있는 책장을 만들어보고 싶다.
 
 
 

서윤정

아티스트


당신은 누구인가?  
시각예술 활동을 하고 있는 서윤정이다. 파인 아트를 전공했다. 페인팅과 드로잉을 베이스로 작업하는데, 재미 삼아 만든 것이 서윤정회사다. 페인팅과 드로잉에서 나오는 이미지 조각들로 만든 굿즈가 서윤정회사의 작업들이다.
당신의 책장을 소개해달라.  
서재 곳곳을 책장으로 활용한다. 작업실 인테리어를 하고 남은 타일을 오래된 나무 책상에 붙였다. 원래 책상으로 썼는데 서재 밖 기다란 테이블 위에서 대부분의 작업을 하게 돼 여기엔 스피커와 책을 올려두고 장식장처럼 쓰고 있다. 특히 아끼는 책들을 올려놨다.
어떤 책들인가?  
팔레 드 도쿄에서 처음 알게 된 <카이에 드 아트> 시리즈 몇 권. 소장하고 있는 책 중에는 아그네스 마틴 책이 가장 많다. 그 중에서도 특히나 아끼는 책은 일부러 달항아리 위에 올려두었다.
책상을 책장으로 쓰게 된 이유가 있나?  
사실 아직도 마음에 드는 책꽂이를 못 찾았다. 책상에 책을 올려두고 지내다 공간이 부족해 서재 구석 고가구 위에도 책을 수납한다. 사고 싶은데 어떤 것을 사고 싶은지 아직 모르겠다.
소장하고 있는 책들은 어디에서 왔나?  
온라인은 아마존, 오프라인은 포스트 포에틱스를 애용한다. 런던 필즈에 거주할 땐 독립 서점들을 돌아다니며 책을 많이 샀다. 전시를 보러 간 갤러리에서 판매하는 작가들의 책은 웬만하면 구매했는데 데이비드 즈워너, 가고시안, 서펜타인 갤러리 내 아트북 서점도 즐겨 찾았다. 서펜타인에는 좋은 책들이 많은데 한쪽 구석에 책을 엄청나게 싸게 파는 코너가 있다.
나의 독서 스타일은?  
절대 책에 낙서하지 않는다. 책을 읽다 마음에 드는 구절이나 기억하고 싶은 것은 텀블러에 올려둔다. 지금도 가끔씩 내가 예전에 이런 걸 좋아했구나 하며 스크롤을 내리곤 한다.
책장에 어울리는 플레이리스트를 선곡한다면?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사운드 트랙 중 수프얀 스티븐스의 ‘Futile Devices’, 마리아 칼라스의 앨범.
책장이 내 인생이 미친 영향  
서재에 있으면 고립된 것 같다. 다른 생각 안 하고 집중할 수 있다. 작업 테이블에서 작업을 하다 쉬고 싶을 때 책장이 있는 곳으로 향한다. 집보다 더 애정하는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다.  
 
 
 

조은옥

IT 회사 조직문화 담당자 


당신은 누구인가?  
IT 플랫폼 회사에서 조직문화를 담당하고 있다. 번역가이자 콘트라베이스 연주자이기도 하다.
아날로그 책상의 시작은?  
코로나 때 재택근무가 시작되면서 집에서 일을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취미와 일을 한 책상에서 하니 집중력이 흐트러져 분리해줄 필요를 느꼈다. 베란다를 과감히 정리해 취미 공간으로, 책상은 일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회사 일, 번역 등 돈을 버는 일은 이 책상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손글씨를 쓰는 것 등의 돈을 쓰는 일들은 베란다에서 하고 있다.
언제부터 아날로그를 좋아했나?  
예전부터 좋아했지만 IT 회사에 다니게 되면서 그 마음이 생각보다 크다고 느꼈다. 물건 그 자체로서 기능을 하진 않는데 보는 것만으로 에너지를 주는, 잘 만들어진 예쁜 물건은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문진에 그런 것들이 많다.
맥시멀리스트에게도 자신만의 정리 규칙이 있을 것 같다. 나의 책장 규칙이 있다면?  
바글바글해 보이지만 그 속에서도 그때 가지고 있는 관심사를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을 틈틈이 정리해두는 편이다. 책장을 나만의 미술관이자 박물관이라 여겨 자주 보고 싶고 좋아하는 것들을 배치해둔다. 일하는 틈틈이 보며 힐링을 하는 것도 또 하나의 취미다.
가장 최근 구매한 것은?  
3만5천원 주고 산 유리 볼 문진. 함께 놀러 간 직장 동료가 “은옥 님이 반짝이는 돌을 3만원 넘게 주고 샀다”고 말한 게 떠오른다. 만년필도 소소하게 지르고 있다. 자잘한 것까지 합하면 60자루 정도 되는 것 같다.
책장에 이름을 붙인다면?  
일하는 책상과 책장, 베란다에 있는 취미 책상을 모두 다 어우른다면 ‘아카이빙 데스크’라 할 수 있다. 나의 성취물과 관심사를 다 모아 놓는다는 의미를 담아서.
아날로그 책상을 만든 후 어떤 점이 가장 크게 달라졌나?  
일뿐 아니라 내 삶을 더 잘 챙기게 됐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을 할 땐 굉장히 열심히 한다. 회의 전에는 준비를 하고 일을 하나 끝내고 나면 회고를 하며 재정비를 한다. 그런데 왜 나의 삶에 대해서는 미리 준비하거나 기록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IT 기업에서는 준비, 기록, 회고가 일련의 루틴처럼 돌아가는데 삶에도 일정 부분 적용을 해본 셈이다. 회사에서 배운 것이다.
소장하고 있는 책은 주로 어떤 것들인가?  
일, 그리고 취미와 창조성에 관한 책들. 최근에는 창조성 워크숍에 관한 책 <아티스트 웨이>를 열심히 읽고 있다. 벌써 10여 년 전, 인턴 시절 과장님으로부터 받은 선물인데 지금에 와 다시 읽으니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Credit

  • 프리랜스 에디터/ 김희성
  • 사진/ 이주연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