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얼킨의 디자이너 이성동이 그리는 미래는?
얼킨의 디자이너 이성동을 만나 10년간 브랜드를 이끈 원동력에 대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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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킨의 디자이너 이성동.
어떻게 지내고 있는가?
9월 5일에 선보인 2024 S/S 서울 패션위크 준비로 바쁘게 지냈다. 쇼 이외에도 셀럽과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을 초대하는 애프터 파티와 다른 브랜드와의 협업도 함께 준비하느라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
지난 시즌에 이어 2024 S/S 서울 패션위크의 포문을 여는 오프닝 브랜드로 선정되었다. 처음이란 부담감은 없었나.
그런 것에 크게 개의치 않는 성격이다. 하면 해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서울 패션위크의 오프닝은 해외 바이어와 매체에서 심사를 해 최고점을 받은 브랜드로 선정된다. 이번에도 작년에 이어 ‘또 얼킨이야’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웃음) 패션계는 물론 모든 산업의 화두인 지속가능적인 측면과 다양한 기법으로 구현된 스타일을 확실한 콘셉트로 선보인 점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
새로운 컬렉션의 테마는 ‘공동묘지 캠핑 클럽(Cemetery Camping Club)’이다. 어디에서 영감을 받았는가?
군 복무를 시작한 첫 해, 야외 훈련을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늘 야산에서 땅을 파고 텐트를 쳐 잠을 청하곤 했다. 하루는 훈련을 받고 있는데 바로 옆에서 유해 발굴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날 밤 ‘내가 지금 누운 이곳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겠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문득 나 자신이 굉장히 작은 존재라 느껴지며 이 순간이 소중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때의 기억을 되살려 ‘공동묘지에서 살아 돌아온 영웅’이라는 테마로 컬렉션을 구상했다. 얼킨의 업사이클링 작업 방식과 리사이클링 소재를 사용해서 아웃도어 스타일의 컬렉션을 완성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컬렉션 쇼를 진행한다.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
얼킨은 서울 이외에도 뉴욕과 파리에서 쇼를 진행한다. 해외에 베이스를 두고 있지 않다 보니 아무래도 쇼를 진행하는 데 많은 제약이 있다. 룩만 선보이는 형태로 쇼가 진행되기 때문에 최대한 룩이 잘 보일 수 있는 방식을 선택한다. 그에 비해 서울 패션위크는 하나의 축제라고 생각하며 접근한다.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여건이라 관중에게 좀 더 즐길 수 있는 쇼를 선보이다 보니 아티스트 공연을 기획하게 되었고 그것이 대·내외적으로 좋은 피드백을 받았다.

2023 F/W 컬렉션에서 선보인 더블 레이어 컷아웃 데님 팬츠.
얼킨에게 있어 ‘협업’이라는 단어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이번 서울 패션위크에서 선보인 쇼 또한 ‘3M’과 협업한 컬렉션이었다. 어떤 계기로 3M과 함께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이전 얼킨 컬렉션에서 3M의 패더리스 소재나 구스 다운 소재를 사용한 적이 있었다. 그러던 중 3M에서 제안이 와 시작하게 되었다. 이번 컬렉션의 일부 룩에는 기존 플라스틱 폐기물을 재활용한 섬유 소재인 ‘신슐레이트’를 활용해 지속가능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한 면모를 보여주려 노력했다. 업사이클링을 주된 키워드로 가져가는 우리에게 3M의 제안은 너무 좋은 기회이자 프로젝트였다. 사실 브랜드를 처음 시작한 10년 전에는 지속가능한 섬유 소재는 거의 없다시피 했고 업사이클링이라는 단어도 고객이 그게 무엇이냐는 질문을 할 정도로 생소했다. 허나 지금은 품질이 높은 친환경 소재나 재생 소재들이 많이 나와 디자인을 다채롭게 시도해볼 수 있고, 고객들 또한 그린워싱인지 아닌지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의식 수준이 높아지는 등 친환경적으로 흘러가는 지금의 흐름이 좋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브랜드와의 협업을 진행하면서 시행착오는 없었나?
업사이클링이 브랜드의 주된 키워드이고 또 지속가능성이 큰 화두인 시대이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의 브랜드에서 협업 제안이 왔다. 이에 감사한 마음으로 가능한 많은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하려 노력했다. 그런데 얼킨의 기존 색깔과 다른 컬래버레이션이 나오기도 하면서 일각에서는 ‘너무 협업을 많이 한다’는 피드백을 받았고 나 역시 본질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에 협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 우리의 색이 묻어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명확하게 구분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공고히 하고자 노력했다. 그 결과 고객들로부터 협업을 하더라도 우리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가져간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이제는 협업을 시작할 때 ‘얼킨스럽다’는 느낌이 들도록 좀 더 뾰족한 관점에서 칼을 갈아 완벽하게 진행하려고 한다.
‘예술과 대중의 간극을 줄이자’는 철학으로 브랜드를 시작했다. 디자이너가 느끼기에 예전의 대중과 10년이 흐른 지금의 대중이 예술을 생각하는 데 있어서 어떤 차이가 있다고 느끼나?
정말 많은 변화가 있다. 사실 처음 브랜드를 시작할 때는 미술시장이 너무나도 어려웠다. 예술가들의 습작이 가방으로 업사이클링되는 과정은 당시 대중은 물론 작가에게도 생소했기 때문에 업사이클링 가방의 재료인 습작을 제공받기 굉장히 어려웠다. 이에 작가의 작업 공간에 자주 방문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때 마주한 현실은 아주 열악한 환경이었다. 작업복도 몇 벌 없고 물감과 캔버스를 구매하기도 빠듯했으니 말이다. 그러했던 작가가 지금은 호당 2~3천만원을 받을 정도로 미술시장이 아주 큰 시장으로 발전했다. 작가의 노력은 당연지사지만 과거와 달리 지금은 나이를 불문하고 문화·예술을 소비하는 형태로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제는 예술과 대중의 간극이 많이 좁혀진 것 같다. 이제 또 다른 목표를 찾아야겠다고 생각이 든다.

각자에게 기회가 오는 시점이 다르기에 그 기회가 왔을 때 잡을 능력도 필요하다. 나는 족히 10년은 버텨야 그런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 믿는다.

테라와 얼킨이 협업해 선보인 업사이클링 가방.
부캐의 시대다. 얼킨의 디자이너 이성동과 대표 이성동 그리고 서울예술실용전문학교의 교수 이성동은 디자인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실 지금까지 달려온 시간보다 앞으로 브랜드를 이끌어가야 할 시간이 훨씬 길지 않은가. 얼킨의 업사이클링 가방이 예술과 패션 논문에 많이 인용된 것처럼 디자이너로서는 한국 패션 신에 조금이라도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디자인을 고민하고 있다. 대표로서는 아무래도 경제적인 관점을 중요시한다. 개인 사업자로 시작해 법인으로 규모가 커졌고 자체 플랫폼과 라이선스 관련 사업들도 진행 중이다. 그렇기에 현재 고객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만족스러운 디자인을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한다. 교수의 입장에서는 디자인의 원리를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디자인을 잘 표현하기 위한 많은 방법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싶다.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세팅이 조금 필요하다. 보통 디자인을 혼자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건 너무 어렵지 않은가. 예를 들어 가르쳤던 학생 중 떠그 클럽의 조영민이 있다. 이 친구도 혼자 브랜드를 전개할 때보다 디자이너 파트너를 만난 후 큰 시너지를 발휘했다.
인터뷰를 하면서 10년간 쉼 없이 달려왔다는 느낌이 든다. 이렇게 쉼 없이 달리다보면 힘들고 지치기 마련인데 어떻게 재충전을 하나?
고양이 세 마리를 키우는 집사다. 침대에 누워있으면 내 주변에 다가온다. 그 친구들을 쓰다듬으면 나도 모르게 힐링이 된다. 감정적인 에너지를 높이고 나면 밖으로 나가 산책을 하며 생각을 정리한다.
10여 년간 브랜드를 원활하게 이끌어온 원동력은?
주변의 큰 기대와 도움을 받았다. 그냥 내가 하는 것을 잘하고 있다고 북돋아주며 지금처럼 잘하면 된다고 하는 말들이 큰 힘이 되었다.
다른 패션 브랜드에 없는 얼킨의 강점은 무엇일까?
지금 생각나는 것은 묵묵히 버텨내는 것. 나와 비슷한 시기에 했던 브랜드들은 현재 아무도 없다. 지금처럼 버티다 보면 행운이 찾아오지 않을까? 각자에게 기회가 오는 시점이 다르기에 그 기회가 왔을 때 잡을 능력도 필요하다. 나는 족히 10년은 버텨야 그런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 믿는다.
Credit
- 에디터/ 김경후
- 사진/ 김상우(인물), ⓒ Ul:kin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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