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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비앙이 '파비생제르망' 유튜브를 개설한 이유는?

대체로 객관적으로 때론 열광적으로. 15년째 서울과 파리를 대하는 파비앙의 자세.

프로필 by BAZAAR 2023.10.03
 
데님 재킷은 Levi’s. 팬츠는 Thisisneverthat. 티셔츠는 Zara. 왼손에 착용한 팔찌는 Bulletto. 벨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화보에서 오른손에 착용한 팔찌는 파비앙 개인 소장품. 
 
당신을 두고 “이강인의 PSG 입단 소식을 한국에서 가장 기뻐하는 사람”이라는 댓글을 봤다. 공식 발표 전 새 유튜브 계정 ‘파비생제르망’을 열었다.
태어날 때부터 PSG 팬이었고, 어릴 적 삼촌과 아버지 손을 잡고 함께 파르크 데 프랭스 구장을 다녔다. 일생을 좋아해오던 팀에 한국 선수 입단 소식을 듣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한국 사람들은 선수 한 명을 좋아하다가 팀을 응원하게 되는 반면, 유럽에서는 팀을 먼저 좋아하는 경우가 많다. 내 팀에 새로운 선수가 들어오면 자연히 사랑에 빠지게 된다. 두 나라를 잘 아는 내가 프랑스와 한국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는 정보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지난해 PSG SNS 계정에 욱일기를 나타내는 사진이 업로드되자 즉각 구단에 정정 요청한 소식 또한 전해져 화제를 모았다.
처음 한국에 온 2007년만 해도 PSG를 응원하는 사람이 무척 드물었다. 내가 한국에 사는 프랑스인이라 더 눈에 띄었던 건지, SNS에 경기에 대한 내용을 올리면서 구단 관계자들을 한 명씩 알게 되었고 지금은 거의 모두를 알게 됐다. 종종 파리에 가면 경기에 초대받거나 한국 내 PSG 팬들을 위한 클럽 행사를 같이 기획하기도 한다. 그래서 잘못된 포스팅을 보았을 때 더 빨리 정정할 수 있었다.
 
재킷, 팬츠는 Jiminlee. 티셔츠는 Adidas Originals. 실버 반지는 모두 Bulletto. 슈즈는 Ferragamo.
 
모델, 배우 등 한국에서 꽤 오래 방송 활동을 해왔지만, 이제 알고리즘에 자주 등장하는 유튜버로 알려져 있다.
재미있을 것 같은 일은 주저 없이 실행하고 도전해보는 편이다. ‘양요’ 전문가로 조선을 배경으로 한 사극에 몇 차례 출연했는데, 그 과정도 진짜 즐거웠다.(웃음) 유튜브를 운영하는 건 직업이 아니라 단지 하고 싶은 걸 하는 일에 가깝다. 프랑스에서는 ‘N잡’ 개념이 낯설다. 뮤지션이면 뮤지션, 감독이면 감독. 다들 한 길만 파기에 부모님은 아직도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르신다.
유튜브 영상에서는 말 속도가 빠른 편인데 실제로는 차분하다.
한국 사람들은 보통 배속해서 영상을 보니까 문장 중간 중간 멈추는 부분이나 접속사 같은 건 삭제한다.  숨도 안 쉬고, 영상을 끝까지 볼 수 있도록 편집하려고 한다.
프랑스 구독자들을 위한 특성은 어떻게 반영하려고 했나?
주로 서서 이야기하며 촬영한다. 프랑스인은 말이 워낙 많아서 자리를 파하고 집에 가려고 일어선 순간에도 계속 말한다. 집 가는 길에 한 시간은 기본으로 서있는다. 그런 뉘앙스를 반영하고 싶었다.
이강인 선수에 대해서는 영상을 통해 내내 분석해왔으니 PSG 팬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을 하나 묻겠다. 네이마르의 사우디아라비아 이적은 왜 호불호가 갈린다고 보나?
간단하다. 네이마르는 세계에서 가장 축구를 잘하는 선수 중 한 명이지만, 경기장 밖에서의 부족한 자기 관리에 파리 팬들은 지쳤던 것 같다.   
 
스타디움 점퍼, 니트 톱은 Dolce & Gabbana. 양손에 착용한 체인 반지는 Maz. 
 
촬영을 위해 직접 축구 저지를 가져왔다. 작년에는 그동안 모아온 한국 국가대표 유니폼을 공개하는 전시회를 열기도 했는데.
국대 유니폼은 약 3백50개 정도, 파리 생제르망은 1백50개 정도 갖고 있다. 팀을 서포트하는 마음으로 하나씩 모으다 보니 이렇게 늘어났다. 한국에 살면서는 특정 팀보다는 한국 대표팀을 응원하다 보니 국대 저지를 모으게 되었는데, 홍콩에 간 친구에게 중고 거래를 부탁한 적도 있다. 어떻게 1990년대 유니폼이 홍콩 빈티지숍까지 가게 된지는 알 수 없지만.(웃음) 전시를 열었을 때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을 많이 만나본 것 같다. 마침 카타르월드컵 기간과 겹치기도 했고.
이토록 축구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축구는 공만 있으면 어디서든 할 수 있는 스포츠라고 하지 않나. 모두에게 편견이 없는 스포츠다. 프랑스에서는 골프, 테니스 같은 고급 스포츠에 확실히 계급이 나뉘어진 인식이 있다. 유명한 축구 선수 중에 길거리에서 축구를 시작한 선수가 많고, 나 역시 집 앞 골목에서 친구들과 축구를 했던 기억이 있다.
처음 한국에 온 계기가 이정현의 ‘바꿔’라는 곡 때문이었다고 들었다.
흔히 프랑스인이 일본에 갖는 관심 같은, 아시아에 대한 환상은 전혀 없었다. ‘바꿔’는 완전히 처음 들어보는 사운드였는데, 그게 너무 신기하게 들렸다. 당시 2000년대 초반이었으니, 레이디 가가보다 무려 10년 먼저 등장한 실험적인 아티스트 아니었을까? 어릴 적 몸이 허약해서 10년 이상 태권도를 배웠다. 한국에서 파리에 방문한 시범단이 체육관에서 그 노래를 틀어 처음 듣게 됐다. 파리에 동양인이 많이 사는 3구와 13구의 음반가게를 뒤지며 그 앨범을 찾아 헤맸고, 결국 구하지 못해 가게 사장님께 수입까지 요청했다. 하루에 100번도 넘게 노래를 들으며 친구들에게 코리아 테크노를 전파했다. 뮤직비디오까지 봤다면, 말 다했지.
 
 와이드 팬츠는 H&M. 체인 팔찌는 Bulletto. 스니커즈는 Dolce & Gabbana. 저지 톱은 파비앙 개인 소장품.
 
그렇게 방문해본 한국은 어떻던가?
나는 뭐든 관찰하는 걸 좋아하고 질문이 많은 편이다. 서울에 대한 인상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혼재의 미학’. 요즘 많은 외국인들이 감탄하듯 경복궁 옆에 고층 건물들이 있는 풍경에 나 역시 독특한 미감을 느꼈다. 또 프랑스는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건축물이 많은데, 소박한 멋이 있는 한옥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역사를 공부하면서는 조선 후기 서민들의 삶이나 예술에 매료되기도 했다. 힘든 시기를 해학적으로 이겨낸 사람들이 주는 메시지가 남다르게 와닿았다.
2016년 프랑스에서 한식 레시피를 담은 쿡북을 펴냈고, 한국사검정사능력시험 1급을 땄으며 대한민국 역사 박물관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사해설사로도 활동한다. 이렇듯 계속해서 한 국가를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은 어디에서 비롯되나?
한번 파고들면 싫증을 쉽게 내지 않고 넓게 알아가는 과정을 즐긴다. 아무리 한국어를 잘 구사하고, 역사를 알고, 영주권을 땄음에도 나는 평생 이방인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유년 시절의 기억이 다르고 나를 만들어온 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그렇기에 이 점을 활용해 두 나라를 비교하는 일이 내겐 가장 흥미롭다. 역사를 알면 그 시기 프랑스의 역사와 비교해볼 수도 있다. 음식은 미식의 나라라고 하지만 편식이 진짜 심해서 프랑스 음식을 즐기지 못하는 편이었다. 프랑스 음식은 너무 심오한데, 라볶이 같은 분식은 맛이 재미있다. 그 점을 프랑스 사람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었다.
 
스웨터는 Dsquared2. 실버 반지는 Bulletto. 
 
마냥 한국에 대해 예찬하는 내용보다는 한국인의 어떤 포인트를 파고든 영상이 많다.
한국 사람들은 비교를 정말 사랑한다. 파리가 좋은지, 서울이 좋은지에 대해 백 번 질문을 받아도 나는 각자 매력이 다르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성향의 사람이다. 그렇기에 역사를 알릴 때도, 아름답고 영광스러운 역사만이 아니라 가슴 아프고 억울한 사연에 이끌리기도 하고. 언어 표현을 공부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라, 한국인들이 ‘밥’에 대한 표현을 얼마나 다양하게 쓰는지 분석한 영상이 특히 인기였다. 밥 한번 먹자, 밥벌이하고 살기 힘들다 등등 매일 쓰는 표현이지만 새삼 공감했다는 반응이 많았다.
당신이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어디인가?
서촌 수성동계곡은 꼭 가보시길. 겸재 정선의 그림에도 나오는 장소인데, 도심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그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볼 수 있다는 것에 매번 놀란다.
파리에서는?
파리는 서울처럼 갈 때마다 변하는 곳은 아니기에, 매번 가던 곳만 간다. 생마르탱 운하나 내가 살던 19구의 한적한 공원 뷔트쇼몽은 꼭 들른다. 최근엔 파리에 갈 때마다 한국 포장마차, 팥빙수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파는 가게가 더 많아졌다. 이것도 이강인 효과 아닐까? 농담이다.(웃음)
 

Credit

  • 에디터/ 안서경
  • 사진/ 류경윤
  • 헤어/ 최은영
  • 메이크업/ 박수연
  • 스타일리스트/ 박이화
  • 어시스턴트/ 허지수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