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비싼 시계’ 하면 떠오르는 브랜드 중 하나인 오데마 피게. 오데마 피게는 분야를 뛰어넘어 다채로운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는 럭셔리 워치 메이커로도 유명하다. 시계 제작에만 국한되지 않고 항상 창의적인 측면을 수용해온 오데마 피게의 운명적인 협업의 시작은 1999년 아놀드 슈워제네거와의 컬렉션이었다. 2006년에는 힙합 신 최정상의 아티스트 제이지, NBA를 대표하는 선수 르브론 제임스, 테니스계의 슈퍼스타 세레나 윌리엄스, 전설의 F1 레이싱 선수 미하엘 슈마허 등의 여러 스포츠 선수, 그리고 최근에는 마블과 파트너십을 맺고 협업 모델을 선보이기도 했다. 2023년 오데마 피게는 지방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1017 알릭스 9SM의 설립자인 매튜 윌리엄스와 손잡고 새로운 도약에 나선다.
경매에서 1백만 달러에 낙찰된 전 세계 단 하나뿐인 로열 오크 크로노그래프 유니크 피스.
도쿄에서 첫선을 보인 이 프로젝트에는 1017 알릭스 9SM의 디자인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사실 이들의 만남은 처음이 아니다. 과거 매튜 윌리엄스는 럭셔리 워치 커스터마이징 회사인 ‘MAD 파리’와 함께 오데마 피게 커스터마이징 모델을 발매한 적이 있다. “오데마 피게는 가장 좋아하는 시계 회사였습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그냥 느낌일 뿐이죠.” 워치 메이킹에 관심이 많았던 매튜는 자신의 손목에 항상 함께하던 오데마 피게의 로열 오크 모델을 커스텀 하기로 마음먹었다. 매튜가 MAD 파리와 손잡고 선보인 협업 모델은 그의 간결한 디자인 미학이 돋보였다. 미니멀한 다이얼과 1017 알릭스 9SM의 시그너처인 롤러코스터 버클이 더해진 이 비공식 컬래버레이션 아이템은 많은 시계 수집가들의 마음을 흥분시키기 충분했다. 그 결과 오데마 피게의 CEO인 프랑수아 앙리 베나미아스가 공식적인 협업 제안을 하기 이르렀고, 2년의 시간을 거쳐 4가지의 새로운 로열 오크 및 로열 오크 오프쇼어, 전 세계 단 한 피스뿐인 로열 오크가 탄생하게 된 것.
1017 알릭스 9SM의 수장 매튜 윌리엄스.
지난 8월 24일 글로벌 론칭을 앞둔 이날 오후, 오데마 피게의 CEO인 프랑수아 앙리 베나미아스와 매튜 윌리엄스가 함께하는 자리에서 이 특별한 협업의 결과물을 먼저 만나볼 수 있었다. 1972년 세상에 처음 선보인 로열 오크 컬렉션은 미니멀한 미학을 기반으로 하는 패션 디자이너에 의해 동시대 감각의 시계로 재탄생했다.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오직 두 브랜드의 이름과 분침, 초침만 남아있는 깨끗한 다이얼. 오데마 피게의 시그너처라고 할 수 있는 타피스리 패턴 또한 찾아볼 수 없었다. 전통적인 시계 디스플레이와 다른 디자인을 선택한 것은 분명 모험이었을 터. 또한 크로노그래프 카운터를 과감하게 배제한 것 또한 인상적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 기능을 사용하지 않죠.” 매튜는 오데마 피게의 아이코닉한 실루엣이 가진 DNA와 시대를 초월한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집중했다며 미니멀한 디자인의 이유를 밝혔다. 직경 37mm부터 42mm에 이르는 다양한 크기의 케이스로 준비된 로열 오크와 로열 오크 오프쇼어 모델을 동일한 디자인으로 동시에 선보이는 것 역시 처음이라고. 두 가지 로열 오크 모델은 모두 18캐럿 옐로 골드, 로열 오크 오프쇼어 모델은 18캐럿 화이트 골드와 옐로 골드로 만나볼 수 있다. 아울러 리미티드 에디션 문구가 새겨진 사파이어 크리스털 케이스백이 더해져 소장가치를 더한다. 오데마 피게 부티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이 4개의 모델과 더불어, 이번 협업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경매를 통해 오직 단 하나만 판매될 유니크 피스였다. 이것 역시 매튜 윌리엄스의 간결한 디자인 미학을 바탕으로 한다. 로열 오크 셀프 와인딩 크로노그래프를 기반으로 하는 이 시계는 41mm 사이즈로 스테인리스스틸과 18캐럿 옐로 골드를 조화롭게 조합한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옐로 골드 플레이트에 블랙 컬러로 코팅된 다이얼이 대비를 이루며 세련된 느낌을 준다.
41mm 로열 오크 크로노그래프.
이전에 마블과 블랙 팬서를 모티프로 한 로열 오크를 발매했을 당시에도 단 1개의 유니크 피스가 경매에 붙여졌고, 한화 약 58억원대에 낙찰된 적이 있었기에 이번 경매에 모두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전 세계에서 모인 프레스와 VIP가 함께하는 저녁 만찬 자리에서 진행된 경매. 치열한 경쟁 끝에 세상에 단 하나뿐인 오데마 피게 × 1017 알릭스 9SM의 유니크 피스는 1백만 달러(한화 약 13억원)에 낙찰되었고, 두 브랜드의 만남을 축하하는 행사가 마무리되었다. 낙찰받은 그 주인공이 누군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이날의 수익금은 전 세계 소외 계층 어린이를 위해 다양한 교육 활동을 지원하는 NGO 단체 ‘키즈 인 모션(Kids in Motion)’과 ‘라이트 투 플레이(Right to Play)’에 기부될 예정이라고.
화이트 골드 로열 오크 오프쇼어.
“이것이 바로 협업의 묘미입니다. 바로 이런 시너지 효과를 통해 서로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었습니다.” 오데마 피게의 CEO 베나미아스가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물론 협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존재한다. 오리지널 시계 팬들은 패션 디자이너와의 만남으로 본래의 오데마 피게가 가지고 있는 자부심과 진지함이 사라졌다고 느낄 수도 있으니 말이다. 허나 그간 보여준 창의적인 영역에 대한 탐구정신은 이번 협업에서도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고, 대중의 관심과 흥미를 끌어들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럭셔리 워치를 한층 가깝게 느끼도록 한 것은 물론, 오데마 피게의 다음 협업을 기대하게 만든 상징적인 만남으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